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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4 승부수 띄운 삼성전자, 내부 공감대 부족으로 인력 운용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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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강화 목적 수시 잡포스팅 시행
파운드리 가동률↓, 여유 인력 발생
“장기 경쟁력 포기” 내부 비판도

삼성전자가 ‘반도체 초격차 회복’에 팔을 걷어붙였다. HBM4 등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역량을 제고해 경쟁사에 빼앗긴 시장 점유율을 되찾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하반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 제조 인력 일부를 메모리제조기술센터 등으로 전환 배치한 데 이어 이번에는 사내 자유계약(FA) 제도까지 시행하며 HBM4 기술력 강화에 박차를 가했다. 이에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파운드리 사업 위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짙어지는 모습이다.

직무 전환 기회 부여로 정예 인력 확보

10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부문은 지난 2일 파운드리 사업부의 공정과 설비, 제조 분야 인력 등을 대상으로 ‘수시 잡포스팅’ 공지를 냈다. 잡포스팅은 직원들에게 직무 전환의 기회를 제공하는 사내 FA(프리에이전트·자유계약) 제도의 일종이다. 애초 삼성전자는 일정 인원을 선별해 전환 배치를 추진하려고 했으나, 차세대 제품 개발 및 양산에 투입할 정예 인력이 필요하다는 일부 사업부의 요구에 공개 모집으로 방향을 바꿨다.

이번 인력 모집은 HBM 사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됐다. 메모리제조기술센터는 ‘차세대 HBM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력 강화’, 반도체연구소는 ‘HBM 및 패키지 기술 리더십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은 ‘HBM 및 신제품 계측·분석·설비 기술력 강화’를 위해 인력을 충원한다는 게 공지의 주요 내용이다.

이러한 인력 재배치는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물론 만년 3위에 머물던 마이크론의 매서운 추격에 대한 반격으로 해석된다. SK하이닉스에 이어 엔비디아의 HBM3E 공급망에 진입한 마이크론이 기대 이상의 물량을 수주하면서 대대적으로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HBM3E 품질 테스트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 입장으로선 HBM3E 시장에서 입지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이에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 시장의 격전지로 부상한 HBM4 품질 경쟁력 제고에 사활을 건다는 구상이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은 지난달 19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HBM 공급량을 지난해 대비 크게 늘려 HBM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하겠다”며 “HBM4 시장에서는 HBM3E와 같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하반기를 목표로 차질 없이 개발해 양산하겠다”고 강조했다.

HBM4는 HBM의 연산 처리 등 두뇌 역할을 수행하는 ‘로직 다이’에 파운드리 공정을 적용하는 게 특징이다. 이를 바탕으로 로직 다이의 성능을 대폭 늘릴 수 있고, 고객사가 원하는 설계자산(IP)과 응용처에 알맞게 HBM을 맞춤 제작할 수 있다. 파운드리 공정 역량을 보유한 삼성전자가 경쟁사인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 비교해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다만 지금으로서는 상황이 좋지 않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에서 2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는 3㎚(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수율 문제가 꼽힌다. 삼성 파운드리는 수율이 경쟁사에 비해 낮아 퀄컴,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를 유치하지 못했고, 이 때문에 첨단 공정 수요 증가의 수혜를 누리지 못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삼성전자 HBM 로드맵/출처=삼성전자 뉴스룸

승승장구하던 D램도 주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삼성전자는 D램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의하면 올해 1분기 글로벌 D램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36%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1위에 올라섰고, 삼성전자는 34% 점유율로 2위에 그쳤다. 지난해 1분기만 해도 삼성전자에 10%p 이상 뒤처졌던 SK하이닉스지만, HBM 시장에서 우위를 앞세워 삼성전자를 뛰어넘었다는 게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설명이다.

삼성전자가 D램시장 1위를 놓치게 된 것은 33년 만의 일이다. 삼성전자는 1992년 세계 최초로 64메가비트(Mb) D램을 내놓으면서 도시바, NEC 등 일본 기업들이 주름잡고 있던 반도체 시장에 파란을 일으켰다. 이후 1990년대 후반부터는 기술력 중심의 초격차 전략에 박차를 가했다. 1998년 256Mb D램 양산, 2000년대 초반 1기가비트(Gb) D램 개발 등이 모두 세계 최초였다. 이 같은 초격차 전략은 2010년대까지 이어져 LPDDR 시리즈(저전력 D램) 상용화 등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이와 같은 기세는 2020년대 들어서며 한풀 꺾였다. 삼성전자가 2022년 HBM2E, 2023년 HBM3 양산에 들어가는 사이 SK하이닉스가 한발 빨리 HBM3, HBM3E 제품을 시장에 공급하며 분전한 것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작년 3월 HBM3E 8단, 4분기 HBM3E 12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각각 공급하며 차세대 제품 개발은 물론 시장 조기 장악에도 성공했다.

삼성전자가 발열과 수율 문제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HBM3를 건너뛰고 HBM4로 승부수를 띄우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HBM4 개발과 양산에 성공할 경우, HBM4 이후 로드맵을 앞당겨 다시 한번 초격차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삼성전자는 올 1월 콘퍼런스콜에서 “HBM3E 16단의 경우 고객 상용화 수요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16단 스택 기술 검증 차원에서 샘플을 제작해 주요 고객사에 전달했다”면서 “1c나노 기반 HBM4는 2025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기존 계획대로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사업부 간 갈등 격화 가능성, 장기 경쟁력 저하 우려

문제는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이번 인력 재배치를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하다는 점이다. 회사는 빅테크 수주 부진으로 남는 파운드리 인력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내놨다. HBM 생산 확대를 위한 유연한 인사 운용 과정에서 메모리·파운드리 간 기술 시너지까지 도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구성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파운드리 인재 유출로 기술 집중도가 저하해 가뜩이나 TSMC와 경쟁이 치열한 파운드리 사업이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파운드리 가동률 저하로 인력 운용에 여유가 생긴 것은 사실이지만, 향후 기술 개발을 담당할 숙련된 직원이 부족해지면서 파운드리 사업부의 적자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지난해 하반기 메모리 사업부로 일부 인력이 전환 배치되면서 잔류한 직원들의 사기도 떨어졌다는 전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 텍사스 테일러시에 공장 건설을 위해 파견됐다가 복귀한 인력들과 평택 P2, P3 라인 가동 중단에 따른 여유 인력을 6세대 10나노급(D1c) D램 등 최첨단 D램 부서에 집중 투입한 바 있다.

