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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설 자리 잃었다" 프랑스 잠수함 도입 나선 인도네시아, 말라카 해협 해상 안보 구도 흔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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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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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프랑스 나발그룹 '스콜펜 이볼브드' 도입 본격화
기존 잠수함 수출 계약했던 韓, 인도네시아 측 계약 미이행에 입지 잃어
글로벌 해상 병목 말라카 해협, 인도네시아 해상 억지력이 분쟁 판도 바꿀까

인도네시아가 차세대 스텔스 잠수함 건조에 나선다. 기존 인도네시아 잠수함 전력의 주요 기술 지원국 역할을 수행해 왔던 한국을 뒤로하고, 프랑스로부터 핵심 기술을 이전받아 해군 병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는 양상이다. 향후 잠수함 건조가 마무리되며 인도네시아의 해상 억지력이 제고될 경우, 말라카 해협을 중심으로 한 인도네시아 인근 안보 지형에는 유의미한 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네시아-프랑스 잠수함 협력 계획

5일(이하 현지시각) 스페인 매체 라손을 비롯한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최근 인도네시아 정부는 프랑스 최대 국영 방산 기업인 나발그릅과 차세대 최첨단 잠수함 ‘스콜펜 이볼브드’ 2척의 건조 프로젝트에 본격 착수했다. 해당 계약은 단순한 무기 구매를 넘어, 프랑스가 △정밀 용접 △음향 차단 소재 △전자전 및 전투 체계 통합 등 잠수함 건조 기술의 핵심을 인도네시아에 완전히 넘겨주는 기술 이전의 형태를 띤다.

이번에 도입되는 스콜펜 이볼브드는 현대 수중전의 '게임 체인저'로 꼽히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적용된 최신형 스텔스 잠수함으로, 인도네시아 해군 전력의 한계를 해소할 핵심 열쇠라는 평가를 받는다. 리튬이온 배터리 시스템은 기존의 납축전지 기반 시스템 대비 전력 저장량이 매우 높고 충전 속도가 빨라, 스노클(디젤 엔진 구동을 위한 수면 위 공기 흡입관)을 노출하지 않고도 최대 수 주 동안 잠항 태세 유지가 가능하다. 이는 해협·군도·얕은 수역 등이 복잡하게 얽힌 인도네시아 주변 해역에서는 명확한 강점이다. 아울러 스콜펜 이볼브드는 수중에서 20노트(약 시속 37km) 이상의 고속 기동이 가능하며, 300m가 넘는 심해에서 78일 동안 연속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두 척의 잠수함은 프랑스 본토가 아닌 인도네시아 수라바야에 위치한 국영 조선소 ‘PT PAL’에서 현지 인력을 통해 건조될 예정이다. 나발그룹은 단순 기체 조립을 넘어 향후 수십 년간 인도네시아가 독자적으로 잠수함을 유지·보수·운영(MRO)할 수 있도록 전방위적 기술 교육 및 부품 공급망 구축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철저히 외면당한 韓 잠수함

인도네시아와 프랑스의 협력 구도가 본격화하며 기존 인도네시아의 잠수함 분야 파트너였던 한국은 사실상 설 자리를 잃게 됐다. 앞서 인도네시아는 지난 2011년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DSME)과 10억 달러(약 1조5,1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고 나가파사급(Type 209) 잠수함 3척 도입을 결정한 바 있다. Type 209는 DSME가 독일 호발츠베르케-도이체 조선(HDW)사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만든 기체다. 당시 도입 물량 중 2척은 한국에서 건조됐으며, 1척은 한국의 기술 지원을 받아 PT PAL 현지 조선소에서 완성됐다. 이는 인도네시아 최초의 잠수함 현지 건조 사례다.

