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에듀] AI가 대신 쓰는 대학 과제, ‘결과’보다 ‘사고 과정’ 평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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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 보편화로 학생 역량 확인 어려움 확대 근거 해석·수정 능력 반영한 학습 방식 강조 대학 차원의 AI 활용 기준과 공통 지침 마련 필요
본 연구 기사는 글로벌 교육 전문지 The EduTimes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duTime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duTimes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대학 과제 작성에 빠르게 확산되면서 학생의 실제 사고력을 어떻게 평가할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영국에서는 학부생의 94%가 과제에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전일제 대학생 1,05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다. 이처럼 AI 활용이 보편화되면서 완성된 과제만으로 학생이 직접 고민하고 판단한 과정을 파악하기는 한층 어려워졌다. 결과물에 평가가 집중될수록 학생이 사고 과정까지 AI에 맡길 가능성도 커진다. 이에 완성된 답안뿐 아니라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까지 평가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근거가 제시됐을 때 기존 판단을 다시 살펴보고 수정하는 능력도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
결과물 중심 평가의 한계와 사고력 검증
표절은 생성형 AI가 등장하기 전부터 교육 현장의 문제였다. 과거에도 책이나 기존 과제, 인터넷 자료를 그대로 가져다 쓰는 사례가 이어졌다. AI 등장 이후 달라진 점은 학생의 작업을 대신할 수단이 훨씬 빠르고 정교해졌다는 데 있다. 몇 초 만에 그럴듯한 답안을 만들 수 있게 되면서 글의 완성도만으로 학생의 역량을 판단하기도 어려워졌다. 따라서 비판적 사고를 구체적인 평가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학생이 문제와 자료를 제대로 이해했는지 살펴보고, 제시된 주장의 타당성과 불확실성을 가려낼 수 있는지도 확인하는 방식이다. 새로운 근거가 제시됐을 때, 기존 판단을 수정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된다. 이를 통해 완성된 글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학생의 판단 능력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관련 연구에서도 비판적 사고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한다. 2023년 발표된 대규모 문헌 검토 연구는 비판적 사고를 정보 해석과 논거 분석, 결론 도출, 신뢰성 평가, 추론 과정 설명, 자기조절 등 6가지 역량으로 구분했다. 또 외부 정보를 판단하는 능력과 자신의 가정·편향을 점검하는 능력, 판단을 결정과 행동으로 옮기는 능력 등 세 영역으로 나눴다. 이를 수업에 적용하면 서로 다른 자료를 비교하거나 근거가 부족한 주장을 찾아내는 과제를 구성할 수 있다. 어떤 증거가 제시되면 자신의 판단을 바꿀 것인지 설명하도록 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이러한 평가의 필요성은 AI 활용이 늘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판단을 외부 도구에 맡기는 ‘인지적 오프로딩(cognitive offloading)’이 잦아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지난해 성인 666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AI 도구를 자주 사용할수록 비판적 사고 시험 성과가 낮은 경향을 보였다. 같은 해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가 참가자 5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도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활용해 에세이를 작성한 집단의 뇌파검사(EEG)상 신경 연결성이 가장 낮게 측정됐다. 다만 해당 연구는 참가자가 적고 정식 학술지에 게재되기 전 단계인 만큼 결과 해석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기존 교과과정에 비판적 사고 접목
비판적 사고를 기르기 위해 별도의 과목을 신설할 필요는 없다. 기존 수업에서 학생이 직접 판단하고 근거를 설명하도록 과제와 평가 방식을 바꾸는 방법이 있다. 2024년 중학생 2,011명과 교사 21명을 대상으로 3개월간 진행한 연구에서는 영어 수업에 매주 한 차례 비판적 사고 교육을 적용한 결과, 관련 능력이 소폭 향상됐다. 반면 일반적인 학업성취도에서는 뚜렷한 개선이 확인되지 않았다.
