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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속 '횃불' 잃은 건설업계, PF 위기 속 지속 가능성마저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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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값 상승에 돈줄 마른 시행사, 무너지는 건설업계
"건물 지으면 오히려 손해, 건설사가 건설 않는 초유의 사태"
부동산PF 악재 '겹겹이', "내부서도 '양극화' 극심"
미국유럽파산_파이낸셜_20240117

시행사와 건설사 간 공사비 분쟁이 부쩍 늘어난 가운데, 공사가 끝난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건설사가 과도한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사례까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공사비를 더 주지 않는다면 신탁사가 가지고 있는 분양대금을 찾아가는 데 동의할 수 없다며 으름장을 놓는 식이다. 돈줄이 마르게 된 시행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공사비를 더 집어줘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 셈이다. 더군다나 시장 아래선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가 자본을 잠식하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시장 전반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각종 위기가 도사리는 현실 속 '전화위복'을 꿈꾸는 일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게 업계의 주된 반응이다.

공사비 분쟁에 말라가는 건설업계

5일 법조계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소형 시행사 T사와 코스닥 상장사인 중견 건설사 L사는 2022년 입주를 완료한 서울 마포구의 오피스텔 분양대금 분배를 두고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프로젝트가 시작된 2019년 T사는 L사에 110억원에 건설 공사를 맡겼다. 역세권에 있는 소형 평수 오피스텔에 대한 분양 수요가 몰리며 150여 세대가 즉시 완판됐다. 2021년 말 건물이 준공된 뒤 이듬해 입주도 별 탈 없이 끝났다. 그러나 L사는 입주가 완료된 후 갑작스레 자재비 인상 등의 이유를 들어 ‘공사비 80억원을 더 달라’고 요구했다. 많은 사업장에서 물가 상승 여파로 공사비 재협상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해당 사례가 시사하는 바는 건설업계의 '붕괴'다. 시행사 입장에서도 건설사 입장에서도 한 발조차 물러설 곳 없는 아찔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단 것이다. 건설업계 사이에서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 건 이미 오래전이다. 지난 2022년에도 부동산 시행업계는 시공사 선정에 난항을 겪으며 파편화되는 업계를 바라봐야만 했다. 근본적인 원인은 자금난이다. 물가 상승과 자잿값 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가 등이 도미노처럼 이어지면서 건설업계의 불황이 커졌다.

시행업계에 따르면 2020년 평당 380만원(1군 시공 기준) 선이었던 공동주택 공사비는 2022년 평당 500만원까지 치솟았다. 건설자재인 레미콘 단가는 ㎥당 7만1,000원에서 8만3,000원으로 13.1% 인상했으며, 철근값은 t당 70만원에서 110만원대까지 올랐다. 이에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3.3㎡당 건축공사비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10~15% 상승했다"며 "값이 오른 만큼 리스크도 올랐다. 일을 해도 손해고 안 해도 손해인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부동산PF위기_20240111

PF 위기 아래 '도미노 붕괴' 현실 되나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설업계 내에선 양극화가 심화하기 시작했다. 소위 '돈이 되는' 수도권 내 알짜 정비사업 시공권을 따내기 위한 수주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힘든 중소 업체들은 사실상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기 때문이다. 결국 최근엔 건설사들이 수익성이 예상되는 공사 수주에만 몰리고 수익성이 낮은 곳은 사업 포기도 불사하는 등 정비사업 내에서도 양극화가 심화하기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과거 건설사와 조합이 낮은 금액에 체결한 시공 계약에 대한 갈등이 격화되기도 했다. 실제 경기도 성남시 산성구역 주택재개발 조합은 시공사업단(대우건설·GS건설·SK에코플랜트)과 공사비 문제로 갈등을 빚다 시공사 교체를 추진한 바도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웬만한 갈등으로 시공권을 포기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지만, 1~2년 새 공사비가 30%나 뛰니 적자를 보면서까지 공사를 지속하긴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분양가와 공사비 인상이 힘든 지방 등에서 건설사들이 시공사에서 이탈하려는 조짐이 보인다"고 전했다. 자금 앞에 업계의 체계가 무너져 가는 모양새다.

시장 침식이 급속도로 일어난 원인 중 하나는 부동산 PF다. 국내 PF 시장의 자금경색, 글로벌 금리 인상, 원자잿값 급등 등 다양한 악재가 겹치면서 건설사들은 선별 수주, 더 나아가 수주 자체를 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지으면 지을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되다 보니 매출에서 유동성 확보로 경영 방향성을 튼 것이다. 부동산 PF업계 관계자는 "과거 신용 위기를 경험한 이후 대다수 건설사들이 책임준공 방식으로 바뀌었는데, 공사비만 책임을 지면 되는 상황에서 철근값, 시멘트 값 등이 천정부지로 오르다 보니 공사비를 두고 조합과의 협상은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게 됐다"며 "지금 PF 시장에선 시공사들이 갑(甲)의 위치가 됐고, 정작 상위 건설사들은 우크라이나 재건 같은 해외 수주에 더 공을 들이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은 단순하면서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시장 불안감이 확산하는 가운데 정부조차 이렇다 할 출구전략을 짜내지 못하면서 사실상 시한부 단계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나오는 추세다. 젖줄 잃은 업계의 발버둥이 유독 서글퍼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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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전세는 무서우니 아파트로 갈래요" 전세사기가 부동산 시장에 몰고 온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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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가 새빨갛다" SNS 뒤흔든 화곡동 일대 '무더기 경매' 지도
전국 부동산 시장 뒤덮은 전세사기 피해, 전세 기피·월세 선호 심화
다 떨어지는데 아파트 전세만 뛴다? 전세사기로 고장난 부동산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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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화곡동 일대의 감정평가액 5억원 이하 경·공매 지도/사진=경매지도 홈페이지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곳곳에서 붉은색 지도 이미지가 공유되기 시작했다. 대규모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한 서울 강서구 화곡동 일대 '무더기 경매'의 현실을 담은 지도였다. 해당 지도의 출처는 대법원 사이트 경매 정보, 자산관리공사의 공매 정보 등을 수집·공유하는 '경매지도'라는 이름의 부동산 사이트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세 사기 피해 사례가 수면 위로 속속 드러나며 시장의 공포감이 가중되는 가운데, 임차인들은 전세사기범의 주무대인 빌라·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 시장에서 눈을 돌리고 있다.

