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부터 스마트폰까지” AI 호황이 촉발한 ‘칩플레이션’, 메모리 수요 산업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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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20년 이어온 브라질 노트북 사업 종료 반도체社들, AI 서버용 메모리로 생산역량 집중 범용 D램 공급 축소에 따른 완제품 원가 급등

LG전자가 20년간 현지 생산 기반을 다져온 브라질 노트북 시장에서 철수한다. 2024년 판매 중단 이후 부품 조달망 재건이 무산된 가운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 D램에 생산능력이 집중되면서 범용 D램 가격이 급등해 사업 재개의 부담이 커졌다. 메모리발 원가 충격은 노트북과 스마트폰, 게임기, TV, 자동차 전장 등 전자산업 전반의 판매가 인상과 출하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으며, 특히 가격 민감도가 높은 보급형 제품부터 수익성이 빠르게 훼손되는 양상이다.
20년 현지화 투자에도 넘지 못한 조달 장벽
15일(현지시간) 현지 정보기술(IT) 매체 테크노블로그에 따르면 최근 LG전자는 브라질 시장에서 대표 프리미엄 노트북 라인업인 ‘그램’의 판매를 완전히 중단하기로 했다. 2024년 7월 신제품 판매를 중단한 지 2년 만에 현지 사업 종료를 공식화한 셈이다. LG전자는 대신 독보적인 지배력을 확보한 프리미엄 TV와 에어컨, 냉장고 등 고마진 백색가전 제품군에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내수 시장의 이익률을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LG전자의 브라질 노트북 사업은 2006년 6월 상파울루주 타우바테 공장에서 현지 생산을 시작하며 본궤도에 올랐다. 2005년 가동한 타우바테 공장은 휴대전화와 모니터, 노트북을 함께 생산했고, 당시 브라질 정부가 3,000헤알(약 88만원) 이하 노트북에 부과하던 사회통합기여금(PIS)과 사회보장기여금(Cofins)을 면제하면서 현지 조립 제품의 가격 경쟁력도 높아졌다. 완제품 수입 부담이 큰 브라질에서 생산과 판매를 한 권역에 묶은 현지화 전략이 시장 안착의 토대가 됐다.
성과는 초기부터 가시화했다. 휴대전화와 IT 제품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LG전자의 2006년 브라질 매출은 18억 달러(약 2조6,700억원)로 전년 대비 38% 이상 증가했다. 2010년 현지 매체 UOL의 저가 노트북 비교 평가에서는 'LG R460'이 경쟁 제품 가운데 가장 우수한 종합 성능을 갖춘 모델로 선정되기도 했다. 시장 점유율 선두권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현지 생산과 제품력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축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후 LG전자는 모바일 사업 철수를 계기로 2021년 브라질 생산망을 다시 짰다. 타우바테의 노트북·모니터 생산라인을 아마조나스주 마나우스로 옮기고, 기존 공장을 1만2,000㎡ 확장하는 데 3억2,500만 헤알(약 950억원)을 투입했다. 회사는 당시 신규 고용 150명을 포함해 마나우스 사업장 인력을 2,200명으로 늘릴 계획까지 제시하며 현지 생산을 이어갈 의지를 드러냈다.
전환점은 2024년에 찾아왔다. LG전자는 그램의 현지 경쟁력을 높일 새 제품을 준비한다며 브라질 판매를 중단했고,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와 그래픽처리장치(GPU), 회로, 전원장치 등을 공급할 현지 협력사를 물색했다. 지난해 판매 재개를 염두에 뒀지만 조달망 구축은 완료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장기간 이어진 현지화 전략도 종착점에 이르게 됐다.
AI 서버 쏠림에 범용 메모리 수급 비상
이 같은 하방 압력은 세계적인 AI 데이터센터 수요 독점으로 인한 것이다. 소비자용 D램 부족 사태가 지속되면서 부품 원가가 폭등하는 실정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AI 서버용 HBM과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LPDDR5X의 수익성이 높아지자, 구형 DDR4와 LPDDR4X 생산 비중을 낮추고 생산 종료 계획을 잇달아 내놨다. AI 인프라 투자가 공급업체의 생산 우선순위를 바꾸면서 범용 메모리에 배정되는 물량도 빠르게 줄었다.
수급 변화는 가격에 즉각 반영됐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PC용 DDR4 계약가격은 전 분기 대비 13~18%, 서버용 DDR4는 18~23% 치솟았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를 앞두고 선구매와 생산 종료에 대비한 재고 축적까지 겹치면서 실제 수요보다 발주가 앞당겨졌고, 공급 축소와 재고 확보가 서로 가격을 밀어 올리는 순환이 형성됐다.
