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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불균형 끊어내야" 中 무역 흑자 겨냥해 '위안화 절상' 요구하는 서방국, 韓·日 제조업도 후폭풍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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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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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어나는 中 무역 흑자, 위안화 저평가가 가격 경쟁력 끌어올려
서방국發 절상 압박 가중, 中 "통화가치로 이익 취한 적 없다" 반발
韓·日 화폐 동반 절상 가능성, 동아시아 시장 긴장감 고조

중국의 무역 흑자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위안화 저평가로 중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게 유지되면서, 수출이 빠르게 늘고 이에 따른 글로벌 무역 불균형도 한층 심화하는 모습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을 중심으로 위안화 절상 요구가 반복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이러한 압력이 한국과 일본 등 주요 동아시아 수출국으로도 번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향후 원화·엔화의 동반 절상 압박이 가시화할 시, 각국 수출 제조업의 가격 경쟁력과 채산성이 미끄러질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中의 환율發 수출 경쟁력

28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저평가된 위안화를 무기로 삼은 중국의 수출 공세가 무역 상대국의 제조업 기반을 위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무역 흑자는 1조2,000억 달러(약 1,650조2,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상품, 서비스, 투자 소득을 포괄하는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세계 국내총생산의 1% 수준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됐다. 골드만삭스는 전후 역사상 단일 국가의 무역 흑자가 이 정도 비중을 차지한 사례는 사실상 전무하다고 짚었다.

중국의 수출 경쟁력을 떠받치는 핵심 축으로는 환율 정책이 지목된다. 골드만삭스는 위안화의 저평가 폭을 19%로 제시했고, 미국외교협회(CFR)의 브래드 세처는 35%로 추산했다. 이에 WSJ는 중국이 자발적으로 위안화 절상에 나서도록 주요 교역국이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1985년 플라자 합의 당시 주요국이 외환시장에 공동 개입해 과도하게 높았던 달러 가치를 낮춘 것처럼, 이번에는 저평가된 위안화의 가치를 끌어올려 중국의 수출 가격 경쟁력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중국이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관세를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되, 위안화 절상 폭에 맞춰 관세를 단계적으로 낮춰주는 방식도 대안으로 꼽혔다.

위안화 저평가 정조준한 美

미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중국의 위안화 저평가가 무역 불균형을 초래했다며 관련 조치를 단행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5년 제정된 '무역원활화·무역집행법'이다. 해당 법안의 핵심은 대미 무역 흑자, 경상수지 흑자, 외환시장 개입 등을 기준으로 주요 교역국의 환율 정책을 평가하는 것이다. 미 재무부는 이를 근거로 2016년부터 중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고, 위안화 움직임 및 정부 개입 여부를 지속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다. 미중 무역 전쟁이 한창이던 2019년에는 약 25년 만에 중국을 공식적으로 ‘환율조작국’ 명단에 올리기도 했다. 당시 미 재무부는 중국이 오랜 기간 대규모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위안화 저평가를 용인해 왔다며, 환율이 중국에 불공정한 무역상 경쟁 우위를 제공한다고 판단했다.

환율 압박은 이후 양국의 무역 협상에서도 '카드'로 활용됐다. 미국은 2020년 1월 미중 1단계 무역 합의를 앞두고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해제하는 대신, 합의에 '양국이 경쟁적인 통화가치 절하를 피하고 환율 정책과 외환보유액 관련 정보를 공개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이러한 미국의 위안화 절상 요구는 최근 들어 재차 뚜렷해지는 추세다. 미 재무부는 지난 1월 보고서를 통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는 않았지만, 위안화는 상당히 저평가돼 있다"며 "중국 당국이 시장 여건과 거시경제 기초 여건에 맞춰 위안화 절상을 허용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문했다.

유럽에서도 문제의식 두드러져

유럽 역시 위안화 평가절하를 문제시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지난 6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직후 중국 위안화가 적정 가치보다 최대 30%가량 저평가돼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중국의 대규모 산업 보조금과 함께 유럽 기업의 경쟁력을 훼손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메르츠 총리는 이러한 환율 불균형을 조정하기 위한 과거 사례로 플라자 합의를 거론하며, 중국과의 국제적인 환율 협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지난달 독일에서 열린 프랑스·독일 정상 협의에서 "현재 위안화와 유로화 간 환율 관계는 중국의 막대한 대유럽 무역 흑자를 고려할 때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유럽 차원에서 중국과 환율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같은 달 중국 위안화가 물가 차이를 고려한 실질 기준으로 15~16%가량 저평가돼 있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분석을 언급하며, 중국의 환율 문제가 세계 경제의 과도한 불균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라가르드 총재는 현재의 국제 금융 환경이 1985년과 크게 다른 만큼, 새로운 플라자 합의를 그대로 재현하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표1. 서방국의 위안화 저평가 대응

