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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어피니티’ 둥지 옮긴 롯데렌탈, 경쟁사 SK렌터카와 한 지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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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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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중장기전략에 부합하지 않다 판단
기업가치 약 2조8,000억원 산정
장기렌탈 수요↑, 시장 전망 ‘맑음’

롯데그룹이 국내 최대 렌터카 업체 롯데렌탈을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한다. 롯데그룹은 이번 매각으로 1조6,000억원 상당의 현금을 확보하면서 한숨을 돌리게 됐다. 또 어피너티는 올해 상반기 SK렌터카를 인수한 데 이어 롯데렌탈까지 품으며 시장 내 압도적 1위로 올라섰다.

‘렌터카 1위’ 프리미엄 적용

1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지난 6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한 롯데렌탈 경영권 지분 총 56.2%를 매각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어피너티와 체결했다. 롯데 관계자는 “이번 지분 매각은 롯데렌탈의 미래 경쟁력과 지속 성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수자를 선정했다”며 “향후 절차는 임직원의 고용 안정을 최우선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매매대상 주식은 보통주식 2,040만 주(56.2%)로 호텔롯데 보유 지분 1,272만 주와 부산롯데호텔 보유 지분 768만 주다. 매매대금은 주당 7만7,115원으로 총 매각 대금은 1조5,729억원에 이른다. 이를 기준으로 산정한 롯데렌탈의 기업가치는 지분 100% 기준 약 2조8,000억원이다. 이는 시장의 전망치였던 2조3,000억원~2조5,000억원을 상당 폭 웃도는 수준으로, 국내 렌터카 1위 업체라는 프리미엄이 적용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그룹 전반의 유동성 위기설로 몸살을 앓고 있는 롯데는 지난 8월 비상경영체제 전환 이후 그룹의 중장기전략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부터 우선 정리한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그 가운데 롯데렌탈은 유통 중심의 그룹 성장 전략과 맞지 않는다는 판단하에 매각이 결정됐다.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은 롯데렌탈 매매대금을 차입금 상환과 글로벌 진출 및 브랜드 강화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롯데 측은 “핵심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매각 작업을 계속하는 동시에 신사업 투자를 확대하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 분류에 촉각

롯데렌탈은 2004년 KT그룹 내 차량렌탈 사업부였던 KT렌탈에서 시작됐다. 이후 2010년 KT렌탈은 금호렌터카를 인수하면서 렌터카 업계 1위로 올라섰고, 2015년에는 롯데그룹으로 둥지를 옮긴 이후 지금까지 렌터카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사무기기, 건설장비 등 사업 부문도 보유하고 있지만, 매출의 90%가량이 차량 대여 및 중고차 판매에서 발생한다.

어피너티는 지난 8월 업계 2위인 SK렌터카에 이어 1위 롯데렌탈까지 품게 됐다. 한국렌터카사업자조합연합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국내 렌터카 시장 점유율은 롯데렌탈이 21%, SK렌터카가 15%로 나란히 1위와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어피니티는 지난 3월 8,500억원을 투자해 SK네트웍스로부터 SK렌터카 지분 100%를 매입했다. 롯데렌탈과 SK렌터카의 점유율을 합산하면 어피니티는 37%의 압도적인 지배력을 갖게 된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어피니티가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분류될지 여부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관한법률’에서는 특정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이 50%를 초과하는 경우를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하고 있다. 롯데렌탈·SK렌터카 합산 시장 점유율은 이에 미치지 못하지만, 3위 사업자인 현대캐피탈(13%)을 비롯한 여타 업체들과 격차가 상당한 탓에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가 다소 까다롭게 적용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공정위를 통한 이슈가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짚으며 “심사 과정에서 부분적 시정 명령이 나올 수도 있는데, 어피너티가 이를 감수하고 인수를 강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26년 렌터카 시장 10조원 규모 훌쩍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어피너티가 롯데렌탈 인수를 강행하는 데는 자사의 렌터카 운영 능력을 둘러싼 시장의 의구심을 지우려는 의도가 짙게 작용했다. 그간 시장에서는 어피너티의 SK렌터카 인수를 둘러싸고 기존 회사가 보유하던 사업 기반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사업이 일정 궤도에 올라 안정화한 조직에서 지배구조 변화가 일어나면, 시장 내 입지 또한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신용평가사들 또한 SK렌터카에 대한 SK그룹의 지원 가능성이 소멸했다고 판단해 신용등급(장기)을 기존 ‘A+’ 에서 ‘A’로 하향 조정했다. 윤기현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SK렌터카의 최대 주주 카리나모빌리티서비시스는 특수목적회사(SPC)며, 주요 출자자는 어피너티”라면서 “해당 구조를 통한 인수 방식은 일반적으로 출자자의 출자 구조, 추가 출자 여력 등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어 “과거 신용등급 결정 과정에서 반영됐던 비경상적 지원 가능성에 따른 상향 노치(단계)가 제거되면서 하향 조정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신용등급 하락에도 시장은 어피너티에 우호적으로 흘러가는 모습이다.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며 시장 전망도 밝아지고 있는 것이다. 안도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기점으로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화했고, 시장금리 또한 가파른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며 “금리 하락 국면에서는 렌터카 회사들이 공격적인 영업을 다시 전개하게 되고, 시장 성장세 또한 회복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차량이 소유의 대상에서 공유의 대상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점도 어피너티엔 호재다. 특히 롯데렌탈 주력 서비스인 장기렌터카의 경우 편리함과 경제성을 앞세워 소비자들에게 더 큰 매력으로 다가서고 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8조5,000억원 수준이었던 렌터카 시장 규모는 2026년 10조4,000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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