확산하는 비아파트 '전세 사기 공포'

강서구는 지난해 서울에서 전세사기 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한 자치구다. 지난해 강서구 내에서 발생한 사고 건수는 145건에 달하며, 사고 금액은 340억원에 육박한다. '붉은 지도'의 주인공인 강서구 화곡동은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이 특히 많이 발생한 지역이다. 2015년부터 2019년 화곡동 일대 빌라 283채를 매입·임대하고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은 임대사업자 강모(56세)씨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2022년 부동산 시장을 발칵 뒤집었던 '빌라왕' 故 김모(당시 42세)씨 역시 화곡동 빌라 80채를 보유하고 있었다.

한편 해당 지도 이미지를 접한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전세사기의 위협이 강서구와 화곡동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최근 들어 전국 각지에서 전세사기 피해 사례가 꾸준히 누적되고 있으며, 수많은 임차인이 전세 포비아(공포)를 호소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전세 사기 피해가 집중됐던 비아파트 시장에서는 본격적인 '전세 기피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전날 기준) 서울에서 발생한 빌라 전월세 거래(4만5,891건) 중 월세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54.9%(2만4,665건)에 달했다. 전세 거주를 기피하는 임차인들의 수요가 월세로 몰린 것이다.

비아파트 임차인들의 월세 선호 기조는 국토교통부의 연간 주택통계 조사 결과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난해 전월세 거래(신고일 기준) 통계를 살펴보면, 아파트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은 2022년 43.5%에서 지난해 44.1%로 0.6%p 느는 데 그쳤다. 반면 전세 사기 피해가 집중됐던 비아파트 시장의 월세 거래 비중은 59.6%에서 65.6%로 자그마치 6%p 증가했다.

아파트 전세만 오른다? 기형적인 부동산 시장

일부 수요자들은 아예 비아파트 시장을 떠나 아파트 전세 매물을 찾기 시작했다. 부동산 시장 전반에 찬바람이 몰아닥친 가운데 아파트 전셋값만이 상승곡선을 그리는 이유다. 실제 KB국민은행이 29일 내놓은 1월 월간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1월 평균 0.45% 상승하며 전월(0.47%)과 비슷한 수준의 상승폭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19% 하락해 전월(-0.11%) 대비 낙폭이 커졌다.

한편 수요자를 잃은 비아파트 전세 시장은 점차 가라앉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연립·다세대(빌라)의 평균 전세가율은 68.5%로, 2022년 12월(78.6%) 대비 10.1%p 하락했다. 이는 2022년 8월 집계가 시작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 2022년 80%를 훌쩍 웃도는 전세가율로 '깡통주택' 공포를 조성했던 비아파트 시장이 이제는 매물 누적으로 인해 홍역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매매 거래 역시 급감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서울 빌라(다세대·연립) 매매 거래량은 2만2,398건으로 전년 동기(3만2,865건) 대비 31.8% 감소했다. 사회적 인식 악화, 고금리 상황 등 악재가 겹치며 투자자들의 거래 수요 감소가 대거 이탈한 결과로 풀이된다. 비아파트의 또 다른 '축'인 오피스텔 시장 역시 쏟아지는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로 신음하고 있다. 비아파트 시장 전반이 전세사기의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연이은 전세사기가 수요자들의 심리를 뒤흔들며 시장 침체를 가속했다는 비판이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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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예정 물량 없는데도 거래량 극히 낮아” 외면받는 오피스텔 시장, 올해 전망도 먹구름

“공급 예정 물량 없는데도 거래량 극히 낮아” 외면받는 오피스텔 시장, 올해 전망도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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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 오피스텔 매매 건수 전년 대비 47% 감소
올해 전국 기준시가도 2005년 고시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하락
복잡한 규제 등이 시장 냉각 요인, 당분간 침체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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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오피스텔 시장이 수요뿐 아니라 공급도 급감하면서 침체가 심화하고 있다. 아파트 시장보다 상대적으로 복잡한 규제와 더불어, 지속된 고금리 기조 아래 시세 차익마저 기대하기 어려워진 영향이다. 또한 전세사기 여파로 매매 후 전세를 놓는 오피스텔의 투자 가치마저 덩달아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저성장, 전세 리스크 등 불확실성 요인이 상존함에 따라 앞으로도 침체가 계속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고금리 직격탄 맞은 오피스텔 매매 시장

29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오피스텔 분양 예정 물량은 약 7,000실로, 지난해 분양 실적(1만6,344실)의 42% 수준으로 예상된다. 특히 서울의 분양 예정 물량은 지난해(3,313실)의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868실로, 2007년(832실) 이후 17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

공급물량이 급감에 이어 거래량도 크게 줄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12월까지 서울에서 이뤄진 오피스텔 매매 건수는 7,685건으로, 2022년 1만4,486건 대비 6,801건(46.94%) 급감했다. 부동산 시장 호황기로 꼽히는 2021년 1만9,245건과 비교하면 1만1,560건(60.06%)이나 줄어든 셈이다. 이는 비단 서울만의 현상이 아니다. 지난해 4분기 전국 오피스텔 가격은 전분기 대비 0.56% 하락하며 직전분기(-0.37%) 대비 하락 폭이 확대됐다. 수도권(-0.26%→-0.45%)과 지방(-0.82%→-1.02%)에서도 하락 폭이 커지는 추세다.

실제 서울에선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동대문구 청량리동 소재 힐스테이트 청량리역(오피스텔) 전용 21㎡의 매물 최저가는 2억5,000만원으로, 2020년 6월 분양가(3억1,400만원)와 비교하면 6,400만원 낮다. 중구 중림동에 위치한 쌍용더플래티넘서울역도 마찬가지다. 해당 건물 전용 17㎡ 매물 최저가는 2억6,000만원으로, 4년 전 분양가(3억88만원)보다 약 14% 낮다.

