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뉴스·혐오 콘텐츠 논란 '디시인사이드', 인수금융 둘러싼 금융권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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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권 트래픽에도 광고 수익 저조
투자 명분과 현실 사이 상당한 괴리
정보 생태계 질 저하→리스크 프리미엄

국내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인수를 추진 중인 에이치프라이빗에쿼티(PE)의 자금 조달이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 논의 속 난항에 부딪혔다. 커뮤니티 특유의 정치적 편향과 허위정보 유통 문제로 은행권이 일제히 인수금융 참여를 주저하면서다. 최근 불거진 국민연금의 ‘죄악주(sin stocks)’ 투자 논란이 미처 가라앉지 않은 가운데, 디시인사이드를 둘러싼 인수금융 논의가 다시 한 번 자본시장의 윤리적 기준을 시험대에 올려놨다는 평가가 나온다.
콘텐츠 품질 낮아 매출화에 한계
3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에이치PE는 최근 디시인사이드 인수를 위한 기업 실사를 마무리하고, 인수금융 조달을 위해 여러 금융사를 태핑(수요 조사) 중이다. 인수 대상은 경영권을 포함한 대주주 지분이며, 매각 희망가는 약 2,000억원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인수금융으로 조달하는 규모로는 1,000억원 안팎이 거론된다. 다만 금융권에선 담보 자산이 거의 없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특성상 가치 산정이 쉽지 않은 만큼 대출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는 분위기다.
시장은 디시인사이드의 트래픽 대비 낮은 매출 규모에 주목했다. 디시인사이드는 네이버, 구글, 유튜브, 다음에 이어 국내 웹사이트 트래픽 5위를 기록하는 사이트로 하루 평균 348만 명이 방문하고, 약 92만 건의 게시글과 244만 개의 댓글이 등록된다. 연간 방문자 수는 1억9,100만 명에 달한다. 그러나 지난해 매출은 207억원, 영업이익은 90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률 44%라는 수치는 효율적이지만, 광고 기반의 단일 수익 구조가 한계로 지적된다. 콘텐츠 품질과 커뮤니티 이미지 문제로 광고 단가가 낮고, 고정적 현금흐름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번 거래에서 제시된 2,000억원의 몸값은 디시인사이드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 92억원에 약 22배 멀티플을 적용한 수준이다. 이는 국내 온라인 플랫폼 평균인 16~18배보다 높고, 네이버(18배)나 카카오(15.5배)보다도 높은 프리미엄이다. 다만 미국 최대 커뮤니티 레딧이 240배 멀티플을 평가받았다는 점에서 ‘커뮤니티 프리미엄’을 반영했다는 해석도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레딧은 콘텐츠 신뢰성과 광고 친화성이 확보된 반면, 디시인사이드는 정치 편향성 논란으로 리스크 프리미엄이 높다”며 “국내 금융기관 입장에선 상징성보다 안정적 캐시플로우 입증이 우선 과제”라고 짚었다.
한편, 에이치PE의 실질적인 협상 상대는 디시인사이드 창립자 김유식 대표가 아닌 최대주주 개인 자산가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커뮤니티커넥트 지분 약 10%만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90%는 개인 투자자가 소유 중이다. 따라서 매각 결정권은 창립자보다 투자자에게 집중돼 있다. 또 다른 IB 관계자는 “김 대표는 상징적 인물에 가깝고, 실제 협상 구조는 투자자와 운용사 간 거래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에이치PE는 기존 포트폴리오에서 IT·소비재 등 다양한 업종에 투자해 온 중형 사모펀드로, 이번 거래를 통해 디지털 미디어 분야로의 확장을 모색 중이다.
인수 후 ‘한국판 레딧’ 구상
에이치PE는 이번 인수를 통해 디시인사이드를 ‘한국판 레딧’으로 도약시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약 7,000만 명의 월간활성사용자(MAU)를 보유한 레딧은 지난해 3월 뉴욕 증시에 상장한 이후 시가총액 449억 달러(약 63조원)을 돌파하며 매서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층적 토론 구조와 참여형 콘텐츠 시스템, 그리고 광고·구독을 결합한 수익모델로 플랫폼 가치를 입증한 결과다. 에이치PE는 이러한 레딧의 구조를 벤치마킹해 디시인사이드를 안정적 현금흐름 자산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투자 명분은 ‘콘텐츠 혁신’이지만, 실제로는 광고 단가 제고와 이용자 기반의 재구조화가 현실적 목표인 셈이다.
