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전투기 ‘라팔’ 세대교체 경쟁서 기술 격차 노출, 반사이익 기대받는 ‘KF-21도’ 과제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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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팔, 5·6세대 전투기 확산 속 확장성과 현대화 한계 부각 후발주자 韓 KF-21, 수출 시장 진입도 쉽지 않은 현실 실전 운용 경험과 다목적 능력이 최종 승부처

프랑스를 대표하는 전투기 라팔(Rafale)이 첫 비행 40주년을 맞았지만, 차세대 공중전 경쟁 속에서 기술적 한계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과 중국이 이미 6세대 무인 복합 전투기 개발 경쟁에 돌입한 상황에서, 프랑스는 여전히 4세대 기술에 발이 묶여 향후 세계 전투기 시장에서 고립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한국형 전투기 KF-21의 새로운 수출 기회로 보는 시각도 제기되지만, 실전 운용 경험과 후속 군수지원 체계 등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확장성 한계 드러낸 라팔
9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군사 전문 매체 밀리터리워치에 따르면, 지난 4일부로 첫 기술 실증기 비행 40주년을 맞이한 라팔 프로그램은 심각한 예산 제약과 개발 지연으로 인해 현대 공중전의 핵심인 '세대 교체' 타이틀을 완전히 놓쳤다. 1986년 첫 비행 이후 무려 20년이 지난 2006년에야 프랑스 공군에 전격 배치되기 시작하면서, 미·중의 첨단 항공우주 기술을 따라잡지 못하고 시종일관 뒷북만 치는 '반박자 늦은 전투기'가 됐다는 것이다.
라팔의 최대 강점은 다목적 운용 능력이다. 프랑스는 공대공 전투, 정밀 타격, 핵 억제, 항모 운용까지 하나의 기체로 수행하는 ‘옴니롤’ 전투기 체계를 구축해 왔다. 이집트, 인도, 카타르, 그리스, 크로아티아, 아랍에미리트(UAE), 인도네시아 등으로 수출도 확대됐다. 라팔 제조사인 다쏘항공(Dassault Aviation)의 지난해 실적 자료 기준 라팔 수주 잔고는 220대에 달하며, 이 중 175대가 해외 고객 물량이다.
하지만 상업적 성과와 별개로 기술 세대 논쟁은 라팔에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라팔은 태생적으로 소형 기체로 설계된 탓에 대형 전투기인 미국의 F-15나 러시아의 수호이-27 등에 비해 센서 크기와 확장성, 작전 반경 등에서 치명적인 열세를 안고 출발했다. 기술 적용 속도도 처참했다. 미국이 2000년부터 F-15에 최첨단 능동 전자주사식 위상 배열(AESA) 레이더를 통합하고 일본이 2002년 뒤를 이을 때, 라팔은 13년이나 뒤처진 2013년에야 겨우 이 레이더를 장착했다.
최근 미국 록히드마틴의 F-35와 중국 청두 J-20C 등 5세대 스텔스기가 세계 공군의 표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라팔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미국과 중국이 F-15EX, J-26 등 진화된 전투기들을 쏟아내는 반면, 기체 확장성이 한계에 다다른 라팔은 현대화 잠재력마저 바닥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국의 경쟁 축은 이미 6세대 전투 체계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은 차세대 공중우세 체계(NGAD), 영국·일본·이탈리아는 글로벌 전투항공 프로그램(GCAP)을 추진 중이며, 각국은 여기에 더해 인공지능(AI), 무인 전투기, 데이터 링크, 장거리 센서 체계를 결합한 공중전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라팔의 기술적 한계는 실제 고강도 실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난해 5월 발생한 인도와 파키스탄의 공중 충돌 당시, 인도 공군이 자랑하던 라팔 전투기가 파키스탄 공군의 중국제 J-20C 전투기에 의해 시계 밖 장거리 미사일 교전에서 무력화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J-20C는 현재 중국이 생산하는 전투기 중 하위 라인업에 속하는 5세대 전투기다. 라팔의 참패는 유럽형 라이벌인 유로파이터 타이푼이 카타르 연합 훈련에서 J-20C에 압도당했던 전례와 맞물리며 프랑스산 전술기의 거품을 걷어내는 계기가 됐다.

