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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깎고 비자 풀고” 홍콩 vs 싱가포르, ‘亞 금융허브’ 쟁탈전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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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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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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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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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세금 0% 카드, 금융허브 패권전 점화
싱가포르, 세제 혜택 확대와 비자 문턱 완화로 추격
중국 정책 지원이 만든 격차, 홍콩 독주 가속

홍콩과 싱가포르가 아시아 금융허브의 주도권을 놓고 전면전에 돌입했다. 홍콩이 펀드매니저 성과보수에 사실상 0% 세율을 적용하는 파격안을 꺼내자 싱가포르는 세제 인센티브 확대와 비자 요건 완화로 맞불을 놨다. 경쟁은 선전과 조호르를 배후에 둔 주거·인력·산업 기반 확충전으로 번지고 있지만, 중국 정부의 정책 지원과 대형 기업공개(IPO), 해외 금융 인력 유입이 맞물리면서 아시아 금융시장의 무게추는 홍콩으로 더욱 기우는 모습이다.

홍콩, 성과보수 세율 0% 추진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홍콩 정부는 최근 헤지펀드 등 자산운용사의 세금을 대폭 감면해 주는 내용을 담은 세법 개정안을 입법회에 제출했다. 성과보수에 적용하는 우대세제를 손질하면서 펀드 정의와 적격 투자자산의 범위를 넓히고 부수거래 5% 한도를 없애는 내용이 골자다. 주목받는 부분은 펀드 운용 실적에 연동된 매니저 성과보수(carried interest)에 사실상 0%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이다. 성과보수는 일반적인 재량적 상여금과 달리 펀드의 투자성과와 연계된 계약상 보수라는 점에서 별도의 세제 혜택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세제 개편안이 시행되면 헤지펀드와 사모펀드, 벤처캐피털, 프라이빗 크레디트 등이 현재도 상대적으로 낮은 홍콩의 세 부담을 추가로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홍콩 자산운용업계의 판도를 바꾸는 ‘빅뱅’ 수준의 세제 개편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콩 당국은 “아시아 최고 자산관리 허브로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이미 세금 낮은데 더 파격 혜택

이런 흐름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몇 년간 이어진 이동 방향을 뒤집는 것이다. 당시에는 정치적 혼란과 지나치게 강한 방역 조치를 피해 수만 명의 사무직 외국인이 홍콩을 떠나 싱가포르로 몰려들었다. 홍콩은 이들을 되찾기 위해 세제 개편에 나섰다. 홍콩이 다시 금융허브로서 입지를 다지기 시작한 건 2024년으로, 코로나19 이후 시스템이 정상화되고, 중국 본토로 돈이 통하는 관문이라는 홍콩 고유의 강점이 재평가받으면서 탄력이 붙었다.

홍콩의 움직임에 글로벌 금융 업계는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다른 지역 헤지펀드들이 법안 처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물론이고 패밀리오피스(초고액 자산가 자산을 운용하는 금융사)도 혜택 대상에 포함될지 주시하고 있다. 헤지펀드 업계 단체인 아시아대체투자운용협회(AIMA)에 따르면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일부 헤지펀드와 사모펀드가 주요 운용역을 홍콩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쟁 금융허브 싱가포르도 세금 감면 검토

홍콩의 세제 개편이 금융 인력의 이동을 촉발할 조짐을 보이자, 싱가포르도 대응에 나섰다. 싱가포르통화청(MAS)은 최근 금융허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회사에 적용되는 특별 세제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조치 등이 검토 대상이다. 앞서 AIMA는 "이미 경쟁력 있는 싱가포르 세율을 더 내리지 않으면 고액 연봉을 받는 운용역들이 홍콩행을 요구할 것"이라고 싱가포르 당국에 전달한 바 있다.

