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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드론에 흔들리는 美 전장 지배력, ‘고비용 군사 패권’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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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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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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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칭 소모전 심화, 美 방어체계 부담 가중
우크라 드론 공세 확산에 러시아 군수망 마비
전장 변화 반영한 中, 드론 항모 개발 가속

현대전의 문법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항공모함과 첨단 전투기가 전장의 주도권을 결정했다면 이제는 저가 드론이 고가 전략자산을 압박하는 시대가 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러한 변화를 실전에서 입증했고, 중국은 무인기 운용을 중심으로 한 신형 함정을 개발하며 해상 패권 경쟁에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란 저가 드론에 美 요격 미사일 절반 고갈, 현대판 ‘변방의 산수’

5일(이하 현지시간) 영국의 군사 전문가이자 블룸버그통신 칼럼니스트인 맥스 헤이스팅스(Max Hastings)는 “오늘날 전쟁은 드론, 인공지능(AI), 저가 무기 체계의 발전으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미국이 오랫동안 유지해 온 전장 지배력이 심각한 위협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그는 1880년대 시대적 명작인 러디어드 키플링(Rudyard Kipling)의 시 '변방의 산수(Arithmetic On The Frontier)'를 인용하며, 현재 미군이 처한 경제적 딜레마를 꼬집었다. 대영제국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양성한 엘리트 장교가 아프가니스탄 부족민의 10루피짜리 구식 화승총(Jezail) 한 발에 허망하게 목숨을 잃었던 '비대칭적 소모전'이 21세기 전장에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현대전에서 나타나는 비용 격차는 압도적이다. 대당 건조비 130억 달러(약 19조원)에 함재기 전단 비용 100억 달러(약 15조원)를 더해 총 230억 달러(약 35조원) 규모에 달하는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은 현재 이란의 사정권인 호르무즈해협 진입조차 극도로 꺼리고 있다. 방공 요격 전선에서도 미군은 이란이 날린 7,000~3만5,000달러(약 1,000만~5,300만원)짜리 샤헤드(Shahed) 저가 자폭 드론을 잡기 위해 발당 400만 달러(약 60억원)에 달하는 패트리엇(Patriot) 미사일을 쏘아 올려야 하는 모순에 직면하기도 했다.

이 같은 비대칭 소모전은 미국의 글로벌 안보 전략에 치명적인 공백을 야기하고 있다. 미군은 지난 2월 28일 시작된 이란 전쟁에서 불과 몇 달 만에 패트리엇 미사일 재고의 절반을 소진했다. 최첨단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요격 미사일마저도 대부분 바닥난 상태다. 사드 연간 생산량은 12발에 불과해 한 달 치 소모분을 복구하는 데만 12년 이상이 필요하다. 헤이스팅스는 “미군의 핵심 방어 역량이 중동 소모전에 묶여 고갈된 상황에서, 중국이 대만을 상대로 기습적인 전면 공세를 감행할 경우 미군은 이를 저지할 방어력이 없다”고 직격했다.

헤이스팅스는 이어 “오늘날의 상황은 1906년 영국과 독일의 해군력 경쟁을 떠올리게 한다”며 “영국 해군이 혁신적인 거대 전함인 HMS 드레드노트(HMS Dreadnought)를 진수한 뒤 기존의 모든 군함을 단숨에 고철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당시 영국의 드레드노트함 개발 이후 기존 전함들이 모두 구식이 되자, 결국 영국은 독일과 새로운 전함을 처음부터 경쟁하며 군비 경쟁을 다시 시작해야 했다. 혁신적 기술이 기존 패권국의 기술적 자산을 무력화하는 ‘드레드노트의 함정’에 미국이 빠진 셈이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물류망 공격에 사용하는 장거리 드론/사진-우크라이나 국방부

‘불침항모’ 크림반도, 우크라 드론 공세 속 취약지대로

혁신적 기술의 위력은 해상 전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2022년 2월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드론의 파괴력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우크라이나는 드론을 정찰 장비에서 전장의 핵심 무기체계로 발전시켰다. 개전 초기에는 튀르키예산 바이락타르 TB2와 상용 드론을 활용해 러시아군의 이동 경로를 탐지하고 포병 사격을 유도하는 데 집중했지만, 이후 상용 드론에 폭발물을 장착한 소형 공격드론과 FPV(1인칭 시점) 자폭 드론을 대량 투입하면서 전차와 장갑차, 포병 진지까지 저비용으로 정밀 타격하는 전술을 확립했다. 2024년부터는 드론의 역할이 러시아 후방의 전략시설로 확대됐다. 우크라이나는 자체 개발한 장거리 드론과 해상무인정(USV)을 활용해 크림반도와 흑해함대, 러시아 본토의 정유시설과 탄약고, 군수시설 등을 지속적으로 타격했다.

최근에는 방공망 무력화, 교량·보급로 차단, 에너지망 타격 등 3단계 드론 공세로 크림반도를 몰아붙이고 있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지난달 크림반도 내 방공시스템·레이더 31기를 표적으로 삼았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성과로는 지난달 25일 감행한 1억 달러(약 1,500억원) 상당의 네바-B 레이더 파괴를 꼽았다. 탐지거리 595㎞에 달하는 네바-B 레이더는 군사 분석가들 사이에서 현재 가동 불능 상태인 것으로 평가된다.