이후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9년 3월 나가파사급 잠수함 3척을 추가 도입하기 위해 DSME와 10억 달러 규모 후속 계약을 체결했다. 2011년보다 기술 이전 범위를 확대해 PT PAL의 현지 건조 비중을 점차 높이는 방향이었다. DSME는 계약이 성사될 것이라는 확신하에 독일 지멘스와 추진전동 모터 공급 계약(6,000만 달러·약 900억원)을 맺고 10%의 선금을 지불했으며, 방위사업청은 2024년 8월 인도네시아 몫의 공동 연구개발 분담금을 기존 1조6,000억원에서 6,000억원까지 축소해 줬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정부는 재정 부담과 우선순위 조정 등의 이유로 계약 발효에 필요한 신용장 발급을 미뤘고, 분담금 납부 역시 차일피일 지연됐다. 2024년 1월에는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에서 근무하던 인도네시아 기술자 5명이 KF-21 개발 관련 자료가 담긴 USB를 외부로 반출하려다 적발돼 수사를 받기도 했다. 이 같은 잡음 속 계약은 사실상 이행되지 못했고, DSME는 이로 인해 약 90억원의 손해를 떠안게 됐다. 인도네시아 현지 언론들은 양국 간 계약 결렬의 원인으로 한국 잠수함의 품질을 지목했다. 앞서 한국이 수출한 3척의 나가파사급 잠수함 중 한 척의 시운전 과정에서 배터리 등 장비 성능 결함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아울러 PT PAL은 한국의 지원을 받아 자체적으로 잠수함을 건조하는 과정에서 예상보다 많은 비용과 위험 부담이 발생했다는 불만도 드러냈다. 이후 인도네시아 정부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잠수함 사업의 방향을 전환했고, 양국은 수년에 걸쳐 협력 구도를 구체화했다.

말라카 해협의 안보 구도

향후 인도네시아의 잠수함 사업이 마무리되면 인도네시아 인근 안보 지형은 급격한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말라카 해협을 중심으로 유지되고 있는 긴장은 그 성격 자체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 말라카 해협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과 말레이시아·싱가포르·태국이 속한 말레이반도 사이를 지나는 좁은 해상 통로로, 인도양과 남중국해·태평양을 연결하는 핵심 관문이자 중동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동아시아 제조업 공급망 물동량이 집중되는 ‘해상 병목’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세계 해상 석유 수송량의 약 29%가 말라카 해협을 통과했다.

긴장의 중심축은 말라카 해협 동쪽으로 이어지는 남중국해, 특히 인도네시아가 ‘북나투나해’로 부르는 배타적경제수역(EEZ) 일대다. 중국은 남중국해 대부분을 포괄하는 ‘구단선’을 근거로 해상 활동 반경을 넓혀 왔는데, 이 선이 나투나 제도 인근 인도네시아 EEZ와 겹치면서 양국 간 충돌이 반복돼 왔다. 인도네시아는 중국과 공식적인 영유권 분쟁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나투나 해역과 관련한 주권적 권익 방어에는 적극적 기조를 유지해 왔다. 말레이시아·싱가포르·태국과 함께 말라카해협순찰(Malacca Straits Patrol) 조직을 운영하며 견제망을 구축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싱가포르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말라카해협순찰은 크게 해상 순찰, 공중 감시, 정보 교환 그룹으로 구성돼 있다.

첨단 잠수함 도입으로 인도네시아의 해상 억지력이 강화될 경우, 인도네시아는 기존의 감시 중심 대응을 넘어 실질적인 안보 책임국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한 외교 전문가는 "새로운 잠수함 전력은 말라카 해협과 싱가포르 해협으로 이어지는 해상교통로에서 인도네시아의 수중 감시 능력을 높이는 효과를 낸다"며 "북나투나해에서 중국 해경·해상민병대·해군 활동이 겹치는 경우, 수상함·해경 중심 대응을 넘어 조용히 억지력을 확보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짚었다. 이어 "유사시에는 인도네시아가 순다·롬복·마카사르 해협 등 인도네시아 군도 안팎의 우회 항로까지 감시하며 전략적 입지를 강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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