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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 분사 전략’ 무력화한 노란봉투법, 카카오·네이버 혁신 속도 제동 걸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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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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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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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분리 방식 통하지 않아
M&A로 키운 몸집, ‘역풍’으로
초기업 논의로 노사 지형 대전환

노란봉투법 시행이 6개월의 유예기간을 지나는 가운데, 카카오를 필두로 한 IT 업계 전반의 자회사 분사 및 인수합병(M&A) 기반 성장 전략이 근본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이다. 본사와 자회사를 구분하는 경계가 사실상 무력화되면서 자회사 노조가 본사와 동등한 지위에서 교섭에 나설 길이 열리면서다. 여기에 정부가 추진 중인 ‘초기업 단위 교섭’ 논의까지 겹치면서 IT 업계는 민첩한 의사결정과 혁신 속도가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노조 “본사가 노동조건 실질적 결정”

1일 노동계에 따르면 최근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검색 부문 사내독립조직(CIC) 임직원의 신설 법인 이동을 두고 고용 안정성 보장을 둘러싼 노사 단체교섭을 진행 중이다. 노조는 해당 CIC 직원 129명이 신설 법인으로 이동하는 방안을 두고 “자회사의 독립적인 결정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본사인 카카오가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업계는 이번 사안이 본사 차원의 개입을 요구하는 단체교섭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분위기다. 카카오는 2019년 인공지능(AI) 전담 부서를 카카오엔터프라이즈로 분사한 뒤, 2023년 희망퇴직을 단행해 인력을 600명 수준까지 줄였다. 이 과정에서 본사가 실질적으로 결정을 내렸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자회사의 고용 안정성을 위협한다는 불만이 누적된 상태다.

그러나 지난달 23일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 일명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자회사 노동자들에게도 본사 교섭을 요구할 명분이 생겼다. 해당 법의 시행으로 원청-하청 관계를 넘어 모회사와 자회사, 심지어 손자회사까지도 본사 책임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는 그간 자회사 분리와 CIC 운영을 통해 인력 유연성을 확보했던 기업들이 전략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IT 업계 전반에도 긴장감이 감도는 양상이다. 계열사와 자회사가 긴밀히 연결된 플랫폼 산업 특성상 본사 영향력이 강하게 작동하는데, 이제는 그 영향력이 곧 교섭 책임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에서다. 한 IT 업체 임원은 “플랫폼 사업에서 유연한 의사결정은 매우 중요하다”고 짚으며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른) 교섭 범위 확대는 경영 속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 관점에선 예상치 못한 리스크가 급격히 커졌단 의미다.

네이버의 사례 또한 이 같은 변화의 파급력을 보여준다. 최근 네이버 노조는 웹툰·클라우드·파이낸셜 등 자회사 노조와 함께 본사 차원의 통합교섭을 요구하며 본사가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해 왔음을 주장했다. 이후 IT 업계에선 본사 책임을 강조한 집회와 토론회가 이어졌고, 다수의 노조가 계열사 간 공동행보에 나섰다. 이에 노란봉투법이 제조업 등 전통 산업을 넘어 IT 업계에서도 산업 구조 전반을 본사-자회사 단위로 묶어내는 전환점을 만들었단 평가가 나온다.

경영 부담·노조 압박 동시 확대

2010년대 이후 카카오의 성장은 철저히 인수합병(M&A)에 기반해 왔다.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통해 콘텐츠·모빌리티·금융 등 영역을 수십 개 자회사로 나누며 덩치를 키우는 식이다. 하지만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자회사 분리 체제가 사실상 무력화되면서 그간의 전략 자체도 의미를 잃어가는 형국이다. 자회사 노조가 본사와 동일한 교섭 지위를 확보할 수 있게 된 이상 분사와 쪼개기를 통한 리스크 회피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카드가 됐다는 평가다.

