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결 혹은 인상뿐" 뒤집힌 美 금리 경로, 이란 전쟁 장기화에 유가·물가·채권시장 줄줄이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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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위원들, 7월 FOMC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거론 중동發 불확실성에 에너지 가격 널뛰기, 물가 리스크 가중 중간선거 앞두고 딜레마 빠진 트럼프, 이란도 경제 위기로 '비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부에서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이 거론됐다.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며 물가 불확실성이 커지자, 추가 긴축 여지를 열어두며 통화 정책 방향을 조정하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준 측에 재차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나섰지만, 시장에서는 이러한 주장이 단기간 내 수용될 가능성은 사실상 낮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향후 금리 경로는 미국과 이란의 충돌 양상 및 에너지 가격 추이에 따라 좌우될 확률이 높다는 분석이다.
7월 FOMC 의사록 공개
19일(이하 현지시각) 연준이 공개한 7월 28∼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회의에 참석한 위원 다수(many)는 '물가 상승률이 연준의 목표치인 2%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연준 의사록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표현상 ‘많은(many)’은 투표권이 없는 위원을 포함한 전체 정책 담당자 19명 중 절반에 가까운 규모를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해당 회의에서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등 3명은 실제 0.25%P 인상을 주장하며 금리 동결에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연준은 기준금리를 기존 3.50∼3.75%로 동결했다.
금리 인상을 지지한 위원들은 "물가 상승 압력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 목표 달성을 위해 더 긴축적인 정책 기조를 채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리 인상이 지체될 경우 추후 '더 가파르고 잠재적으로 비용이 큰' 긴축 조치를 단행해야 할 위험이 있다는 경고다. 금리 인하를 지지하는 의견은 회의록에 언급되지 않았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인플레이션 둔화로 연내 금리 인하 전망이 우세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변화다. 위원들은 최근 미국 경제에 대해서는 실질 경제 활동이 견조한 흐름을 이어 가고 있으며, 노동시장도 안정적인 상태라고 평가했다. 다만 다수 위원은 중동 분쟁 재격화가 공급망 차질을 장기화하고, 물가 압력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표1. 7월 FOMC의 기준금리 관련 주요 논의
| 구분 | 주요 내용 |
|---|---|
| 정책 결정 |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 |
| 금리 인상론 | 위원 다수가 물가가 2%로 둔화하지 않으면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판단 |
| 실제 인상 제안 | 위원 3인, 금리 인상 주장하며 신속한 대응 필요성 강조 |
| 금리 인하론 | 의사록에서 인하를 지지하는 의견은 언급되지 않음 |
| 경제 판단 | 실물경제와 노동시장은 견조하지만, 중동 분쟁과 공급망 차질이 물가 위험을 높일 수 있음 |
트럼프의 금리 인하 압박
이 같은 회의록 내용이 공개된 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금리가 인하되기를 정말 원한다"고 밝히며 연준을 재차 압박하고 나섰다. 그는 백악관 기자들과 만나 “연준 이사회는 정치적”이라며 “버락 오바마, 조 바이든 그리고 내가 임명한 인물이 이사회에 남아 있어 금리를 올리는 방향으로 투표했다”고 불만을 표했다. 이어 “우리가 좋은 숫자(경제지표)를 발표할 때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너무 두려워해 계속 금리를 올리고 있다”며 “금리는 미국의 성공에 따라 내리도록 허용해야지, (성공 때문에) 올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공개된 미국 물가 지표는 표면적으로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에 일정 부분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1% 오르는 데 그쳤고,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도 6월 3.5%에서 3.4%로 하락했다. 근원 CPI 상승률 역시 전년 대비 2.5%로 전월(2.6%)보다 둔화했다. 연초 이란 전쟁 발발 이후 급속도로 가중됐던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주춤한 셈이다.
