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희토류 굴기’의 한계, 기술·원가경쟁력·관료주의 ‘삼중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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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수출통제에 인도 제조업 공급망 비상 1조원 인센티브 투입, 연산 6,000톤 자립화 착수 원료·기술·행정 병목에 양산 일정 지연 불가피

인도가 중국의 희토류 영구자석 독점에 맞서 자국 생산체계 구축에 착수했지만, 낮은 광석 품위와 방사성 물질 규제, 정련·소결 기술의 공백이 상업화를 가로막고 있다. 중국산 자석 의존도를 낮추는 과정에서 산화물과 생산설비, 제조기술의 해외 의존이 확대될 가능성도 커졌다. 여기에 소규모 생산체계에 따른 원가 부담과 복잡한 인허가, 관료사회의 부패까지 겹치면서 연산 6,000톤 목표와 실제 양산 사이에는 상당한 시차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희토류 자석 자립 시동, 5개 사업자 선별
12일 NDTV 등 인도 매체에 따르면 최근 인도 정부는 중국의 희토류 독점에 대응해 희토류 영구자석(REPM) 육성 정책을 전격 가동했다. 인도 중공업부는 국제입찰을 시작했으며, 이날 기준 국내외 기업에서 14~15건의 신청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기술입찰서는 13일 개봉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발표한 '영구자석 인센티브 프로그램'에 따른 것이다. 작년 11월 인도 정부는 총 6,000MTPA(Metric Tons Per Annum·연간 6,000메트릭톤) 규모의 희토류 자석 제조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영구자석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승인했다. 해당 프로그램에는 645억 루피(약 1조원)를 판매 관련 인센티브로, 75억 루피(약 1,120억원)는 희토류 생산시설 설립 보조금으로 각각 쓴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당초 인도는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방위 산업 등에 필수소재인 희토류를 확보하고자 2억9,000만 달러(약 4,110억원) 규모의 인센티브를 계획했다가 이를 더 크게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기업이 정부에 요구할 수 있는 판매 장려금은 자석 1㎏당 최대 2,150루피(약 3만원)며, 순매출의 40%가 지급 상한으로 설정됐다. 적격 설비투자액의 15%도 보조한다. 인도 정부는 연내 국제 경쟁입찰을 거쳐 5개 사업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기업별 배정 물량은 연간 600~1,200톤으로, 공장 건설 기간 2년과 판매 장려금 지급 기간 5년을 합쳐 사업 기간을 7년으로 잡았다. 사업자는 선정 후 1년 안에 15억 루피(약 220억원)를 투자하고, 3년 안에 배정 물량의 절반을 생산할 설비를 가동해야 한다.
中 공급망 족쇄, 인도 자동차 업계 생산 차질
인도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전 세계 희토류 정제의 약 90%를 점유하고 있는 중국이 지난해 4월 중·중밀도 희토류 원소에 대한 수출 허가 통제를 시행한 데 따른 선제적 방어책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은 2024년 자석용 희토류 채굴의 약 60%, 분리·정련의 91%, 소결 영구자석 제조의 94%를 장악했다. 중국이 작년 4월 중희토류를 포함한 7개 희토류 원소와 관련 제품에 수출허가제를 적용하자, 글로벌 자동차·방산·로봇·풍력 산업이 즉시 흔들렸다. 같은 해 10월 발표한 광범위한 추가 통제는 미·중 합의에 따라 올해 11월까지 유예됐지만, 4월 허가제는 현재도 유지되고 있다.
수출허가제의 여파는 인도 자동차 업계의 희토류 조달망부터 흔들었다. 중국의 희토류 자석 수출량은 지난해 4월 전월의 절반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 이에 인도 완성차 업체들은 재고 고갈과 생산 중단 가능성을 정부에 경고하는 한편 즉시 생산계획 조정에 나섰다. 마루티스즈키가 대표적으로, 회사는 지난해 4~9월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비타라’ 생산 목표를 2만6,512대에서 8,221대로 하향 조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연산 6,000톤의 국내 생산능력이 확보되면 중국의 수출 통제로 불거진 전기차·풍력·방산업계의 공급 압박에도 일정 부분 숨통이 트일 수 있다. 인도의 희토류 자석 수요는 현재 연간 약 4,000톤에서 2030년 8,220톤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지하에 묻힌 자원만 보면 인도의 출발점은 나쁘지 않다. 인도 원자력광물탐사연구국(AMD)이 확인한 해안·내륙 사광상 136곳에는 모나자이트 1,315만 톤이 매장돼 있다. 희토류 산화물로 환산한 자원량은 723만 톤이다. 라자스탄과 구자라트의 경암 지대에서도 129만 톤의 희토류 산화물 자원이 확인됐다. 미국지질조사국(USGS) 기준으로 인도는 세계 3위권의 희토류 자원 보유국이다.