한 내부 관계자는 “파운드리 직원들이 연쇄적으로 메모리 사업부로 이동하면서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메모리 사업부와의 임금 격차로 상대적 박탈감이 심화한 상황에서 전환 배치가 지속된다면, 사업부 간 갈등으로도 번질 수 있다”고 전했다. HBM4라는 차세대 격전지를 점령하기 위한 이번 시도가 자칫 장기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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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물로 나온 애경산업, 알짜매물임에도 시장 반응 냉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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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그룹, 유동성 확보 위해 매각 고려
업계, 안정적 실적에도 '밸류업 한계' 보여
상장사·유통업 이중 부담, 홈플·발란 여파

애경그룹이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해 그룹의 캐시카우이자 모태사업인 애경산업 매각에 나섰으나 동종업계의 구미를 크게 당기지 못하고 있다. 화장품 사업은 수익성은 탄탄하지만 중국 시장에 편중돼 있고, 생활용품 사업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 문제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사모펀드(PEF)업계에서는 최소 5년 이내 밸류를 끌어올리기 적합하지 않아 ‘매력적인 매물’이 아니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새 주인 찾는 애경산업, '확실한 인지도' 강점

10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은 최근 매각 주관사로 삼정KPMG를 선정하고, AK홀딩스(45.08%)와 애경자산관리(18.05%),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애경산업 지분 63.38%에 대한 매각 작업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애경그룹은 그간 지주사 AK홀딩스를 통해 주식담보대출을 일으켜 제주항공과 AK플라자 등 부진한 계열사를 지원했다. 이로 인해 AK홀딩스의 연결기준 부채총계는 2024년 4조918억원, 부채비율은 328.7%로 가중됐다. 이 상황에서 상장 계열사의 주가가 떨어지면서 채권자가 추가 담보 요구나 강제 매각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자 애경산업을 매물로 내놓는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애경산업이 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없었다면 나오지 않았을 알짜 매물로 인식 중이다. 실제 애경산업은 케라시스·2080·루나 등 생활용품·화장품 산업에서 국내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매출 6,719억원과 영업이익 468억원을 달성하며 안정적인 실적을 보여줬다.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 규모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며 K뷰티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장점이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우리나라 화장품 올 1분기 수출 규모는 역대 1분기 중 최대 수출액을 기록한 지난해 1분기보다 13% 증가한 26억 달러(약 3조8,0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두 번째 수출액을 기록한 2021년 1분기 수출액 22억 달러보다 18.2% 오른 것으로 1분기 수출 사상 최대 실적이다.

中에 치우친 글로벌 사업, 가습기 살균제 참사도 엮여

하지만 애경산업이 알짜 매물임에도 정작 동종업계 반응은 미지근하다. 특히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 등 주요기업들의 경우 애경산업을 인수하면 단숨에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음에도 인수를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견지 중이다.

가장 큰 이유는 추진 중인 글로벌사업 방향과 맞지 않다는 점이다.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 등은 최근 해외 진출 국가를 다변화하며 '탈중국'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두 기업의 최근 투자 이력을 보면 북미시장에 대한 확대 의지가 확고하다. 아모레퍼시픽은 인수합병(M&A)에 보수적이던 기업이지만 2023년 미국 아마존 유통망이 탄탄한 코스알엑스 잔여 지분을 전부 사들였다. LG생활건강도 뉴에이본, 더크렘샵 등 미국 화장품 브랜드 인수에 과감히 나섰다.

반면 애경산업의 경우 작년 화장품 사업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66%였는데 상당부분이 중국에서 매출이 나오고 있다. 이 회사도 미국과 일본, 동남아 등으로 수출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 비중이 80% 안팎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애경산업의 대표 화장품 제품이 여전히 에이지투에니스(AGE20'S)의 팩트 외에는 없다는 점도 약점으로 거론된다. 애경산업은 2018년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입성 당시에도 AGE20'S의 매출 95% 이상을 차지하는 '에센스 팩트' 외에 새로운 성장동력이 없다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

또 다른 사업 축인 생활용품 사업 역시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엮여 있는 점이 부담이다. 관련 재판은 지난해 말 대법원에서 파기환송하며 여전히 진행 중인 사안이다. 피해자 지원금 문제도 마찬가지다. 2022년 민간 차원에서 요구한 피해자 지원금을 이번엔 정부가 개입해 들여다보고 있다. 환경부는 연구 용역을 의뢰해 피해자 구제 재원 징수 방식 마련 등에 대한 법리적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PEF업계 "유통업· 화장품은 엑시트 쉽지 않은 분야"

PEF업계 반응도 회의적이다. PEF 특성상 5년 내외의 구간에서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엑시트(투자금 회수)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데, 애경산업은 구조적으로 큰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한 PEF 관계자는 “애경산업의 잠재적 성장 동력은 뷰티사업 부문에서 찾아야 하지만, 이미 레드오션인 시장에서 경쟁사 대비 뚜렷한 차별화 전략이 부재하다”며 “PE가 개입해서 성장을 가시화하기엔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국내 유통업계 전반의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것도 부담 요인이다. 홈플러스의 매각 지연과 발란의 유동성 논란 등으로 인해 업계 전반이 ‘보수 기조’로 전환된 가운데, 애경산업 또한 상장사이자 유통기업이라는 이중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상장사의 경우 경영 전략 수립 및 구조조정에 있어 공시나 주주 가치 제고 등 고려사항이 많아 PEF 입장에선 접근이 어려운 구조다.

높은 매각가 역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애경산업의 시가총액은 3,000억대다. 애경산업이 매각하는 지분 63.38%를 대입해 보면 실질적인 매각 지분가치는 2,000억대 수준이다. 하지만 애경산업은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얹어 6,000억~7,000억원 안팎에 매각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PEF 입장에서 보기엔 규모가 작지 않지만, 이 정도의 투자금을 들여도 고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명확한 성장 스토리가 부족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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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미국 관세 인상, “무역 적자는 국가 안보 위협”

[딥폴리시] 미국 관세 인상, “무역 적자는 국가 안보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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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전면적 관세 인상’
한국 관세 인상률 23%로 상대국 중 9번째
주요 경제권 보복 조치 시 관세 전쟁 “눈앞에”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올해 4월은 세계 무역의 역사에서 지워지지 않고 기록될 것이다. 보호무역주의의 정점을 보여주는 트럼프(Trump) 대통령의 포괄적 관세 인상은 상대국들만 경악하게 한 것이 아니라 수 세기 동안 글로벌 무역을 지배해 온 기본 정신을 부정한다.

사진=CEPR

미국, 교역국 대상 포괄적 관세 인상 발표

지난 4월 2일 미 백악관은 지속적인 무역 적자가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며 대부분의 무역 상대국에 관세 인상을 발표했다. 규모로 보나 이유로 보나 역사상 가장 공격적인 무역 정책으로 봐도 부족함이 없다. 자유 시장을 부정하고 무역 보복과 공급망 파편화를 넘어 전후 세계의 상징인 글로벌 경제 통합을 되돌릴 것이다.

기본적인 숫자 자체가 어마어마하다. 지속적인 대미 무역 흑자를 기록하는 국가들은 10%에서 46%에 이르는 추가 관세에 예외 없이 직면하게 됐는데 베트남이 46%로 최고를 차지했다. 전통적 우방인 유럽연합(EU)조차도 대부분의 회원국이 20%의 추가 관세를 받아들여야 한다. 영국이 10% 인상으로 선방한 반면 스위스는 유럽 국가 중 최고 관세 인상에 처하게 됐다.

