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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 2조 달러’ 앤트로픽 상장 초읽기, 성장은 둔화·인프라 청구서는 막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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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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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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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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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기 흑자 바탕으로 최대 2조 달러 기업가치 기대
매출 성장 둔화 속 계약대금 지급으로 투자 여력 제한
상장 초기 매도 물량까지 풀리면 주가 하방 압력 확대

미국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이 기업공개(IPO)를 위한 증권신고서를 공개하며 상장 절차에 들어갔다. 매출 급증과 분기 영업흑자를 바탕으로 최대 2조 달러(약 2,650조원)의 기업가치를 기대하고 있지만, 최근 매출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높은 몸값을 지탱할 성장 동력에 의문이 제기된다. 성장세를 끌어올리기 위한 투자 여력도 넉넉지 않다. 이미 체결한 인프라 계약에 막대한 지급 의무가 묶여 있어 공모자금 상당액이 기존 약정 이행에 투입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상장 초기부터 기존 주주의 매도 물량이 풀릴 예정이어서, 공모가에 반영된 성장 기대가 실적으로 이어지기 전에 주가가 매물 압박에 노출될 우려도 있다.

앤트로픽, 나스닥 상장 착수

26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이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IPO를 위한 S-1 증권신고서를 공개 제출했다. 신고서에 담긴 올해 상반기 매출은 163억 달러(약 21조6,09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4배가량 늘었으며, 영업손실은 21억 달러(약 2조7,840억원)에서 6억9,300만 달러(약 9,190억원)로 축소됐다. 특히 2분기에는 영업이익 9억7,400만 달러(약 1조2,910억원)를 내며 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분기 매출은 전 분기보다 약 144% 늘었고, 같은 기간 연산·인프라 비용 증가율은 약 65%로 집계됐다. 서비스 판매가 늘면서 매출에서 연산·인프라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든 셈이다.

상반기 순손실은 807억 달러(약 106조9,840억원)로, 전환형 금융상품의 가치 변동에 따른 회계 비용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 가운데 724억 달러(약 95조9,800억원)가 전환사채 등의 공정가치 재평가에 따른 비현금성 손실이었다. 기업가치가 상승하면서 투자자들이 향후 주식으로 전환할 금융상품의 평가액도 높아졌고, 그 증가분이 회계상 비용으로 반영된 것이다. 앤트로픽은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번 신고서에는 공모 가격 범위와 발행 주식 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예상 기업가치는 1조5,000억~2조 달러(약 1,988조5,500억~2,650조원) 수준이다.

최대 2조 달러에 이르는 몸값에는 향후 고성장이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 이달 14일 투자자 설명회에서 공개된 3분기 매출 168억 달러(약 22조2,720억원)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672억 달러(약 89조870억원)로, 예상 기업가치 상단은 이 금액의 30배에 달한다. 기업가치 산정의 기준이 되는 매출에는 클라우드 유통업체에 지급하는 수수료도 포함돼 있다. 앤트로픽은 고객이 클라우드 플랫폼을 통해 지불한 금액 전부를 매출로 잡고, 플랫폼에 주는 몫은 비용으로 처리하는 방식을 쓴다. 올해 상반기 매출의 약 48%가 클라우드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발생해, 유통업체에 지급하는 수수료도 매출액에 포함됐다.

분기 흑자 전환에도 상반기 영업적자

다만 높은 평가를 유지하려면 매출과 이익이 꾸준히 늘어야 하는데, 최근 매출 증가율은 둔화하는 추세다. 앤트로픽의 3분기 매출 증가율은 전 분기 대비 약 45%로, 2분기의 3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다. 서비스 이용량 증가에 비해 고객 지출이 더디게 늘어나는 현상도 나타났다. 기업 지출 관리업체 램프의 자료에서는 7월 초부터 9월 말까지 앤트로픽의 토큰 사용량이 90% 가까이 증가했지만, 관련 지출은 19% 늘어나는 데 그쳤다. 토큰은 AI가 데이터를 처리하는 단위로, 조사 대상 기업들이 같은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지불한 금액이 줄었다는 의미다. 로이터 브레이킹뷰스는 AI 업체 간 가격 경쟁에 따른 토큰당 매출 감소를 성장 둔화 요인으로 지목했다.