표1. 인도의 희토류 자원 현황
| 구분 | 확인 지역·대상 | 희토류 자원량 | 비고 |
|---|---|---|---|
| 사광상 | 해안·내륙 사광상 136곳 | 희토류 산화물(REO) 기준 723만 톤 | 모나자이트 매장량 1,315만 톤 |
| 경암 지대 | 라자스탄·구자라트 | 희토류 산화물(REO) 기준 129만 톤 | 경암형 희토류 자원 |
| 자원 보유 순위 | 인도 | 세계 3위권 | 미국지질조사국(USGS) 기준 |
낮은 품위·강한 규제, 희토류 개발 이중고
다만 희토류 자원은 매장량과 상업성 사이의 간극이 크다. 인도 해안 사광에 집중된 모나자이트는 품위가 낮고 토륨 등 방사성 물질을 함께 함유하고 있어 선광·분리 공정이 복잡하다. 희토류를 추출하려면 복잡한 선광·분리 절차와 별도의 방사성 폐기물 처리가 필요해 생산비가 크게 뛴다. 인도 원자력부(DAE)도 자국 희토류 자원의 상당 부분이 경희토류로 구성돼 있으며, 고내열 자석에 필요한 디스프로슘과 터븀 등 중희토류는 상업 규모로 회수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지질적 제약에는 강도 높은 규제도 겹쳐 있다. 모나자이트는 인도 원자력법상 지정물질로 분류돼 광업권 확보부터 채굴·가공·정련까지 중앙정부의 관리와 승인을 받아야 한다. 국영 인도희토류공사(IREL)가 희토류 광석을 채굴하고 산화물을 정련하는 유일한 기업으로 남아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IREL의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 산화물 생산능력은 연간 400톤에 그친다. 산화물을 금속과 합금으로 전환한 뒤 자성분말 제조와 성형·소결·코팅을 거쳐 자동차용 자석으로 완성하는 중간공정도 산업 규모의 생산 기반을 갖추지 못했다.
산화물 확보부터 소결까지, 겹겹이 쌓인 기술 장벽
정부가 추진하는 연산 6,000톤 규모의 자석 생산계획도 이미 원료 단계부터 병목에 직면했다. 인도 정부는 IREL이 공급할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 산화물 연간 500톤을 인센티브 단가가 낮은 3개 사업자에게 각각 200톤, 167톤, 133톤씩 배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 물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자석은 연간 1,500톤 수준으로, 정부 목표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나머지 원료는 사업자가 해외에서 직접 확보해야 한다. 후순위 2개 사업자는 필요한 산화물 전량을 자체 조달해야 하는 만큼, 해외 장기 공급계약이 사업 설계 단계부터 전제로 깔렸다.
해외에서 산화물을 들여온 뒤에도 금속화와 합금 설계, 자성분말 제조, 소결·코팅 공정을 차례로 통과해야 한다. 이들 공정에는 미세한 오차까지 통제하는 정밀 기술이 필수다. 합금 배합비와 분말 입도, 산소 농도, 소결 온도가 허용 범위를 벗어날 경우 자력과 내열성 저하가 불가피하다.
이러한 역량을 확보하려면 장기간의 양산 경험과 공정별 전문기업의 협업이 뒷받침돼야 한다. 중국은 2000년대 초부터 낮은 인건비와 정부 지원을 발판으로 관련 기업을 주요 생산거점에 집적시켰다. 공정별 전문업체가 분업체계를 구축하면서 생산비를 낮췄고, 수율과 품질을 안정시키는 데 필요한 공정 데이터도 20년 넘게 축적했다. 반면 인도는 상업 규모의 생산 경험이 제한된 상태에서 2년 안에 공장을 세우고 양산 체계를 완성해야 한다.
