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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근무, 직장 생활 ‘필수 조건’ 중 하나로 ‘인정받는 느낌’보다 중요하지는 않아 직원 만족과 인재 모두 잡고 싶다면 ‘조직 문화 개선’이 먼저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원격근무의 장점과 적합한 형태에 대한 논란이 뜨겁지만, 직원들이 정작 중요시하는 것은 원격근무 여부 자체가 아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원격근무가 직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을 포함한 기업 문화가 직원들의 직업 만족도와 고용 유지에 훨씬 더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계기로 확산한 원격근무, 업종에 따라 ‘비율 재조정’
코로나19 팬데믹은 원격근무에 새 장을 열었다. 2020년 초반 10%를 넘지 않았던 전격 원격근무자 비율은 2021년 초반이 되며 18%로 늘어났고 하이브리드 형태의 근무도 45%로 급격히 증가했다. 이후 2023년 말에는 전격 원격근무 비율 20%, 하이브리드 50% 선에서 업무 패턴이 안정화됐다.
이중 금융 및 보험을 비롯한 전문 서비스 업종이 원격근무 도입을 앞에서 이끌었는데, 60%를 넘는 직원들이 전격 또는 하이브리드 형태로 원격근무를 하고 있다. 반면 교육 및 건설업은 대면 근무의 중요성이 다시 자리 잡으며 원격근무에서 멀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원격근무 여부는 같은 산업 내에서도 직원들이 담당하는 업무에 따라 크게 갈린다. 컴퓨터나 수학과 관련된 직종이 점점 더 많이 채택하고 있는 반면 영업, 교육, 건설 등의 영역은 직접 출근의 필요성에 따라 줄어들고 있는 양상이다.
미국 내 주에 따라서도 차이가 큰데 특정 산업 밀집도나 경제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텍사스, 뉴욕 등이 높은 원격 근무율을 유지하는 데 반해 다른 주들은 변동이 심한 편이다.
원격근무, 직업 만족도와 직접 상관관계 없어
이번 연구는 재작년 5월부터 작년 12월까지 페이스케일(Payscale, 직무에 대한 시장 기반 급여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에 올라온 15만여 개의 댓글을 통해 원격근무와 직원 만족도 간 관계를 분석했다. 페이스케일은 급여 정보 외에도 직장에서의 인정, 의사소통, 직업훈련 기회, 보상 투명성(pay transparency, 직원 보상에 대한 정보 공유), 경영진 자질 등에 대한 정보도 제공한다.
연구 결과는 원격근무가 코로나19 초기에는 직업 만족도와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보였지만 팬데믹 종식 후 영향력이 낮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통계적으로도 보상 투명성과 경영진 자질 등의 특성을 제외하면 원격근무와 직업 만족도 간 직접적인 상관관계는 통계적 의미를 잃는다. 간헐적인 원격근무를 동반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방식이 직업 만족도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나오지만 전격 원격근무와의 상관관계는 높지 않다.
원격근무보다는 ‘인정받는 느낌’이 더 중요
오히려 직장 내 특성 중 ‘인정받는 느낌’이 직원들의 만족도와 퇴사 의향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드러났다. 본인이 존중받고 인정받고 있다고 느끼는 종업원들이 원격근무 형태에 상관없이 조직에 잔류할 가능성이 높았고 회사 일에도 열심히 참여했다.
해당 사실은 긍정적인 직장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인재 및 직업 만족도 유지에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말해 준다. 원격근무는 업무 유연성에 도움을 주기는 하지만 직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소속감과 인정 욕구를 대체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연구 결과는 진화하는 업무 환경을 헤쳐 가려는 기업들에 귀중한 시사점을 전달한다. 결론적으로는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가 원격근무의 유연함과 대면 상호작용의 협력적 특성을 조합해 다양한 직종에 걸쳐 가장 적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원격근무 정책의 효과성은 그 자체를 떠나 산업별 역학 관계와 조직 우선순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직종을 예로 든다면 컴퓨터 공학 관련 분야가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를 통해 생산성과 직원 만족도를 극대화할 수 있어 원격근무에 가장 적합하다. 반면 건설업이나 의료 서비스와 같이 물리적인 업무를 수반하는 영역은 인재 유지를 위해 직장 문화 수준을 향상시키는 일이 더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산업과 조직 특성에 맞게 원격근무를 운영하되 직원들을 격려하고 인정하는 조직 문화를 만드는 일이 기업 성장과 발전에 훨씬 더 유익하다.
원문의 저자는 크리스토스 마크리디스(Christos Makridis) 애리조나 주립대학교(Arizona State University) 부교수 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Remote work matters, but culture is the elephant in the room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