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추격하는 ‘中 우주굴기’, 대규모 국책 투자로 자체 산업 생태계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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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우주 개발 경쟁서 고립됐던 中 중국 정부 적극 육성에 산업화 가속도 미국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

‘우주굴기’를 외치며 우주 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온 중국이 미국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냉전 시대에 소련과 미국이 경쟁했다면, 이제는 중국이 미국과 대등한 수준으로 기술력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중국 정부가 우주 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독자적으로 구축한 우주 산업 생태계가 재사용 발사체·저궤도 위성·심우주 탐사로 이어지는 ‘삼중축(三重軸)’으로 진화하면서, 글로벌 우주 패권을 흔들고 있는 양상이다.
중국, ‘주요 우주강국’ 목표
1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우주를 미래 안보에 필수적인 ‘전략적 신국토’로 규정하고 대규모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중국은 지난달 23일 발표 ‘15차 5개년(2026~2030년) 계획’에서 ‘주요 우주강국’ 위상 확립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우주강국 건설 계획은 5년 전에 발표한 ‘14차 5개년(2021∼2025년) 계획’에서 제시한 과학기술·문화·교육·인재·스포츠·제조·품질·인터넷·디지털 강국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저궤도 위성망에 기반을 둔 6세대 통신(6G)에서 미국과의 경쟁을 의식한 대목으로 분석된다.
중국 국무원에 따르면 현재 중국은 우주 정책 총괄 기관인 국가항천국(CNSA)과 중국항천과기집단(CASC)을 중심으로 중국 우주 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기술과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다. 특히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SpaceX)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재사용 발사체 분야에서 가장 빠른 추격자로 평가받고 있다. 앞서 CNSA는 중국의 주력 발사체인 창정을 개발해 독자 우주정거장인 톈궁(天宮)을 건설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중국은 지난해 말 9시간에 걸친 우주 유영을 선보이며 세계 최장 기록을 세웠고, 미국보다 먼저 달 뒷면 토양을 채취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CNSA는 창정(長征)의 9번째 버전으로 재사용이 가능한 창정9을 개발 중이며 2033년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의 국영 우주기업인 중국항공공업집단(AVIC)도 재사용 발사체 하오룽(昊龍)을 개발하고 있다. 하오룽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왕복선을 닮은 화물운반용 재사용 발사체다. 하오룽의 시험비행은 내년 발사가 예정돼 있다. 민간 우주기업들도 재사용 발사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딥블루 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9월 재사용 발사체 네뷸라(Nebula)-1의 수직 회수를 위한 시험비행을 진행했다. 네뷸라-1은 약 5㎞ 상공으로 비행 후 착륙했으나, 마지막 단계에서 중심을 잃고 쓰러지면서 폭발했다. 하지만 착륙까지는 성공적으로 이뤄지면서 상당한 수준의 재사용 발사체 기술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딥블루 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네뷸라-1의 시험발사를 재시도 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스페이스 파이오니어, 갤럭틱 에너지 등이 재사용 발사체와 소형 발사체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중국의 우주기업은 현재 430곳이 넘고, 이미 상업 발사가 수십 차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소행성 탐사에서도 유의미한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29일 중국은 첫 소행성 탐사선인 톈원(天問) 2호를 오전 1시 31분께 중국 쓰촨성 시창 위성발사센터에서 ‘창정(長征) 3호 을(乙) Y110’ 로켓에 실려 발사했다. 발사 약 18분 뒤 톈원 2호는 탐사 목표인 소행성 ‘469219 카모오알레바(Kamo'oalewa)’로 향하는 궤도에 진입했다. CNSA는 이후 톈원 2호의 태양전지판이 정상적으로 펼쳐졌으며 관련 장치도 순조롭게 잠금 해제됐다며 발사 성공을 선언했다. 톈원 2호는 지구 근접 소행성인 카모오알레바에 접근해 표본을 채취하고, 2027년 말 지구 궤도로 돌아와 표본이 든 캡슐을 대기권으로 떨어뜨릴 계획이다. 톈원 2호가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면 중국은 일본과 미국에 이어 소행성 표본을 채취한 세 번째 국가가 된다.
