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MEMO] 中 저가 공세에도 최첨단 AI는 제한, 美 ‘단계별 공급’ 전략 부상
입력
수정
최첨단 AI 수출보다 핵심 기술 통제권 확보 우선 보급형은 개방하고 고성능 모델은 제한적 공급 라이선스 기반 접근권으로 수익과 기술 주권 확보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미국이 인공지능(AI) 시장의 주도권을 유지하려면 최첨단 AI 모델의 해외 판매 확대보다 핵심 기술에 대한 통제권 확보를 우선해야 한다. AI 모델은 수익을 창출하는 상업적 자산이면서 국가안보에도 영향을 미치는 전략적 자산이기 때문이다. 또한 최첨단 AI 모델의 사이버 역량이 빠르게 향상하면서 무분별한 해외 이전에 따른 위험도 커지고 있다. 노후화된 하드웨어와 부족한 보안 인력, 지연되는 보안 패치 등 취약한 IT 환경과 결합할 경우 피해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최첨단 AI 모델의 해외 공급을 제한할 경우 중국 기업이 그 공백을 메우며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시장 경쟁을 이유로 핵심 기술에 대한 통제권까지 포기할 필요는 없다. 미국은 AI 서비스와 유료 접근권, 안전 프로토콜, 기업용 기능을 해외에 제공해 수익을 확보하는 동시에 최첨단 모델의 소유권과 통제권을 유지하는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수익과 기술 주권의 균형
미국의 AI 수출통제 논의에서는 최첨단 AI 모델의 해외 공급을 제한하면 기업의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하지만 모델을 해외에 직접 이전하지 않고 라이선스를 통해 사용 권한을 제공하는 방식으로도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모델의 소유권을 유지하면 가격과 업데이트, 안전 기준, 데이터 이용 조건, 공개 범위 등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반면 최고 성능 모델의 핵심 기술이나 안전 통제가 완화된 기능이 외부로 이전되면 이러한 관리 권한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단기적인 판매 수익을 얻는 대신 기술을 언제, 누구에게, 어느 수준까지 공개할지 결정할 권한을 잃을 수 있어서다. 따라서 AI 수출통제는 상업적 이익과 기술 주권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닌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이 같은 접근은 AI 활용이 빠르게 확산하는 시장 상황과도 일맥상통한다. 기업의 AI 활용률은 2023년 55%에서 2024년 78%로 상승했지만 상당수 기업의 활용 수준은 여전히 시범사업이나 단순 자동화에 그쳤다. 최첨단 모델 자체를 이전하지 않고도 기업의 실제 업무에 필요한 AI 서비스를 확대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여지가 충분한 셈이다.

시장 경쟁력 지키는 라이선스 전략
미국은 이미 글로벌 AI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했다. 2024년 미국의 AI 분야 민간 투자는 1,090억 달러(약 162조원)로 중국의 93억 달러(약 14조원)를 크게 앞섰으며 최상위권 AI 모델 개발에서도 경쟁 우위를 보였다. 그러나 중국이 기술 격차를 좁히고 가격 경쟁력을 높이면서 미국의 시장 우위를 지키기 위한 전략도 한층 중요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위험 모델을 무분별하게 해외에 공급하면 경쟁국에 미국 기술을 분석하고 학습할 기회를 제공해 협상력을 약화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가격 경쟁력이 높은 보급형 모델은 폭넓게 공급하되 최첨단 모델은 제한적으로 제공하는 차등화 전략이 필요하다.
AI 기업의 막대한 비용 부담을 이유로 최첨단 모델의 해외 판매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첨단 모델의 훈련 비용은 2016년 이후 매년 약 2.4 배씩 증가했으며 이러한 추세가 이어지면 2027년에는 단일 모델 훈련에 10억 달러(약 1조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도 2024년 전 세계 전력 소비량의 약 1.5%에서 2030년 3%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렇다고 비용 회수를 위해 최첨단 모델을 광범위하게 개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핵심 기술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한 상태에서 유료 서비스 이용을 확대하는 방식으로도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앤트로픽(Anthropic)의 성장도 이러한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앤트로픽의 연환산 매출은 2024년 말 10억 달러(약 1조원)에서 2025년 5월 말 약 30억 달러(약 4조원)로 증가했으며 기업 고객의 수요, 특히 코드 생성 분야가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기업이 실제 업무에 AI를 적용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때 유료 서비스 수요가 확대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최첨단 모델을 다운로드 가능한 형태로 제공하기보다 클라우드 기반의 라이선스 서비스로 공급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꼽힌다.