기준시가 19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 고액 월세 비중은 증가

오피스텔 매매 시장이 침체에 빠지자 올해 기준시가도 19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12월 국세청이 고시한 ‘2024년 오피스텔 및 상업용 건물 기준시가’에 따르면 전국 오피스텔과 수도권·5대 광역시·세종특별자치시에 소재하는 3,000㎡ 또는 100실 이상의 구분 소유된 상업용 건물의 기준시가는 올해 대비 각각 4.77%, 0.96% 하락했다. 2005년 고시가 시작된 뒤로 처음 있는 일이다.

반면 월세는 전반적으로 오름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1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4분기 오피스텔 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오피스텔 매매가격은 3분기 대비 0.56%, 전셋값은 0.38% 각각 떨어졌지만, 월세는 0.14%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금리 상승에 따라 전세수요가 일부 월세로 전환하는 등 상대적으로 월세 선호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특히 고액 월세 계약이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11월까지 서울 오피스텔 월세 거래량(3만6,068건) 가운데 월세 1만~59만원의 거래량은 1만4,234건으로 전체 거래의 39.5%에 그쳤다.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1~11월 기준) 이후 가장 낮은 비율이다. 반면 60만~99만원 오피스텔 거래 비율은 48.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인으로는 전세사기 여파가 지목된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지난해 전세사기가 시장의 최대 이슈로 떠오르면서 오피스텔 전세 수요가 월세로 옮겨갔고, 덩달아 고액 월세 계약도 늘고 있다”며 “1인 가구가 급증하는 추세여서 앞으로도 오피스텔 고액 월세 계약 비중은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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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텔 시장 침체 원인과 전망

아파트 시장과 달리 오피스텔 시장의 침체가 뚜렷한 이유는 규제 때문이다. 아파트는 대부분 지역이 조정지역 해제 등으로 규제가 완화됐지만, 오피스텔은 여전히 취득세 4.6%가 적용되고 있다. 또 주거용의 경우 주택 수로 간주됨에 따라 취득세 중과 대상이 되기도 한다.

아파트와 달리 자금조달이 용이하지 못한 점도 시장 침체의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지난해 소득에 상관없이 9억원 이하의 주택을 최대 5억원까지 대출을 받아 살 수 있도록 한 특례보금자리론이 출시된 이후 아파트 매수세가 강화됐다. 반면 준주택으로 분류되는 주거용 오피스텔과 생활형 숙박시설 등은 지원 대상에서 빠지면서 매수세가 붙지 못하고 지속 침체를 겪었다.

아울러 전세사기 여파로 오피스텔의 월세는 소폭 상승한 반면, 매매 후 전세를 놓는 오피스텔의 투자 가치는 오히려 떨어졌다. 국내 한 부동산 투자자문사 대표는 “전세사기와 역전세 이슈가 불거지면서 일정 부분 아파트의 대체재 역할을 하는 오피스텔 시장도 큰 타격을 입었다”며 “부동산 시장 하락기에 오피스텔은 가격 하락 폭이 아파트보다 더 깊고, 반대로 상승기엔 상승 폭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오피스텔 시장의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가 비아파트에 대한 금융 지원 강화에 나서고 있지만, 이미 수요가 끊긴 상황에서 시장 반전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연구원은 “오피스텔은 아파트에 비해 수요층이 두텁지 않고 경기 여건과 금리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수익형 부동산”이라며 “저성장, 전세 리스크 등 시장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2024년에도 현재의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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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못 갚아 경매로 넘어간 부동산" 9년 만에 처음으로 10만 건 웃돌아

"빚 못 갚아 경매로 넘어간 부동산" 9년 만에 처음으로 10만 건 웃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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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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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임의경매 매물 10만5,614건, 1년 새 61% 늘어
집값 상승기 무리하게 대출 받아 집 산 ‘영끌족’ 매물로 추정
올 상반기까지 고금리 기조 지속될 경우 매물 더 늘어날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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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출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하고 경매에 넘어간 부동산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시장 침체와 지속된 고금리 기조에 더해, 이례적으로 전세사기가 급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어진 집값 상승기에 부동산 시장에 뛰어든 소위 ‘영끌족’들의 매물이 경매 시장으로 쏟아진 거란 분석과 함께 올 상반기까지 한국은행의 긴축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향후 경매로 넘어가는 매물이 더 늘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부동산 호황기 끝나자 경매장으로 쏟아진 부동산 매물

28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부동산(토지·건물·집합건물 등) 임의경매 개시결정 등기 신청 건수는 총 10만5,614건으로, 2014년(12만4,253건) 이후 9년 만에 처음으로 10만 건을 넘어섰다. 임의경매 개시결정 등기 신청 건수는 2019년 9만8,095건에서 2020년 8만7,812건으로 소폭 하락한 이후 부동산 시장이 호황이었던 2021년(6만6,248건)과 2022년(6만5,584건) 6만 건대로 크게 줄었다. 그러나 이후 부동산 시장 침체가 본격화하자 전년 대비 61% 가까이 급증했다.

지역별로는 경기가 전년(5,182건) 대비 114.3% 증가한 총 1만1,106건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전세사기가 많았던 수원시의 경우 지난해 집합건물 임의경매 개시 결정 등기신청 건수가 전년(352건)보다 181% 급증했다. 그 외 서울이 74.1% 늘어난 4,773건, 부산이 105.4% 늘어난 4,196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 밖에도 광주(973건, 103.5% 증가), 세종(424건, 74.4% 증가), 충남(1,857건, 76.3% 증가) 등도 평균 증가율을 웃돌았다.

