[딥바이오] 질환 예방부터 장기 병가 감소까지, GLP-1 건보 적용 논의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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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P-1 치료제, 질환 예방·장기 병가 감소 효과 높은 약값 부담에 따른 가격 협상·선별 지원 필요 시장 경쟁 확대에 건강보험 적용 여건 개선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비만·당뇨병 치료제인 GLP-1 계열 약물의 사용이 빠르게 늘면서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둘러싼 논의도 확산하고 있다. 최근 덴마크 연구에서는 오젬픽(Ozempic) 치료를 일찍 시작한 환자의 장기 병가가 치료 전 수준보다 17.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과 소득에는 뚜렷한 변화가 없었지만 장기간 일을 쉬는 사례가 줄면서 기업과 지방정부의 비용 부담을 낮추는 효과를 보였다. 그러나 높은 약값과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특성을 고려하면 광범위한 건강보험 적용은 재정 부담을 키울 수 있다. 이에 따라 임상적 필요가 큰 환자를 우선 지원하면서 정부의 가격 협상력을 높이고 치료 효과를 유지할 관리체계를 함께 마련하는 방안이 요구된다.
질환 위험 낮추고 통증도 완화
GLP-1 치료제는 체중 감량을 넘어 심혈관·신장질환 위험을 낮추는 효과를 보였다. 당뇨병이 없는 과체중·비만 심혈관질환자 1만7,604명을 대상으로 한 ‘SELECT’ 임상시험에서 세마글루타이드 투여군의 주요 심혈관 사건 발생률은 위약군보다 20% 낮았다. 절대적인 차이는 1.5%포인트였다. 제2형 당뇨병과 만성 신장질환자를 대상으로 한 ‘FLOW’ 임상시험에서도 주요 신장질환 발생 또는 신장·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24% 감소했다. 심근경색과 뇌졸중, 신부전 등은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중증 질환인 만큼 발병 위험을 낮추면 환자의 건강 개선과 함께 의료비 부담을 덜 수 있다.
질환 예방뿐 아니라 통증 완화와 신체 기능 개선 효과도 나타났다. 비만과 중등도 이상 무릎 골관절염을 앓는 성인 407명이 참여한 2024년 ‘STEP 9’ 임상시험에서 세마글루타이드 투여군은 68주간 평균 13.7%의 체중 감소를 기록해 위약군의 3.2%를 크게 웃돌았다. 무릎 통증도 더 많이 줄었으며 신체 기능 역시 개선됐다. 이동 능력이 향상되면 일상생활의 제약이 줄고 통증 치료와 관절 관련 의료서비스 이용 부담도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와 같이 GLP-1 치료제의 가치를 판단하려면 중증 질환 예방과 신체 기능 개선에 따른 의료비 절감 가능성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노동시장 효과와 약가 부담
이러한 건강 개선 효과는 노동시장에서도 일부 확인된다. 덴마크 연구에서 오젬픽 조기 치료자 7,011명의 장기 병가는 비교 대상보다 평균 0.95%포인트 감소해 치료 전 수준 대비 17.3% 줄었다. 이에 따른 비용 절감액은 취업 중인 치료자 1명당 연간 4,766덴마크크로네(약 104만원)로 추산됐다. 그러나 이를 고용이나 소득 증가로 확대 해석하기는 어렵다. 4년간 고용과 노동시장 참여, 소득에는 뚜렷한 변화가 없었으며 연구 대상자의 84%는 치료 전부터 당뇨병을 앓고 있었다. 현재로서는 GLP-1 치료가 근로 기간을 10~20년 늘린다고 판단할 근거도 부족하다. 따라서 노동시장 편익은 장기 병가 감소처럼 실제 확인된 효과를 중심으로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
건강보험 적용에서 더 큰 문제는 높은 약값이다. 지난해 미국 비용효과성 분석에서 세마글루타이드와 티르제파타이드는 당시 추정 순가격을 기준으로 충분한 비용효과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삶의 질을 보정한 생존연수(QALY)당 10만 달러(약 1억4,180만원)를 기준으로 세마글루타이드는 약 82%, 티르제파타이드는 약 31%의 추가 가격 인하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당뇨병과 심혈관질환을 줄이는 효과를 감안해도 높은 약값이 경제성을 떨어뜨린 셈이다.