싱가포르는 또 헤지펀드 운용사들을 붙들기 위해 새로운 헤지펀드 투자 프로그램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아울러 해외 네트워크 및 전문성 패스(Overseas Networks & Expertise Pass·ONE Pass) 비자 신청자의 소득 요건도 완화한다. 종전에는 월 기본급이 3만 싱가포르달러(약 3,290만원) 이상이어야 했지만, 다른 형태의 소득도 합산할 수 있도록 했다. MAS의 치홍탓 부청장은 "싱가포르의 자산운용 산업은 금융 부문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금융 부문 생산의 약 15%, 고용의 13%를 차지한다"며 "금융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 정부는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전 품은 홍콩의 금융 확장판

홍콩과 싱가포르는 세제와 비자 제도 개편과 함께, 금융 인력의 정착 비용과 운용사의 경영 부담을 낮추는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두 도시 모두 국토가 비좁아 주택과 사무실 임대료가 높고, 기업이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는 데도 막대한 비용이 든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인접 지역을 하나의 생활·산업권으로 묶어 이런 부담을 줄이고 있다. 홍콩은 중국 선전을,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 조호르주를 배후 도시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먼저 홍콩은 선전과 맞닿은 신계 북부에서 주택과 산업용지를 동시에 늘리고 있다. 홍콩 정부가 추진하는 북부도회구는 3만 헥타르(㏊) 규모로 전체 면적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선전과 연결된 육상 검문소만 7곳에 달한다. 개발이 마무리되면 주택 약 50만 채와 일자리 65만 개가 추가될 전망이다. 대규모 혁신기술 거점인 '산틴 테크노폴리스'과 '홍콩-선전 혁신기술단지'도 이곳에 들어선다. 홍콩 정부는 홍콩의 금융·법률 서비스와 선전의 연구개발(R&D) 인력·제조 기반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겠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역할 분담은 금융·핀테크 인력 확보에서도 구체화되는 추세다. 홍콩과 인접한 선전의 금융·서비스업 특구인 첸하이에는 현재 홍콩계 기업 1만1,000곳 이상과 홍콩 전문인력 1만 명 이상이 활동하고 있다. 선전 첸하이관리국은 올해 금융과 기술, 공급망, 전문서비스 분야에서 홍콩·마카오 청년을 위한 일자리 1,000개와 인턴십 800개를 공급하기로 했다. 기술기업과 투자자를 연결해 투자 유치와 협상, 계약 체결을 지원하는 ‘첸하이 파이낸스넷’도 출범시켰다.

홍콩은 나아가 금융 인력의 정착 부담을 낮추는 대책도 마련했다. 첸하이는 입주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인재 아파트 500가구를 공급하고 출입국과 사회보장, 경력개발 지원도 한곳에서 제공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자산운용사들은 투자 판단과 자금 조달, 규제 대응 기능을 홍콩에 배치하고 핀테크와 데이터 분석, 운용지원 인력은 선전에서 확보할 수 있다. 홍콩의 높은 주거비와 인력난을 선전의 인력·주택 공급으로 분산하는 구도다.

표1. 홍콩·선전과 싱가포르·조호르의 광역 경제권 개발 전략 비교

구분홍콩·선전 경제권싱가포르·조호르 경제권
핵심 개발축홍콩 북부도회구·선전 첸하이조호르-싱가포르 특별경제구역(JS-SEZ)
개발 규모북부도회구 3만㏊
홍콩 전체 면적의 약 3분의 1
3,500㎢ 이상
싱가포르 면적의 약 4배
기능 분담홍콩: 금융·법률·투자·규제 대응
선전: 연구개발·제조·핀테크·데이터 분석
싱가포르: 지역본부·금융·연구개발
조호르: 생산·물류·부지·인력 공급
주요 산업·시설산틴 테크노폴리스
홍콩-선전 혁신기술단지
첸하이 파이낸스넷
금융 서비스·디지털 경제·물류·제조 등 11개 산업
조호르바루·이스칸다르 푸테리·포레스트시티 등 9개 권역
인력 확보첸하이 내 홍콩계 기업 1만1,000곳 이상
홍콩 전문인력 1만 명 이상
청년 일자리 1,000개·인턴십 800개 공급
조호르의 비용 경쟁력과 노동력을 활용해 생산·물류 인력 확보
주거·정착 지원인재 아파트 500가구 공급
출입국·사회보장·경력개발 통합 지원
싱가포르 근로자의 조호르 거주를 통한 주거비 절감
교통 연결선전 연결 육상 검문소 7곳조호르바루-싱가포르 도시철도(RTS)
4㎞ 구간을 약 5분 만에 연결
방향별 시간당 최대 1만 명 수송
경제 효과주택 약 50만 채·일자리 65만 개 추가 전망
홍콩의 주거비·인력난 분산
싱가포르 주민의 조호르바루 방문 연간 1,120만 회 증가
현지 소비 연간 10억5,000만 싱가포르달러 증가 전망
자료: 홍콩 정부, 선전 첸하이관리국, 싱가포르·말레이시아 정부 및 싱가포르 주요 경제단체 자료 종합