수익성 역시 연간 적자에서 벗어났다고 판단하기에는 흑자 실적이 쌓인 기간이 짧다. 앤트로픽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80억 달러(약 10조6,060억원)를 웃돌아 2024년 30억 달러(약 3조9,770억원)에서 두 배 이상 불어났다. 같은 기간 매출이 4억 달러(약 5,300억원)에서 46억 달러(약 6조980억원)로 늘었으나, 연간 영업비용이 120억 달러(약 15조9,080억원)를 웃돌면서 적자 규모도 커졌다. 지난해 매출 1달러(약 1,330원)를 올리는 데 영업비용으로 2.6달러(약 3,450원) 이상을 지출한 것이다. 올해 1분기에도 17억 달러(약 2조2,54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으며, 2분기 흑자로 메운 금액은 이 손실의 60% 규모에 해당한다. 상반기 전체 매출 대비 영업손실 비율은 약 4.3%로, 반기 기준 적자가 남았다.

표1. 앤트로픽 영업실적 및 수익성 현황

시기지표내용
2024년매출4억 달러
영업손실30억 달러
2025년매출46억 달러
영업손실80억 달러 초과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
연간 영업비용120억 달러 초과
매출 1달러당 영업비용2.6달러 이상
2026년 1분기영업손실17억 달러
2026년 2분기흑자 전환1분기 영업손실 약 60% 상쇄
2026년 상반기매출 대비 영업손실 비율약 4.3%, 반기 적자 지속
자료: 앤트로픽

공모자금 잠식할 장기 인프라 약정

여기에 이미 체결한 연산·인프라 계약에 따른 대규모 지출도 예정돼 있다. 신고서에 명시된 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 등 3개사의 클라우드 연산 자원 이용 약정만 합쳐도 최소 2,694억 달러(약 357조1,440억원)에 달한다. 구글과의 계약에는 올해 4월부터 2033년 7월까지 최소 1,145억 달러(약 151조7,930억원)를 지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아마존에 대해서는 올해 5월부터 2036년 4월까지 최소 1,100억 달러(약 145조8,270억원)의 지출을 약정했으며, MS와도 올해 11월부터 2033년 5월까지 최소 449억 달러(약 59조5,240억원)를 쓰기로 했다. 세 계약 모두 실제 사용량과 관계없이 최소 지출액을 채우도록 정해져 있어, 확보한 연산 자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해도 약정한 지급 의무는 남는다.

클라우드 이용료 외에 반도체와 장비 임차료도 상당하다. 브로드컴과 맺은 장비 임대 계약의 임차료는 1,612억 달러(약 213조7,030억원)며, 스페이스X의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연산 자원 이용 계약은 2029년까지 최대 1,205억 달러(약 159조7,470억원) 규모다. 별도로 연산 자원 공급업체 엔스케일과 람다에도 각각 최대 446억 달러(약 59조1,260억원), 413억 달러(약 54조7,510억원)를 지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마다 지급 시기와 이행 조건은 다르지만, 반도체 확보부터 클라우드 사용, 장비 임차까지 AI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지출이 수년에 걸쳐 잡혀 있는 구조다.

공모자금 상당액이 기존 계약의 대금 지급에 투입되면 상장 이후 추가 투자에 쓸 여력도 그만큼 줄어든다. 올해 6월 말 기준 취소 불가능한 구매 계약의 고정·최소 지급 약정은 2,656억 달러(약 352조1,060억원)였으며, 아직 개시되지 않은 임대 계약의 미래 지급액도 3,214억 달러(약 426조800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일부 계약은 설비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최대 20년간 대금을 지급하도록 해, 수요가 예상에 못 미쳐도 지출을 줄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브로드컴 장비 임대 계약에는 데이터센터가 준비되기 전에도 임차료 지급이 시작되는 조건이 담긴 탓에 설비 가동 지연이 현금 부담으로 이어질 우려까지 있다. 기존 약정을 이행하는 데 자금이 소진되고 해당 설비에서 충분한 매출을 거두는 시점마저 늦어지면,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이 추가 성장과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지는 효과도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

상장 후 주가 하락 우려

막대한 지출 부담을 안고 상장하는 만큼, 공모가가 높게 책정되면 거래 시작 이후 주가가 하락할 위험도 커진다. B.라일리웰스매니지먼트의 아트 호건 수석 시장전략가는 앤트로픽의 IPO에서 가장 우려하는 대목으로 과도한 공모가 산정과 상장 직후 주가 하락을 꼽았다. 실제 이달 투자자 설명회 이후 일부 기존·잠재 투자자는 앤트로픽의 기업가치를 2조 달러에서 1조5,000억 달러로 낮춰 평가했다. 예상 몸값 상단보다 25% 낮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상장을 앞두고도 투자자 간 평가 차이가 상당하다. 공모 과정에서 2조 달러를 인정받더라도 이후 거래에서 매수세가 같은 가격을 뒷받침할지는 불확실한 상태다.

