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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국채금리 통제 나선 美 재무부, 40조 달러 부채에 되레 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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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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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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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약세 저지 나선 베선트, 투기세력에 공개 경고
미·일 정책 공조에도 의심받는 개입 규모·지속력
재정 위험 재평가, 금융·실물경제 충격 확산 가능성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자신을 카지노의 ‘하우스’에 빗대며 엔화 공매도 세력에 공개 경고를 보냈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이 환율과 국채금리를 원하는 수준으로 유도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국가부채와 불어난 이자 부담이 정책 여력을 제약하는 모습이다. 실제 미 재무부가 국채 바이백(재매입) 규모를 확대했음에도 시장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자 미 국채 장기금리는 되레 치솟았고, 달러 약세와 금값 상승까지 맞물렸다. 당국과 시장의 힘겨루기가 장기화할 경우 충격은 금융·실물경제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베선트 “내가 곧 하우스, 日 정부 정책 잘 알아”

8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이날 열린 미국 텍사스주 서던메소디스트대(SMU) 행사에서 엔화 공매도 세력들에게 “일본 엔화 가치 상승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시험해 보라”고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는 "이제 내가 바로 하우스(the house)”라면서 자신은 마치 카지노의 하우스처럼 정보 우위에 있음을 강조했다. 또 카지노의 손님에 해당하는 시장의 투기세력과 트레이더들이 카지노의 하우스인 미재무부의 정책에 맞서는 것은 불리한 게임이라는 경고의 의미기도 하다.

베선트 장관은 "일본 엔화에 개입할 때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BOJ)이 무엇을 할지, 일본 정책 당국이 무엇을 할지 매우 잘 알고 있다. 나에게 맞서 (엔화 약세에) 베팅하고 싶다면 그렇게 해보라"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사람들이 '재무장관이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고 말할 때마다 그것은 내가 꿈꾸던 상황"이라며 "나에게는 비대칭 정보가 있다"고 말했다.

40년 만의 엔저에 손잡은 美·日, 공동 개입 효과는 ‘반짝’

이번 발언은 지난 7월 말 미·일 양국이 단행한 이례적인 공동 시장 개입의 연장선으로 평가된다. 당시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40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폭락하자, 미 재무부는 일본 정부와 공조해 엔화 매수로 시장에 개입했다. 또 재무부가 보유한 유로화를 엔화로 바꾸는 방식도 사용했다.

공동 개입 이후 엔화는 초기에 급등했으나 이후 상승폭이 줄어들었다. 이는 미 재무부가 외환 매입에 사용할 수 있는 여력이 제한점이라는 점이 시장에 부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후 엔화는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기대감이 강해지면서 당국의 뚜렷한 추가 개입 없이도 크게 상승해 올해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지난 달에 베선트 장관은 미국채 수익률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대규모 바이백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엔화 공동 매입과 마찬가지로 둘 다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블룸버그는 "베선트 장관의 발언은 세계 최대 미 국채 보유국 중 하나인 일본의 경제정책 결정 과정에 그가 이례적으로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의 리 하드먼(Lee Hardman) 수석 외환애널리스트는 베선트 장관의 발언이 일본이 엔화 강세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내 정책을 바꾸고 미·일 공동 개입을 지원하기로 했다는 시장의 기대를 강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선트의 강한 경고, 시장엔 ‘다급한 재무부’ 신호

정책 당국자가 투기세력에 강한 경고를 보내는 것은 금융시장 안정에 필요한 수단으로 꼽힌다. 환율이 한쪽으로 쏠리는 국면에서 모호한 태도를 보이면 시장은 이를 개입 의지의 약화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 재무성과 일본은행은 과거에도 구두 개입의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인 뒤 실개입에 나서며 엔화 매도세를 꺾었다. 베선트 장관이 미·일 공조와 정보 우위를 공개적으로 강조한 배경에도 투기 자금의 추가 유입을 미리 차단하려는 계산이 깔렸다.

다만 시장이 당국의 취약성을 파고들 여건에서는 강경한 대응이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미국은 국가부채가 40조 달러(약 5경3,560조원)에 이르는 데다 대규모 재정적자와 국채 공급 증가, 이란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까지 한꺼번에 감당해야 하는 처지다. 이런 상황에서 재무부가 가격 방어 의지를 되풀이하면 시장은 정책 당국이 급격한 금리 상승을 감당하지 못해 다급해졌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투기세력은 그 순간 매도 포지션을 거두기는커녕 재무부가 실제로 동원할 자금과 대응 범위를 확인하려 매도 규모를 한층 키우게 된다.

표1. 미국 재무부 국채 바이백 확대 및 시장 반응

시점주요 내용바이백 규모시장 반응
8월 19일국채 장기물 바이백 확대 발표회당 20억 달러→최소 40억 달러시장 안정 효과 제한
8월 20일베선트 장관, 추가 확대 가능성 시사회당 40억 달러 초과 가능최대 100억 달러 확대 기대 확산
9월 9일 발표
9월 10일 시행
10~20년 만기 국채 매입 규모 확정최대 60억 달러
10~30년물 잔액의 3% 남짓
시장 기대에 미달하며 국채 매도세 재점화
발표 직후미 국채 장·단기 금리 동반 급등10년물 4.857%
2년물 4.432%
30년물 5.314%
10년물 3년 만에 최고
2년물 지난해 1월 이후 최고
30년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자료: 미 재무부·CNBC