그러나 디시인사이드의 성격은 레딧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300만 명이 넘는 일평균 방문자와 월간 페이지뷰 38억 회라는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하지만, 콘텐츠의 질적 신뢰도는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정보 중심의 토론 게시판이 주류인 레딧과 달리 익명성과 유머 중심의 ‘밈 커뮤니티’로 진화해 온 탓이다. 특히 정치·사회 이슈가 과열될 때마다 자극적 게시물이 확산되면서 “가짜뉴스의 온상지”라는 꼬리표까지 붙었다. 이는 광고주들이 노출을 꺼리는 요인이 되고, 커뮤니티 기반 수익모델 확장에도 제약이 된다. 거대한 트래픽이 비즈니스 가치와 직결되지 않는 이유다.
에이치PE는 이러한 한계를 인식하면서도 디시인사이드의 핵심 자산을 ‘자유와 자율성’으로 정의했다. 김 대표를 경영진에 잔류시키기로 한 결정 역시 이 같은 기조의 연장선이다. 다만 이는 커뮤니티의 정체성 유지와 브랜드 안전성 사이 적잖은 긴장감을 불러올 전망이다. 금융권은 콘텐츠 리스크를 계량화하기 어려운 변수로 본다. 광고주들 또한 정치·사회적 논란이 반복될 경우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할 위험이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결국 오랜 시간 축적해 온 디시인사이드의 문화적 관성과 투자 명분 간 충돌을 어떻게 완화하느냐가 향후 수익화 모델의 지속가능성을 가를 관건으로 지목된다.
현재 에이치PE는 급격한 개편보다는 기술적 개선을 통한 안정화 전략에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인프라 노후화 문제를 해소하고, 인공지능(AI) 추천 시스템과 검색 알고리즘을 고도화해 방문자들의 체류시간을 늘리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동시에 사용자 경험(UI·UX) 리뉴얼, 앱 고도화, 콘텐츠 필터링 체계 정비 등을 통해 광고 친화적 구조를 구축하려는 구상도 병행할 전망이다. 이러한 접근은 레딧식 혁신의 모방보다는 디시인사이드 고유의 생태계 재정립 시도로 평가된다.

‘죄악주(sin stocks)’ 투자 논란 점화
하지만 시장에서는 디시인사이드를 둘러싼 부정적 인식이 투자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무겁게 받아들이는 양상이다. 커뮤니티가 가진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편향성과 혐오 표현 논란이 빈번한 만큼, 인수금융에 참여라는 금융기관에는 사회적 책임을 묻는 여론이 뒤따를 수 있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 입장에서는 자금 지원이 곧 ‘플랫폼의 사회적 행위에 대한 묵인’으로 비춰질 위험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디시인사이드 인수금융 참여는 수익성보다 리스크 요인이 더 크다는 게 내부 판단”이라며 “가짜뉴스나 혐오 콘텐츠 논란이 반복될 경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와 내부 심사 모두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우려는 최근 불거진 국민연금의 죄악주 투자 논란과도 맞물려 사안의 심각성을 더한다. 지난달 국민연금은 KT&G, 강원랜드, 하이트진로와 같은 죄악주에 1조원 이상을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의 세금으로 국민의 건강을 해치는 기업에 투자한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술·담배·도박 등은 중독성과 사회적 비용이 크다는 이유로 도덕적 논란의 중심에 섰고, 공적 자금의 투자 정당성을 흔드는 상징적 사례로 지목됐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금융권은 수익 구조 만큼이나 평판 리스크 관리를 우선 순위에 배치하기 시작했다.
최근 정부가 온라인상의 가짜뉴스에 대해 강경한 기조를 보이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열린 국무회의에서 “가짜뉴스를 유포해 수익을 올리는 행위에 징벌 배상을 검토하라”고 반복적으로 지시하며 관련 입법 논의에 불을 지폈다. 이 대통령은 “가짜뉴스로 돈 버는 사례가 넘쳐나는데, 이걸 통제할 방법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라고 꼬집으며 “형사처벌을 하게 되면 검찰권 남용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제일 좋은 것은 징벌 배상”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에도 특히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포되는 허위 조작 정보와 관련해 범죄수익 몰수 등 처벌 강화를 주장한 바 있다.
이러한 정책 기류 속에서 디시인사이드처럼 허위·조작 정보 유통 채널로 지목받아 온 플랫폼에 자금을 대는 것은 사실상 정치·법적 리스크를 동반한 행위로 평가된다. 실제 일부 은행은 내부 준법감시 부서에서 이번 거래를 ESG·레피테이션(대외 평판) 리스크 항목으로 분류하고, 리스크 프리미엄을 반영할지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 디시인사이드 인수가 단순한 경영 거래를 넘어 한국 자본시장의 윤리적 경계선을 시험하는 리트머스가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