미국 교역 대상국별 기본 관세 및 실질 관세율(%P)
주: 기본 관세율(노랑), 예외 적용 실질 관세율(청색) / 베트남, 태국, 중국, 대만, 체코,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 공화국, 인도, 대한민국, 말레이시아, 일본, 스웨덴, 스페인, 네덜란드, 이탈리아, 아일랜드, 독일, 프랑스, 벨기에, 오스트리아, 이스라엘, 영국, 튀르키예, 싱가포르, 콜롬비아, 칠레, 브라질, 호주, 멕시코, 캐나다(위부터)/출처=CEPR

미국 무역 적자는 ‘국가 안보 위협

숫자도 숫자지만 이번 정책 발표는 명목 면에서도 전례가 없다. 보조금이나 덤핑과 같은 불공정 관행을 지적하기보다 양자 간 무역 불균형을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존재 이유를 제공해 온 규칙 기반의 다자주의(multilateralism)에서 무역 흐름을 숫자로만 판단하는 냉혹한 거래주의(transactionalism)로의 급격한 전환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인상 이유를 ‘피해 이론’(Theory of Harm)으로 설명했다. 무역 상대국들의 구조적 흑자가 미국에 해악을 끼친다는 것이다. 상대국들이 자국 내 임금과 소비를 억누르고 미국 수출품에 대한 수요를 줄여 불공정 무역을 저질렀다고 한다.

그럼으로써 해당 조치는 그간 지속돼 온 세 가지 전제를 부정한다. 먼저 미국이 무역 장벽을 철폐하면 상대국이 호응할 것이라는 믿음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자유무역이 세계 경제 통합과 무역 상대국 간 소비를 촉진할 것이라는 가정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장기적인 무역 적자 누적 상황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도 물 건너갔다. 무역 적자가 국력을 약화시킨다고 주장한 것은 무역을 ‘제로섬 게임’으로 규정한 것이고 이제 미국이 장기간 지켜온 글로벌 무역에서의 ‘비차별’과 ‘예측 가능성’ 원칙도 폐기 처분된 셈이다.

국가별 관세 규모, ‘중국, 베트남, 일본, 한국’ 순

발표된 관세 조치가 분야에 상관없이 무차별적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예외를 둔 산업도 존재한다.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및 일부 에너지 및 첨단 산업 제품이 빠졌는데 이는 이전 관세 인상에 이미 포함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구리, 의약품, 반도체, 목재 및 몇 가지 핵심 광물도 아직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러한 예외 조항은 개별 상대국에는 상당한 차이를 만들어 낸다. 예를 들어 스위스에 부과된 기본 관세는 32%지만 스위스의 주요 수출품인 금과 의약품이 제외됨으로써 실제 적용 관세는 18%로 낮아진다. 예외 조항은 미국의 관세 수입에도 비슷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신규 관세 인상으로 4,780억 달러(약 699조원)의 세수가 추가된다고 하지만 이는 무역량이 동일하게 유지된다는 가정에서 그렇다. 어쨌든 이 숫자 중 3,620억 달러(약 529조원)가 10개 주요 무역 상대국으로부터 나올 것이다. 그러나 미국 연방 예산 측면에서 보면 추가 관세 전부를 합쳐도 한 달 치가 채 못 된다. 연방 개인 소득세의 1/5에 미치지 못하고 작년 무역 적자와 비교해도 1/4에 불과하다.

미국 정부 관세 수입 예상(주요 10개국)
주: 관세 수입 예상(십억 달러)(Y축) / 중국, 베트남, 일본, 대한민국, 대만, 독일, 태국, 인도, 이탈리아. 스위스(좌부터)/출처=CEPR

다국적 생산기지 후보, 아시아에서 ‘북미’로 급전환

다국적 기업들의 장기 전략도 혼돈에 빠졌다. ‘중국 외 공급망 다변화’(중국+1)의 최대 대안으로 꼽혀온 남아프리카 국가들에 돌아갈 충격은 매우 크다. 베트남에 부과한 최대 관세 역시 ‘중국+1’의 목적지로 베트남을 선택한 다수의 제조업체를 허탈하게 한다.

반면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조치는 관대한 편에 속한다. 별도로 각각 25%의 관세 인상이 적용됐지만 양국이 북미자유무역협정(North American Free Trade Agreement, NAFTA) 개정안을 충족하기만 하면 협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갑작스럽게 북미가 아시아를 제치고 최적의 생산 기지로 부상하게 돼 니어쇼어링(nearshoring, 인근 국가로의 생산 시설 이전)을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반적인 불확실성은 투자도 약화할 것이다. 수출 의존 기업들은 이제 높은 비용 말고도 다시 바뀔지 모르는 규제 환경과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언제 또 관세 인상이 추가 적용될지, 예외 조항 인정 품목이 바뀔지는 오리무중이다.

선진국 보복 조치 시 ‘전면적 관세 전쟁’ 가능성

이미 각국의 통상 외교 담당자들은 난리가 났다. EU가 보복 조치를 검토하고 있고 다른 주요 경제 강국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조치가 미국 수출품만을 정확히 겨냥할지 전면적인 관세 전쟁으로 비화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보복 관세는 다른 위험도 부른다. 미국을 향하던 주요 아시아 국가 수출품들이 타국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면 제3국에서 보호무역주의 기운이 무르익을 수 있다. 각국이 자국 산업 보호 조치를 다투어 강구하는 가운데 세계 무역 자체가 개방성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 환율 변동성의 위험도 커진다. 타격이 큰 경제권일수록 중앙은행은 금리 인하를 통해 통화 가치 절하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의 관세 인상이 세계 질서 재편의 시작이 될지 단기간의 일탈이 될지는 앞으로의 몇 달에 달려 있다. 무역 상대국들이 신중하게 대응한다면 세계 무역 질서는 한 번에 무너지기보다는 지역 연합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보복 조치가 우선한다면 급속히 와해될 것이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정책이 아닌 철학의 변화를 의미한다. 무역 불균형을 안보 위협으로 정의하고 호혜주의를 폐기 처분함으로써 미국은 글로벌 무역 질서 재편의 의지를 선언한 셈이다. 파급효과는 이미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으며 세계화가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원문의 저자는 사이먼 이븐셋(Simon Evenett) IMD 교수 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US reciprocal tariffs: Upending the global trade policy landscape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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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추진하는 카카오엔터, '11조원' 몸값 유지할 수 있을까

매각 추진하는 카카오엔터, '11조원' 몸값 유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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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주요 주주에 카카오엔터 경영권 매각 의사 전달
"몸값 대폭 줄어야만 사는 사람 있을 것" 비관 여론 확산
계속되는 경영 효율화, 문어발 사업 확장 '거품' 빠지나

카카오가 콘텐츠 사업을 영위하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매각을 추진한다. 기업공개(IPO)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상장을 포기하고 매각을 통해 현금 자원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카카오엔터가 최근 수년간 이렇다 할 성장 가능성을 입증하지 못한 만큼, 만족스러울 만한 몸값을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카카오엔터 시장 매물로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최근 앵커에쿼티파트너스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카카오엔터 주요 주주에 서한을 보내 경영권 매각 의사를 전달했다. 카카오엔터는 뮤직(음악·연예기획), 스토리(웹툰·웹소설), 미디어(제작사) 등 크게 3가지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카카오웹툰과 카카오페이지, 멜론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당초 카카오는 2019년 카카오엔터가 카카오페이지였던 시절부터 주관사를 선정하며 IPO를 추진해 왔으나, 쪼개기 상장 논란이 불거지면서 상장 작업을 중단했다. 이후에도 카카오는 카카오엔터의 상장 시점을 저울질 해왔지만, 증시 상황이 꾸준히 악화하며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경영권 매각이 상장보다 효율적인 선택지로 떠오른 것이다.

