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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세대 자산·AI 투자가 재편한 美 경제, ‘K자형’에서 ‘C·G자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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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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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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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위층 소비 유지 속 하위층 지출 가속
임금 회복·가족 지원·데이터센터 고용 효과 맞물려
‘K자형’ 균열과 함께 ‘C자형·G자형’ 진단 확산
주: 7월 미국 저소득층의 세후 임금 증가율이 2024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고소득층을 웃돌면서 소득계층별 카드 지출 증가율 격차도 한층 축소됐다.

부유층 소비에 기대던 미국 경제의 ‘K자형’ 양극화 구도에 변화가 일고 있다. 저소득층의 임금과 소비가 되살아나자 ‘K자형 경제’가 ‘C자형’으로 수렴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고, 자산을 축적한 1·2차 베이비붐 세대(1955~1974년생)가 자녀 세대의 지출까지 떠받친다는 ‘G자형 경제’ 해석도 가세했다. 여기에 빅테크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가 건설·제조업의 일자리와 임금을 끌어올리면서 미국 경기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부유층 소비는 유지·저소득층 지출은 가속

8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는 부유층의 소비 증가세가 유지되는 가운데, 저소득·중산층의 지출이 늘면서 계층 간 소비 격차가 좁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경제학자들은 미국의 소비 지출 증가율이 부유한 계층에 점점 더 의존하면서 경제를 주가 하락이나 다른 충격에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하지만 최근 'K'자 형태 중 벌어진 아래쪽이 위로 올라붙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유한 가계가 소비를 줄이는 게 아니라 저소득층과 중간 소득층의 미국인들이 부유한 층의 소비를 따라잡는다는 의미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이를 '위대한 수렴(The Great Convergence)'이라고 지칭했다. BofA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7월 소득 하위 3분의 1 가구의 카드 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해 중산층의 증가율을 앞질렀다. 같은 기간 저소득층의 세후 임금 증가율은 5.2%로 고소득층의 4.2%보다 높았다. 두 계층의 임금 상승률이 역전된 것은 2024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저소득층의 고용 증가세가 상대적으로 강해진 데다, 이직에 따른 임금 상승과 원천징수액 감소가 가처분소득을 끌어올린 결과로 풀이된다. 소득 증가분이 소비로 이어지면서 계층별 지출 격차도 축소됐다는 게 BofA의 평가다.

하위 25% 임금 5.5% 상승, 상위층의 3배

앞서 백악관도 저소득층의 임금 회복을 근거로 K자형 경제의 종식을 선언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달 9일 CNBC에 "K자형 경제는 끝났다고 단언할 수 있다"며 저소득층 노동자들이 마침내 따라잡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K자형 경제라는 말을 듣는 데 지쳤다”며 “이제는 저임금 근로자들이 다시 격차를 좁혀가는 C자형 경제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때와 마찬가지로 저소득 근로자들의 임금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오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베선트 장관은 미국 노동 통계를 근거로 소득 하위 25% 근로자의 임금이 전년 동기 대비 5.5%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소득 상위 25% 근로자의 임금 상승률보다 약 3배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물가 상승분을 제외한 실질임금도 개선됐다는 것이 베선트 장관의 주장이다. 그는 소득 하위 25% 근로자의 실질임금이 2% 상승했다며 근로자들이 점차 구매력 회복을 체감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비붐 세대가 떠받친 소비

일각에서는 최근의 소비 회복을 세대별 자산 격차로 읽어야 한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월가의 대표적인 강세론자 에드 야데니(Ed Yardeni) 야데니리서치 대표는 미국 경제를 세대를 뜻하는 ‘제너레이션(Generation)’의 첫 글자를 딴 ‘G자형 경제’로 규정했다. 막대한 자산을 축적한 베이비붐 세대가 자신의 소비를 유지하는 동시에 성인 자녀와 손주에게 생활비를 지원하면서 전체 소비를 떠받친다는 진단이다. 저소득층 지출이 늘어난 배경에도 임금 회복과 함께 부모 세대의 경제적 지원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시한 셈이다.