문제는 이미 무리한 M&A의 후유증이 누적돼 있다는 사실이다. 일례로 카카오는 2021년 북미 웹툰·웹소설 플랫폼 타파스와 래디시를 각각 약 6,000억원과 5,000억원에 인수했지만, 불과 2년 만에 4,000억원 대의 손실만 떠안았다. 두 회사의 회수 가능 가치 역시 각각 –970억 원, –67억 원으로 사실상 장부상 가치가 0에 가깝다. 인수 당시만 해도 경쟁사 네이버의 웹콘텐츠 시장 내 성장세에 대응하는 ‘통 큰 베팅’으로 여겨졌지만, 결과적으로 아무런 시너지를 내지 못했다.

카카오는 부랴부랴 매각을 통한 덩치 줄이기에 나섰지만, 인수가 대비 기업가치가 상승한 사례는 드물다. 쓰리와이코프레이션의 경우 180억원에 인수한 지분을 87억원에 매각해 절반이 넘는 손해를 떠안았고, 다수의 웹툰 제작사 및 해외 법인 청산에서도 적자 자회사를 정리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특히 엔터테인먼트 부문은 기업공개(IPO)가 지연되면서 매각으로 가닥이 잡혔고, 기업가치가 부풀려졌다는 평가가 쏟아지면서 구조조정 가능성을 둘러싼 내부 불만도 점점 거세졌다.

노란봉투법 시행은 이 같은 구도를 한층 더 가혹하게 만든다. 자회사 노조가 본사와 동일한 협상 지위를 확보함에 따라 무리한 인수와 적자 매각, 이 과정에서 발생한 고용 불안정이 모두 본사의 책임 공방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가뜩이나 해외에서 안정적 수익을 내는 성장축이 부재한 카카오로선 국내 노조와의 협상에서도 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결국 카카오는 기존 분사 전략이 무력화된 상황에서 경영 부담과 노조 압박이 동시에 가중되는 삼중고에 직면한 셈이다.

노조 협상력 강화 = 기업 신속 대응력 약화

정부는 노란봉투법 시행을 계기로 노사 교섭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꾼다는 구상이다. 기존의 기업 단위 교섭을 넘어 산업별·지역별로 묶어 진행하는 ‘초기업 단위 교섭’ 제도화 논의 또한 이와 같은 맥락이다. 법 개정으로 사용자의 범위가 확대된 만큼 기업 간 격차 해소와 공동 이익을 위해 교섭 구조를 확장하는 방향을 검토한다는 설명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기업별 교섭이라는 구도가 임금 격차를 고착화했다”며 초기업 교섭이 노동 질서를 새롭게 규범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영계는 즉각 우려의 목소리를 내놨다. 산업별·지역별 단위로 임금과 근로조건이 표준화되면, 기초 체력이 약한 기업들은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강성 노조가 있는 업종에서 임금 수준이 상향 조정될 경우, 여타 산업이나 중소기업들은 고정비 부담으로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는 다시 신규 고용 축소나 해외 이전을 가속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것이란 비관적 전망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제도적 전환은 특히 IT 업계에 치명적이다. 네이버, 카카오 같은 플랫폼 기업들은 그간 프로젝트 단위 인력 재편이나 계열사 간 파견으로 각종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해 왔다. 그러나 초기업 교섭이 제도화되면, 인력 재배치와 투자 전략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교섭 구조가 복잡해지는 만큼 복지·보상 체계를 본사 차원에서 다시 설계해야 하고, 고정급 부담도 늘어나는 식이다.

더 큰 문제는 혁신 속도다. IT 업계는 AI 전환과 신규 서비스 출시에서 속도가 핵심 경쟁력인데, 초기업 교섭은 의사결정을 지연시키는 변수로 작용한다. M&A와 분사, 사업 재편이 모두 ‘고용 불안’을 이유로 파업 명분이 될 수 있는 만큼 기업이 전략적으로 움직이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이는 곧 주요 인력 이탈이나 프로젝트 지연으로 직결돼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노란봉투법에 이은 초기업 교섭 논의 역시 국내 IT 기업들의 미래 성장 전략 전반에 중대한 변수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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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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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