임의경매는 채권자가 빌린 대출금을 회수하기 위해 담보로 설정한 부동산을 경매에 넘기는 절차로, 강제경매와 달리 별도의 재판 없이 곧바로 법원에 경매를 신청할 수 있다. 통상 은행 등 금융기관이 채권자일 경우 임의경매가 활용된다. 지난해 임의경매 개시결정 등기가 신청된 부동산 가운데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다세대주택 등)은 3만9,059건으로, 전년(2만4,101건) 대비 62% 급증했다. 업계는 소위 ‘영끌족’이 지속된 고금리 속에서 대출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음에 따라 임의경매에 넘어간 집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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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한국은행

"누군가의 불행이 다른 누군가에겐 기회", 경매 물건 노리는 수요자들

이런 가운데 앞으로 임의경매 증가세가 지속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임의경매 개시결정 등기 신청 건수 급증의 배경으로 꼽히는 고금리 기조가 올해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고금리가 장기화하면 대출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차주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위축된 부동산 시장마저 반전될 가능성이 낮아진다. 앞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지난 11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동결한 바 있다. 지난해 2월 이후 총 8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동결로, 2008년 11월(4.0%) 이후 최고 수준의 금리가 1년 가까이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금통위는 이날 8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 배경에 대해 “물가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지속하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전망의 불확실성도 큰 상황인 만큼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당분간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서도 올해 상반기까지는 고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올해 연말 국내 물가상승률이 2%에 가까워질 것으로 점치고 있지만, 전달 3.2%를 기록하는 등 아직 3%대인 물가를 고려하면 기준금리 인하는 시기상조”라면서 “특히 중동 리스크와 같은 불확실성이 잇따를 경우 최근 하락세를 보이는 국제유가가 반등함에 따라 물가 둔화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급매물이나 경매물건을 노리는 수요자들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현재 서울 등 주요 주택 시장 가격이 전반적으로 높다는 심리가 형성된 상황에서 실수요자들 사이에선 보다 저렴한 가격에 내집 마련이나 상급지로 갈아탈 기회로 인식되는 것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거래 절벽 등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급매물을 기다리는 수요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특히 서울에선 경매물건이 급매물보다 더 저렴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법원에 분위기를 살피러 나가는 수요자들마저 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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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다더니 이 정도였어?" 경기 침체에 허덕이는 건설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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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사전청약 당첨자에게 통보된 '아파트 계약 해지 공문'
위기에 빠진 건설 업계, 서울 강남 노른자땅 재건축 포기할 정도
인허가·착공 물량 감소에 유동성 문제까지, 총체적 난국
심우건설 계약취소_온라인 커뮤니티_20240126
지난 19일 심우건설이 인천 서구 가정동 ‘인천가정2지구우미린B2블록’ 사전청약 당첨자들에게 발송한 계약 해지 공문/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건설 업계 침체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건설사에서 공사를 중단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심지어 강남 노른자 땅에서 재건축·재개발 시공사 입찰이 유찰되는 사례도 등장했다. 지난해부터 가시화된 건설 경기 침체가 올해 더욱 심각해지는 모양새다.

건설사들의 공사 포기 러쉬

25일 건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심우건설이 인천 서구 가정동 '인천가정2지구우미린B2블록' 사업을 중단하기로 하고 사전청약 당첨자에게 사전공급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건축 인·허가 절차가 지연되는 과정에서 부동산 경기가 악화하자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보다 앞선 16일에는 더유은이 오는 3월 준공 예정이었던 전북 익산시 중앙동 민간임대아파트 ‘유은센텀시티’의 공사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같은 날 신일건설 역시 지난해 법인 회생절차를 밟기 시작해 시공 중인 현장 4곳 중 2곳의 계약자들에게 분양 취소 사실을 안내하고, 분양 대금을 반환했다. 건설 경기가 침체하고 유동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들이 늘어나면서 공사가 멈추는 사업장이 늘고 있는 것이다.

정비사업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7차 아파트’는 건설사들의 미 응찰로 시공사 선정에 실패했다. 서울지하철 3호선 잠원역에서 가깝고 한강 변이라는 메리트가 있었음에도 재입찰을 진행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노량진1구역’도 입찰 보증금 500억원을 납부할 수 있는 건설사가 없어 조만간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재입찰을 시작한다. 심지어 대형 건설사로 분류되는 대우건설은 울산 동구 일산동 주상복합 개발사업 시공에서 손을 뗐으며, 현대건설 역시 지난해 강남구 대치선경3차 아파트 가로주택정비사업의 시공권을 포기했다.

이처럼 대형 건설사들조차 사업 포기를 선택하는 주요 원인은 ‘공사비 상승’에 있다. 실제로 대치선경3차 아파트 가로주택정비사업의 경우 지난 2021년 현대건설이 3.3㎡당 845만원, 총공사비 753억원을 제안해 시공사로 선정된 바 있는데, 이는 당시 기준 전국에서 가장 높은 공사비였다. 하지만 2년 사이에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당초 계약했던 공사비로는 사업 진행이 아예 불가능한 수준이 됐다. 건설에 필수적인 시멘트 가격이 2021년 6월 톤당 7만5,000원에서 2년 뒤인 2023년 6월 톤당 10만5,000원까지 약 40% 뛰었고, 철근 등 필수 원자재도 수십만원 단위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건설업 침체에 도산하는 기업도 증가

건설 업계 침체는 지난해 인허가와 착공 물량이 급감하면서부터 조짐을 보였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 인허가 규모는 아파트 기준 25만1,089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33.8% 줄었으며, 비아파트의 경우 4만3,382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50.6% 줄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28.3%, 지방이 41.8% 각각 감소했으며, 전체 주택 착공은 17만378가구로 전년 대비 52.4% 떨어졌다.

이에 유동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들이 급속도로 불어났다.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말 기준 21개 건설사 대상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는 22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 늘어났다. 채무를 감당하지 못해 도산한 기업도 증가했다. 25일 건설산업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부도 처리된 종합건설업체는 총 21곳으로 2022년 대비 2배가량 증가했으며, 건설 분야 전체 폐업 신고 건수는 2,347건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벌써 590곳이 폐업 신고를 진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해 한 건설 업계 관계자는 "건설 시장을 둘러싼 여러 악재가 해결 조짐 없이 지속되면서 건설 업계가 삼중고를 겪고 있다”며 "특히 건설사의 경우 재무적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어 현재 진행 중인 사업장에서도 철회를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어 "심지어 중견·중소건설사는 사업 철회가 아닌 폐업을 고려하는 실정"이라며 "이들은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 등에 사업장을 갖고 있어 설사 공사를 진행하더라도 미분양 가능성이 높아 손해를 입고, 사업을 철회하더라도 공사비를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벼랑 끝에 몰려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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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 급감에 전세 수요 ‘발 동동’, 고개 드는 깡통 전세 우려

2월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 급감에 전세 수요 ‘발 동동’, 고개 드는 깡통 전세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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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전국 2만8,139가구 집들이 예정
이사철 앞두고 비상 걸린 전세 시장
1년 사이 전셋값 50% 치솟기도
Apart1_Finan_20240126

오는 2월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이 이달과 비교해 40% 넘게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져 온 전셋값 오름세가 입주 물량 급감, 3월 이사철 도래와 맞물려 상승 폭을 키울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동시에 임대차특별법 적용 전세계약들이 만료되는 하반기부터는 전세가가 매매가를 앞지르는 깡통 전세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모습이다.