카카오엔터는 2021년부터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워 왔다. 타파스엔터테인먼트, 래디쉬 등 콘텐츠 기업들에 수천억원대 투자를 감행한 것이다. 이에 따라 카카오엔터 산하 자회사는 2020년 14개에서 2022년 53개로 급증했다. 지난 2023년 카카오와 함께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확보했을 때는 카카오엔터의 몸값이 2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여론이 확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사법 리스크가 불거졌고, 계열사가 무더기로 늘며 ‘문어발식 확장’이란 비판도 커졌다.

기업가치 11조원은 어불성설?

시장 여론이 악화하면서 카카오엔터의 몸값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는 추세다. 앞서 카카오엔터는 2023년 PIF와 GIC로부터 1조2,0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11조원 수준의 몸값을 인정받은 바 있다. 투자 직전 해인 2022년 카카오엔터의 연결 기준 매출은 1조8,648억원, 영업손실은 138억원, 순손실은 6,298억원이었다. '적자 기업'이었음에도 불구, 웹툰·웹소설·음악·영상 등 우수한 지식재산권(IP)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인정한 투자자들이 높은 기업가치를 책정한 것이다.

하지만 카카오엔터는 투자 유치 이후로도 이렇다 할 성장 가능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카카오엔터의 지난해 매출은 1조8,128억원, 순손실은 2,590억원이었다. 이와 관련해 한 IB업계 관계자는 "11조원이라는 기업가치는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반영된 수치"라며 "투자자들의 기대와 달리 여전히 실적이 저조한 상황인 만큼, 11조원에 달하는 몸값은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기업가치를 반값 수준까지 끌어내려야 인수자가 나타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한 엔터테인먼트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엔터는 현금 흐름이 괜찮아서 지식재산권(IP)에 관심 있고 자금력이 있는 회사들이 인수할 만하지만, 기업가치가 5조원 미만일 때나 수요가 있을 것 같다”고 짚었다. 이어 “크래프톤의 경우 작년 한 해에만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유동자산이 5조원 이상인데 단일 IP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아쉬움이 있지 않나”라며 “이런 기업들은 카카오엔터 인수전에 도전해 볼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카오의 '슬림화'

불리한 여론에도 카카오가 과감히 카카오엔터 매각을 검토하는 것은 '사업 효율성'을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카카오는 최근 수년간 100개가 넘는 자회사를 정리하는 등 비핵심 사업 부문의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카카오헤어샵을 서비스하는 자회사 와이어트의 지분 전량을 매각하며 미용실 사업에서 손을 뗐다. 지난달에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스크린골프 사업체인 카카오VX 매각 계획을 공개했고, 같은 달 인터넷 포털 다음을 운영하는 사내독립기업(CIC)을 분사한다고 발표했다.

자회사를 대폭 줄인 카카오는 인공지능(AI) 사업 육성으로 눈을 돌렸다. 문어발식으로 확장했던 사업들을 과감히 쳐내고, 미래 먹거리 투자를 확대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채택한 것이다. 현재 카카오는 검색, 추천, 챗봇 등 핵심 서비스에 생성형 AI를 접목하고 있으며, 카카오브레인을 중심으로 AI 모델 개발과 글로벌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카카오의 거품이 서서히 빠지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한 시장 관계자는 "엔터 매각이 실현될진 알 수 없지만, 카카오가 핵심 사업에 집중하려는 기조 아래 AI에 전사적 역량을 쏟아붓고 있는 건 확실하다"며 "지난 수년간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거품이 부풀어 올랐던 카카오가 하나씩 사업을 정리하면서 쪼그라들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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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없이도 알아서 처리" 셀프 등기 유행에 법무사 업무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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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사 비용 절감하자" 셀프 등기 급증
입지 위축된 법무사들, 활로는 어디에
업무 범위 확대 주장은 헌재서 '기각'

소유권 이전 등기를 법무사 없이 스스로 처리하는 ‘셀프 등기’가 최근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고물가 기조가 장기화하고 집을 사는 데 들어가는 총비용이 커지자, 거래 당사자들이 각종 부대비용을 줄이기 위해 직접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셀프 등기' 선호하는 소비자들

10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이뤄진 셀프 등기 건수는 4,287건(이달 8일 기준)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4.5% 증가한 수치다. 아직 지난달 거래분에 대한 신고 기한이 남아 있는 점을 고려하면 3월 셀프 등기 건수는 향후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올해 1월까지만 해도 2,634건에 불과했던 셀프 등기는 2월 들어 4,000건을 넘기며 급증했고, 3월에도 눈에 띄는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전체 소유권 이전 등기 중 셀프 등기가 차지하는 비중도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0.62%에 머물던 셀프 등기 비중은 올해 2월 0.84%로 뛰었고, 3월(8일 기준)에도 0.85%를 기록했다.

거래 당사자들이 셀프 등기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법무사 비용 절감이다. 집값이 꾸준히 오르면서 법무사 수임료 역시 덩달아 높아졌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법무사 수수료는 주택 매매가의 0.1% 안팎으로 책정된다. 대한법무사협회의 보수 기준과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2월 기준 14억4,978만원)를 고려해 계산하면, 주택 구매자가 납부해야 하는 단순 수수료는 117만4,890원에 달한다. 기본 보수 95만원에 10억원 초과액의 0.05%를 더한 값이다. 여기에 부가가치세 11만7,489원과 법무사 일당(8만원), 교통비(8만원), 각종 대행료(등기·신고 5만원, 세금 신고·납부 5만원, 채권 매입 4만원)까지 합산하면 총보수액은 약 159만2,379원에 이른다.

유튜브 영상에 출연한 김영룡 법무사/사진=유튜브 회생파산TV

법무사들의 'N잡'

거래 당사자들이 자체적으로 등기를 처리하는 사례가 늘어나며 법률 서비스 수요가 줄자, 법무사들의 입지는 자연히 위축되기 시작했다. 2024년 말 기준 전국 등록 법무사는 7,768명이며, 같은 해 10월 기준 휴업을 택한 법무사는 421명에 이른다.

