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매각부터 알짜 부지 확보까지” AI 열풍 속 데이터센터로 몰리는 대규모 자금, 韓·美 거래 열기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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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가치 높을 때 엑시트" 美 데이터센터 M&A 가속화 송전선·변전소 갖춘 '예비 데이터센터 부지'도 초고가에 거래 韓에서도 SK 울산 AI 데이터센터 인수전 본격화

미국 데이터센터 개발 업체들의 지분 매각 릴레이가 본격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 속 데이터센터의 자산 가치가 치솟자, 막대한 건설비와 전력 인프라 확충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워진 기존 투자자들이 자금 회수 및 후속 투자 위험 분산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이러한 인수·합병(M&A) 열기는 경영권·지분을 넘어 전력망이 갖춰진 '알짜 부지'까지 확대되고 있으며, 한국 등 여타 국가에서도 대규모 M&A 경쟁이 가시화하는 추세다.
美 데이터센터 시장의 M&A 릴레이
13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전역의 데이터센터 개발·운영 업체들이 경영권을 포함한 과반 지분 매각을 추진하며 투자은행들과 잠재적 인수자를 물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각 대상에는 네트랄리티 데이터센터, 데이터뱅크, 에지드, 에지코어 디지털 인프라스트럭처 등이 포함됐으며, 이 중 가장 덩치가 큰 매물은 데이터뱅크다. 데이터뱅크는 디지털 인프라 전문 투자사 디지털브리지가 주도하는 컨소시엄 소유로, 스위스라이프와 프랑스전력공사 계열 투자회사 EDF인베스트, 호주 연기금 오스트레일리안슈퍼 등이 주요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데이터뱅크의 전체 기업가치가 최대 250억 달러(약 37조2,750억원)에 육박한다고 추산한다.
에지코어도 잠재적 인수자들에게 인수 제안서 제출을 요청하며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진입한 상태다. 에지코어는 스위스계 사모투자회사 파트너스그룹이 소유한 대형 데이터센터 개발 업체로, 버지니아주·애리조나주를 비롯한 미국 6개 지역에서 클라우드 사업자용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운영·개발하고 있다. 에지코어가 확보했거나 개발 중인 전력 용량은 약 1.8기가와트(GW)에 달하며, 파트너스그룹은 지금까지 59억 달러(약 8조7,800억원) 수준의 자본을 투입했다. 향후 계획된 투자액은 161억 달러(약 23조9,850억원)에 이른다.
이처럼 지분 매각 시도가 이어지는 것은 데이터센터의 자산 가치가 급등한 가운데, 사업 확장에 필요한 자금 부담이 동시에 커졌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 건설비는 나날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전기기술자와 배관공 등 숙련 인력은 물론, 가스터빈, 메모리 반도체, 전력설비 수급에도 줄줄이 제약이 걸린 결과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자사 반도체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1GW 규모의 신규 AI 연산 능력을 구축하는 데 향후 800억~1,000억 달러(약 119조640억원~148조8,300억원)가 들 것이라고 추산하기도 했다. 데이터센터 운영 업체 입장에서는 자산 가치가 높을 때 기존 투자자의 자금을 회수하고, 후속 투자 부담 및 인허가 리스크를 대신 짊어질 대형 사모펀드(PEF) 등을 새 주인으로 맞이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인수자 역시 빅테크 기업과의 장기 임대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현금 흐름 확보가 가능하다.
전력망 확보된 부지 가치 부각
일각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에 적합한 용지가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사례도 등장했다. WSJ에 따르면, 최근 펜실베이니아주 북동부 세일럼 타운십의 토지 소유주 96가구는 약 1,700에이커(약 688만㎡)의 부지를 미국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스톤 계열 데이터센터 개발 업체 QTS에 총 5억8,600만 달러(약 8,790억원)를 받고 매각했다. 에이커당 평균 매각 가격은 33만 달러(약 4억9,500만원)였다. 이는 20여 년 전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천연가스 개발 붐이 일었을 당시 주민들에게 지급된 토지 사용료와 맞먹거나 웃도는 수준이다.
개발업자들이 해당 부지에 주목한 것은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일럼 타운십에는 인근 천연가스 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를 잇는 송전선과 변전소가 이미 들어서 있었다. 발전소의 전기는 고압 송전망을 통해 수요 지역으로 이동한다. 변전소는 전압 변환을 변환하고 전력의 흐름을 분배하며, 고장 구간을 차단해 다른 설비로 사고가 확산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데이터센터처럼 24시간 중단 없이 대규모 전력을 소비하는 시설에는 복수의 송전 경로와 변압기, 개폐 장치 등을 갖춘 안정적인 변전소 연결이 필수적이다.