광주, 대전 등 제외 전국 입주 물량 감소

26일 부동산 정보분석 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오는 2월 입주를 앞둔 전국 아파트는 총 54개 단지 2만8,139가구(임대 포함)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예정된 월평균 물량인 2만7,678가구를 소폭 웃도는 수준이지만, 이달(4만246가구)과 비교해서는 1만2,000여 가구 줄어든 수치다.

수도권 2월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총 1만4,383가구로 경기(1만1,430가구)가 가장 많았고, 인천은 2,360가구, 서울은 593가구에 그쳤다. 경기도는 양주시와 수원시, 평택시 등 1,000가구 이상 대규모 단지의 입주와 공공주택 물량이 입주를 앞둔 반면, 서울에서는 강동구 상일동에 위치한 e편한세상고덕어반브릿지가 유일하게 입주 단지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지방의 입주 예정 물량은 총 1만3,756가구로 광주가 3,067가구로 가장 많았고, 이어 대전(2,427가구), 경남(1,914가구), 충남(1,809가구) 등 순을 보였다. 이 가운데 광주와 대전은 각각 2022년 9월(3,093가구), 2021년 11월(6,134가구) 이후 최대 입주 규모를 기록했다.

광주와 대전, 대구, 충북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이달보다 입주 물량이 감소하면서 이사철을 앞둔 전세 임차인들의 고민도 깊어지는 양상이다. 김지연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3월부터 본격적인 이사철이 시작되면서 전세 수요 증가가 예상되나, 내달 입주 물량이 전월보다 크게 줄어들면서 신축 단지의 희소가치가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며 “고금리와 대출 제한 등을 이유로 매매보다 전세를 찾는 수요자가 늘고 있어 전셋값 상승 흐름도 이어질 전망”이라고 풀이했다.

‘떨어지는 칼’ 피하려는 수요자들, 전세 시장으로 선회

전세 수요 급증과 가격 상승은 각종 지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1월 2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는 94.2로 지난해 12월 4일(94.5) 이후 8주 연속 하락했지만, 전세가격 지수는 87로 지난해 5월 29일(83.6) 이후 35주 연속 상승세를 거듭했다. 전세 물량도 꾸준히 감소 중이다. 부동산 정보분석 기관 아실에 의하면 26일 서울 아파트 전세매물은 3만5,032건으로 1년 전(5만2,358건)과 비교해 33% 넘게 감소했다.

오는 7월로 예정된 임대차 특별법 시행 4주년도 전셋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소다. 2020년 7월 31일 시행된 임대차 특별법은 임차인이 원하면 최초 2년 계약에서 2년을 더해 최장 4년간 임대차를 유지할 수 있게 하고, 계약 연장 시에는 전월세 인상률을 5% 이내로 제한했다. 해당 법 시행 이후 전세 계약을 체결해 최대 4년간 집을 임대한 소유주들은 새로운 계약에서 향후 4년간 임대료를 올리지 못할 것을 감안해 처음부터 높은 임대료를 제시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실제로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에서는 전셋값이 많게는 수억원씩 치솟는 사례가 속속 포착되기 시작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소재 잠실엘스(전용면적 84㎡)는 이달 8일 12억5,000만원에 새 임차인을 들였다. 지난해 2월 같은 동 동일 면적이 8억5,000만원에 전세 세입자를 들였다는 점을 떠올리면 불과 1년 사이 50% 가까이 급등한 셈이다.

갈수록 좁아지는 매매가-전세가 격차, 역전 우려까지

전문가들은 이같은 전셋값 상승 압력이 매매가 하락과 맞물려 이른바 ‘깡통 전세’를 비롯한 각종 부작용으로 이어지는 데 깊은 우려를 표했다. 통상 전세가는 집값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커플링(동조화) 현상을 보이는데, 반대로 디커플링(탈동조화)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매매가와 전세가의 격차가 그만큼 좁아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특히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에서는 매매가가 전세가에 영향을 미치는 속도보다 집값 하락 속도가 빨라 전세가가 매매가를 웃도는 기현상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아파트 거래 시장에서 매매가가 지속해서 하락하면서 이사를 앞둔 수요자들이 매수 대신 전세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이처럼 지속적인 수요 증가에도 공급 물량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전세 시장 수급 불균형 문제가 전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하반기부터는 임대차법 시행 후 계약들이 속속 만료되면서 전셋값 상승 폭도 걷잡을 수 없이 가팔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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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홍대, 오늘은 망리단길, 내일은?” 자고 일어나면 변하는 서울 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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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금 포기하며 철수하는 상가 속출
무신사 플래그십 스토어 성공 여부 촉각
홍대→연남→망원, 다음은 디지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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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 촬영된 홍대 인근 상권의 모습/사진=서울미래유산

수도권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인근 상권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대학가 상권만의 차별화한 경쟁력이 빛을 잃은 가운데 중국인 여행객의 발길마저 끊기며 상권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분석이다. 멀지 않은 곳의 망리단길(망원동 일대)이 ‘MZ 세대의 성지’로 불리며 인산인해를 이루는 것과 매우 대조되는 모습이다.

