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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MEMO] 소버린 AI 시대, 중견국의 해법은 전략적 상호의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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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1 mon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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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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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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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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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경쟁 핵심은 기술보다 협상력 
주권 결정하는 공급망과 계약 구조
중견국은 선택과 집중으로 승부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소버린 AI(주권 AI·각국이 자국 데이터와 인프라를 기반으로 직접 개발·운용하는 AI)를 둘러싼 논쟁은 국가 간 AI 경쟁력의 격차를 여실히 보여준다. 2024년 미국의 민간 AI 투자 규모는 1,091억 달러(약 162조원)에 달한 반면 중국은 93억 달러(약 14조원), 영국은 45억 달러(약 7조원)를 유치하는 데 그쳤다. 같은 해 미국 기관들은 주목할 만한 AI 모델 40개를 개발한 반면 중국은 15개, 유럽은 단 3개를 내놓는 데 머물렀다. 이러한 현실에서 중견국이 선택할 수 있는 해법은 ‘전략적 상호의존’이다. 이는 해외 기술과 인프라를 활용하되, 특정 국가나 기업에 주도권을 내주지 않도록 의존 관계를 설계하는 방식이다. 핵심은 필요한 역량을 협력을 통해 확보하면서도 공급자 선택권과 핵심 통제권을 유지하는 데 있다.

기술 주권의 재정의

전략적 상호의존은 소버린 AI의 기준을 새롭게 정립하는 데서 출발한다. 중요한 것은 AI 공급망과 서비스를 얼마나 주도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느냐다. 이 같은 접근은 AI 산업의 높은 진입장벽과도 맞닿아 있다. 최첨단 AI 모델을 개발하려면 우수한 인재와 대규모 데이터, 최신 AI 반도체, 막대한 전력, 장기간의 투자 재원이 필요하다. 데이터센터는 비교적 빠르게 구축할 수 있지만 핵심 연구 인력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국가마다 개발 비용과 투자 여건도 크게 다르다.

이 때문에 AI 전 분야를 독자적으로 구축하려는 전략은 중견국에 현실적인 선택지가 되기 어렵다. 외형상 자립 기반을 갖추더라도 핵심 기술과 공급망은 해외에 의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중견국이 집중해야 할 과제는 모든 기술을 직접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핵심 분야는 스스로 관리하고, 나머지 영역은 신뢰할 수 있는 국가와 협력을 통해 보완하는 것이다.

이 같은 전략은 아랍에미리트(UAE)와 인도의 AI 협력에서도 확인된다. UAE는 자본과 글로벌 AI 투자 기반을 제공하고, 인도는 대규모 시장과 기술 인력, 제도적 기반, 현지 데이터를 맡는다. 여기에 미국 기업의 AI 반도체와 클라우드 기술이 결합하면서 협력 구조를 완성했다. 각국은 저마다 강점을 중심으로 역할을 나눴다. 인도는 자국 법률이 적용되는 컴퓨팅 인프라를 확보했고, UAE는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거점으로 입지를 넓혔다. 미국도 AI 반도체 공급망과 클라우드, 보안 기준에 대한 주도권을 이어갔다.

주: 투자 격차가 커질수록 중견국은 협상력 확보에 무게를 둬야 한다.

데이터센터와 기술 통제권

전략적 상호의존이 작동하려면 데이터센터의 위치와 기술 통제권을 같은 개념으로 봐서는 안 된다. 국경 안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면 서비스 지연 시간을 줄이고 개인정보 보호와 서비스 연속성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반도체를 해외에서 조달하고 AI 모델과 업데이트, 안전 필터를 외부 공급업체에 의존하며 클라우드 계약도 해외 법률의 적용을 받는다면 기술 주권을 확보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또한 데이터를 국내에 저장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개발 도구와 AI 모델, AI 가속기, 컴퓨팅 인프라를 계속 외부에 의존하면 AI 생태계의 한 계층만 국내로 옮긴 데 그칠 뿐이다.