우크라이나는 방공망에 이어 보급로 차단에도 나섰다. 지난달 7일 크림반도와 러시아가 강제 병합을 선언한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를 잇는 촌하르대교를 타격한 데 이어, 러시아가 급히 임시로 설치한 부교마저 재타격했다. 위성사진 분석 결과 러시아는 현재 드론으로 파괴하기 어려운 우회 둑길을 건설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0일에는 크림반도 동쪽 끝 케르치 항 유류터미널과, 케르치해협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러시아 본토 카프카스 항 유류저장고를 동시 타격했다. 이에 크림 지방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주유소 연료가 고갈되면서 주민 다수가 반도를 빠져나갔다.

러시아 본토도 타격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지난 4일 우크라이나 드론이 상트페테르부르크 외곽 유류터미널을 장거리 타격했다고 보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텔레그램에 “러시아 전쟁 수익을 창출하는 항만 석유 인프라와 함께,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850㎞ 이상 떨어진 중요 군사 목표물인 크론슈타트를 타격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군사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세계 최정상급 첨단 무기로 무장했다는 러시아군이 현대적 전면전을 수행하기 어려운 ‘종이호랑이’로 전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아무리 강력한 전차나 야포를 보유했어도 연료나 포탄, 부품이 없으면 허사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전력이 급속히 확대된 배경에는 성과 중심의 보상 체계도 한몫했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전군을 대상으로 ‘드론군 보너스’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드론으로 러시아군의 주요 표적을 격파하면 병사에게 성과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우크라이나 장병들에게 러시아군 보급 트럭은 비교적 공격 난도가 낮으면서도 차량 한 대당 10~20포인트를 받을 수 있어 손쉬운 표적이다. 실제 100~200㎞를 날아가는 FPV 드론 보급과 드론군 보너스 제도 도입이 맞물리면서 지난 5월부터 러시아군의 보급 차량 손실은 급격히 늘어났다. 이에 러시아군 일선 장병들은 소셜미디어(SNS) 계정이나 영향력 있는 군사 블로그에 영상과 사진을 제보하며 “주요 보급로가 ‘죽음의 길’이 되고 있다”고 대책 마련을 호소하는 실정이다.

드론 항공모함 공개한 중국, ‘무인기 벌떼 전술’에 활용

중국은 이 같은 전장 변화를 해군력 현대화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중국중앙TV(CCTV)는 지난 5일 중국이 자체 개발한 첫 076형 강습상륙함인 쓰촨함의 최근 모습을 대대적으로 선보였다. 공개된 쓰촨함은 갑판 위 안내 표시선 도색, 전자기식 캐터펄트 설치, 착함(着艦) 제동장치 설치가 모두 완료된 상태였다. 쓰촨함이 갑판 표시선 완성 이후 공개된 것은 처음으로, 여러 정황에 미뤄볼 때 핵심 함재기 이착륙 시험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쓰촨함의 외형적인 위용은 역대 최대 수준이다. 길이 260m, 폭 52m의 쓰촨함은 만재배수량(운항 준비 완료 상태의 중량)이 5~6만여 톤에 달하며 기존 강습상륙함이 이제까지 헬기와 수직 또는 단거리 이착륙 전투기에 의존해온 한계를 극복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과거 대형 항모에만 장착되던 전자기식 캐터펄트와 착함 제동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강습상륙함에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기식 캐터펄트 이륙 방식은 무거운 함재기를 안정적으로 빨리 이륙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쓰촨함은 30톤급 J(젠)-35 스텔스 전투기와 고정익 함재 조기경보기 KJ-600을 사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GJ(攻擊·공격)-11 등 스텔스 드론을 연속 사출하는 이른바 '무인기 벌떼 전술'을 활용해 먼바다에서 지상·해상 표적을 상대로 하는 다양한 작전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수직 이착륙 방식의 드론과 달리 사출기를 이용하면 더 많은 연료와 무장, 대형 레이더 시스템을 장착할 수 있다. 여기에 착륙 제동 장치(어레스팅 기어)까지 결합돼 드론의 지속적인 재출격이 가능해짐에 따라,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등 분쟁 지역에서 독자적인 감시·타격망을 가동할 수 있게 됐다.

중국의 행보는 미국이 구축해온 상륙전 운용 방식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미 해군은 4만5,000톤급 아메리카급 강습상륙함에 최대 20대의 F-35B 스텔스 전투기를 탑재하는 '라이트닝 캐리어(Lightning Carrier)' 개념을 앞세워 핵추진 항모 없이도 강력한 원정 공중전 능력을 확보해 왔다. 노후화된 와스프급 강습상륙함 역시 F-35B를 운용하도록 개량하면서 전 세계 분쟁 지역에서 신속한 전력 투사 능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미 해군의 함정들은 수직·단거리이착륙(STOVL) 기종에만 의존할 뿐 사출기나 제동 장치가 없다. 반면 중국의 076형은 전자기식 캐터펄트를 기반으로 고정익 무인기를 대량 운용할 수 있도록 개발되고 있다. 이를 통해 상륙작전이 시작되기 전부터 전방 수백㎞ 범위에서 정보·감시·정찰(ISR)과 전자전 임무를 지속적으로 수행하며 전장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대형 항모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무인기를 중심으로 상륙작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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