임차인 찾지 못한 상가들 ‘임대’ 종이만 펄럭

2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홍대 인근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6.9%로 서울 평균(5.6%)과 비교해 1.3%p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중대형 상가 공실률 역시 서울 평균(8.8%)을 웃돌았다. 실제로 최근 홍대 정문 앞 거리에서는 4층짜리 상가 건물이 임차인을 찾지 못해 통째로 공실인 모습을 비롯해 ‘임대’를 써 붙인 상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20년대 초반까지 서울 서부권 상권의 중심으로 꼽혔던 홍대 인근이 이처럼 쇠락의 길을 걷게 된 데는 코로나19 팬데믹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오랜 시간 이어진 비대면 수업으로 인해 학교를 찾는 학생들이 줄어든 데다,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 등으로 유동 인구까지 크게 줄면서 많은 상인이 가게 문을 닫은 것이다.

급격히 낮아진 수익성에 비해 임대료 하락 속도가 느리다는 점도 상권 붕괴에 일조했다. 홍대입구역 부근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많은 가게가 영업에 어려움을 겪은 지 오래됐는데, 임대료는 여전히 높은 탓에 계약기간이 끝나자마자 보증금을 받고 이곳을 떠나는 상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곳 상권 매출의 상당 부분을 지탱하던 중국인 관광객들이 발길을 끊으면서 문을 닫는 가게가 늘었다”며 “기존에 투자한 시설에 대한 권리금을 포기하고서라도 다음 임차인을 찾아 보증금을 빨리 돌려받으려는 경우가 대다수지만, 신규 수요가 전혀 받쳐주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홍대 인근 상권이 쇠락을 거듭하면서 지난해 11월 새롭게 입성한 플래그십 스토어의 성공 여부에도 시장의 관심이 쏠렸다. 그간 온라인을 기반으로 영업을 전개해 온 무신사는 오프라인 사업 확대를 선언하며 서울 지역 거점으로 홍대를 지목했다. 지난해 11월 17일 문을 연 ‘무신사 홍대’는 대구 동성로점에 이은 무신사의 두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로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총 4개 층으로 구성됐으며, 전체 면적은 1,530㎡(약 463평)에 달한다. 무신사는 홍대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에 맞춰 인기 K-POP 그룹 라이즈를 초청하고, 방문객들에게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등 오프라인 소비자 모시기에 주력했다. 하지만 업계는 무신사가 오프라인 사업 확대를 위해 2019년부터 1,3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부동산에 투입한 만큼 이를 다 상쇄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상인들은 저렴한 임대료 따라, 소비자들은 새로운 경험 찾아

홍대를 떠난 소비자들의 관심은 멀지 않은 곳으로 향했다. 2022년 하반기부터 연남동과 서교동 일대를 누비던 20·30대 소비자들의 발걸음은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망리단길’이라 불리는 망원시장 옆 포은로에 집결됐다. 서울 서부권에서 가장 최근에 형성된 상권인 만큼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를 자랑하는 망리단길 일대는 2022년 2분기 이후 꾸준히 0%대(소규모 상가 기준) 공실률을 기록 중이다. 이곳을 찾은 소비자들은 다른 곳에서 접해 본 적 없는 독특한 먹거리와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는 점을 망리단길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일각에서는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들의 관심사와 상권 교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디지털 사업으로의 전환을 꼽기도 한다. 김익성 한국유통학회 고문은 “소상공인들이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의 디지털 지원 사업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면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며 “소상공인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의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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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도 외면하는 신촌 상권" 늘어나는 공실에도 임대료는 '요지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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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썸플레이스 1호점’ 등 신촌역 인근 주요 프랜차이즈 매장 줄줄이 폐업 
팬데믹 이후 상권 크게 축소됐지만, 대다수 건물주 여전히 높은 월세 요구
배달문화에 더해, ‘홍대, 연남동’ 등 타 지역으로 대학생 수요 분산된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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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역 인근 랜드마크였던 주요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최근 몇 년 새 폐업하는 사례가 늘자 신촌 일대 상권이 무너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신촌 상가의 공실률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서울 주요 지역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자리잡은 배달 문화를 비롯해 다른 지역에 비해 낙후된 문화시설 등으로 대학생들의 수요가 끊어진 점이 신촌 상권 추락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비싼 임대료에 법인들도 못 버티고 줄줄이 폐업

2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대문구 지하철역 신촌역 2번 출구 앞 롯데리아 신촌로터리점이 전일 영업을 끝으로 폐업했다. 2006년 처음 문을 연 지 18년 만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엔 신촌역 2번 출구 앞에서 21년 동안 자리를 지켰던 투썸플레이스 1호점도 문을 닫았다. 한때 투썸플레이스 매장 중 매출 1위를 기록하며 신촌역 인근의 랜드마크 역할을 해왔던 매장이었다. 이 밖에도 2004년 아시아 최초로 문을 연 크리스피크림 도넛 1호점과 신촌역의 또 다른 랜드마크였던 맥도날드 신촌점은 각각 2017년과 2018년 문을 닫았고, 연세로의 대표 로드샵 화장품 매장인 에뛰드하우스 신촌점은 지난해 폐업했다.

신촌 상권의 추락은 통계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신촌·이대 상권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22%로, 1년 전 같은 분기(9%)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서울 전체 소규모 상가 공실률(5.6%)과 비교하면 4배 이상 높고, 서울의 주요 상권인 홍대(6.9%), 이태원(8.3%), 건대입구(4.3%), 명동(19.7%) 중에서도 가장 높다.

과거보다 상권 매력이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은 임대료가 공실률을 높이고 있단 분석이 나온다. 연세로 인근 부동산 공인중개소 대표는 “신촌 주요 상권의 월 임대료는 25~30평 기준 보증금 1억~3억원에 3,000만원 수준으로 코로나19 직전보다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며 “일부 상가에서 권리금을 없애고 합리적인 임대료를 제시하곤 있지만, 대다수 건물주가 여전히 높은 수준의 월세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현재 공인중개소 대표는 “이 지역 상권은 보통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임대료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법인이 들어와 장사를 해 왔다”며 “그러나 요즘처럼 수요가 불확실한 상황에선 법인들도 적게는 4,000만원, 많게는 5,000만원이 넘어가는 월 임대료가 부담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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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리아 신촌로터리점에 부착된 영업종료 안내/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무너진 대학생 수요, 뜨내기 상권으로 전락한 ‘신촌’

신촌 상권의 추락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먼저 배달문화가 발달하면서 인근 대학생들의 발길이 뜸해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만 해도 연세대와 서강대, 이화여대 등 인근의 여러 대학이 있어 유동 인구가 많았지만, 팬데믹을 거치면서 자연스레 직접 상권을 찾아오는 학생들이 줄었다.