위기를 감지한 법무사들은 N잡, 유튜브 시장 진출 등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일례로 강성구 법무사는 2019년 법무사 시험에 합격한 후 고객 확보 전략을 고민하던 중 전문직 보험설계사 자격을 취득했다. 이후 법무사와 보험설계사를 겸업하며 고객층을 확대하고 있다.

제26회 법무사시험 최고령 합격자인 김경철 법무사는 공인중개사와 행정사 자격을 함께 취득해 부동산 중개 및 관련 법무 문제를 원스톱으로 해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김영룡 법무사는 ‘회생파산TV’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4.46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1세대 법무사 유튜버로 활동 중이다.

업무 범위 확대 주장하기도

업계 한편에서는 업무 관련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020년 법무사, 행정사 등 22명은 저마다의 업무 범위 등을 명시한 관련 법들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법무사들은 법무사가 행정심판, 소액사건 소송 대리 업무 등을 수행하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법무사들도 변호사들의 역할 일부를 소화할 수 있다고 피력한 셈이다. 이들은 합리적 근거 없이 자신들만 보수를 제한받고 있다며 이 역시 평등권 등 헌법상 권리 침해라고 강조했다.

행정사들도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현행법상으로는 행정사가 행정심판 사건 대리, 행정소송 사건 대리, 형사재판 기록 열람등사 청구 등을 할 수 없는데, 이로 인해 직업의 자유를 침해받는다고 주장한 것이다. 또 행정사가 법인을 운영할 때 다른 전문 자격사와 동업을 할 수 없다는 점 역시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침해하는 규정이라고 봤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이 같은 주장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선 법무사들 보수가 제한된 점과 관련해서는 "기본권 행사의 주체인 대한법무사협회가 보수 수준을 정하고 있다"며 "협회가 대법원장 인가를 받긴 하지만, 이는 법무사들의 보수 과다 책정을 견제하기 위한 국가의 최소 개입"이라고 판단했다. 행정사 등의 법인 구성원을 제한한 점을 놓고는 "전문 자격사 법인의 구성원 등을 해당 전문 자격사로 제한한 배경은 자격 제도를 유지하고, 일반 국민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함"이라며 "그 제한 정도에 비춰봤을 때 행정사 등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최대 쟁점이었던 법무사와 행정사들의 직역 확대는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헌재는 "관련 법들이 업무 범위를 정하며 다른 전문 자격사의 업무를 배제한 이유는 각 자격 제도의 도입 목적과 업무 특성 및 직무 수행 통제 등 직업별 합리적 차이 때문으로, 이를 직업의 자유 침해로 보긴 힘들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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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은 채워지고 강남은 비어가고" 강남 오피스 공실률 1년 새 2배 상승

"마곡은 채워지고 강남은 비어가고" 강남 오피스 공실률 1년 새 2배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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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오피스 공실률, 2022년 이후 첫 3%대 진입
강남 공실률 3.4%로 최고, 도심권역도 3% 돌파
마곡지구 대규모 신규 공급으로 수급 불균형

서울 오피스빌딩 공실률이 지난 2월 3%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일대에 초대형 오피스 빌딩이 대거 공급되면서다. 여기에 경기 불황과 임대료 상승이 맞물리며 공실률은 2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공실률 가장 높은 곳은 강남권역, 3.4%

10일 부동산플래닛이 발표한 2월 서울 오피스 임대 시장 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오피스빌딩 평균 공실률은 전월 2.83%에서 0.23%포인트(p) 오른 3.06%로 나타났다. 서울 오피스 공실률이 3%를 넘은 것은 2022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주요 오피스 권역별로 보면 강남권역(GBD)이 3.4%로 가장 높았다. 종로와 광화문을 포함하는 도심권역(CBD)은 3.04%, 여의도권역(YBD)은 2.41%로 나타났다.

GBD 공실률은 지난해 2월 1.72%였던 것에 비해 1년 새 2배 상승했다. 특히 GBD 내에서도 중형빌딩(2,000평 이상~5,000평 미만)의 공실률이 4.44%로 가장 높았다. 중대형빌딩(5,000평 이상~1만 평 미만) 공실률도 4.19%로 높게 나타났고, 소형빌딩(2,000평 미만)이 3.49%로 뒤를 이었다. 프리미엄 빌딩(2만 평 이상)과 대형빌딩(1만 평~2만 평) 공실률은 각각 1.44%, 1.96%로 낮게 나타났다.

CBD에선 중형빌딩의 공실률이 5.32%로 가장 높았고, 소형빌딩도 5.19%로 5%를 웃돌았다. YBD 공실률도 전년 동월(1.4%) 대비 1%포인트 이상 올랐다. YBD에선 소형빌딩 공실률이 3.85%로 가장 높았다.

마곡 23만 평 오피스 들어서며 공실률 증가

서울 오피스 공실률이 늘어난 데는 마곡 업무지구에 23.2만 평 규모의 초대형 오피스가 공급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마곡도시개발사업은 서울시와 SH서울주택도시공사가 2007년부터 추진해 온 자체 개발 프로젝트다. 마곡지구는 서울 강서구 마곡·가양동 일원 대지면적 약 366만㎡ 부지에 조성된 복합개발 지역으로, 주거단지(약 110만㎡), 산업·업무지구(약 186만㎡), 공원복합단지(약 70만㎡)로 나눠 개발 중이며 내년에 사업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마곡의 경쟁력 중 하나는 상대적으로 낮은 임대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서울 주요 업무지구의 오피스 임대료는 3분기 대비 일제히 상승했다. 연면적 6만6,000㎡ 규모의 초대형 오피스 기준으로 △광화문 약 660만원(0.27%) △시청 약 1,320만원(0.81%) △을지로 약 924만원(0.42%) △강남 약 2,970만원(1.77%) △여의도 약 1,188만원(0.85%)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 마곡과 문정처럼 오피스 공급이 늘어난 지역은 임대료가 사실상 동결되며 다른 지역과는 대조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마곡 르웨스트 시티타워의 경우 1㎡당 보증금은 100만원 이하, 임대료는 10만원 이하 수준이다. 전용면적 기준 임대료(NOC)는 1㎡당 약 10만원 중후반대로, 프라임 오피스가 밀집한 강남권(50만원)이나 도심권역 평균(40만원 이상) 대비 비교적 합리적이다.

