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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보다 편안함” Z세대가 바꾼 패션 생태계, 레깅스 이후의 생존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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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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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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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사이 판매 비중 46%→38%
보여주는 소비에 대한 피로감 커져
1세대 애슬레저 3사, 상반된 실적
사진=룰루레몬

운동복의 기능성과 일상복의 편안함을 결합한 ‘애슬레저’ 시장이 급격한 전환점을 맞았다. 레깅스로 대표되던 ‘핏 중심’의 유행이 저물고, 트랙·조거·와이드팬츠 같은 루즈핏 제품이 대세로 부상하면서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변화를 적극 받아들인 브랜드들은 제품군 확장과 라이프스타일 마케팅으로 시장 주도권을 확보했다. 반면 레깅스 의존도를 놓지 못한 일부 브랜드는 부진을 면치 못하며 애슬레저 산업의 양극화를 앞당기고 있다. 

와이드·조거·트레이닝 팬츠에 밀려

30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에디트(Edited)에 따르면 레깅스는 애슬레저 하의 제품 비중에서 2022년 46.9%를 차지했지만, 올해 들어 38.7%로 감소했다. 반면 트랙 팬츠, 플레어 팬츠, 트레이닝 쇼츠 등 루즈핏 제품의 비중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홈트족’의 필수템으로 자리 잡았던 레깅스가 불과 3년 만에 시장의 중심에서 밀려난 것이다. 팬데믹 특수를 발판 삼아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시장이 정상화되면서 소비자들은 더 이상 몸에 밀착되는 옷을 활동복으로 인식하지 않게 됐다.

2020년대 초반 애슬레저 열풍의 주역이었던 스판덱스 업체들의 부진은 이러한 변화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스판덱스 세계 1위 기업인 효성티앤씨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5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5% 감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업황 회복이 더뎌지면서 생산량도 올해 16만 톤(t)에서 내년 7만 t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 전망이다. 이는 비단 국내 산업계에 국한하지 않는다. 중국 화훤케미컬과 연태타이허 등 주요 제조사들 역시 가동률 하락과 제품가 하락으로 수익성 악화를 호소하는 실정이다. 레깅스라는 단일 품목 의존도가 높았던 산업 전반이 동시에 흔들리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을 ‘공급자 주도형 트렌드 전환’으로 본다. 주요 브랜드들이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루즈핏 제품군 중심으로 광고비를 재편하고, 소셜미디어(SNS)에서 ‘#레깅스룩’ 대신 ‘#코지핏’·’#트레이닝팬츠’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전개하는 등 유행을 변화시켰단 지적이다. 일례로 알로요가는 인기 걸그룹 블랙핑크 지수를 모델로 내세워 루즈핏 캠패인을 진행했고, FP무브먼트는 “편안함이 곧 스타일”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이는 시장의 반응을 따르는 게 아니라, 공급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수요를 이동시킨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이 과정에서 레깅스 시장의 상징 격인 룰루레몬은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룰루레몬의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50%가량 감소하며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었다. 회사가 연간 주당순이익 전망치(12.77~12.97달러)는 시장 예상치(14.45달러)를 크게 밑돌았다. 이에 룰루레몬은 레깅스 비중을 줄이고 러닝과 골프, 테니스 등으로 제품군을 확장하며 활로를 찾고 있지만, 이미 시장 내 타이트핏의 시대는 저물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애슬레저 산업의 중심이 ‘체형을 드러내는 옷’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옷’으로 옮겨간 것이다.

‘핏’보다 ‘자기표현’ 중시하는 Z세대

이 같은 변화는 지난해부터 일찌감치 예견된 일이었다. 통계청에 의하면 의복 등 준내구재 판매액 지수는 2023년 2분기 -1.7%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 3분기 -4.7%까지 6개 분기 연속 하락했다.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소비 위축이 패션 시장에도 파급력을 미친 결과다. 이 과정에서 몸매를 드러내는 패션에 대한 선호도 함께 식었다. 시장은 팬데믹 기간 진행된 ‘레깅스 일상화’ 흐름에서 벗어나 실용성과 편안함을 중시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봄·가을이 짧아지고 계절별 상품 회전율이 낮아진 것도 트렌드 전환을 앞당긴 요인으로 꼽힌다.

