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확보 넘어 친환경 경쟁" 데이터센터 시장 판도 바꾸는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규제 강화 흐름 가속
입력
수정
中 내몽골 울란캅, 풍력발전 발판 삼아 AI 인프라 거점으로 시장 전반서 확산하는 그린 데이터센터, 재생에너지 중요성 부각 각국서 데이터센터 환경 규제·재생에너지 활용 정책 강화돼

중국 내몽골 자치구의 목축 도시 울란캅이 인공지능(AI) 컴퓨팅 수도로 급부상했다. 현지 기술 기업들이 울란캅의 풍부한 풍력·태양광 자원과 낮은 전력 단가에 주목하며 줄줄이 AI 연산 인프라 구축에 나선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중국뿐 아니라 글로벌 AI 시장 전반에서 관측된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주요국이 데이터센터의 전력·물 사용과 탄소 배출에 대한 규제를 속속 강화하자, 재생에너지 활용도 및 에너지 효율을 끌어올린 ‘그린 데이터센터’의 존재감이 급격히 확대되는 양상이다.
울란캅으로 몰리는 AI 인프라
24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대표적 재생에너지 기업 엔비전그룹은 최근 울란캅에서 초대형 AI 컴퓨팅 시설인 '갤럭시 캠퍼스'를 전격 가동했다. 12만 제곱미터(㎡) 규모의 해당 시설은 최대 100만 대의 AI 가속기를 탑재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총 전력 계획 용량은 2기가와트(GW)를 웃돈다. 이는 일론 머스크의 xAI가 미국 테네시주에서 운영 중인 메가 데이터센터 '콜로서스 2(Colossus 2·약 1.5GW)'를 웃도는 수준이자, 단일 시설 기준으로는 세계 최대급이다.
이처럼 울란캅에 AI 인프라를 구축 중인 기업은 비단 엔비전그룹뿐만이 아니다. SCMP는 앞서 지난달 31일에도 중국의 대표적 라이프스타일 소셜미디어 플랫폼 샤오홍슈(RedNote)가 울란캅 시내 또는 서부 지역에 600메가와트(MW) 규모 데이터센터 건설을 추진 중이라고 전한 바 있다. 반도체 구입 비용을 제외한 순수 시설 구축 예산은 150억 위안(약 3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며,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한 현지 채용 절차도 이미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샤오홍슈는 프로젝트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중국의 대형 데이터센터 전문 운영기업인 VNET과 협력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청정에너지가 경쟁력 됐다
딥시크 역시 울란캅을 자체 연산 인프라 거점으로 낙점하고 대규모 데이터센터 사업을 추진 중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딥시크는 울란캅에서 최대 1GW 규모의 컴퓨팅 용량을 확보할 예정이다. 신규 데이터센터를 직접 건설해 2027년 말~2028년 초 일부 설비를 가동하고, 동시에 현지 사업자로부터 연산 용량을 추가 임차하는 방식이다. 지난 4월에는 울란캅 근무를 전제로 서버 유지보수 엔지니어와 데이터센터 구축·인도를 담당하는 매니저 채용에 나서기도 했으며, 최근 들어서는 채용 범위가 전기·공조(HVAC), 자동화, 에너지, 통신, 토목 등 데이터센터 설계·건설 전반으로 확대됐다.
이처럼 울란캅에 AI 인프라 건설 수요가 몰려드는 배경에는 압도적인 전력 원가와 에너지 효율성이 있다. 울란캅은 중국 전체 풍력 자원의 약 10%를 보유한 지역으로, 도시 전체 전력 소비의 약 67%가 풍력·태양광 등 청정에너지로 공급된다. 데이터센터 전력 단가는 킬로와트시(kWh)당 0.35위안(약 72원)으로 베이징·상하이 등 동부 대도시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며, 서늘하고 건조한 기후 덕분에 고비용 기계식 에어컨에 의존하지 않고 외부의 차가운 공기를 활용하는 공랭식 프리쿨링이 가능하다. 이 같은 조건 속 울란캅 주요 데이터센터 단지의 전력사용효율(PUE)은 1.15 미만에 머물고 있다. 이는 중국 전국 평균(1.5)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PUE는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전체 전력량을 IT 장비가 사용하는 전력량으로 나눈 값으로, 1.0에 가까울수록 에너지 효율이 뛰어나다고 해석한다.
美 빅테크, 유사 전략 채택
AI 인프라와 재생에너지 발전을 접목하려는 움직임은 중국 밖에서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른바 '그린 데이터센터(Green Data Center)' 개념이 본격적으로 시장에서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이다. 그린 데이터센터는 데이터센터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시설을 일컫는다. 물 사용과 폐열 발생을 줄이고,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이나 자체 발전 설비 등을 통해 재생에너지 공급을 확대한 구조다. 최근에는 데이터센터와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사실상 하나의 인프라 프로젝트처럼 묶어 개발하는 사례도 관찰된다. 이러한 흐름 속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현재 전 세계 데이터센터에 공급되는 전력 중 재생에너지 비중은 약 27%에 그치지만, 2030년에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의 절반가량을 재생에너지가 담당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변화를 이끄는 대표 주자는 AI 시장을 선도하는 빅테크 기업들이다. 구글은 2017년부터 전 세계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연간 전력량만큼 재생에너지를 구매해 왔고, 현재는 2030년까지 모든 데이터센터와 사무실을 24시간 무탄소 전력으로 가동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MS 역시 지난해 전 세계 데이터센터·사무실 등의 전력 소비량을 100% 재생에너지 구매량으로 상쇄한다는 목표를 달성했다. 지금까지 MS가 계약한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은 약 40GW에 육박하며, 이 가운데 실제 가동에 들어간 설비는 약 19GW다. 메타는 지난해 기준 6개국에서 15GW가 넘는 청정·재생에너지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 전부를 청정·재생에너지로 매칭하고 있다. 아마존 역시 전 세계적으로 600개 이상의 풍력·태양광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으며, 지난해 글로벌 사업장의 전력 소비량 100%를 재생에너지 구매량으로 상쇄했다.