시기주체주요 내용
2015년미국무역원활화·무역집행법을 제정해 주요 교역국의 환율 정책을 평가할 법적 기반 마련
2016년미국중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 위안화 움직임과 외환시장 개입 여부 감시
2019년미국중국을 약 25년 만에 환율조작국으로 지정
2020년미국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해제하는 대신, 중국과의 무역 합의안에 경쟁적 통화가치 절하 방지·정보 공개 의무 포함
2026년미국위안화가 상당히 저평가됐다며 중국 당국에 시장 여건에 따른 절상 허용 요구
2026년독일위안화가 최대 30% 저평가됐다고 주장하며 국제적인 환율 협의 필요성 제기
2026년프랑스중국의 대유럽 무역 흑자를 고려할 때 현 위안화·유로화 환율이 지속 불가능하다고 지적
2026년유럽중앙은행위안화가 실질 기준 15~16% 저평가됐다는 분석을 인용해 문제 제기
출처: 미국 재무부, 유럽중앙은행, 국제통화기금, 독일 및 프랑스 정부 자료 종합

中, 서방국 향해 '강력 반발'

중국은 이 같은 서방국의 요구를 좀처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달 “중국은 유럽 경제·무역 문제의 근원이 아니다”라며 “중국의 산업 경쟁력은 완전한 산업 체계와 거대한 시장, 혁신 생태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중국은 환율을 조작하거나 통화가치를 낮춰 무역상 이익을 취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 금융당국 역시 같은 입장이다. 판궁성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지난 3월 "중국이 통화가치 절하를 통해 대외무역 경쟁력을 확보할 필요도, 그럴 의도도 없다"며 위안화 가치를 합리적인 균형 수준에서 안정시키는 기존 방침을 준수 중이라고 전했다.

유럽의 대중 무역적자를 환율 문제로 단순화해선 안 된다는 입장도 나왔다.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는 '인위적으로 조작된' 환율 때문이 아니라 포괄적인 산업 체계와 지속적인 기술 투자, 거대한 시장, 활발한 시장 경쟁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위안화를 표적으로 삼는다고 해서 독일 제조업이 직면한 과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고, 유럽 혁신 사슬의 결핍도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플라자 합의를 다시 하자는 요구는 본질적으로 경제적 해결책이 아니라 정치적 압력"이라며 "중국은 환율을 억압의 구실로 삼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며, 강대국들이 몇몇 국가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던 옛 시대로 돌아가지도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韓·日 통화까지 영향권

중국과 서방국 간 통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아시아 국가들의 셈법은 한층 복잡해지는 추세다. 앞서 IMF는 아시아의 생산·무역망이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만큼, 글로벌 불균형을 조정하려면 중국을 넘어 주요 아시아 경제 전반의 환율 조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미국과 유럽이 중국에 위안화 절상을 요구해 실제 환율 조정이 이뤄질 경우, 중국뿐 아니라 한국·일본 등 주요 아시아 수출국에도 통화 절상 압력이 확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전문가는 "중국만 위안화 가치를 높이고 원화·엔화 등 주변국 통화가 약세를 유지할 시, 중국이 잃는 가격 경쟁력의 상당 부분이 한국과 일본 등 경쟁국으로 이전될 수 있다"며 "서방국은 대아시아 무역 불균형 자체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한국, 일본 등에 추가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한국과 일본 입장에서 통화 절상은 양날의 검이다. 원화나 엔화 가치가 오르면 원유·가스, 원자재, 해외 기계·소비재 등의 자국 통화 환산 가격이 낮아져 수입 물가와 생산비 부담을 덜 수 있다. 반면 수출에서는 정반대 효과가 나타난다. 미국과 유럽 소비자가 지불해야 하는 한국·일본산 제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때 기업이 환율 상승분을 판매 가격에 반영하면 자동차·기계·철강·화학 등 가격 경쟁이 치열한 업종에서 한국·일본 기업의 점유율이 떨어질 수 있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현지 판매 가격을 동결하면 자국 통화 환산 과정에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어들게 된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양국 제조업의 가격 경쟁력 및 채산성 부담이 대폭 가중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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