패션업계 내부에서도 Z세대 중심의 가치관 변화를 뚜렷하게 감지했다. 과거 핏 중심 미적 기준 대신 ‘자기표현’과 ‘개성’을 중시하는 소비 행태가 부상한 것이다. 30대 이하 소비자들은 더 이상 날씬한 몸매를 강조하기보다 자연스러운 체형을 받아들이고, 건강을 추구하는 것을 패션의 기준으로 삼기 시작했다. 이는 일시적 유행을 넘어선 전 세대적 인식 전환이자, 몸매 경쟁을 둘러싼 피로감에서 벗어나려는 자연스러운 변화로 분석된다.

패션 브랜드의 세대교체도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이뤄졌다. 전통 패션기업인 삼성물산 패션부문, 코오롱FnC,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이 각각 전년 대비 5%, 7%, 6.3% 감소하며 심각한 부진의 늪에 빠졌다. 반면 젝시믹스는 같은 기간 매출 682억원, 영업이익 10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6%, 50% 증가했다. 안다르 역시 매출 725억원, 영업이익 122억원으로 48%, 170% 급증하며 젊은 층의 니즈에 맞춘 애슬레저 브랜드의 분전을 알렸다. Z세대의 실용적 소비가 시장 구조까지 바꾸는 형국이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젝시믹스 핏스토어/사진=젝시믹

레깅스 이후의 생존법 

젝시믹스와 안다르의 눈부신 성장에는 시장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했다는 점이 주효했다. 두 브랜드는 레깅스 일변도의 한계를 인식하고 제품군을 과감히 확장했다. 젝시믹스는 ‘패션화’를 핵심 전략으로 삼아 맨즈·골프·키즈 라인을 동시 론칭하고, 스트리트 감성을 가미한 데일리웨어 비중을 높였다. 안다르는 ‘워크레저(workleisure)’라는 신조어를 앞세워 출퇴근복과 운동복의 경계를 허물었다. 이러한 전략은 개별 브랜드의 제품 다변화를 넘어 ‘운동복을 입고 일하는 시대’라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이끈 시도로 평가된다. 

소비자들의 시각 변화도 두 브랜드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고가 프리미엄 레깅스보다 활용도 높은 실용복을 찾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가격 대비 품질을 앞세운 중가 애슬레저 브랜드의 가치가 주목받았다. MZ세대는 “레깅스는 운동용, 루즈핏은 일상용”이라는 인식을 공유하며 일상과 운동의 경계를 흐리는 ‘하이브리드 복장’을 일상화했다. 여기에 팬데믹 이후 직장 내 복장 규제가 완화되고, 스타트업·IT 기업을 중심으로 복장 규정 자체가 사라지면서 애슬레저는 단순한 유행이 아닌 일종의 문화 코드로 자리 잡았다.

반면 뮬라웨어처럼 레깅스 중심 모델을 고수한 브랜드는 시장 경쟁에서 자연스럽게 밀려났다. 뮬라웨어는 2023년 매출 388억원, 영업손실 289억원, 자본총계 -113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며, 과거 젝시믹스·안다르와 함께 ‘3강’ 구도를 지탱하던 입지를 잃었다. 업계는 뮬라웨어 사례를 '트렌드 적응 실패의 교과서'로 정의한다. 소비자들의 인신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한 젝시믹스·안다르의 2강 체제가 고착화된 지금, 애슬레저 시장의 명암은 결국 ‘레깅스 이후 시대’를 준비했느냐 여부로 갈렸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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