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17의 눈은 한국산” 삼성·LG, 애플 패널 사실상 전량 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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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아이폰 OLED 한국이 98% 점령
‘LTPO 이후’ 세대 기술로 주도권 확장
양산 경쟁에서 기술 리더십 경쟁으로

애플이 차세대 아이폰17 시리즈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사실상 한국 업체에 전적으로 맡기며 공급망의 판도를 바꿨다. 삼성디스플레이(삼성디플)와 LG디스플레이(LG디플)가 전체 물량의 98%를 담당한 가운데, 중국 징둥팡(BOE)은 품질 문제로 1% 남짓한 점유율에 머무르며 사실상 탈락했다. 수율 불안과 밝기 편차가 격차를 벌리면서 애플의 신뢰 또한 다시 한국으로 기우는 양상이다. 업계에선 “기술력 격차가 시장 질서를 다시 짜고 있다”는 진단과 함께 “‘아이폰의 눈’이 결국 한국으로 돌아왔다” 평가가 나온다.
LTPO 기술에서 BOE 따돌려
28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이달까지 아이폰17 시리즈에 투입된 OLED 패널은 총 8,890만 장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 기간 삼성디플은 애플에 패널 약 5,730만 장을 공급하며 전체의 64.5%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LG디플이 약 3,030만 장(34.1%)으로 그 뒤를 이었고, BOE는 약 130만 (1.4%)에 그쳤다. 이 같은 수치는 오랜 시간 삼성디플, LG디플, BOE의 3파전 구도로 이어져 온 애플의 패널 조달망이 ‘삼성디플+LG디플’ 체제로 굳어졌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결과를 단순 물량 경쟁을 넘어 ‘기술력 격차가 시장 질서를 다시 쓴 첫 공식 사례’로 진단했다. 애플은 이번 아이폰17 시리즈(에어·기본형·프로·프로맥스)에 처음으로 저온다결정산화물(LTPO) OLED를 도입했다. LTPO 방식은 화면 주사율을 자동으로 조정해 전력 소모를 최대 20%까지 줄일 수 있는 고효율 기술이다. BOE는 올해 연말 인증을 목표로 납품량 전망치로 300만 대를 제시했지만, LTPO 공정 내 균일한 휘도 확보와 구동 수율 안정성에서 반복적인 오류가 발생하면서 애플의 품질 인증 기준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그 결과 BOE가 납품 예정이던 물량은 전부 LG디플이 대체하게 됐다.
그러는 동안 국내 두 기업은 역할을 완벽히 분담하며 공급망의 안정성을 끌어올렸다. 먼저 삼성디플은 4종 전 모델에 패널을 납품하며 ‘물량 중심’ 조달 체계를 담당한다. 또 LG디플은 에어·기본형·프로맥스 3개 모델에 집중해 ‘고단가 중심’ 구조를 구축했다. 특히 프로맥스 패널의 단가는 최대 70달러(약 10만원) 수준으로 기본형(약 40달러·약 5만8,000원) 대비 1.5배가량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곧 삼성디플이 대량 캐파(생산능력)와 납기 안정성으로 애플의 메인 조달원 역할을 수행하고, LG디플은 프리미엄 라인업을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구조를 뜻한다. 업계는 이를 ‘BOE 리스크를 한국이 완전히 상쇄한 구조”로 정의한다.