60억 달러 바이백에도 국채 금리 폭등

미국 국채시장에서는 이런 역효과가 이미 나타났다. 앞서 베선트 장관은 지난달 19일 국채 장기물 바이백 규모를 회당 20억 달러(약 2조6,780억원)에서 최소 40억 달러(약 5조3,570억원)로 두 배 확대하는 조치를 전격 발표했다. 해당 조치의 적용 기간은 이달 9일부터 중간선거 다음날인 11월 4일까지로 설정했다. 베선트 장관은 바이백 규모 확대 발표에도 시장이 안정되지 않자 같은 달 20일에는 CNBC에서 바이백 규모가 회당 40억 달러를 넘을 수도 있다며 “우리는 정책 수단이 많다”고 경고했다. 바이백 규모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극대화된 9일, 미국 재무부는 결국 10~20년 만기 국채 매입 규모를 최대 60억 달러(약 8조350억원) 정했다며 이를 10일부터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당초 월가는 금리를 잡겠다는 재무부의 엄포에 바이백 규모가 100억 달러(약 13조3,92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바이백 규모가 60억 달러가 돼도 이는 국채 10~30년물 잔액의 3% 남짓에 불과하다.

이에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발표 직후 글로벌 채권시장의 기준물인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4.857%까지 치솟으며 2023년 11월 이후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장중 4.432%로 오르며 지난해 1월 이후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고, 미국 주택담보대출의 준거가 되는 30년물도 5.314%로 솟구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므로 이는 국채 값이 폭락했음을 뜻한다. 강한 정책 신호가 시장의 기대 수준을 끌어올린 뒤 실제 조치가 이에 미달하자, 베선트 장관이 진정시키려던 국채 매도세에 다시 불이 붙은 것이다.

빚에 짓눌린 美·日, 시장 개입 한계

미 국채 금리 안정에 백약이 무효인 근본적 원인은 40조 달러에 이르는 국가부채와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자 부담이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2026회계연도 연방정부의 순이자 지출을 1조390억 달러(약 1,391조4,290억원)로 추산했다. 전체 지출 7조4,490억 달러(약 9,975조7,010억원)의 약 14%에 해당하며, 같은 기간 재정적자는 1조8,530억 달러(약 2,481조5,38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만기가 돌아온 국채를 높은 금리로 차환할수록 복지·국방·산업정책에 투입할 재정 여력도 줄어든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거듭된 기준금리 인하 요구와 베선트 장관의 장기금리 억제 행보에도 이 같은 부담을 더 키우지 않겠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의 정책 선택에도 재정 부담이 깊숙이 개입해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 부처가 요구한 2027회계연도 예산은 143조1,000억 엔(약 1,247조3,310억원)에 달했으며, 국채 원리금 상환에 필요한 비용만 역대 최대인 36조6,400억 엔(약 319조3,730억원)으로 집계됐다. 예산 편성에 적용한 금리가 3.0%에서 3.8%로 높아지면서 국채 관련 비용도 전년 대비 5조3,600억 엔(약 46조7,200억원) 늘었다. 엔화 약세를 진정시키려 금리를 올리면 수입물가는 낮출 수 있지만 정부의 이자 부담은 커지게 마련이다. 반대로 국채금리를 억누르면 엔화 가치가 다시 흔들리고 물가 상승 압력도 고개를 들 수 있다. 미국과 일본 정부가 환율과 채권금리를 동시에 원하는 수준으로 유도하려 할수록 정책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형국이다.

억제할수록 시장 반발

이런 딜레마를 외면한 채 금리를 낮게 붙들어두려 할 경우 시장의 반발은 소수 투기세력에서 광범위한 투자자로 번질 수 있다. 금융시장에는 ‘강호의 고수도 관군을 이길 수 없다’는 말과 ‘시장은 언제나 옳다’는 격언이 함께 돈다. 한두 곳의 대형 헤지펀드가 시장을 흔드는 상황이라면 정책 당국은 유동성과 규제 권한, 시장 개입을 동원해 공세를 꺾을 수 있지만 연기금과 보험사, 은행, 자산운용사 등 광범위한 투자자가 미국의 재정 위험을 다시 평가해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기 시작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실제 미 국채시장의 매수 기반은 과거와 바뀌었다. 로이터는 해외 중앙은행처럼 가격 변동에 둔감한 매수자가 줄어든 자리를 헤지펀드 등 민감한 투자자가 채우면서 장기물의 변동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올해 빅테크의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가 7,300억 달러(약 977조5,400억원)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량 회사채 발행도 급격히 늘고 있다. 미 국채와 우량 회사채가 같은 장기자금을 놓고 경쟁하면 재무부도 투자자가 요구하는 수익률을 외면하기 어렵다. 또한 정책 당국이 시장금리를 낮게 붙잡을수록 자금이 금이나 해외 자산으로 이동해 달러 가치와 물가를 함께 흔들 가능성도 상존한다.

높은 국채금리의 충격은 이미 미국 신용시장의 취약한 고리로 번지는 분위기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신용등급이 CCC 이하인 미국 기업의 미 국채 대비 가산금리는 1년 전 8.08%포인트에서 최근 10.53%포인트로 확대됐다. JP모건은 올해 저신용 기업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규모가 전년 대비 9% 증가한 401억 달러(약 53조6,980억원)에 달했다고 집계했으며, 부도 채권 회수율도 29%에 그쳐 25년 평균인 40%를 크게 밑돌았다. 탄탄한 실적을 갖춘 우량 기업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으나 부채가 많은 한계기업은 국채금리와 가산금리의 동반 상승을 감당해야 하는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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