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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 금지 명령' 내린 첫 임기와 달리 틱톡 지지 마러라고 찾은 틱톡 CEO와 면담 후 의견서 제출 “국가 안보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할 기회 달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적대국의 통제를 받는 앱으로부터의 미국인을 보호하는 법' 이른바, '틱톡 금지법'의 시행을 막기 위해 나섰다. 자신의 취임 전날로 예정된 틱톡의 미국 사업권 매각 시한에 대한 효력 정지를 법원에 요청하는 등 곧 출범할 새 행정부가 이 문제에 대한 정치적 해결책을 모색할 기회를 달라고 밝힌 것이다. 이는 트럼프가 첫 임기 때와는 달리 틱톡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으로 선회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대선 기간 틱톡을 적극 활용한 경험과 MZ세대 유권자의 지지를 의식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취임 전날, 틱톡 사용 전면 금지 예정
29일(현지 시각) NBC 등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는 27일 연방 대법원에 틱톡 금지법의 시행 정지를 요청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틱톡 금지법에 따르면 틱톡의 중국 모회사인 바이트댄스가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미국 기업에 매각하지 않으면 트럼프 취임 전날인 내년 1월 19일부터 미국 내 틱톡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 이 법안은 중국이 틱톡을 통해 미국인의 민감한 정보를 수집하거나 여론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초당적 공감대 속에 지난 4월 의회를 통과했다.
트럼프의 변호인 존 사워는 의견서를 통해 "트럼프는 틱톡이 대법원에 제기한 소송과 관련해 어떤 입장도 없다"면서 "다만 본안 심의가 진행되는 동안 법이 정한 2025년 1월 19일 매각 시한의 효력 정지를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출범을 앞둔 차기 행정부가 이 소송의 쟁점에 대해 정치적 해결을 추구할 기회를 허용해 달라"며 "트럼프는 플랫폼을 구하면서 정부가 우려하는 국가 안보 문제의 해결책을 협상할 수 있는 완벽한 전문성과 유권자의 명령, 정치적 의지를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가 쇼우 지 츄(Shou Zi Chew) 틱톡 최고경영자(CEO)와의 만남을 계기로 행동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6일 CNN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가 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한 뒤 이날 밤 츄 CEO와 통화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16일에는 츄 CEO가 플로리다주에 소재한 트럼프의 자택인 마러라고 리조트를 방문해 틱톡 금지법 시행 중단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당시 트럼프는 츄 CEO와의 면담 이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나는 틱톡에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하며 퇴출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대선 기간 중 MZ세대 겨냥해 틱톡 적극 활용
사실 미국 내에서 틱톡의 수난사가 시작된 건 역설적이게도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부터다. 지난 2019년 미 국방부는 병사들의 틱톡 사용을 금지했고 2020년 8월에는 백악관에서 사용을 금지했다. 이 시기 트럼프는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에게 '틱톡의 미국 사용을 막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행정명령이나 비상경제권법 동원 등을 검토 중이며 내게는 이를 실행할 집행 권한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시 마이크로소프트(MS)가 틱톡 인수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보도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틱톡은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과 더불어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소셜미디어(SNS) 중 하나로 사용자의 개인 정보 일부를 자동 복사하는 것이 알려져 논란이 돼 왔다. 당시 중국 정부가 국가정보법 등을 이용해 현지 사용자의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단순한 사생활 논란을 넘어 국가적 불안감으로까지 번졌다. 이에 인도는 틱톡을 포함한 중국 앱 50여 개를 영구적으로 퇴출했고 이후에도 대만, 유럽연합(EU), 캐나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주요 서방국들이 정부 기기나 공무원 업무용 휴대전화에 설치를 금지했다.
틱톡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우려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당시 트럼프는 2020년 9월 27일부터 애플·구글 등의 미국 내 앱스토어에서 틱톡 다운로드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내렸다. 틱톡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바이트댄스는 이 행정명령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면서 미국 앱스토어에서 서비스를 강제로 퇴출하는 것은 미국 수정헌법 제1조와 제5조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워싱턴DC 항소법원은 틱톡의 손을 들어 행정명령의 효력을 잠정 중단하도록 결정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는 틱톡을 선거운동에 적극 활용하는 등 변화된 태도를 보였다. 지난 7월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는 "SNS 플랫폼 간 경쟁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틱톡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선 기간 2021년 1월 국회의사당 폭동의 여파로 메타 소유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자신의 계정을 2년간 차단했다고 비판하면서 틱톡 금지 조치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당선 이후에도 "유세 기간에 틱톡에서 수십억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엄청난 반응을 얻었다"며 "한동안 틱톡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접어들면서는 MZ세대를 겨냥해 틱톡 금지를 막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올해 6월에는 틱톡 계정(@realDonaldTrump)을 개설하고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트럼프 선거캠프는 "미국에서 틱톡을 구하려면 트럼프에게 투표하라"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이를 두고 외신들은 잠재적 유권자, 특히 젊은 세대에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틱톡은 미국 Z세대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플랫폼으로, 시장조사업체 앱피겨에 따르면 올해 10월 미국 18~24세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다운로드한 앱 중 2위에 올랐다.
대법원, 틱톡 금지법 시행 정지 본안 심의 착수
트럼프가 전면에 나서면서 틱톡 금지법의 효력 정지 여부를 심의하는 본안 소송도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워싱턴DC 연방 항소법원은 틱톡 금지법은 합헌이라고 판결했고, 대법원이 합헌 여부를 판단할 때까지 법 시행을 막아달라는 틱톡의 요구도 기각했다. 이후 틱톡은 대법원에 심리를 요청하고 추가 절차가 진행될 때까지 법 시행을 연기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내년 1월 10일 틱톡 금지법이 수정헌법 제1조를 위반하는지 여부에 대해 2시간 동안 심리를 진행할 예정이다. 19일 이전에 판결을 내릴 수 있는 일정을 잡은 셈이다. 이와 관련해 틱톡 대변인은 "틱톡 금지법은 수정헌법 제1조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로 법원이 이를 위헌으로 판단해 1억7,000만 명이 넘는 미국인들이 우리 플랫폼에서 계속 표현의 자유를 행사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믿는다"며 결과를 낙관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대법원이 틱톡의 손을 들어줄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평가한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매튜 셰튼헬름 애널리스트는 "현재 대법원의 움직임은 상당히 이례적이나 이러한 기류 변화가 반드시 틱톡에 유리한 것으로 볼 수만은 없다"며 "틱톡이 승소할 확률을 30%"라고 분석했다.
만약 항소법원에 이어 대법원도 틱톡 금지법을 합헌이라고 판단한다면 그다음 초점은 내년 1월 20일 취임하는 트럼프에게 쏠릴 것으로 보인다. 틱톡 금지법에 따르면 틱톡이 중국 통제를 받지 않는 것으로 판단될 경우 대통령이 미국 내 사업 금지 조치를 해제할 수 있다. 단, 틱톡 금지 조치를 완전히 해제하는 일에는 법적인 장벽이 있다. 현행법에는 애플, 구글 등 앱 스토어에서 틱톡을 제공할 경우 벌금을 부과하는 규정이 포함돼 있어서다. 아울러 대통령이 매각 기한을 90일 연장할 경우 법을 폐지하거나 법무부가 집행을 자제하도록 하는 등의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