문제를 직접 해결하고 선택의 근거를 설명하도록 하는 수업은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할 수 있다. 2023년 36개 실증연구를 종합한 메타분석에서 협력적 문제해결이 비판적 사고에 미치는 효과크기는 0.82로 집계됐다. 2024년 약학대생 1,819명이 참여한 기존 8개 연구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문제기반학습(Problem-Based Learning)은 비판적 사고 향상과 관련성을 보였다. 물론 연구마다 효과에 차이가 있어 수업 방식과 교과 내용, 지도 수준에 따라 성과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여러 대안을 비교하고 불확실성을 검토한 뒤 자신의 선택에 근거를 제시하는 과정이 비판적 사고를 기르는 데 중요하다는 점은 여러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접근을 위해서는 교사의 질문과 과제 설계도 달라져야 한다. 역사 수업에서는 서로 다른 사료를 제시하고 어떤 설명이 더 타당한지 근거를 바탕으로 판단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과학 수업에서는 불완전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여러 모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고 그 이유를 설명하도록 요구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이와 같이 완성된 답안과 함께 결론에 이르는 과정을 평가하면 학생이 수업마다 판단과 검증을 반복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AI 결과 검증을 통한 사고력 강화
이러한 수업에서는 AI 자체를 학생의 판단 능력을 기르는 데 활용할 수도 있다. 지난해 초등학교 6학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학생들이 기존 수업을 받은 학생들보다 학습한 내용을 다른 상황에 적용하는 데 높은 성과를 보였다. 비판적 사고 능력과 학습의 깊이 사이에서도 유의미한 연관성이 확인됐다. 핵심은 AI가 제시한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학생이 직접 검토하고 수정해 판단에 반영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수업에서는 AI 활용 과정을 간단히 기록하도록 할 수 있다. 학생이 어떤 질문을 했고 답변 가운데 무엇을 활용하거나 제외했는지, 주요 내용은 어떤 자료로 확인했는지 남기는 방식이다. 이 기록은 학생이 AI의 답변을 직접 검토하고 판단했는지를 보여주는 근거가 된다. 오류나 근거가 부족한 AI 답변을 제시한 뒤, 문제점을 찾아 수정하도록 하는 과제도 활용 가능하다. 호주 시드니대학교가 도입한 ‘투트랙(Two-Lane)’ 평가 방식도 같은 맥락이다. 한쪽에서는 외부 도움을 제한해 학생의 기본 지식과 역량을 확인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AI 사용을 허용해 결과를 검토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평가한다. 이를 통해 기본 역량은 학생이 직접 입증하도록 하면서 AI 활용 과제에서는 검증과 판단 능력까지 평가할 수 있다.
사고 과정 중심의 평가 체계 개편
개별 수업에서 이러한 방식을 정착시키려면 대학 차원의 공통 기준도 뒷받침돼야 한다. 학생들의 AI 활용 속도에 비해 교육과 평가 기준 마련은 더딘 상황이다. 올해 영국 고등교육정책연구소(HEPI) 조사에서 대학이 AI 활용을 권장한다고 답한 학생은 36%, 관련 도구를 제공받았다는 응답은 38%에 그쳤다. 이처럼 대학 차원의 기준이 충분하지 않으면 수업마다 AI 활용과 평가 방식에 차이가 생기게 된다. 일부 학생은 출처 확인과 AI 답변 검증 방법을 배우는 반면 다른 학생은 결과물을 만드는 데 AI를 활용하는 수준에 머물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학은 AI 활용 범위와 평가 대상, 학생이 직접 입증해야 할 역량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사고 과정을 평가하려면 교수자의 시간과 업무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이에 따라 구두 평가나 과제 진행 과정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운 만큼 모든 평가를 한꺼번에 바꾸기보다 필요한 부분부터 조정하는 방법이 현실적이다. 과제 수를 줄이는 대신 목적을 명확히 하고 중간 결과물이나 짧은 구두 질문을 활용하면 교수자의 부담을 덜면서 학생의 사고 과정도 점검하게 된다. 평가 기준도 이에 맞춰 조정해야 한다. 출처의 신뢰성과 검증 과정, 수정 능력, 판단의 근거, 불확실성을 파악하는 능력 등에 적절한 비중을 두는 방식이다.
평가 체계를 바꿔야 할 필요성은 노동시장에서도 확인된다. 세계경제포럼(WEF)의 ‘일자리의 미래 2025(Future of Jobs 2025)’ 조사에서는 55개 경제권의 1,000여 개 기업 가운데 69%가 분석적 사고를 핵심 직무 역량으로 꼽았다. 이처럼 기업이 정보를 분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중시하는 상황에서 대학도 이러한 역량을 교육과 평가에 반영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 특히 AI가 완성도 높은 글을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게 되면서 학생이 정보를 해석하고 검증한 뒤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결국 생성형 AI의 확산으로 학생의 학습 성과를 판단하는 새로운 기준 마련이 중요해졌다. 이에 따라 완성된 과제만으로 실제 이해와 사고 수준을 가늠하기 어려워진 만큼 평가의 범위도 답을 만들어가는 과정까지 넓혀야 한다. 이러한 구조가 자리 잡아야 비판적 사고도 AI 시대에 필요한 핵심 학습 역량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Critical Thinking in Education: Assessment Must Reward Judgment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duTimes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