사이버 위험 반영한 AI 공급 단계화
가격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수출통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 기업이 낮은 가격을 앞세워 세계 AI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미국도 시장을 잃기 전에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2026년 일부 중국 모델의 이용료는 100만 토큰당 18센트(약 268원) 아래로 떨어지며 가격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다. 그러나 중국의 저가 공세가 미국의 최첨단 원천 모델을 무제한으로 수출해야 할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 미국은 안전성을 높인 저가형 모델과 특정 업무에 특화된 소형언어모델(sLLM)을 확대하고 국내 에너지 공급 기반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가격 경쟁에 대응할 수 있다.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보안 위험이 큰 최첨단 모델까지 전면 공개하면 장기적인 경쟁력과 국가안보에도 부담이 커진다.
이러한 우려는 사이버보안 분야에서 더 두드러진다. 최첨단 AI는 보안 코드를 검토하고 취약점 보완을 자동화하는 데 활용되는 동시에 공격자가 취약점을 찾아 공격 수단을 개발하는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방어와 공격에 모두 활용할 수 있는 이중용도 기술인 셈이다. 구글 산하 보안 기업 맨디언트(Mandiant)에 따르면 2024년 원인이 확인된 침해 사고의 33%는 소프트웨어 취약점 악용에서 비롯됐다. IBM은 2025년 전 세계 데이터 침해 사고의 평균 비용을 440만 달러(약 65억원)로 추산했다.
이처럼 사이버 위협이 이미 상당한 경제적 비용을 발생시키는 상황에서 IT 인프라의 방어 역량이 충분히 갖춰지기 전에 강력한 사이버 기능을 지닌 모델을 광범위하게 배포하면 사회 전체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개발사는 판매 수익을 얻지만 이후 발생하는 정보 유출과 시스템 중단, 랜섬웨어 피해에 따른 비용은 병원과 은행, 공공기관, 중소기업 등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미국은 모델의 성능과 이용자의 보안 역량에 따라 접근 범위를 달리하는 공급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안전성이 검증된 범용 모델은 세계 시장에 폭넓게 제공하고 고성능 모델은 신뢰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고 보안 감사를 거친 기업에 한정하는 방식이다.

기술 이전 대신 접근권 중심의 AI 수출
이러한 단계별 공급 전략을 실현하려면 AI 수출정책도 기술 자체를 이전하는 방식에서 사용 권한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미국은 관리형 서비스와 파트너 클라우드를 확대하고 승인된 환경에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핵심 기술을 보호하면서 해외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 AI 시장에서 창출되는 가치 역시 원천 모델의 성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기업의 업무 환경에 맞는 활용 체계를 구축하고 내부 데이터를 연계하는 한편 결과의 정확성을 검증하는 과정에서도 상당한 부가가치가 발생한다. 미국 기업은 이러한 서비스를 중심으로 해외 사업을 확대함으로써 최첨단 모델 자체를 이전하지 않고도 글로벌 AI 수요의 수익화가 가능하다.
그러나 접근권 중심의 수출 전략이 안정적으로 작동하려면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갑작스러운 수출 금지나 규제 철회가 반복될 경우 기업의 사업 계획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시장의 신뢰도 약화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미국 상무부와 사이버보안 기관, AI 개발사는 모델 출시 전 성능과 보안 위험에 따라 등급을 분류하고 단계별 수출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또한 구체적으로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는 모델과 관리·감독이 가능한 클라우드 환경에서만 제공할 모델 간의 구분이 필수적이다. 기업이 모델별 수출 요건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도록 기준을 제시하면 사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최첨단 AI 기술에 대한 통제력도 확보할 수 있다.
글로벌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보안 구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고성능 AI 모델일수록 수출 과정에서 더욱 신중한 관리가 요구된다. 미국을 비롯한 AI 선도국은 해외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최첨단 기술까지 전면 공개하는 선택을 경계해야 한다. 대신 핵심 기술의 소유권과 통제권을 유지한 채 안전한 서비스 형태로 해외 접근을 확대하면 기술 주권을 보호하면서 글로벌 수요에도 대응할 수 있다. 이는 보안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상업적 이익을 확보하고 AI 시장의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전략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Why America Should License AI, Not Export Control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