마곡 ‘LG사이언스파크’ 전경/사진=LG

낮은 임대료에 기업 유입 가속

서울데이터허브 '마곡 입주기업 현황' 자료를 보면 현재 마곡에는 대기업, 중견기업, 스타트업 등 다양한 규모의 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LG는 9개 계열사를 LG사이언스파크에 입주시켰고, 롯데는 식음료, 케미칼, 정밀화학 분야 연구개발(R&D) 연구팀을 들였다. 오는 10월에는 롯데 플랜트본부가 마곡으로 이전할 예정이며, 내년에는 토목사업본부 기술연구원도 합류한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플랜트와 토목 부서는 임대 종료에 따라 마곡 이전이 확정됐다"며 "본사 이전 여부는 용역 결과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DL이앤씨와 DL건설도 연면적 14만 평 규모의 '원그로브' 준공 시점에 맞춰 올해 상반기 본사를 마곡으로 옮길 계획이다. 커리어 플랫폼 ‘사람인’, LG 계열사 디앤오의 공유오피스 ‘플래그원’ 등도 입주를 추진 중이다. CBD 권역에 있던 ‘전파진흥원’은 ‘케이스퀘어마곡’으로 이전을 완료했다. 현재 마곡지구에는 국내 주요 대기업을 포함해 총 209개 기업이 둥지를 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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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 트럼프 변심에 미국 침체 전망치 낮춰 “경기침체 가능성은 여전”

골드만삭스, 트럼프 변심에 미국 침체 전망치 낮춰 “경기침체 가능성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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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제외 전 국가 대상 상호관세 90일 유예
1시간 만에 침체 확률 65%→45%, 성장률 1%→0.5%
무역전쟁 본선은 여전히 진행 중, 확전 가능성도 상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관세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사진=백악관

골드만삭스가 더 이상 미국의 경기침체를 기본 시나리오로 상정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들에 대한 급격한 관세 인상을 90일 유예하면서다. 다만 미국 경제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전쟁이 미국 경제를 침체로 몰아갈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고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 “경기침체 확률 45%로 하향”

9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전면적 관세인상을 대부분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한 이후 골드만삭스는 "미국 경제가 침체로 향할 것이라고 더 이상 예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미 동부 시간으로 오후 1시에만 해도 12개월 후 미국의 침체 확률을 65%, 성장률 1%로 조정했다.

하지만 1시간 후 트럼프가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 대한 상호관세를 90일 일시중단한다고 발표하자 침체 확률을 45%로 낮췄다.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0.5%로 제시했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은 최신 관세안이 "유효 관세율이 15% 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이전의 예상에 근접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신용평가업체 피치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를 적용하면 미국의 유효 관세율은 2024년 2.5%에서 올해 22%로, 1910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오르게 된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이날 오전 0시 1분부터 11~84%에 달하는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효했었다. 또 앞선 5일부터는 모든 국가에 10%의 기본관세를 부과했다. 하루가 채 되지 않아 국가별로 차등한 상호관세를 유예한 것으로, 이번 보복 조치에 나섰던 중국에만 125%의 상호관세가 새로 부과될 전망이다.

관세 불확실성, 설비투자·고용 위축으로 전이

골드만삭스는 이에 앞서 지난 7일에는 올해 미국의 경기침체 확률을 기존의 35%에서 45%로 조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인베스팅닷컴은 "골드만삭스는 지난주에도 미국 경기침체 가능성을 높였다"며 "일주일 사이 경기침체 확률을 10%포인트 다시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는 "금융 여건의 급격한 긴축과 정책 불확실성 증가로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기존 예상보다 더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침체 가능성을 높인 배경을 밝혔다. 이어 "현재 전망은 9일 발효될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중 상당수가 부과되지 않을 경우를 가정한 것"이라며 "만약 이 관세가 예정대로 시행된다면 미국이 올해 4분기 경기침체에 진입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월가 황제, “관세 정책, 성장 둔화 유발 가능성 농후”

골드만삭스가 경기침체 가능성을 45%로 낮췄지만, 트럼프 대통령 재당선 때 15%였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다. 시장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해 관세율을 125%까지 끌어올리며 대치 국면인 점 △상호 관세와 달리 보편 관세(10%)는 여전히 부과하고 있는 점 △유럽연합(EU)이 보복 관세를 예고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여전히 변수가 많다고 본다.

전문가들도 트럼프 행정부의 잦은 무역 정책 변경으로 경제 궤도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결과적으로 기업들이 불확실성에 따라 투자나 고용을 미룰 수 있어 경제의 주요한 위험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월가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도 9일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에 따라 경기침체를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아마도 가능성이 높은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이먼 회장은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에만 해도 "인플레이션이 약간 발생하더라도 국가 안보에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국가 안보는 인플레이션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며 관세 정책을 지지했다. 하지만 이달 초 주주들에 보낸 연례 서한에서는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경기침체를 초래할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으나, 성장을 둔화시킬 것"이라고 비판적 인식을 드러냈다. 여기에 상호관세가 발효되자,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한 입장도 보다 우려스럽게 변화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장벽을 통해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고 부를 얻을 것이라 믿고 있다. 그러나 자유무역을 위축시키는 것이 미국 경제에 부메랑이 될 것이란 경고도 끊이지 않는다. 특히나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예상보다 더 빠르고 강력한 수준으로 전개되면서 시장과 전문가들의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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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가족 돌봄 떠맡은 일본 청소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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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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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돌봄 책임’ 맡은 미성년자 급증
‘가족 중심주의’에 ‘인구 노화’ 겹쳐
가족 돌봄 당연시하는 사회 인식도 문제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미성년 보호자’(young carers)는 일본에서 18세 이하 청소년 중 집에서 어른을 돌보는 책임을 맡고 있는 아이들을 일컫는다. 최근 이들이 급증한 원인은 일본의 가부장적 가족 질서와 인구 노화로 인한 돌봄 수요 증가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가족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보수적이고 아이들 자신도 상황을 객관적으로 이해하지 못해 도움 줄 방법을 찾기도 어렵다고 한다.

사진=동아시아포럼

일본, ‘미성년 보호자’ 급증

일본에서는 뿌리 깊은 가부장적 가족 제도의 영향이 남아 가족 구성원을 스스로 돌보는 일이 미덕으로 여겨진다. ‘미성년 보호자’가 늘어나는 것도 이러한 전통과 관련이 깊은데 법적 정의는 없지만 18세 이하 청소년 중 가사 노동과 가족에 대한 간호, 정서적 지원까지 담당하는 아이들을 가리킨다. ‘아동·청소년 발달 및 지원 증진에 관한 법률’(Act on the Promotion of Development and Support for Children and Young People)에 따르면 중앙 및 지방 정부는 가족 돌봄으로 인한 현저한 부담을 떠맡은 아이들을 지원할 의무가 있다.

일본의 ‘미성년 보호자’ 증가 문제는 인구 노화와 출산율 감소가 결합한 결과다. 돌봄 대상은 늘어나는데 높은 이혼율과 한 부모 가정, 핵가족화, 여성 노동 참여율 증가 등이 겹쳐 가족 내 돌봄 여력은 줄어든 것이다. 결혼 및 출산 연령의 상승도 많은 청소년들이 돌봄 책임을 맡게 된 주요 원인이다. 일본의 첫 베이비 붐(baby boom) 세대가 75세가 되는 올해가 일본의 ‘돌봄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가족 중심주의’와 ‘인구 노화’ 결합한 결과

가족 돌봄은 일본을 포함한 선진국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일부 국가의 정부 지원 시스템은 일본과 비교할 수 없게 발전해 있다. 영국이 1980년대 후반부터 가장 먼저 ‘미성년 보호자’들을 위한 전국적 지원 시스템을 마련했고, 호주도 임시 간호, 상담, 위탁, 장학금 등을 제공하는 지원 프로그램으로 뒤를 따랐다.

