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투자자에 ‘리튬 선물·옵션’ 개방한 중국, 글로벌 가격 결정권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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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선물거래소, 해외 광산·배터리사에 리튬 선물·옵션 개방 실물 공급망과 파생상품 시장 연계해 해외 자금 흡수 확대 속도 美는 국내 공급망 투자 확대, 中 밸류체인에 가로막혀 공급망 재편 난항

세계 최대 리튬 시장인 중국이 탄산리튬 선물·옵션 시장을 해외 투자자에게 개방한다. 해외 투자자들이 중국 시장에서 직접 가격 위험을 헤지할 수 있게 되면서 국제 리튬 가격 형성 과정에서 중국의 영향력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미국도 국방부를 중심으로 리튬 비축과 자국 공급망 구축에 나섰지만, 정제·가공·배터리 제조망 전반에 걸친 중국의 우위가 뚜렷한 만큼 시장 주도권 방어에는 상당한 제약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달러 마진 받지만 결제는 위안화, 계산된 ‘위안화 기축 통화’ 가이드라인
8일(이하 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 광물 금융 밸류체인 분석에 따르면, 중국 주요 상품 거래소 중 하나인 광저우선물거래소는 이달 3일부로 중국 외 지역의 해외 광산업자, 배터리 제조업체, 글로벌 무역상들이 탄산리튬 선물과 옵션을 육상에서 직접 거래할 수 있도록 문호를 전면 개방했다. 개방 대상은 LC2607(2026년 7월물 탄산리튬 선물) 계약과 그 이후 상장하는 모든 탄산리튬 선물 계약이며 해당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옵션 계약도 포함한다.
원자재 파생상품 시장에서는 오랫동안 시카고상품거래소(CME), 런던금속거래소(LME), 싱가포르거래소(SGX) 등이 글로벌 가격 발견 기능을 담당해 왔다. 특히 리튬 시장에서는 CME와 LME가 잇달아 리튬 선물 상품을 상장하며 광산업자, 정제업체, 배터리 제조사, 완성차 업체, 글로벌 무역상들이 가격 변동 위험을 관리하는 대표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CME의 탄산리튬 선물은 국제 가격평가기관 패스트마켓츠(Fastmarkets)의 중국·일본·한국(CJK) 현물 가격을 정산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이 가격은 글로벌 리튬 거래 계약과 공급 협상의 주요 참고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중국이 광저우선물거래소를 해외 투자자에게 개방한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리튬 정제국이자 최대 원자재 구매국으로 실물 거래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다. 현재 중국 정부는 실물 공급망에서 확보한 영향력을 파생상품 시장으로 연결해 국제 리튬 가격의 기준 시장을 자국 거래소로 옮기겠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 광산업자와 배터리 제조사, 글로벌 무역상까지 광저우선물거래소에 직접 참여하도록 허용한 조치도 원자재 가격에 대해 더 많은 영향력을 갖고, 위안화의 글로벌 통화로서의 지위를 높이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실제 광저우선물거래소 공지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미국 달러를 거래 증거금(마진)으로 예치할 수 있으나, 모든 거래 및 최종 청산 결제는 오직 중국 위안화로만 집행돼야 한다. 이전까지는 제한된 자격을 갖춘 일부 외국 기관 투자자(QFII)만 거래 파이프라인에 접근할 수 있었지만, 이를 전면 개방함으로써 해외 해상 산업 자본을 중국 육상 거래소로 흡수하겠다는 포석이다.
실물 공급망 앞세운 중국, 리튬 가격 주도권 강화
중국은 전 세계 리튬 매장량의 약 16.5%만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세계 최대 리튬 광석 수입국이며 전 세계 리튬 양극재 생산량의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이러한 이점 덕분에 이미 중국은 배터리 가공 및 제조망 전반에 걸쳐 상당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같은 중국의 가격 영향력은 거래량을 통해 확인된다. 광저우선물거래소는 2023년 7월 탄산리튬 선물을 상장한 뒤 빠르게 유동성을 흡수했다. 상장 직후부터 LME·SGX 리튬 계약보다 활발한 거래가 형성됐고, 중국 내 실물 수급 변화가 선물 가격에 즉각 반영되는 구조도 굳어졌다. 리튬 정제와 배터리 제조 수요가 중국에 집중된 만큼, 시장 참가자들이 중국 현물 수급을 가장 민감한 가격 신호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셈이다.
