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칩도 애국 소비” 中의 국산화 승부수, AI 패권 새 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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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AI 반도체 도입 전략 확대 AI 인프라 지출, 올해 예산 초과 글로벌 AI 경쟁 구도 변화 전망

중국이 인공지능(AI) 반도체 국산화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끌어올리며 자국 중심의 AI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의 수출 규제 이후 자국산 AI 칩 채택이 늘어나고, 정부 주도의 데이터센터 투자와 민간 AI 서비스 확대가 맞물리면서 독자 공급망도 빠르게 형성되는 모습이다. 성능 열세를 대규모 내수와 정책 수요로 상쇄하는 중국식 기술 추격전은 글로벌 AI 반도체 경쟁의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中 기업들, AI 예산 46% 국산에 배정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가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국 기업 경영진들은 향후 12개월 동안 AI 관련 예산의 46%를 중국산 제품에 배정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는 현재 30% 수준에서 크게 늘어난 비율이다. 이번 조사는 중국 소프트웨어 및 금융, 제조, 소매기업 임원 6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응답자의 80%는 올해 전체 인프라 지출이 애초 예산을 초과하고 있다고 답했다. 예산 초과 원인으로는 AI 관련 프로젝트 비용 증가가 꼽혔다.
중국의 AI 인프라 전환 흐름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볼 기업으로는 △텐센트홀딩스(Tencent Holdings) △알리바바그룹홀딩스(Alibaba Group Holding) △화웨이테크놀로지스(Huawei Technologies) 등이 거론된다. 이들 기업은 중국 내 최대 AI 인프라 구축 업체이자 주요 공급 업체로 평가된다. 하이곤인포메이션테크놀로지스(Hygon Information Technology)와 캠브리콘테크놀로지스(Cambricon Technologies)가 생산한 AI 가속기도 주요 대체 후보로 지목됐다.
엔비디아 제품은 여전히 중국 시장에서 높은 선호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미국 수출 규제와 중국 당국의 자국산 사용 장려 정책이 맞물리면서 시장 점유율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AI 클러스터에서 화웨이 '어센드 910B/C'는 시범 도입과 평가 단계를 합친 비율이 65%로, 조사 대상 12개 가속기 중 가장 높았다. 이는 엔비디아의 중국용 칩 'H20/L20'(47%)이나 구형 'A800/H800'(47%)보다도 높은 수치다.
또 미국 AMD의 칩 'MI308'(55%)도 뛰어넘었으며, 하이곤(Hygon)의 'DCU'(52%), 캠브리콘테크놀로지스의 'MLU/시위안'(52%) 등도 엔비디아 칩보다 도입·평가 비율이 높았다. 바이두의 '쿤룬신', 알리바바의 'T-헤드' 등 대형 플랫폼 기업이 자체 개발한 칩도 50%로 뒤를 이었다. 무어스레즈 'MTT'(48%), 메타X 'C시리즈'(47%) 또한 엔비디아와 비슷하거나 앞섰고, 일루베이터·톈수(38%), 엔플레임 클라우드블레이저(38%), 비렌 BR100/104(40%) 등 중국 신생 반도체 업체들의 가속기 역시 상당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美 제재가 키운 중국 AI 인프라 투자
변화의 핵심 동인은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 강화다. 지난해부터 최첨단 칩 접근이 차단되자 중국은 중앙·지방 차원에서 AI 인프라 투자를 폭증시켰다. 시장조사업체 IDC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 중앙정부의 새로운 AI 인프라 지출 물결과 지방정부의 지능 컴퓨팅 센터 건설이 '국산 우선' 방침을 사실상 강제하며 시장을 재편했다. 중국 당국은 주요 기업들을 상대로 엔비디아 H20 구매 사유를 소명하도록 요구했고, 정보보안 리스크를 명분으로 외국산 AI 칩 의존 축소를 압박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에만 AI 투자에 7,000억 위안(약 155조원)을 쏟아부었으며 정부 출자로 4,000억 위안(약 88조4,000억원)이 투입됐다. 이는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인프라 중심의 투자로, 미국의 반도체 중심 투자와 대비된다. 일례로 작년 9월 중국 유니콤은 칭하이성 시닝에 2만3,000개 국산 AI 칩(알리바바 등)을 활용한 3,579페타플롭스(PF) 규모 데이터센터를 가동했다. 이는 중국 정부의 외국 기술 의존 탈피 노선을 상징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국유 자금이 투입된 데이터센터에는 중국산 AI 칩 사용을 요구하는 지침까지 제시됐다. 중국 정부는 향후 5년 동안 전국 데이터센터 구축에 2조 위안(약 442조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지난달 초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를 비롯한 주요 부처들은 전국에 파편화돼 있는 컴퓨팅 자원을 하나로 묶어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는 '통합 컴퓨팅 허브' 청사진을 확정했다. 