‘탠덤 OLED’, 애플의 차세대 카드 되나
LG디플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OLED 기술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애플 측에 ‘탠덤 OLED’ 적용을 정식 제안하기도 했다. 탠덤 OLED는 발광층을 두 겹 이상으로 적층하는 구조로, 동일한 전력에도 더 밝은 휘도와 번인·열화 속도를 늦춘 게 특징이다. 업계에 의하면 LG디플은 지난해 말 해당 방식을 애플에 먼저 제안했고, 애플은 이후 삼성디플에도 동등하게 기술 가능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입장에서는 특정 업체의 단독 공급 체제를 만들면 가격 협상력이 떨어지는 만큼 최소 2개 이상의 공급사를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애플은 이미 태블릿을 비롯한 IT 기기 전반에서 탠덤 OLED를 시험 중이다. 지난해 처음 선보인 OLED 아이패드에는 RGB 전 소자를 모두 2개 층으로 쌓는 ‘투 탠덤’ 구조를 적용했고, 물량의 상당 부분을 LG디플로부터 조달했다. LG디플은 차량용 OLED에서도 투 탠덤을 양산해 온 경험을 갖고 있다. 다만 의사결정이 다소 보수적인 애플의 특성상 아이폰 신형 디스플레이 구조는 최소 2년 이상 개발·검증을 거친 뒤 반영되는 탓에 아이폰용 탠덤 OLED의 실제 양산 적용은 2028년 이후가 될 공산이 크다. 그때까지 LG디플은 전용 라인 증설, 패널 단가 구조 개선, 프리미엄 라인 점유율 확대를 통해 애플 공급망 내 위치를 공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삼성디플 역시 애플의 다음 세대 하드웨어에서 주도권을 굳히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습이다. 대만 IT 전문 매체 디지타임스는 지난달 보도에서 “애플은 2026년 출시를 목표로 인폴딩(안으로 접는) 방식의 폴더블 아이폰을 개발 중이며, 초기 OLED 패널은 삼성디플이 단독 공급하는 안으로 가닥이 잡힌 상태”라고 전했다. 폴더블 패널은 반복적인 굴곡을 견뎌야 하므로 내구성과 두께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복합적 과제를 떠안고 있다. 삼성디플은 LTPO 기반 박막트랜지스터(TFT) 기술과 함께 편광판을 없애는 CoE(Color on Encapsulation) 공법 등을 묶어 더 얇고 더 밝으면서도 소비전력은 낮춘 패널을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삼성디플은 물량 측면에서도 선제적으로 ‘자기 구역’을 확보하고 나섰다. 구체적으로 충남 아산 A3 공장에 애플 전용 생산 라인을 구축 중이며, 2026년 2분기까지 한 달에 3만 장 규모로 캐파를 늘리는 게 목표다. 한 해 700만~800만 개 패널 생산이 가능한 해당 계획은 애플의 초기 주문량과 정확히 일치한다. 나아가 삼성디플 전체 폴더블 패널 출하량의 약 40%를 차지할 전망이며, 이는 기존 40%대였던 폴더블 OLED 시장 내 삼성디플의 점유율을 52%까지 끌어올려 경쟁사와의 격차를 더욱 벌리는 데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기술 중심 질적 전환 가속
시장 전반으로 시야를 넓혀 보면, OLED 산업은 이제 7세대에서 8세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다. 이 과정에서 누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고품질 패널을 생산하느냐가 경쟁의 핵심으로 좁혀지는 추세다. 8세대 OLED는 유리 기판 크기가 2,200×2,500mm로 직전 세대(1,500×1,850mm)보다 약 2.2배 커 생산 효율성이 높고 IT·TV용 대형 패널 양산에 적합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8세대 전환은 곧 양산 경쟁에서 기술 리더십 경쟁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LCD를 정리하고 OLED로 완전히 이동한 국내 업체들의 움직임 또한 산업 체질을 고도화하기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
이러한 산업 구조 전환의 선봉에 선 곳은 LG디플이다. 정철동 LG디플 대표는 지난달 26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제16회 디스플레이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디스플레이의 미래는 OLED”라며 기술 중심 전략을 공식화했다. 회사 역시 모바일·TV 부문에서 OLED 전환 효과를 실적으로 증명했다. 시장조사기관 에프앤가이드 기준 LG디플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4,354억원으로 반년 전 추정치(2,234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시장에서는 “(LG디플이) LCD 사이클에 따라 출렁이던 체력에서 OLED만으로 연간 흑자를 유지할 수준”으로 올라섰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삼성디플 역시 대형·IT 패널로 기술 축을 이동하고 나섰다. TV용 퀀텀닷(QD) OLED, 노트북·태블릿용 IT OLED 라인 확장을 병행하며 패널 품질과 전력 효율을 앞세운 고수익 구조 전환에 나선 것이다. 삼성디플의 하반기 영업이익은 최대 1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되며, 영업이익률은 15% 이상으로 유지될 전망이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QD-OLED TV 라인업을 확대하면서 OLED TV 대중화 흐름을 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의 조사에서 750달러(약 108만원)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 내 OLED 매출 비중은 올해 29.9%에서 내년 32.7%로 늘고, 프리미엄 LCD 비중은 60%대로 내려갈 것으로 관측됐다.
전문가들은 LCD 가격 경쟁이 아닌 OLED 품질 경쟁으로의 이동을 ‘한국형 생존 전략’으로 정의했다. BOE, 차이나스타 등 중국 기업들이 낮은 단가 경쟁을 이어가며 적자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은 기술로 수익률을 높이는 싸움으로 판을 옮겼단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시장은 세대와 공정, 형태의 전환이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는 시점을 지나고 있다”면서 “한국은 이제 물량 중심 경쟁에서 기술 리더십 산업으로 디스플레이 시장을 바라보는 상황”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