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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선 공격에 정밀타격 응수" 재차 불붙은 美-이란 군사 충돌, 핵능력 축소·호르무즈 통제권 놓고 평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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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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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통행 상선 공격한 이란, 美 즉각 맞불
공회전하는 휴전 협상, 핵심 쟁점은 핵무장 해제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관련 논의도 사실상 공회전

미국과 이란이 재차 군사적 충돌을 빚고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 상선을 공격하며 지난달 체결된 종전 양해각서(MOU)의 취지를 뒤흔들자, 미국도 이란 내 군사 표적을 타격하고 원유 제재 면제를 철회하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는 양상이다. 이러한 양국의 대립은 이란 핵능력 축소,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등 종전 협상의 핵심 쟁점을 둘러싼 근본적 이견에서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美-이란 군사적 긴장 고조

8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전날 밤 이란 내 80여 개 표적에 정밀 타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정밀유도무기를 활용해 이란의 △방공 시스템 △지휘통제망 △해안 레이더 기지 △대함 미사일 전력 △호르무즈 해협 및 인근에 배치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소속 소형정 60여 척 등을 타격했으며, 이는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이란의 상선 공격 능력을 약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중부사령부는 "중부사령부 전력은 이란이 합의 내용을 준수하거나 따르지 않을 경우 이란에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계속해서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 역시 이란산 원유의 생산, 인도, 판매 허용을 위해 지난달 21일자로 발급했던 60일짜리 임시 일반면허를 취소한다고 통보했다. 미국이 이 같은 강경 조치를 취한 것은 이란이 6일 밤과 7일 오전 사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 3척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기 때문이다. 중부사령부에 따르면 공격 대상이 된 선박은 카타르 국적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알 레카야트'호와 사우디아라비아 국적 유조선 '웨디안'호, 라이베리아 국적 유조선 '사이프러스 프로스페리티'호였다. 이중 알 레카야트호는 엔진룸 화재로 인해 폭발 위험에 직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미국의 행보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란 외무부는 7일 미국이 원유 판매에 대한 제재 면제를 철회한 것에 대해 "종전을 위한 MOU를 위반한 조치"라고 일갈했으며, 미군의 정밀 타격 직후에는 "이란은 미국의 조항 위반에 따른 결과를 엄중히 경고하며, 국익과 국가 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9일 IRGC는 이란 국영방송 IRIB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해군과 항공우주군이 합동으로 미사일과 드론 작전을 수행했다"며 "이번 작전은 미국의 공격에 대한 징벌적 대응의 첫 번째 단계"라고 주장했다. 공격 대상으로는 쿠웨이트의 캠프 아리프잔​과 알리 알 살렘 미군 기지, 바레인의 ​주페어와 셰이크 이사 기지가 거론됐다.

핵무장 해제 논의 헛돌아

이처럼 양국 간 긴장이 재차 고조된 것은 지난달 본격화한 종전 협상이 공회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튀르키예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이란인들은) 지긋지긋한 사람들"이라며 "이란과의 종전 MOU가 끝난 것 같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는 최근 이어진 이란의 군사 행동과 관련해서도 "그들이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소를 무력화하겠다"며 "해수 담수화 시설도 필요하다면 무력화할 것이며, 하르그섬을 점령할지도 모른다"고 엄포를 놨다. 하르그섬은 이란의 대표적인 원유 수출 거점이다.

이 같은 대립을 야기한 양국 간 핵심 충돌 지점은 이란의 핵무장 해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의 목표로 이란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중단, 친이란 무장 세력 지원 중단, 정권 교체 등 다수의 사안을 언급했지만, 실제 진행된 합의의 핵심은 이란 핵능력의 검증 가능한 축소였다. 즉 미국 입장에서 현재 이뤄지고 있는 협상은 전쟁의 종료라기보다는, 군사작전 1차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 전환일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이란에 있어 핵을 포기하거나 핵능력을 장기 감시 체제 아래 두는 상황은 정권 안보와 협상력의 핵심 축을 내려놓는 수준의 거대한 리스크다. 양국 간 이해관계가 부딪힐 수밖에 없는 사안인 셈이다.

현재 미국은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재확인하고 있다. 백악관은 지난달 체결된 MOU가 “이란이 결코 핵무기를 확보하지 못하도록 한다”고 설명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8일 NATO 정상회의에서 “이란은 핵무기를 갖지 못할 것”이라고 확언했다. 반면 이란은 핵무기 개발 의도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핵 프로그램 자체를 포기할 수는 없다는 뜻을 고수 중이다.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국인 이란에는 평화적 목적의 핵에너지 생산 권리가 있으며, 종전 협상도 이 권리를 존중하는 선에서 진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이란은 우라늄 농축에 대해서도 농축 수준이나 재고 처리 방식은 논의할 수 있지만, 농축 권리 자체는 협상 대상조차 될 수 없다고 본다.

호르무즈 해협 관련 이견도 여전

호르무즈 해협 관련 이견 역시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미국은 MOU에 따라 최소 60일간 호르무즈 해협의 무상 통행이 보장되며, 이를 최종 합의에도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국제 수로인 만큼 특정 국가가 통행료를 부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이란 측은 60일 협상 기간 동안에는 통행료를 유예하더라도,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는 비용을 요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날 때 지불하는 돈을 단순한 통행세가 아닌 해협 관리, 안전 보장, 항행 서비스에 대한 비용으로 재정의하는 전략이다.

이란 측 인사들은 이러한 구상을 곳곳에서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호르무즈 해협 무상 통항은 미국과의 종전 협상이 진행되는 60일 동안만 허용한다”며 무상 개방이 영구적인 조치가 아니라고 못박았다. 4일 압돌레자 라흐마니 파즐리 주중 이란대사 역시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평화포럼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영해에 속한 나라로서, 우리는 반드시 서비스료를 걷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어 “다만 이는 통행세가 아니다”라며 "선박의 안전한 통항 보장과 항행 감독, 대규모 선박 운항에 따른 환경 피해 대응 비용"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파즐리 대사는 “우리에게 우호적이었고 특히 어려운 시기에 우리 곁을 지켜준 나라들엔 반드시 특별 대우를 고려할 것”이라며 “중국은 명백히 우호국”이라고 부연했다.

이런 가운데 양국의 중재국인 오만은 최근 미국과 서방 국가들에 호르무즈 해협 이용 선박이 서비스료를 납부하는 방안을 담은 공식 제안서를 전달했다. 오만은 이를 의무적인 통행료가 아닌 자발적인 차원의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말라카·싱가포르 해협에서 운영되는 항행안전기금(Cooperative Mechanism) 모델을 참고한 구상으로 풀이된다. 말라카 해협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가 공동 관리하며, 항행 안전과 해상 보안 서비스에 필요한 비용을 선박들로부터 지원받는 체계를 운영 중이다. 다만 오만은 걸프 국가들의 동의가 확보돼야 이 같은 자발적인 서비스료 체계가 확립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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