최근 중국 최대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인 닝더스다이(宁德时代·CATL)의 장시성 젠샤워 리튬 광산 재가동 관측에 중국 탄산리튬 선물이 급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해당 광산은 지난 2025년 8월 채굴 허가 만료로 가동을 중단한 뒤 시장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당시 공급 축소 우려가 커지며 리튬 가격과 관련 광산주가 동시에 뛰었고, 이후 재가동 가능성이 제기되자 중국 선물 가격은 곧바로 하방 압력을 받았다. 특정 중국 광산의 허가·가동 여부가 글로벌 리튬 가격 흐름을 뒤흔드는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이처럼 중국 내 거래소 가격은 이미 실물 공급망의 변화를 가장 빠르게 반영하는 지표로 기능하고 있다. 글로벌 리튬 시장에서 가격 변동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는 호주·남미 광산의 장기 공급량, 전기차 수요, 배터리 업체 재고 조정 등이지만, 이를 선물 가격으로 가장 빠르게 흡수하는 시장은 중국이다. 향후 해외 광산업자와 배터리 업체, 무역상들의 참여가 늘어날 경우 리튬 가격 협상 구조도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는 국제 가격평가기관의 현물 평가와 CME·LME 등 해외 거래소의 파생상품 가격이 주요 참고 지표로 활용됐으나, 중국 거래소의 거래량과 실물 인도 기반이 확대되면 위안화 표시 리튬 가격의 활용도는 더 커질 수 있다.

미국의 리튬 확보전, 중국 공급망 장악에 난관
반면 미국은 국내 공급망 구축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7일 미 국방부 산하 국방군수국(DLA)은 입찰 공고를 내고 향후 5년간 배터리급 탄산리튬 약 3,600만 파운드를 공급받기 위한 제안을 기다리고 있다. 당국은 입찰 문서에서 공급사들에 향후 5년간 적용될 고정 가격을 제안해 달라고 요구했다. 동시에 정부가 해당 계약에 최소 100만 달러(약 15억원)에서 최대 3억 달러(약 4,500억원)를 지출할 의사가 있다는 점을 알렸다. 리튬이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뿐 아니라 무인기, 통신장비, 정밀무기 체계에 들어가는 배터리의 핵심 원료로 분류되자 미국 정부가 이를 전략 비축 대상으로 직접 끌어올린 것이다.
올해 들어 탄산리튬 가격은 수요 기대와 중국, 짐바브웨 등 주요 생산 거점의 공급 불확실성으로 3분의 1 이상 급등한 상황이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핵심광물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것을 정책적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미국의 움직임은 국방 분야를 중심으로 한 핵심광물 비축 확대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 미 국방부는 이미 리튬·니켈·흑연·희토류 등 배터리·방산 공급망에 필요한 광물 확보를 위해 민간 기업 지원, 장기 구매계약, 전략 비축을 병행해 왔다. 최근에는 미 육군이 군 기지 부지를 핵심광물 가공시설 건설에 제공하는 방안까지 추진하며, 광산 개발과 제련·가공 역량을 자국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정책 수단을 넓히고 있다.
리튬 시장 성장세도 미국의 공급망 투자 확대를 뒷받침한다. 시장조사기관 스페리컬 인사이트(Spherical Insights)에 따르면 미국 리튬 시장 규모는 2024년 26억6,000만 달러(약 4조원)에서 2035년 131억8,000만 달러(약 19조8,500억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CAGR)은 15.66%에 달한다. 전기차 보급 확대와 ESS 투자 증가, 배터리 생산시설 증설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배터리급 리튬 수요도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정부가 전략 비축과 공급망 재편을 병행하는 것도 중장기적으로 증가할 리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리튬 공급망의 중심축은 여전히 중국에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국이 주요 전략광물 20종 중 19종에서 최대 정제국 지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핵심 에너지 광물 정제 시장에서 평균 70% 안팎의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배터리 밸류체인에서도 중국은 정제, 양극재·음극재, 셀 제조, 전기차 수요를 동시에 보유한 핵심 시장이다. 미국이 원료를 사들이고 비축 물량을 늘리더라도, 실제 배터리 산업의 중간재와 완제품 생산망에서는 중국 의존도가 쉽게 낮아지지 않는 구조다. 골드만삭스도 최신 보고서를 통해 “미국산 리튬은 높은 인건비와 엄격한 환경 규제, 부족한 제련 인프라 탓에 중국산 리튬 가격에 비해 상당히 비싼 프리미엄 단가가 붙어 거래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독자적인 공급망 족쇄에 묶여 마진 압박을 겪는 사이, 중국이 가격 경쟁력을 무기 삼아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