미국 메디케어(Medicare)를 대상으로 한 지난해 재정 분석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향후 10년간 약 300만 명이 치료받는다고 가정하면, 의약품 지출은 659억 달러(약 93조4,790억원)에 달하는 반면 비만 관련 의료비 절감액은 182억 달러(약 25조8,160억원)에 그칠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따라 공공 지출은 477억 달러(약 67조6,620억원) 순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건강보험 적용에 따른 재정 부담을 낮추려면 정부의 가격 협상을 통한 약가 인하가 관건이다.

경쟁 확대에 달라지는 조달 전략
약가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변수로는 시장 경쟁 확대가 꼽힌다. 올해 3월 인도에서 세마글루타이드의 특허 보호가 만료되면서 제네릭 경쟁이 시작됐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관련 특허가 수년간 더 유지되지만, 경구용 치료제와 새로운 작용기전을 활용한 신약 개발이 이어지면서 시장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치료 효과를 둘러싼 제품 간 차이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SURMOUNT-5’ 임상시험에서 당뇨병이 없는 비만 성인의 72주간 평균 체중 감소율은 티르제파타이드가 20.2%로 세마글루타이드의 13.7%를 웃돌았다. 향후 가격과 치료 효과, 부작용, 투여 방식이 다른 제품이 늘어나면 공공 구매자의 선택 폭이 넓어지고 제약사와의 가격 협상에서도 유리한 여건이 조성될 수 있다.
보건당국도 이러한 시장 변화에 맞춰 조달 전략을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정 치료제를 장기간 고정된 조건으로 도입하기보다 입찰과 가격 협상, 물량 연계 계약 등을 활용해 제약사 간 경쟁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임상적 효과가 비슷한 치료제 가운데 비용 대비 효과가 높은 제품을 우선 선택하는 기준도 마련할 수 있다. 건강보험은 고위험군부터 적용하고 시장 경쟁 확대와 약가 인하에 맞춰 대상을 단계적으로 넓히는 방안이 현실적이다.
약물 치료 넘어 장기 관리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할 때는 장기 치료에 필요한 관리 비용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 GLP-1 치료제는 식욕을 억제하면서 실제 식품 소비에도 변화를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가계 구매자료에 따르면 GLP-1 사용자가 있는 가구의 식료품 지출은 치료 시작 후 6개월 이내 5.3% 감소했다. 패스트푸드점과 커피전문점 등 제한서비스 음식점 지출은 8.0%, 스낵류 지출은 약 10% 줄었다. 물론 식품 지출 감소가 곧 영양 상태 개선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섭취량이 줄면서 영양이 부족해지거나 체중 감량 과정에서 근육량이 감소할 수 있어 별도의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GLP-1 치료는 중단 이후 체중이 다시 증가할 가능성이 있어 단기간의 체중 감량에만 초점을 맞추기 어렵다. ‘SURMOUNT-4’ 임상시험에서 참가자들은 티르제파타이드를 투여한 첫 36주 동안 체중이 평균 20.9% 감소했다. 이후 위약으로 전환한 집단은 88주차까지 체중이 14.0% 다시 증가한 반면, 치료를 지속한 집단은 같은 기간 추가로 5.5% 줄었다. 이처럼 치료 효과를 유지하려면 약물 처방과 함께 영양 관리와 운동 지도,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병행하는 장기 관리체계가 필요한 셈이다.
장기 치료가 필요할수록 비용에 따른 접근성 격차도 커질 수 있다. 환자가 약값을 전액 부담하면 경제적 여건에 따라 치료 시작과 지속 여부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을 적용하더라도 미용 목적까지 일률적으로 지원하기보다 당뇨병과 심혈관·신장질환 등 비만 관련 위험이 큰 환자를 우선 대상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후 약가가 낮아지고 공급이 확대되면 적용 범위를 단계적으로 넓혀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재정 부담을 관리해야 한다.
GLP-1 치료제는 체중 감량을 넘어 중증 질환 예방과 장기 병가 감소 등 의료·사회적 편익을 가져올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높은 약값과 장기 치료 부담을 고려하면 일률적인 건강보험 적용보다는 가격 협상을 강화하고 고위험군부터 지원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시장 경쟁과 약가 변화에 맞춰 적용 범위를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재정 부담과 치료 접근성의 균형을 맞추는 방안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GLP-1 Healthcare Coverage: Why Public Systems Should Fund It and Bargain Hard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