상장 초기부터 기존 주주의 매도가 허용되는 점도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고서에는 일부 초기 투자자와 직원이 상장 첫날 보유 주식을 팔고, 이후 27번째와 48번째 거래일에도 추가로 매각하도록 하는 방안이 담겼다. 매도 제한이 단계적으로 풀리면서 시장에 나올 물량도 늘어나는 일정이다. 특히 상장 직후 주가가 급등하면 초기 투자자와 직원들이 수익을 확정하기 위해 매각에 나설 유인이 커진다. 이때 신규 매수세가 충분히 유입되지 않으면 차익 실현 매물이 쌓여 주가 상승세를 꺾을 가능성이 크다. 매도 제한이 풀리기 전부터 대기 물량이 주가를 누를 우려도 있다. 추가 매물을 예상한 투자자들이 매수 시점을 늦추면, 기존 주주의 매각이 본격화하기도 전에 매수세가 약해지기 때문이다.

상장 후 주가 급락에 공시 부실 의혹까지 겹치면 주주 집단소송으로 부담이 확대될 위험도 따른다. 미국 증권법은 증권신고서에 중요한 사실을 허위로 기재하거나 누락한 경우 투자자가 발행사와 이사, 상장 주관사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공모 전에 파악한 실적 악화 징후나 비용 부담을 투자자에게 충분히 알렸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실제 페이스북은 2012년 상장 이후 주가가 1년 이상 공모가를 밑도는 가운데, 성장 전망과 관련한 정보를 감췄다는 집단소송에 휘말렸다. 당시 주주들은 회사가 주관 은행에는 실적 전망치를 낮추도록 전달하면서 일반 투자자에게는 관련 정보를 숨겼다고 주장했다. 페이스북은 위법 행위를 인정하지 않은 채 3,500만 달러(약 460억원)를 지급하기로 합의했고, 법원은 2018년 이를 승인했다. 앤트로픽 역시 상장 이후 실적이 공모 당시 제시한 성장 전망을 크게 밑돌 경우, 투자자들이 수익성과 지출 규모 등 기업가치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공개했는지 문제 삼을 여지가 남는다.

오픈AI, 기업가치 눈높이 11% 하향

오픈AI가 상장 시점을 내년으로 미룬 것도 기업가치 검증과 자금 조달 부담을 함께 고려한 행보로 분석된다. 오픈AI는 IPO 시장이 위축돼 일정이 더 늦어질 경우에 대비해 300억 달러(약 39조7,710억원)의 추가 투자 유치를 추진 중이다. 대규모 인프라 계약을 이행할 재원을 미리 확보해 상장 때까지 버틸 여력을 갖추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소프트뱅크와 아부다비 투자사 MGX 등 기존 주주들과 참여를 논의했으며, 이달 중순에는 장기 투자 펀드와 국부펀드를 상대로 설명회를 열었다. 특히 오픈AI는 앤트로픽의 상장 전에 투자 약정을 확보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두 회사가 접촉하는 대형 투자자들이 상당 부분 겹쳐, 앤트로픽 공모에 자금이 배정되기 전에 투자금을 선점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투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가치 눈높이도 낮췄다. 오픈AI는 이달 초 투자자들에게 1조4,000억 달러(약 1,855조9,800억원) 수준의 몸값을 제시했으나 일부가 반발하자 최근 협상에서는 목표치를 1조2,500억 달러(약 1,657조1,250억원)로 조정했다. 당초 제안보다 약 11% 낮은 가격으로, 상장을 앞두고 자금을 추가로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가격 인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투자 참여 여부를 확정하는 기한은 이달 30일로 정했으며, 실제 조달액은 수요에 따라 목표인 300억 달러를 밑돌 가능성도 열어뒀다. 아직 투자 유치가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최종 기업가치와 확보 자금 규모는 남은 협상에서 정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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