시장 구조도 이를 뒷받침한다. 엔비디아는 고성능 AI 반도체 시장의 약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는 2030년까지 약 945테라와트시(TWh)로 두 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AI 연산에 활용되는 가속 서버가 전력 수요 증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수치는 AI 컴퓨팅을 일반적인 공공조달 사업처럼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반도체를 구매하는 것과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며, 서버를 구축하는 것과 소프트웨어를 통제하는 것도 별개의 영역이다

UAE 사례는 이러한 현실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UAE는 국부펀드와 국영기업, 에너지 부문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2024년 초 이후 국내외 AI 분야에 약 1,480억 달러(약 220조원)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반도체 공급망과 클라우드, 보안 기준에 대한 주도권은 여전히 미국이 쥐고 있다. 결국 자본은 AI 생태계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지만 기술 생태계를 좌우하는 통제권까지 확보해 주지는 못한다.

주: 컴퓨팅 주권은 서버보다 전력 인프라가 좌우한다.

AI 계약의 새로운 원칙

기술 통제권을 확보하려면 계약 방식의 변화가 요구된다. 정부는 특정 공급업체와의 계약 종료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AI 계약을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 계약 종료와 데이터 이전이 가능하도록 하고, 시스템을 독립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감사권과 공급망 정보 공개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핵심 공공서비스가 중단되지 않도록 공급업체의 장애나 계약 종료에 대비한 에스크로(Escrow) 체계를 구축하고, 공공 데이터 관리 원칙과 AI 모델의 성능 검증 기준도 계약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다른 공급업체로 서비스를 이전할 때 장기간의 운영 차질 없는 신속한 전환 가능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절차가 공공부문의 AI 도입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초기 비용만 고려해 특정 기업의 기술과 서비스에 의존하면 시간이 갈수록 공급업체를 바꾸기 어려워진다. 벤더 종속(lock-in)이 심화되면 전환 비용이 커지고 정책 선택권도 그만큼 줄어든다. 따라서 일반 행정처럼 위험도가 낮은 분야는 AI 도입을 신속하게 추진하되, 사법·의료·조세·국방 등 국가 핵심 시스템은 계약 종료와 데이터 이전 등 이탈 조건을 충분히 갖춘 뒤 적용하는 접근이 바람직하다.

강점에 집중한 AI 전략

한국과 캐나다의 AI 전략은 모든 국가가 AI 전 계층을 직접 구축할 필요는 없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한국은 반도체 산업을 기반으로 한국어 AI 모델을 육성하고 최대 2조원 규모의 국가 AI 컴퓨팅센터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2024년부터 2027년까지는 65조원 규모의 민간 AI 투자도 계획했다. 캐나다는 약 2,000억 캐나다달러(약 200조원) 규모의 AI 전략을 추진해 2034년까지 AI 도입 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내걸었다. 개인정보 보호와 AI 신뢰 체계 구축에도 정책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두 나라의 공통점은 AI 전 분야를 직접 확보하려 하기보다 경쟁력을 갖춘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반도체와 AI 인프라를, 캐나다는 AI 활용과 신뢰 기반 구축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주권을 결정하는 협상력

소버린 AI의 수준은 협상력으로 판단해야 한다. 협상력이 높을수록 공급업체를 교체하고, 불리한 계약 조건을 거부하며, 필요한 기술을 공동 개발할 수 있는 선택지도 넓어진다. 이 같은 협상력은 기술 인력과 데이터 관리 체계, AI 인프라 등 국가의 기초 역량을 바탕으로 형성된다. 이에 따라 자국의 핵심 데이터와 AI 활용 환경을 충분히 이해하는 국가일수록 공급망 협상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투자 규모와 기술 격차는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중견국 정부는 실현 가능한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이를 위해 경쟁력을 갖춘 분야는 직접 육성하고, 독자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분야는 국제 협력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 결국 소버린 AI는 공급망을 관리하고 위기 상황에서도 정책 선택권을 유지할 수 있는 역량으로 완성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Managed Interdependence Is the Price of Sovereign AI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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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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