표1. 글로벌 빅테크의 재생에너지 조달 현황
| 기업 | 주요 추진 내용 |
|---|---|
| 구글 | 2030년까지 모든 사업장의 24시간 무탄소 전력 가동 추진 |
| 마이크로소프트 | 데이터센터·사무실 전력 소비량 전체를 재생에너지 구매로 상쇄, 신규 발전 프로젝트 확대 |
| 메타 |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 전체를 청정·재생에너지로 매칭, 다국가 공급계약 체결 |
| 아마존 | 전력 사용량 전체를 재생에너지 구매로 상쇄, 전 세계에서 풍력·태양광 프로젝트 지원 |
EU의 데이터센터 규제
향후 이러한 AI 인프라 시장의 환경 보호 흐름은 한층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각국의 데이터센터 관련 환경 규제가 급속도로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도 장벽을 가장 빠르게 높이고 있는 지역으로는 EU가 꼽힌다. EU는 현재 데이터센터들의 환경 성과를 가시화하기 위한 제도 도입에 착수한 상태다. EU 집행위원회가 지난 3월 공개한 데이터센터 공통 등급제 초안에 따르면, 앞으로 EU 전역에서는 데이터센터 지속가능성 평가 결과가 전자 라벨 형태로 자동 발급될 예정이다. 집행위는 이를 통해 동일 지역에 위치한 데이터센터들의 에너지·자원 효율을 쉽게 비교하고, 기업이나 공공 기관이 클라우드·데이터센터 서비스를 조달할 때 환경 성과를 판단 기준으로 활용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등급 평가에는 단순한 전력 효율 외에도 복수의 지속 가능성 지표가 반영된다. 전력 소비량이 비슷한 데이터센터라도 재생에너지 조달 비중, 냉각수 사용량, 폐열 활용 방식 등에 따라 결과가 엇갈릴 수 있는 구조다. 이러한 규제는 향후 한층 수위가 높아질 전망이다. 집행위는 현재 추진 중인 '데이터센터 에너지 효율 패키지'에 신규·기존 데이터센터를 대상으로 한 최소 성능 기준(Minimum Performance Standards) 도입 방안을 포함했다. 해당 조치가 시행되면 데이터센터 사업자는 비단 환경 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넘어, 일정 수준 이하의 에너지·자원 효율을 기록한 설비의 개선 및 교체를 요구받을 수 있다. 집행위는 이를 “비효율적인 기술을 단계적으로 퇴출하기 위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中·호주도 환경 리스크 주목
중국의 경우 국가 주도하에 재생에너지 발전과 데이터센터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5월 중국 국유 발전기업 중국다탕그룹은 북서부 닝샤후이족자치구 중웨이에서 중국 최초의 대규모 데이터센터용 재생에너지 직접 공급 프로젝트를 정식 가동했다. 1단계 사업은 500MW 규모 태양광 발전설비를 우선 가동한 뒤, 연말까지 1.5GW 규모의 풍력설비를 추가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다탕그룹은 전용 송전선과 전력시장 거래를 결합한 구조를 활용해 현지에서 생산한 태양광·풍력 전력을 데이터센터가 직접 소비하도록 하고, 발전량 및 전력 수요에 따라 연산 작업량을 조절하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호주는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전력·수자원 부담을 사업자 차원에서 책임지도록 압박하는 중이다. 지난달 법제화 계획이 발표된 ‘호주 AI 표준'에 따르면, 신규 대형 데이터센터 사업자는 신규 발전 설비에 직접 투자하거나 장기적으로 전력 공급을 보증해 전력망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 송전망·계통 연결에 필요한 비용 역시 사업자가 전액 또는 적정 몫을 납부하게 된다. 신규 발전 투자에 재생에너지를 연계하는 방안도 등장했으며, 데이터센터 냉각 과정에서 비음용수·재이용수 등을 우선 활용해야 한다는 조건도 붙었다. 취수·공급 시설 확충이 필요할 시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관련 비용을 부담해야 하며, 물 사용량과 효율의 지속적인 공개도 요구됐다.
다만 이 같은 흐름에 역행하는 국가도 존재한다. 일례로 지난 6월 한국 정부는 반도체,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3대 메가프로젝트’ 추진을 발표했다. SK, GS, 네이버 등과 협력해 2029년까지 8.4G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전국에 구축하고, 2035년까지 SK의 데이터센터를 10GW 확장해 총 18.4GW 규모 AI 인프라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해당 사업을 위해 재생에너지, 원전, 일부 화석연료 발전원을 적절히 활용하고, ‘AI 데이터센터 전용 요금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서 전력을 공급하고, 데이터센터가 보다 싸게 전력을 이용할 수 있도록 요금 체계까지 손보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이는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전력망 및 환경 보호 체계를 구축하도록 하는 여타 주요국과는 정반대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