물론 ‘미성년 보호자’ 문제가 일본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동아시아의 전통적인 가족 중심주의는 국민들의 가치관과 복지 체제에 두루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의 경우 ‘미성년 보호’라는 단어는 흔하지 않지만 농촌 지역에 남아 가족을 돌보는 아이들은 흔히 볼 수 있다. 부모가 도시 지역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난 후 집에 남아 돌봄과 가사를 책임지는 18세 이하 아이들이 6천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이들의 상황은 특별한 관심을 받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는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국가적 노력이 강화되고 있다. 정부는 2022~2024년을 ‘집중 인식 제고 기간’(focused awareness-raising period)으로 정해 캠페인과 교육 행사를 통해 대중의 관심을 촉구한 바 있다. 작년 6월에는 ‘아동 청소년 지원법’ 개정안이 통과돼 중앙 및 지방 정부의 지원 의무도 더했다. 아이들의 권리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라는 취지다.

예산 및 ‘당사자 인식’도 걸림돌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정책 방안의 실행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2023년 ‘미성년 보호자’ 대상 실태 조사와 교육을 위해 지방 정부에 할당된 국가 예산은 208억 엔(약 2,110억원)에 지나지 않는다. 가족을 1차 돌봄 기관으로 여기는 보수적인 국회가 충분한 예산을 배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원을 어렵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은 당사자들이 그들 가정의 상황을 정상이라고 여기는 등 객관적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가족 문제의 노출을 꺼려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일본 아동가족청(Children and Families Agency)의 2022년 설문에 따르면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의 6.5%, 중학교 2학년의 5.7%, 고등학교 1학년의 4.1%, 대학교 3학년의 10.2%가 가족 구성원을 돌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놀라운 점은 하루에 7시간 이상을 돌봄에 써야 하는 아이들 중 36%가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고 대답한 것이다. 돌봄 자체가 일상화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국가적 지원 시스템과 인식 개선 ‘함께 가야’

따라서 지방 정부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교육과 인식 제고 노력을 통해 상황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도움을 청하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더불어 주위 어른들의 관심과 도움도 필수적이다. 2022년 조사에 따르면 대상자 중 30%만이 ‘미성년 보호자’라는 말을 ‘정확히 이해한다’고 답했고 22%는 ‘들어봤지만 구체적으로 모른다’, 48%는 ‘알지 못한다’고 답한 바 있다.

지원 시스템이 전문가 및 상담 창구와 연계해 아이들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지원 서비스와 연결해 주는지 평가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2023년 기준으로 21%의 지자체만이 ‘미성년 보호자’에 대한 현황 조사를 실시했는데 그나마 대부분이 효과적으로 설계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단 6%만이 상담과 직통 전화 등의 지원 시스템을 구축했을 뿐이다.

해당 이슈는 아이들의 직업 선택과 교육은 물론 시민으로서의 권리문제로까지 연결된다. 아이들이 건강하고 안정 속에 자라야 국가의 미래가 있다.

원문의 저자는 야스오 타카오(Yasuo Takao) 커틴대학교(Curtin University) 선임 연구원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The silent struggle of Japan’s ‘young carers’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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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국방비 증액 등 대규모 군사 개편 “중국 견제 강화 포석”

뉴질랜드, 국방비 증액 등 대규모 군사 개편 “중국 견제 강화 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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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내 GDP 대비 국방비 1%에서 2%로 증액
향후 4년간 120억 뉴질랜드달러 투입
중국의 태즈먼해 실사격 훈련 대응

뉴질랜드가 국방비 지출을 대폭 확대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중국의 군사력 확장에 대한 억지력 강화를 위한 조치로 장비 현대화와 인력 확충, 파트너국과의 상호운용성 강화가 핵심이다.

뉴질랜드, 국방비 지출 2배 확대

8일(이하 현지시간)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룩슨 뉴질랜드 총리는 전날 국방역량계획을 통해 현재 GDP(국내총생산)의 1% 수준인 국방비를 8년 이내에 2%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2019년 이후 처음으로 발표된 이번 국방역량계획에는 향후 4년간 120억 뉴질랜드달러(약 9조8,800억원)의 자금 지원과 90억 뉴질랜드달러의 지출 계획이 포함돼 있다. 현재 뉴질랜드가 국방비로 연간 50억 뉴질랜드달러를 지출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계획은 기존 지출 규모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새로 확보된 자금은 인력 증원과 함께 새로운 수송기, 미사일 시스템 업그레이드, 해상 헬리콥터 도입 등 장비 현대화에 사용될 예정이다. 또한 노후화된 호위함의 수명을 연장하는 데도 상당한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룩슨 총리는 보도자료를 통해 "글로벌 긴장이 급속히 고조되고 있으며 뉴질랜드가 세계 무대에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국방비 지출 수준이 너무 낮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번 계획이 자금 조달을 위한 "천장이 아니라 바닥"이라고 강조하며 향후 더 많은 예산이 추가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행정부, 국방비 증액 및 무역 관세 압박

이번 국방계획은 중국의 해양 확장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지난 2월 중국군은 뉴질랜드에서 멀지 않은 태즈먼해에서 실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이에 뉴질랜드 국방계획도 "중국 군사력의 급속하고 불투명한 성장"에 대한 우려를 명시적으로 언급했다. 또한 이 계획은 뉴질랜드와 호주 간의 방위 협력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양국의 군사 장비와 인력이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상호운용성을 보장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계획에 따르면 뉴질랜드 군은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를 포함한 파이브 아이즈 동맹국들뿐만 아니라 국방 파트너인 한국, 말레이시아, 일본과도 더욱 긴밀한 상호운용성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뉴질랜드는 파트너 국가들의 타격 능력에 부합하는 자체 타격 능력을 잠재적으로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국방력 확장의 또 다른 과제 중 하나는 필요한 인력을 모집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현재 8,700명의 정규군 병력을 보유한 뉴질랜드 방위군은 2040년까지 2,500명의 병력을 추가로 확보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국방비 확대계획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가운데 뉴질랜드가 호주 및 다른 서방 동맹국들과 함께 안보 태세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도 해석된다. 특히 뉴질랜드는 전통적으로 평화주의 외교정책을 추구해 왔으나, 최근 지역 안보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여 보다는 적극적인 국방 정책으로 선회하고 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압박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4일 의회 연설에서 동맹국들의 방어 강화와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한 관세 부과라는 두 가지 핵심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는 미국과 동아시아 국가들 간 관계에 큰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 후보로 지명된 엘브리지 콜비도 같은 날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힘을 통한 평화와 항상 미국 우선주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를 강조했다.