싱가포르도 말레이시아 손잡고 경제권 확장

싱가포르는 조호르주와의 기능 분담을 제도화했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가 지난해 1월 협정을 체결한 조호르-싱가포르 특별경제구역(JS-SEZ)은 3,500㎢ 이상으로 싱가포르 면적의 네 배에 해당한다. 조호르바루와 이스칸다르 푸테리, 포레스트시티 등 9개 권역에서 금융 서비스와 디지털 경제, 물류, 제조 등 11개 산업을 육성할 예정이다. 싱가포르는 지역본부와 금융·R&D 기능을 맡고, 조호르는 넓은 부지와 비용 경쟁력을 갖춘 인력을 제공한다. 기업들은 주요 의사결정과 금융 업무를 싱가포르에서 처리하면서 생산·물류 시설은 조호르에 배치할 수 있다.

양국을 잇는 교통망도 빠른 속도로 확충되고 있다. 내년 1월 개통 예정인 조호르바루-싱가포르 도시철도(Rapid Transit System·RTS)는 싱가포르 우드랜즈 노스와 조호르바루 부킷차가르 사이 4㎞를 약 5분 만에 연결한다. 출퇴근 시간대에는 방향별로 시간당 최대 1만 명을 수송하며, 출발역에서 양국의 출입국 심사도 모두 마칠 수 있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에서 일하면서 주거비가 저렴한 조호르에 거주하는 국경 통근도 한층 쉬워질 전망이다. 싱가포르 주요 경제단체들은 RTS 개통 이후 싱가포르 주민의 조호르바루 방문이 연간 1,120만 회 늘고, 현지 소비도 매년 10억5,000만 싱가포르달러(약 1조1,5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홍콩 증시로 몰리는 자본과 일감

다만 싱가포르가 홍콩을 추월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격차는 IPO 시장에서 이미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세계 1위를 되찾은 홍콩은 올해 들어서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홍콩거래소(HKEX)에 따르면 상반기 신규 상장 기업은 87곳, 공모액은 2,124억 홍콩달러(약 37조8,000억원)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보다 94% 증가한 규모다. 지난달에는 중국 광통신 부품업체 중지 이노라이트가 534억 홍콩달러(약 9조5,000억원)를 조달하며 홍콩 증시의 7년 만에 최대 공모 기록을 세웠다. 중국 AI와 반도체·첨단제조 기업이 잇달아 홍콩행을 택하면서 투자은행과 로펌, 회계법인에도 일감이 몰리고 있다.

상장 열기는 곧바로 일자리와 인재 이동으로 번졌다. 홍콩이 지난해 외국인에게 발급한 취업비자는 3만1,278건으로 5년 전의 두 배를 웃돌았다. 취득자의 주요 출신국에는 한국과 일본이 이름을 올렸고, 금융 서비스업 비자 발급도 1년 새 17% 늘어 202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국에서 대형 국제 거래를 맡을 기회가 제한된 한·일 금융 인력에게 낮은 세율과 풍부한 중국 기업 거래를 갖춘 홍콩이 경력 상승 통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HSBC 등 글로벌 금융회사도 홍콩의 고위직 조직을 다시 키우는 모습이다.

이 같은 흐름을 떠받치는 힘은 중국 본토다. 중국 증권당국은 본토 업종 대표 기업의 홍콩 상장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못 박았고, 홍콩 정부는 세제 개편과 상장 규제 완화, 선전과의 산업 연계를 동시에 밀어붙이고 있다. 본토 기업이 대형 거래를 공급하면 글로벌 금융회사가 자본과 일자리를 늘리고, 해외 인재가 다시 홍콩으로 몰려드는 선순환도 빨라진다. 싱가포르가 세율과 비자 요건을 손질해도 이처럼 거대한 기업군과 배후 산업, 정책 동원력을 단기간에 확보하기는 어렵다. 기업과 자본에 이어 인재의 이동 방향까지 홍콩으로 돌아서면서 아시아 금융허브 경쟁의 무게추도 빠르게 기우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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