계획의 핵심은 국가 통합 컴퓨팅망이다. 지역별로 흩어진 데이터센터와 연산 자원을 연결해 기업과 연구기관이 필요한 컴퓨팅 파워를 안정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올해에만 AI 인프라에 쏟아붓는 7,250억 달러(약 1,090조원)와 비교하면 중국의 투자액은 상대적으로 열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 특유의 저렴한 인건비와 부지 건설 비용, 여기에 전력망 통합 연계 비용과 알리바바·텐센트 등 민간 기업의 자체 투자액까지 합산하면 실질적인 총투자 규모는 5조 위안(약 1,105조원)을 가볍게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데이터센터망 구축에 속도를 내는 것은 AI 경쟁의 무게중심이 모델 개발에서 인프라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AI 모델을 훈련하고 운영하려면 막대한 전력, 고성능 반도체, 냉각 설비, 통신망이 필요하다. 중국은 이 인프라를 정부 주도로 통합해 미국 빅테크 중심의 투자 공세에 맞서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특징은 미국 기술의 완전한 배제다. 중국 정부는 신설되는 데이터센터 내 AI 칩을 포함한 핵심 하드웨어의 80% 이상을 화웨이 등 자국 기업 제품으로 채우도록 의무화했다. 이는 엔비디아나 AMD 등 미국 반도체 기업들을 사실상 중국 시장에서 퇴출하겠다는 기술 자립 선언이다. 이미 지난달 화웨이와 알리바바 등이 공동 개발한 자국산 AI 칩 9종이 국가 보안 심사를 나란히 통과했다. 외신들은 "최근 중국의 AI 기업인 딥시크 등이 미국산 고성능 칩 없이도 뛰어난 AI 모델을 구현해 낸 성과가 중국 정부의 독자 노선 결단을 앞당겼다"고 분석했다.

생태계 통합으로 승부, AI 산업 내재화 가속
물론 중국산 칩의 기술적 완성도가 엔비디아 최상위 제품군과 동등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엔비디아는 쿠다(CUDA)를 중심으로 구축한 개발자 생태계, 안정적인 툴체인, 대규모 학습 인프라 운용 경험에서 여전히 압도적 우위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중국산 칩은 에너지 효율과 실시간 추론에서 강점을 보인다. 화웨이 어센드는 엔비디아 호퍼(Hopper) 대비 단일 칩 성능이 6% 수준이지만 클러스터화와 소프트웨어 통합으로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경쟁력을 키웠다. 화웨이 클라우드는 지난해 말 클라우드매트릭스(CloudMatrix) AI 인프라를 구축해 전 세계 1,800개 고객을 확보한 상태다. 알리바바의 핑터우거(T-Head) 등도 큐원(Qwen) LLM(거대언어모델)과 공동 설계로 비용 효과를 강조하며 외부 수요를 확대 중이다. 여기에 중국의 AI 특허와 연구개발(R&D) 투자도 이를 뒷받침하며 독자 생태계 구축을 앞당기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중국 AI 산업의 수직 통합을 한층 가속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근 딥시크는 엔비디아와 화웨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체 AI 칩 개발에 착수했다. 개발 중인 반도체는 새로운 모델을 학습시키는 ‘훈련’보다는 생성AI 모델이 사용자에게 답변을 내놓을 때 활용하는 ‘추론’ 능력 분야에 특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 칩이라는 하드웨어 경쟁에 뛰어든 중국 AI 개발사는 딥시크 만이 아니다. 중국 AI 스타트업 즈푸AI도 자체 AI 칩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자사 AI 모델 ‘GLM’ 실행에 최적화된 프로세서를 공동 개발하기 위해 다수의 중국 반도체 기업들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중국 주요 AI 기업들이 모델 개발, 칩 설계, 클라우드 운용, 응용 서비스 배포를 하나의 폐쇄형 생태계 안에서 결합하려는 흐름과 맞물린다. 특히 추론 시장은 학습용 최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 대비 진입 장벽이 낮고, 서비스 운영 비용 절감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영역인 만큼, 중국 기업들의 국산 칩 전환이 가장 먼저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화웨이와 알리바바가 자체 칩과 자사 LLM을 묶어 공급하고, 딥시크까지 전용 반도체 개발에 나설 경우 중국 AI 시장의 구매 기준은 개별 칩 성능보다 모델·칩·클라우드 간 최적화 수준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이 같은 국산화가 곧바로 글로벌 시장 지배력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중국 AI 칩 생태계는 여전히 첨단 공정 접근 제한, 고대역폭메모리(HBM) 조달 제약, 쿠다 기반 개발자 생태계 부재라는 구조적 병목을 안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은 막대한 공공 발주와 데이터센터망 구축, 산업용 AI 수요를 결합해 국산 칩의 실전 운용량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당장 해외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지위를 대체하기는 어렵지만, 중국 내부에서는 성능 격차를 보조금·조달·응용 수요로 흡수하는 독자 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