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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TV 연예인 성 상납 파문에 기업들 광고 줄줄이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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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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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TV 간부 연루된 연예인 '성 상납 스캔들'
도요타 등 15개 이상 기업이 광고 중단 결정
광고 계속하면 기업 이미지 타격 입을까 우려

일본 방송사 후지TV의 간부가 연루된 연예인 성 상납 스캔들이 일본 방송계를 뒤흔들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도요타자동차를 비롯한 일본의 주요 기업들은 기업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 후지TV에서 송출되던 광고를 중단하기로 했다. 더욱이 성 상납 사태가 일회성이 아니라 오랜 기간 관행으로 이어져 왔다는 추가 폭로까지 나오면서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후지TV가 외부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진상 규명에 나섰지만, 신뢰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기업 광고 중단으로 방송사 수익 타격 있을 듯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날까지 도요타, 닛폰생명, NTT동일본, 카오, 세븐앤아이, 닛산자동차 등 최소 15개 기업 이상이 후지TV에서 방영 중인 광고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일본 남성 아이돌 스마프 출신 배우 나카이 마사히로의 성 상납 문제를 둘러싸고 '후지TV 직원이 개입했다'는 보도가 나온 데 대한 대응 조치다. 니혼게이자이는 "기업들 사이에서 후지TV의 광고를 재검토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며 "광고를 계속할 경우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광고를 중단한 닛폰생명, 일본 맥도날드, 아사이 그룹 홀딩스 등은 "최근 연예인 성 상납 스캔들과 관련한 언론 보도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광고 중단을 결정했다"며 "후지TV 측이 소명을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여전히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일본 방송업계 관계자는 "실제로는 언론 보도보다 많은 50개 기업이 후지TV에 광고 중단을 통보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광고가 끊기면서 방송사의 수익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방영이 중단된 후지TV의 다레카토나카이(だれかtoなかい)/출처=후지TV

"단발성 아니라 오랜 기간 관행처럼 성 상납 이뤄져"

후지TV의 광고 중단 사태를 촉발한 연예인 성 상납 스캔들은 지난해 12월 일본 현지의 주간 매체 슈칸분슌(週刊文春)을 통해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후지TV는 유력한 연예인에게 여성 직원을 관행적으로 성 상납을 해 왔다. 보도가 나온 후 성 상납을 받은 연예인으로 나카이 마사히로가 지목됐다. 나카이 마사히로는 1988년 데뷔한 일본의 국민 아이돌 스마프의 리더로, 후지TV를 비롯해 TBS, 니혼TV 등 일본의 주요 방송국에서 5~6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연예계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6일에는 후지TV의 여성 아나운서 A씨가 추가 폭로를 통해 2021년 12월 후지TV 편성부장 B씨의 주선으로 나카이와 다른 남성 연예인들이 참석한 모임에 초대돼 성 상납을 강요받을 뻔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해당 여성은 후지TV 측에 항의해 나카이로부터 9,000만엔의 합의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러한 사건이 단발성이 아니라 오랜 기간 관행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특히 만남을 주선한 편성부장 B씨는 나카이와 친분을 바탕으로 후지TV 내에서 절대적 권력자로 통하는 인물로 피해 여성들은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성 상납을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증언했다.

현재 방송사들은 나카이 마사히로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결방 조치하거나 그의 출연을 보류하고 있다. 일부 프로그램의 경우 하차를 통보받는 불명예를 겪었다. 나카이는 논란이 불거진 지 3주 만인 지난 9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일로 폐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는 "문제가 있었던 것도, 양측 대리인을 통해 합의한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보도 내용 중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어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사과문은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으며 여론을 더욱 악화시켰다.

한편, 미나토 고이치 후지TV 사장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2023년 6월 나카이와 관련한 의혹을 인지했으나 관련된 여직원의 의사를 존중해 공개하지 않고 본격적인 조사도 하지 않았다"며 "향후 외부 변호사를 중심으로 조사위원회를 꾸려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후지TV 모회사 후지미디어홀딩스의 대주주인 미국 달튼인베스트먼트도 14일 열린 이사회에서 "일련의 사건은 단순한 연예계 문제에 그치지 않고, 기업지배구조에 심각한 결함이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며 제3자 위원회 설치를 통해 사실관계 규명과 개선안 제시를 요구한 바 있다.

논란의 후지TV, 한류 열풍에 반한류 정서 자극하기도

후지TV를 둘러싼 일본 사회의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민영 방송인 후지TV는 산케이 신문과 함께 우익 성향을 대변하는 매체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2000년대 이후 본격화한 한류 열풍 속에서 후지TV는 가장 많은 한류 드라마를 송출하는 방송사로 자리 잡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도쿄사무소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일본 지상파 방송사에서 총 29개의 한국 프로그램이 방영 중인데 후지TV는 평일 오후 2~4시 시간대에 한국 드라마 2편을 고정 편성했고 위성채널에서도 요일별로 5편의 드라마를 방송 중이다. 

일본에서의 한류 열풍이 10년 차에 접어들던 2011년에는 후지TV는 한류 편중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유튜브에 올라온 '후지TV의 한류 세뇌 모음'이라는 동영상에는 하루 5편의 프로그램에 한국 연예인이 출연하는 후지TV의 편성표가 등장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도쿄 오다이바의 후지TV 본사 앞에서는 '한류 편중 반대 시위'가 벌어졌고 일부 시위자들은 '조선인은 한반도로 돌아가라'는 극단적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는 일본 방송 산업의 수익률 지상주의에 대한 시청자의 불만이 반(反)한류 정서로 표출된 사례로 후지TV의 상업적 전략이 가져온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2015년에는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 특집 방송에서 한국 여고생의 인터뷰 내용을 왜곡해 논란이 됐다. 해당 프로그램에서는 한국의 여고생이 "문화가 매우 많고 외국인이 많이 방문하는 것 같다"고 말하는 장면에 "일본이 싫어요. 한국을 괴롭히지 않았나요"라는 전혀 다른 자막과 일본어 내레이션을 붙여 방영했다. 특히 진행자인 유명 시사 해설가 이케가미 아키라는 방송 내내 한국을 깎아내리는 발언을 여러 차례 해 일본 내에서도 '혐한 분위기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후지TV는 자막 왜곡 등과 관련해 공식 사과했다.

일본 방송가에서는 이번 성 상납 스캔들로 후지TV가 방송사로서 신뢰와 공정성에 큰 타격을 입은 만큼, 프로그램 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한류 콘텐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수익을 쫓아 해외 콘텐츠를 사들이는 방식에 대해 시청자의 불만이 높아진 상황에서, 한류 콘텐츠의 비중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면, 한류 콘텐츠가 드라마에 이어 K팝 등 다양한 문화 장르로 확산되며 여전히 일본 시청자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고 있어,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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