학생들 사이에선 이 지역 상권의 놀거리와 볼거리가 타지역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연세대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간단한 점심 약속 정도가 아니면 특별히 연세로 인근을 찾는 편이 아니다”라며 “학교 주변은 딱히 할 게 없기 때문에 친구들과 놀 때는 홍대나 연남동 같은 지역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까지만 해도 신촌 일대와 이대 상권에는 권장업종 제한에 따라 공연장, 볼링장, 당구장, 노래연습장 등의 영업이 활성화되지 못했다.

보행자 안전 등을 이유로 서울시가 도입한 도로교통 정책도 역효과를 냈다는 분석도 있다. 서울시는 2014년 신촌로터리에서 연세대삼거리를 잇는 550m의 연세로를 보행자·대중교통 전용 공간인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했다. 그러나 이 일대 상인들 사이에서 "유동인구가 주차를 할 만한 공간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오히려 상권 활성화를 방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서대문구는 연세로를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풀어달라고 서울시에 요청했다. 이에 지난해 연세로 일대 상반기 대중교통전용지구 일시정지 기간이 운영됐고, 이후 ‘차 없는 거리’ 해제 시범 사업이 시작되면서 연세로 상권 매출액은 2022년 같은 기간 대비 22%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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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100건 중 96건은 이전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 전국 아파트 신고가 비중 최저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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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주택 거래 신고제 도입 이래 최저치
매수자 우위 시장 한동안 지속 전망
공급 제한 가시화, 시장 과열 우려 커져
신고가_파이낸_20240122

지난해 전국에서 거래된 아파트 매매 중 신고가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동산 시장에 낀 거품이 가라앉으며 정상화를 이루는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충분한 공급이 받쳐주지 않을 경우 더 큰 폭의 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든다.

‘역대급 호황’ 2021년 대비 6분의 1 수준 급감

22일 부동산 분석 업체 직방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는 총 37만8,183건으로 전년(25만8,591건) 대비 약 46% 증가한 가운데 이 가운데 신고가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4.0%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이달 14일까지 집계 기준 신고가 거래 비중은 3.9%에 불과했다. 부동산 시장이 가장 활발했던 2021년 신고가 비중이 23.4%에 달했던 점을 고려하면 약 6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신고가 거래량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을 토대로 동일 단지 내 동일 면적의 과거 최고 매매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거래된 사례를 기준으로 산출됐다.

지역별로는 제주(21.1%)가 올해 신고가 매매 거래 비중이 가장 높았으며, 이어 서울(9.1%), 강원(4.8%), 전남(4.6%), 부산(4.4%), 충남(4.4%), 인천(4.4%) 등 순을 보였다. 이 가운데 강원과 부산, 대전(3.3%), 대구(1.3%) 등 4개 지역은 주택 거래 신고제가 도입된 지난 2006년 이후 가장 낮은 신고가 비중을 기록했다. 서울의 지난해 아파트 신고가 거래는 총 3,084건으로 전년(3,295건)보다 211건 감소했다. 신고가 거래 비중은 27.5%에서 18.4%p 낮은 9.1%를 기록했으며, 신고가 거래 비중이 52.6%로 치솟았던 2021년보다는 43.5%p 떨어졌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고금리 영향, 부동산 시장 내 높아지는 불확실성과 이에 대한 수요자들의 심리적 저항 등이 맞물리며 신고가 비중의 하락을 불러온 것으로 분석된다. 직방은 “2006년 주택 거래 신고제를 도입한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친 2009년(6.6%) 이나 부동산 경기가 위축됐던 2013년(6.7%)에도 신고가 비중이 5% 아래로 내려간 적은 없었다”며 “거래 활력이 떨어지면서 매수자 우위 시장이 당분간 지속된다면, 신고가 거래가 줄어드는 형상도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풀이했다.

“시장 정상화 과정에 있어, 공급 부족 및 가격 급등 대비해야”

부동산 시장이 물건을 살 사람보다 팔 사람이 많은 매수자 우위 시장에 도달했다는 사실은 가격 하락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달 1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와 비교해 0.01% 하락했다. 재건축 아파트 매매 가격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지만, 일반 아파트 매매가격은 0.01% 하락하며 2주 연속 하락세를 이었다. 대단지 중소형 아파트 가격 하향이 전제 매매가 하락을 주도한 가운데 지역별 매매가 변동률은 도봉구와 중구, 중랑구가 각각 0.05% 하락하며 가장 큰 낙폭을 그렸고 송파구와 양천구, 영등포구는 각각 0.02% 하락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까지 부동산 시장의 하락 국면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1년 정점을 찍은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조금씩 사그라지며 올해 하반기로 예상되는 반등 직전까지 정상화 과정을 밟을 것이란 설명이다.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3.4% 하락한 전국 집값은 올해 1.5% 추가 하락할 전망이다.

다만 내년과 내후년 대규모 공급부족이 예견돼 있어 공급 적정화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주산연에 의하면 2018부터 2022년까지 연간 평균 입주 물량은 37만4,000가구였지만, 올해는 32만8,000가구로 예상된다. 최근 5년의 평균 입주량과 비교해 5만 가구 가까이 부족한 셈이다.