문제는 미국의 전력 인프라 확충 속도가 데이터센터 건설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송전선 건설 공사는 지방 정부의 인허가, 토지 소유자와의 보상 협의, 환경 영향 평가 등 복잡한 절차로 인해 완공까지 긴 시일이 소요된다. 변전소에 필요한 핵심 장비 역시 즉각적인 공급 확대가 어렵다. 특히 대형 변압기는 주문자의 전압과 용량, 계통 기준에 맞춰 제작해야 하는 데다, 생산에 필요한 방향성 전기강판, 구리, 시험 설비 등의 수급도 원활하지 않다. 데이터센터 사업자 입장에서 이미 고압 송전선과 대형 변전소가 확보된 부지는 단순한 토지를 넘어 전력 접속 권리가 포함된 희소 자산인 셈이다.

SK 데이터센터, 외부 투자자 물색
적극적인 데이터센터 투자 흐름은 미국 외 시장에서도 관찰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SK그룹이 추진하는 울산 데이터센터 지분 매각이다. 앞서 SK텔레콤은 지난해 6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함께 울산 미포국가산업단지에 AI 전용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해당 데이터센터는 AI 학습·추론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약 6만 장을 수용하는 규모로,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가 사업을 주도하고 SK에코플랜트가 시공을 맡았다. SK 측은 2027년 말 40메가와트(MW) 안팎의 1단계 설비를 가동하고, 2029년까지 전체 용량을 100MW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한 상태다.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울산 산업단지 주변에는 SK멀티유틸리티의 300MW급 열병합발전소와 SK가스가 투자한 1.2GW급 울산GPS 발전소가 자리 잡고 있다. 전력망 접속 지연이 글로벌 데이터센터 개발의 주요 장애물로 떠오른 가운데, 발전 시설과 데이터센터를 인접 배치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받는 전략이다. 이후 SK 측은 데이터센터 건설을 시작한 지 수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지분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SK가 지분 51%를 보유해 경영권을 유지하고, 외부 투자자가 나머지를 인수하는 구조다. 당시 SK가 기대한 매각 금액은 약 2조원, 데이터센터 전체 지분가치는 3조~4조원 안팎으로 거론됐다.
매각 절차는 지난 1월 진행된 입찰을 계기로 본격화했다. 인수전에는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브룩필드자산운용, 국내 사모펀드 IMM인베스트먼트 등이 참여했으며, 이후 브룩필드가 인수전에서 빠지면서 KKR과 IMM인베스트먼트의 양자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이후 IMM인베스트먼트는 자금력을 보완하기 위해 스톤브릿지캐피탈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양측이 모두 적극적인 인수 의지를 드러내자, SK는 3월 지분을 KKR과 IMM인베스트먼트·스톤브릿지에 나눠 매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KKR이 29%, IMM인베스트먼트·스톤브릿지 컨소시엄이 20% 지분을 각각 인수하는 구조다. KKR의 투자액은 약 1조6,000억원, IMM인베스트먼트·스톤브릿지 측은 1조3,000억원으로 거론됐으며, 전체 거래 규모도 초기 예상보다 커진 2조5,000억~3조원 수준으로 추산됐다. 지분율을 기준으로 단순 환산하면 울산 데이터센터의 전체 가치는 5조원을 넘어서는 셈이다.
SK는 지난 5월 KKR과 IMM인베스트먼트·스톤브릿지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공식 확정하고, 6월 말 주식매매계약(SPA)을 맺는 것을 목표로 세부 협의를 이어갔다. 다만 현시점 본계약은 아직 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가장 큰 변수는 IMM인베스트먼트·스톤브릿지 컨소시엄의 자금 조달이다. KKR은 기존 대형 인프라 펀드를 활용할 수 있지만, IMM인베스트먼트 측은 프로젝트 펀드를 새로 조성해 연기금과 공제회 등으로부터 1조원 안팎의 출자금을 확보해야 한다. 최근에는 국민성장펀드 참여 가능성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KKR 역시 자체 펀드로 인수 자금 전액을 충당하는 대신 삼성증권 등과 1조원대 인수 금융 조달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