다시 꿈틀대는 국제유가
다만 해당 수치만을 근거로 물가 위험이 해소됐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난달 물가를 끌어내린 주요 요인은 에너지였다. 해당 기간 에너지 가격은 전월 대비 1.5%, 휘발유 가격은 2.9% 미끄러졌다. 문제는 이러한 하락세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당시 에너지 가격 조정은 6월 미국과 이란이 잠정 휴전에 합의한 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이 일부 회복된 데서 기인했다. 하지만 현시점 양국의 잠정 합의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등 핵심 조항이 이행되지 않은 채 사실상 좌초됐으며, 지난달 들어서는 교전 및 선박 공격까지 재개됐다. 이 여파로 국제유가는 다시 가파르게 반등했다. 21일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0월물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93달러(약 12만8,76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수급 차질 역시 여전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보고서에서 "전쟁 발발 후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폐쇄와 중동 지역의 공급 차질로 글로벌 석유 재고가 누적 4억1,000만 배럴 감소했다"며 "걸프 지역 일일 산유량도 전쟁 이전보다 830만 배럴가량 줄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올해 세계 원유 공급은 하루 평균 430만 배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며, 3분기 공급 부족 규모는 일일 180만 배럴까지 뛸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역시 지난 2분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원유·석유 제품 물량이 하루 평균 490만 배럴로 전쟁 이전인 지난해 4분기(2,160만 배럴)의 4분의 1에도 못 미쳤다고 짚었다. 이러한 공급 충격은 원유를 넘어 정제유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며 운송비와 물류비를 끌어올리고, 결국 최종 상품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시장도 인플레이션에 주목
시장은 이 같은 리스크에 즉각 반응하고 있다. 우선 미국 국채 시장에서는 장기물을 중심으로 매도세가 이어지는 추세다. 특히 30년물 금리는 지난 18일 장중 5.337%까지 올라 2007년 이후 약 19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10년물 역시 같은 날 4.748%까지 치솟았다. 시장의 금리 전망도 크게 달라졌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21일 기준 연준이 9월 FOMC에서 현행 3.50~3.75% 금리를 유지할 확률은 64.7%, 0.25%P 인상할 확률은 35.3%로 반영됐다. 반면 금리 인하 가능성은 사실상 0%였다.
10월 회의의 경우에도 동결 확률이 51.3%로 가장 높았다. 이어 0.25%P 인상 가능성이 41.4%, 0.5%P 인상 가능성이 7.3% 순이었다. 이후 연말로 갈수록 긴축 예측은 더욱 뚜렷해진다. 12월 FOMC 기준 현 수준보다 금리가 낮아질 확률은 페드워치상 전혀 가격에 반영되지 않고 있으며, 현행 금리 유지 전망은 33.4%에 불과하다. 반면 3.75~4.00%까지 금리가 한 차례 인상될 가능성은 44.9%에 달하며, 4.00~4.25% 이상으로 올라갈 가능성도 21.8%까지 상승했다.
美·이란 충돌 향방은
향후 시장 심리를 좌우할 핵심 변수는 결국 미국과 이란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한 채 정치적 딜레마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호르무즈 해협 관리 권한을 상당 부분 인정하는 타협안을 받아들이거나, 군사 공격을 다시 확대해 장기전을 감수해야 하는 선택지 사이에 끼어 있다"고 분석했다. 전자는 미국이 전쟁 전부터 반대해 온 이란의 해협 통제력을 사실상 인정하는 결과가 될 수 있고, 후자는 △높은 휘발유 가격 △낮은 지지율 △전쟁 피로감 등 누적되는 악재 속에서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에 추가 부담을 줄 위험이 크다.
이란 역시 궁지에 몰린 것은 매한가지다. 이란 통계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이란의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87.9% 급등했다. 최근 12개월 평균 물가 상승률도 66%에 달했다. 올봄 실업률은 전년 동기보다 1.8%P 뛴 9.1%로 집계됐으며, 취업자 수도 약 45만 명 감소했다. 고물가·리알화 약세·에너지 부족·서방 제재 등 기존의 문제에 전쟁으로 인한 생산 차질, 재건 비용 부담 등이 더해지며 경제 위기가 심화한 것이다. 미국의 대이란 경제 압박 역시 명백한 위협이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산 원유를 구매하거나 이란 금융기관과 거래하는 해외 기업·국가에 대한 2차 제재 강화를 예고하며 이란의 '돈줄'을 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