예년보다 턱없이 낮은 인허가 물량도 공급 부족을 전망하게 하는 요소다. 지난 2022년 전국 주거용 건축물 인허가 물량은 4만2,724가구로 최근 10년간 평균치인 7만4,416가구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통상 인허가 이후 착공 및 분양까지 2~3년이 걸리고, 분양 후 공사 기간 3~4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르면 2025년 하반기부터 공급 감소로 인한 시장의 혼란이 본격화할 것이란 지적이다. 주산연은 “청약제도 및 가점제 단순화, 의무거주기간 폐지 등을 통해 공급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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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기대감은 옛말”, 노원구 일대 부동산 ‘한파’에 영끌족 시름

“재건축 기대감은 옛말”, 노원구 일대 부동산 ‘한파’에 영끌족 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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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떨어진 가격에도 매수자 못 찾아”, 집주인 한숨
재건축 패스트트랙으로 시장 활성화 노리는 정부
막대한 분담금·세입자 거취 문제 논의는 전무
하락_파이낸_20240115

부동산 급등기 2·30대 젊은 층 수요자들을 대거 유인하며 호황을 누렸던 서울 노원구 일대 아파트들이 가격 급락을 맞았다. 해당 지역의 대규모 정비 사업을 통해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노렸던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가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모습이다. ‘재건축 3대장’으로 불렸던 노원·도봉·강북구에서는 대출 상환에 부담을 느껴 매입가의 절반 수준에 집을 내놓는 사례까지 포착되며 추가 하락의 우려를 키운다.

가격 하락에 대출 상환 부담까지 이중고

1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 5단지(저층·전용면적 31㎡)는 지난달 4억4,000만원에 새 주인을 만났다. 해당 단지는 지난해 3월까지만 해도 5억원대 중반에 거래된 바 있다. 불과 9개월 만에 20%가량 하락한 셈이지만, 현장에서는 더 낮은 금액의 급매물이 쏟아질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룬다. 상계동 일대에서 활동 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대출 상환이 어려운 젊은 집주인 가운데는 산 가격의 반값에라도 팔겠다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수도권 지하철 4호선과 7호선이 맞물리는 지역에 위치한 상계주공 5단지는 2020년 이후 시작된 부동산 급등기에 2·30대 젊은 매수자들을 대거 불러들이며 전용면적 31㎡ 기준 8억원의 신고가를 기록하는 등 ‘영끌’(대출을 최대한 활용해 매수) 성지로 떠올랐다. 하지만 최근 거래에서는 절반에 가까운 4억원대까지 가격이 급락하며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

MBC 시사 프로그램 'PD수첩'에 출연한 30대 직장인 A씨는 “30년 전에 짓고 한 번도 수리하지 않은 아파트를 내 돈 2억7,500만원에 은행 대출 3억7,500까지 땡겨 6억5,000만원에 샀는데, 최근 4억6,000만원까지 떨어졌다”고 울분을 토했다. 눈 깜짝할 사이 1억9,000만원이 사라진 것도 모자라 떨어진 가격에도 매수자를 찾을 수 없어 이자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는 설명이다.

매매가 하락과 대출 상환에 대한 부담은 비단 해당 단지만의 일이 아니다. 한때 상계동 일대의 아파트 대다수가 노후화해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최근에는 매수자들의 수요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으며 큰 폭의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최근 3개월 사이 평균 11.3% 하락한 상계주공 12단지가 대표적인 예로, 지난해 상반기 4억5,000만원에 거래된 해당 단지(41.3㎡)는 12월 3억2,000만원까지 떨어지며 가파른 하락세를 그렸다.

노원구와 맞닿은 도봉구, 강북구도 상황이 비슷하다. 2021년 7억원대 매매가를 기록하며 매수자들의 높은 관심을 보여줬던 도봉구 창동 창동주공 1단지(49㎡)는 지난해 11월 4억8,500만원에 거래되면서 집값 하락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5억원 아래로 떨어졌고, 강북구 미아동 삼성래미안트리베라 2단지는 11억원대에 거래되던 84㎡가 이달 1일 8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이들 지역의 가파른 집값 하락과 관련해 여경희 부동산R114 연구원은 “고금리 지속으로 서울 외곽 지역에서 이전보다 가격을 낮춘 거래 비중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 “노원·도봉·강북구처럼 소위 영끌 매수가 많았던 중저가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는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집주인들이 매물을 쏟아내고 있어 당분간 가격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절반 이상이 노후 아파트, 재건축은 시간문제?

노원·도봉·강북구는 서울 중심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아 내 집 마련을 꿈꾸는 2·30대 사이에서 영끌 성지로 꼽힌다. 실제로 노원구의 경우 2021년 매수자 중 30대 이하가 절반에 가까운 49.2%를 차지하며 젊은 층 시장 참여자들의 높은 관심을 입증하기도 했다.

재건축에 대한 높은 기대감도 대규모 수요를 끌어들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노원구의 경우 지난해 12월 기준 전체 16만3,136가구 중 9만6,159가구가 준공 후 30년을 넘어서면서 재건축 논의가 본격화했으며, 도봉구 역시 6만4,121가구 중 3만6,428가구가 30년을 넘으며 시장의 기대감을 자극했다.

재건축_파이낸_240115

이에 정부도 이달 10일 ‘재건축 패스트트랙’ 구상안을 발표하며 재건축을 통한 시장 회복과 주택 공급에 팔을 걷었다. 정부는 준공 후 30년이 지난 아파트에 대한 안전진단을 유예하는 등 절차를 간소화하고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해 재건축 사업의 속도를 높이고 시장 활성화를 이룰 것으로 기대했다.

사업성은 뒷전, 엉뚱한 곳 긁은 정부

하지만 정부의 발표 후에도 시장은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재건축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린 단지 대부분이 절차나 규제 탓이 아닌 낮은 사업성을 이유로 내부 갈등을 겪는 사례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는 재건축 예상 공사비 등을 근거로 산출한 분담금이 가구당 5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며 GS건설의 시공사 선정을 취소했다. 최근 시세가 4억원대에 형성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집값보다 비싼 분담금을 내야 하는 셈이다.

노후 아파트 거주 세대 상당수가 세입자라는 점도 정부의 재건축 완화 방안이 호응을 얻지 못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최민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는 “90년대 이후에 지어져 이미 용적률이 높은 아파트들은 재건축으로 늘릴 수 있는 세대 수에 한계가 있어 사업성보다는 주거환경 개선에 의미를 둬야 하는데, 세입자들의 경우 주거 안정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사업성을 극대화할 방안을 고려하는 동시에 기존 세입자들의 임대주택 재입주 등 공공성까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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