원가경쟁력 확보 난항
그러나 인도의 희토류 자석 기술은 연구개발(R&D)과 시범생산에 집중돼 있어 대량생산 경험이 제한적이다. 인도 의회 석탄·광산·철강 상임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자국의 R&D 성과가 상업 규모의 생산 난제를 해결하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용 자석은 고온과 진동 속에서도 장기간 일정한 자력을 유지해야 해 완성차 업체의 성능평가와 품질인증이 필수적이다. 판매실적을 기준으로 장려금을 지급하는 구조에서는 인증 일정이 늦어질수록 매출 인식과 보조금 유입도 함께 밀릴 수밖에 없다.
지원 사업의 설계도 원가경쟁력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선정 업체는 산화물 투입부터 금속·합금, 자성분말, 성형, 소결, 코팅까지 모든 공정을 한 공장 안에서 맡도록 규정돼 있다. 중국에서는 공정별 전문기업이 대량생산을 분담하지만, 인도 사업자는 동일한 설비를 따로 구축해야 해 중복투자를 피하기 어렵다. 인도 전자 부품 업체 로훔(Lohum)의 타룬 싱할(Tarun Singhal) 이사에 따르면, 중국의 자석용 분말 공장 한 곳은 연간 4만 톤을 생산한다. 인도 사업자별 생산 상한인 1,200톤과 비교하면 생산 단위의 격차가 33배에 이른다. 이처럼 작은 생산 규모는 원료 구매 협상력을 떨어뜨리고 제품 1㎏에 반영되는 설비 감가상각비를 높여 가격경쟁력을 압박할 공산이 크다.
가뜩이나 생산 규모에서 밀리는 인도 사업자들에게는 높은 설비 가격과 긴 납기도 상당한 부담이다. 인도 자석업체 N.A.N.마그네테크의 가우라브 슈클라(Gaurav Shukla) 부대표는 "일본산 장비의 납기가 약 15개월인 데 비해 중국산은 6~7개월이면 확보할 수 있으며, 가격도 최대 3배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일본산 장비를 택하면 2년의 건설 기간 가운데 상당 부분을 조달에 써야 하고, 중국산을 활용하면 생산설비와 유지보수 기술에서 대중 의존을 피할 수 없다. 공사 속도와 공급망 독립성을 함께 확보하기 어려운 처지다.
인허가 곳곳에 도사린 ‘검은 손’
이에 인도 기업들은 해외 전문 업체들과의 제휴를 서두르고 있지만, 자본력과 양산 경험을 모두 갖춘 후보군은 제한적이다. 게다가 정부가 설정한 높은 순자산 기준도 참여 기업의 폭을 좁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연산 600톤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최소 18억 루피(약 267억원), 1,100~1,200톤을 신청하려면 37억5,000만 루피(약 555억원)의 순자산을 보유해야 하는데, 제조기술과 해외 연구 협력망을 갖춘 모터 업체 메크빈테크놀로지스도 이 기준에 막혀 입찰에 참여하지 못했다.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은 제조기술이 부족하고 기술을 갖춘 중소기업은 입찰 문턱조차 밟지 못하는 실정이다.
해외 기술사를 확보한 이후에도 복잡한 행정 절차가 사업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크다. 모나자이트 관리는 원자력부, 광산 개발은 광업부, 공장 지원과 보조금 지급은 중공업부가 맡으며 환경·산림 허가와 토지 확보에는 중앙정부와 주정부의 권한이 얽혀 있다. 또한 이번 사업의 감독위원회에는 15개 부처·기관 관계자가 참여하고 별도의 기술위원회도 10명으로 구성됐다. 인도 의회 상임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장기간 소요되는 규제 승인과 탐사 단계부터 요구되는 산림 허가, 광산 낙찰 이후 상업 가동까지의 시차를 광물산업의 주요 장애물로 지목했다. 인허가 한 건이 미뤄지면 장비 발주와 공장 건설, 시험생산 일정의 연쇄 지연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인도 관료사회의 고질적인 부패도 사업 추진을 어렵게 한다. 인도는 복잡한 규제와 불투명한 행정 관행으로 악명이 높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25년 부패인식지수'에서 인도는 100점 만점에 39점을 받았다. 세계 평균 42점을 밑도는 수준이다. 희토류 사업은 광업권과 환경허가, 토지 확보, 원료 배분, 보조금 심사가 중앙정부와 주정부에 분산돼 있어 기업과 관료조직의 접점이 많다. 판단 기준과 처리 일정이 불투명해지면 사업 지연과 특혜 시비를 피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