KF-21, 라팔 벽 넘을 수 있나
이에 시장 일각에서는 라팔의 몰락이 올해부터 본격 양산에 돌입하는 한국의 차세대 전투기 KF-21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중의 하이급 스텔스기를 사기 어렵거나, 성능 대비 지나치게 비싼 라팔의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동남아·중동·유럽 국가들에 있어 가성비와 확장성을 모두 갖춘 KF-21이 매력적인 대체재로 부각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KF-21은 가격과 납기, 산업협력 가능성에서는 우위에 있지만, 무장 통합, 장기 정비 보장, 정치적 신뢰는 수출 성패를 가를 변수로 꼽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KF-21이 한국 방위산업의 상징적 성과인 것은 분명하나, 미국·유럽·중국 전투기와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아직 입증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가장 핵심은 ‘입증의 시간표’다. KF-21은 공대지·공대함 능력을 갖춘 블록Ⅱ 이후에야 본격적인 다목적 전투기로 평가받을 수 있다. 이후 스텔스 성능을 강화한 블록Ⅲ와 협동 전투 무인기 연동까지 구체화해야 라팔·J-10C 등과 본격적인 비교가 가능해진다.
KF-21은 지난 3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양산 1호기를 공개하면서 본격적인 대량 생산 단계에 들어갔다. 계획상 한국 공군은 2028년까지 초기 물량 40대를 인도받을 예정이다. 전문가들이 주목한 지점은 시장 현실이다. KF-21은 한국이 처음 독자 개발한 초음속 전투기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지만, 수출 시장은 이미 강력한 경쟁자들로 가득 차 있다. 미국 F-16 계열은 오랜 실전 운용 경험과 넓은 사용자 기반을 갖췄고, 프랑스 라팔은 중동과 아시아 시장에서 수출 실적을 쌓았다. 중국 J-10C는 가격 경쟁력과 중국의 외교·군사 네트워크를 앞세워 틈새시장을 노린다. KF-21은 이 시장에 후발 주자로 뛰어드는 셈이다.
KF-21의 또 다른 숙제는 아직 완성형 다목적 전투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초기형인 블록Ⅰ은 공중 우세 임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티어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과 아이리스(IRIS)-T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운용하며, 공대공 전투 능력을 먼저 확보하는 단계다. 하지만 수출 시장에서 라팔이나 J-10C와 비교되려면 공대공 능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상 공격과 해상 공격까지 수행할 수 있는 다목적 능력을 갖춰야 한다.

라팔 수출 경쟁력 여전히 '건재'
게다가 시장에서 라팔의 경쟁력이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다. 실제 국제 전투기 시장에서는 실전 운용 경험과 안정적인 후속 군수지원 체계가 여전히 중요한 구매 기준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인도 국방조달위원회는 지난 4월 프랑스와 라팔 전투기 114대를 추가로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인도는 지난 수십 년간 러시아산 전투기를 공군 주력으로 활용해 왔다.
인도는 최근 들어 러시아산 전투기들이 퇴역 시기를 맞자 공중 전력 유지를 위해 라팔 전투기 대량 도입을 결정했다. 이와 함께 인도 군은 라팔 114대 중 약 80%를 자국에서 다쏘항공과 공동 생산하는 등 현지화 비율을 극대화하고 기술도 이전받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기술 이전이 완료되면 기체·전자장비·엔진 등 라팔의 약 50∼60%가 인도산 부품으로 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 군이 운용 중인 라팔이 실전에서 논란에 휩싸였음에도 프랑스산 전투기를 추가 선택한 배경에는 기존 전력과의 연속성을 중시한 전략적 판단이 자리한다. 인도는 중국과는 고고도 공중전, 파키스탄과는 단거리 고강도 분쟁을 염두에 두는데, 프랑스 라팔 전투기는 이 두 시나리오에 가장 잘 맞는 기체로 평가된다.
아울러 앞서 중국산 미사일에 라팔이 격추된 일은 사실상 라팔의 성능이 아닌 정보전의 문제였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이러한 상황이 인도의 라팔 대량 도입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산 전투기는 사용 제한이나 소프트웨어 통제 가능성이 높고 러시아 전투기는 품질이 떨어지거나 국제사회 제재의 위험이 크지만, 프랑스 전투기는 사용 제한이 거의 없고 납기 관련 위험도 낮아 전략적 자율성이 보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