세대 전환기의 불균형은 같은 해 3분기에 더욱 뚜렷해졌다. 소비자용 DDR4 계약가격 상승률은 40~45%, PC용 DDR4는 38~43%에 달했다. 생산능력이 신제품으로 이동한 상황에서 기존 장비와 호환되는 DDR4 수요는 남아 있었고, 소규모 구매 비중이 큰 소비자용 시장은 협상력까지 약해 가격 충격을 먼저 흡수했다.
가격 급등은 공급업체의 생산 일정도 흔들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DR4 생산을 2026년까지 연장한 반면 마이크론은 기존 종료 방침을 유지했다. 지난해 7월에는 8기가바이트(GB) PC용 DDR4 모듈 가격이 같은 용량의 DDR5를 웃도는 이례적인 역전까지 발생했다. 구형 제품의 가격이 신형 제품보다 비싸진 현상은 수요 증가보다 공급 단절 우려와 재고 확보 경쟁의 영향이 컸다.
공급 긴장은 올해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3분기 범용 D램 계약가격이 전 분기보다 13~18%, 낸드플래시 계약가격은 10~15%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버 D램 가격도 같은 기간 13~18%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AI 서버와 데이터센터용 기업용 SSD 수요가 여전히 공급자의 가격 협상력을 떠받치고 있어서다. 가격 상승률이 둔화해도 이미 높아진 기준가격 때문에 제조원가 부담은 계속 누적되는 구도다.

메모리 원가 충격, 산업 전반으로 확장
원가 상승은 노트북 판매가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2026년형 노트북 ‘갤럭시 북6’ 시리즈 가격은 341만원부터 시작한다. ‘프로’ 기준 14인치가 341만원, 16인치가 351만원이다. 전작인 북5 프로 시리즈가 176만8,000원~280만8,0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상승 폭이다. 사양이 더 높은 북6 울트라(16인치)는 그래픽카드 사양에 따라 463만원과 493만원 두 가지 제품만 있다. 2년 전 출시된 북4 시리즈의 경우 울트라 모델이 336만~509만원까지 선택의 폭이 넓었던 것과 달리, 이번 신형은 최저 사양이 460만원대부터 시작해 소비자가 느끼는 진입 장벽이 훨씬 높아졌다.
LG전자도 비슷하다. LG전자의 16인치 그램 프로 2026년형은 2025년형 유사 사양의 264만원에서 올해 1월 314만원으로 올랐고, 4월에는 354만원으로 다시 인상됐다. 애플도 메모리 원가부담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애플은 지난달 맥북과 아이패드 가격을 약 20% 인상하며 프리미엄 브랜드도 메모리·저장장치 비용을 소비자가격에 전가하기 시작했다. 이밖에 미국 델테크놀로지스를 비롯해 아수스, 레노버 등 글로벌 노트북 제조사도 신제품 출고가를 줄줄이 올리고 있다.
가격 인상은 출하량 감소로 연결되는 모습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노트북 출하량은 1억5,900만 대로 지난해(1억8,400만 대)보다 13.6% 줄어들 전망이다. 메모리 가격상승에 따른 제조원가 부담이 제품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PC 교체수요가 둔화한 것이다. 출하량 감소 흐름은 특히 중저가 제품부터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올 1분기 미국에서 500달러(약 75만원) 미만 PC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8.7% 줄었다. 가격 경쟁이 치열한 보급형 제품은 원가 상승분을 판매가격에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워 출하량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원가 압박은 노트북뿐 아니라 스마트폰, 게임기 등 메모리를 탑재하는 소비자 전자기기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말까지 D램과 SSD 가격의 상승률이 합산 130%에 이르면서 스마트폰 판매가는 전년 대비 13% 오르고, 출하량은 8.4%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게임기 시장도 메모리 조달비 상승으로 가격 인하 여력이 약화하면서 올해 세계 출하량이 4.4% 감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TV와 셋톱박스, 자동차 전장, 산업제어·네트워크 장비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 제품은 장기간 검증된 DDR4와 저밀도 D램을 주로 사용하며, 메모리 규격을 변경하려면 중앙처리장치와 메인보드, 제어회로의 재설계와 인증 절차가 필요해 공급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장기 공급 계약과 대량 구매력을 확보한 글로벌 대기업은 물량과 수익성을 일정 부분 방어할 수 있지만, 저가 제품 비중이 높거나 특정 지역의 조달·유통 비용을 부담하는 업체는 가격 인상과 판매량 감소를 동시에 감수해야 하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