美 "국방비 더 내라" 찬물, 나토 회의 빈손 폐막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도 GDP의 2%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과제를 오랫동안 받아왔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이 기준을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 발표 다음 날인 3일 개막한 나토 외교장관 회의에서 미국 대표로 참석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나토 회원국의 국방비 지출 가이드라인을 현재 기준인 GDP의 2%에서 5%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또 “미국도 이 목표를 이행하겠다”며 유럽 동맹국들을 압박했다.

그러나 회원국 다수는 “5%는 비현실적인 목표”라는 반응을 보였다. 노르웨이와 독일 외무장관은 각각 “달성 준비가 안 됐다”, “우리 목표는 3%”라고 선을 그었다. 유럽 동맹국들 사이에서는 “현재 기준(2%)을 적용해도 나토 32국 중 9국은 여전히 목표 미달이고, 미국조차 현재 3.38% 수준“이라며 5% 요구는 실현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EU)에 20%의 상호 관세를 물린 것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EU 27국 중 23국이 나토 회원국이다. 프랑스 대표단은 미국 측과 비공개 회의에서 “(무차별 고율 관세로) 세계 경제를 붕괴시켜 놓고 국방비 5% 인상을 요구하느냐”고 비꼬았으며, 영국과 EU 측은 “미국과의 무역 전쟁은 (러시아와 중국 등) 우리의 적에만 유리한 신호”라는 우려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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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중단된 카카오엔터 매각 수순, 내부에선 반발 조짐

IPO 중단된 카카오엔터 매각 수순, 내부에선 반발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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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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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악화로 경영 부담 확대
노조는 사모펀드 매각 반대 목소리
SM엔터, 2년 만에 다시 시장으로 나올지도

카카오가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기업공개(IPO) 계획을 중단하고 경영권 매각으로 방향을 바꿨다. 최근 몇 년간 연이은 글로벌 투자 유치로 몸집을 키워 왔지만, 시장 불확실성과 실적 악화 등 각종 부담이 겹치면서 결국 출구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카카오엔터 측에서 몸값으로 11조원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회사 부진에 3년 연속 순손실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최근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카카오엔터 주요 주주에게 서한을 보내 경영권을 매각할 계획임을 알렸다. 카카오엔터의 최대 주주는 지난해 말 기준 지분 66.03%를 보유한 카카오이며, 2대 주주는 약 12%를 보유 중인 앵커PE다.

카카오는 2019년 카카오페이지 시절부터 IPO를 준비했지만, 쪼개기 상장 등 논란이 일며 상장 작업을 멈췄다. 여기에 저금리 시절 과도한 인수합병(M&A)으로 외형을 키운 후유증도 적지 않았다. 인수 기업들이 인수 직후 실적이 급격히 악화하는 등 어려움을 겪으면서 결국 경영권 매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카카오엔터의 지난해 말 기준 자회사 수는 42개에 달한다.

현재 카카오엔터의 사업은 크게 △뮤직(연예 기획) △스토리(웹툰·웹소설) △미디어(영상 제작) 등 세 부문으로 나뉜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1조8,128억원으로 전년(1조8,735억원) 대비 3.2%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806억원으로 2023년(692억원) 보다 16.5% 늘었다. 다만 당기순이익의 경우 3년 연속 순손실이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다양한 전략적투자자(SI)와 재무적투자자(FI)가 카카오엔터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통매각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특히 초기 투자자인 앵커PE는 이번 매각 결정에 공감의 뜻을 밝힌 반면, 비교적 최근 지분을 보유하게 된 사우디 PIF와 싱가포르 GIC는 매각 참여 여부를 놓고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앵커PE는 2016년부터 카카오엔터 지분을 늘려 왔으며, 사우디 PIF와 싱가포르 GIC는 2023년 IPO를 통한 엑시트를 전제로 카카오엔터 투자에 참여했다.

이번 소식과 관련해 카카오는 “매각에 대해 확정된 사항이 없다”면서도 “그룹의 기업가치 제고와 카카오엔터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 해당 회사 주주와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라고 밝혔다.

노조 “사모펀드 매각 위험해”

카카오 내부에서는 카카오엔터를 비롯한 계열사들이 사모펀드에 매각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주를 이룬다. 사모펀드가 플랫폼을 지배하게 되면, 자금 조달의 상당 부분을 투자자 또는 금융시장에서 충당해야 하는 만큼 그 부담이 노동자와 이용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카카오 공동체 노동조합 크루유니언은 이날 성명을 내고 “노조는 포털 다음, 카카오엔터 등 카카오의 주요 플랫폼이 사모펀드로 매각되는 것에 대한 위험성을 적극적으로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2대 주주가 사모펀드로서 영향력을 행사 중인 카카오VX의 사례를 들었다. 카카오VX가 이미 여러 사모펀드가 참여한 상태에서 다시 사모펀드를 대상으로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며, 최근 3년 동안 전체 인력의 30% 이상인 200여 명을 감축했다는 주장했다. 또 다른 계열사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지난 2022년 MBK파트너스 매각이 추진 됐으나, 기업의 장기 비전과 고용 안정성에 대한 내부 직원들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아울러 카카오엔터의 매각 소식이 내부 구성원들에게 사전 공유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노조는 “내부 구성원들이 갑작스러운 매각 소식을 언론 보도를 통해 접했다”며 “사측의 공식 입장 역시 뉴스 보도를 통해서만 전달되고 있으며, 그마저도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하고 모호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SM엔터 지분 향방에 촉각

시장에서는 카카오와 카카오엔터가 보유한 SM엔터테인먼트의 지분도 매각 대상이 될지 주목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와 카카오엔터가 보유한 SM엔터 지분은 각각 21.18%와 19.5%다. 양사는 지난 2023년 SM엔터 지분을 취득할 당시 카카오가 추후 관련 권리(지분 포함)를 카카오엔터에 넘기는 형태로 계약을 맺었다. 다만 이는 카카오엔터가 IPO에 성공한다는 계산 아래 진행된 것으로, 충분한 현금 여력이 발생할 실현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 모기업이 지분을 우선 매입한 후, 자회사에 이를 넘겨주는 방식이다.

그러나 IPO가 사실상 무산된 데다, 카카오엔터 경영권 매각이 본격화하면서 SM엔터 보유 지분 또한 계륵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는 게 업계의 주된 시각이다. 이대로 카카오가 카카오엔터를 매각할 경우, 양사의 합산 SM엔터 지분은 40.68%에서 21.18%로 낮아진다. 분할 매각이 이뤄진다 해도 SM엔터 지분을 인수하는 기업은 순식간에 해당 기업 2대 주주로 등극하게 된다. 지분 차이가 1.68%에 불과한 만큼 향후 경영권 다툼이 발생할 가능성 또한 커지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카카오가 카카오엔터 매각 전 SM엔터 지분을 모두 흡수해 40.68%의 지분을 확보할 것이란 시나리오가 제시되기도 했다. 해당 시나리오에서는 카카오가 SM엔터의 존속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데다, 해당 지분을 매각하기에도 상대적으로 유리한 구조가 된다. 카카오의 SM엔터 지분 관계 정리에 따라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또 한 번의 재편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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