이러한 분석의 토대에는 베이비붐 세대에 집중된 부동산과 금융자산이 자리한다. 야데니리서치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베이비붐 세대의 순자산은 85조4,000억 달러(약 11경4,280조원)로 미국 전체 가계 자산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무디스애널리틱스도 55세 이상 미국인이 전체 자산의 70%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이 차지하는 소비 비중은 2010년 27.1%에서 지난해 중반 45.3%까지 높아졌다고 추산했다. 은퇴로 근로소득이 감소하더라도 주택 자산과 연금, 주식 투자 수익을 활용해 소비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계층이 그만큼 두터워진 상황이다.

‘G자형 경제’의 연결고리

베이비붐 세대의 자산은 가족 간 자금 이전을 거쳐 청년층 소비로도 흘러간다. BofA가 18~27세 미국인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46%가 부모나 가족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전체 응답자의 54%는 자신의 주거비를 직접 부담하지 않았으며, 주거비를 내는 청년 가운데 64%는 월급의 30% 이상을 집세나 주택 관련 비용에 지출했다. 시장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도 부모가 생존해 있는 18~34세 성인의 44%가 최근 1년간 경제적 도움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부모가 대신 부담한 생활비와 통신비, 임대료가 청년층의 다른 소비 여력을 보전하는 방식이다.

세대별 주택 보유 격차는 G자형 경제를 지탱하는 자산 편중과 맞닿아 있다. 연준의 ‘2025년 미국 가계 경제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60세 이상 미국인의 주택 보유율은 83%였지만 18~29세에서는 24%에 그쳤다. 집값 상승기에 이미 주택을 보유한 고령층은 자산 가치 상승의 혜택을 누린 반면, 청년층은 높은 집값과 대출금리, 임대료를 동시에 감당해야 했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 세입자의 23%가 최근 1년 사이 임대료를 연체한 경험이 있었으며, 연소득 5만 달러(약 6,700만원) 미만 세입자에서는 이 비율이 30%를 웃돌았다.

데이터센터 붐에 몸값 뛴 전기·설비 인력

미국 경제 호조를 설명하는 또 하나의 축은 AI 인프라 투자다.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연율 1.5% 증가했지만, 소비와 민간 고정투자를 합산한 민간 국내 최종수요는 3.9% 확대됐다. 산업장비와 정보처리장비, 소프트웨어 등에 대한 기업 투자가 정부 지출 감소와 주택·공장 건설 부진을 상당 부분 상쇄한 영향이다.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알파벳·메타 등 4대 빅테크가 올해 계획한 자본지출도 총 7,250억 달러(약 971조5,000억원)로 지난해보다 77% 증가했다.

투자 열기는 특히 데이터센터 건설 현장에서 두드러졌다. 미 인구조사국(Census Bureau) 자료를 토대로 산출한 7월 데이터센터 건설 지출은 연율 752억 달러(약 100조7,68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57.2% 급증했다. 같은 기간 미국 전체 건설 지출은 3.8% 감소했고 주거용 건설과 제조시설 건설도 각각 7.3%, 21.2% 위축됐다. 데이터센터는 민간 오피스 건설 지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며 상업용 부동산 개발 시장에서 사실상 독주했다. 데이터센터를 제외할 경우 전체 건설 지출의 감소율은 약 5.1%로 커지는 것으로 추산됐다.

데이터센터 투자는 건물 공사와 함께 변압기·배전반·비상발전기·냉각설비·광섬유망 수요를 끌어올리며 제조업과 전력산업으로 파급됐다. 연준은 9월 경기동향보고서 베이지북에서 12개 관할지역 가운데 여러 곳의 비주거용 건설이 데이터센터 사업에 집중됐으며, 클리블랜드 지역 제조업체의 수주 증가도 데이터센터와 방위산업이 주도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전기기사와 배관공, 용접공, 냉난방·공조 기술자를 확보하려는 경쟁도 거세졌다. 채용 플랫폼 인디드 집계에서는 데이터센터 관련 채용공고가 최근 2년 사이 두 배 이상으로 늘었고, 설치·유지보수 직군의 시간당 제시 임금은 일반 사업장보다 42% 높았다. 사무직 채용을 줄이는 AI가 현장 기능직의 일자리와 임금을 끌어올리면서 소득계층별 소비 격차에도 영향을 미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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