우주 관광 산업에도 가세
중국은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성장한 우주 생태계를 바탕으로 2027년 달 무인기지 건설, 2030년 유인 달 탐사를 준비하고 있으며, 우주여행 상업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중국의 상업 우주기업인 중커위항(中科宇航)은 2027년 우주 관광을 위한 비행체의 첫 비행을 계획하고 있으며, 2028년부터는 사람이 직접 우주 관광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중커위항의 비행체에는 4개의 파노라마 창문이 달린 좌석이 설치돼 한 번에 7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으며, 1인 요금은 200만~300만 위안(약 3억8,000만~5억7,000만원) 사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민간 기업인 CAS 스페이스도 상업용 위성 발사용 발사체 개발을 통해 관광객을 우주로 보내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과학원(CAS)의 지원을 받는 CAS 스페이스는 흔히 우주의 경계로 불리는 카르만 라인인 고도 100km보다 높은 곳으로 10여 분간 최대 7명의 관광객을 태울 수 있는 재활용 발사체를 개발 중이다. CAS 스페이스가 공개한 발사체와 우주선은 블루오리진의 ‘뉴셰펴드’와 스페이스X의 ‘크루드래건 캡슐’과 흡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광객이 탑승하는 캡슐은 3개의 낙하산을 타고 지구로 귀환하는 방식이다.
중국의 우주여행 계획이 실현될 경우 미국 민간 우주 기업들과의 경쟁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 세계에서 우주 관광에 뛰어든 기업으로는 버진 갤럭틱(Virgin Galactic), 2002년 머스크가 창업한 스페이스X, 아마존 창업자 제프리 베이조스가 2000년 설립한 블루오리진(Blue Origin) 등이 있다. 일각에서는 블루오리진이 2015년 4월 첫 무인 비행을 한 뒤 첫 유인 발사는 6년 뒤인 올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중국의 기업들의 우주여행 계획이 도전적이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미국과 달리 중국은 정부 지원이 뒤를 받치고 있어 미국의 기록을 충분히 단축할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추격자 아닌 우주 경쟁 속도 설정국
중국의 우주굴기에 미국도 중국을 단순한 후발주자가 아닌 속도 경쟁자로 보고 있다. 중국이 더 이상 추격자가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미국의 속도를 앞지르며 우주 경쟁 속도를 설정하는 국가가 됐다는 것이다. 미국 상업우주연맹(CSF)은 지난 9월 발표한 전략 보고서 ‘레드시프트(Redshift)’에서 우주 분야에서 중국의 고속 성장은 지속적 인프라 투자, 지구 저궤도 장악, 심(深)우주 탐사 성과 등 세 축으로 이뤘다고 분석했다. 보고서 제목 레드시프트는 은하가 멀어지며 빛의 파장이 길어져 스펙트럼이 붉은 쪽으로 이동하는 ‘적색 편이’ 현상을 뜻하는데, 이처럼 중국이 우주 경쟁에서 약진하며 질서를 재편하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주 변방국이었던 중국이 불과 20년 만에 우주 최강국 자리를 넘본다는 평가다.
예컨대 인프라 투자에서 중국은 발사장 6곳을 동시에 운영하고 해상 발사 플랫폼까지 확보해 연간 발사 횟수를 빠르게 늘렸다. 민간 로켓 기업은 12곳 이상으로 증가했고, 2015~2024년 상업 우주 분야 총투자는 114억 달러(약 16조원)에 달한다. 지구 저궤도에서 운영 중인 톈궁 우주정거장은 국제우주정거장(ISS) 퇴역 이후에는 국가가 운영하는 유일한 우주정거장으로 존재감을 더욱 키울 전망이다.
중국은 심우주 탐사에서도 선제적 성과를 내고 있다. 2019년 창어(嫦娥) 4호가 인류 최초로 달의 뒷면에 착륙했고, 지난해에는 창어 6호가 또다시 세계 최초로 달 뒷면의 토양 시료를 채취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은 2030년 유인(有人) 달 착륙, 2031년 화성 시료 수거, 2035년 달 기지 건설을 이룬다는 목표다. 아울러 중국은 위성 제작·발사·지상국 건설·데이터 센터까지 한 묶음으로 제공하는 ‘우주 실크로드’ 전략을 통해 아시아·아프리카·남미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데, 서방에서는 이들 국가가 장기 대출과 유지 보수에 의존하면 중국의 디지털·우주 표준에 종속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한다.
앞서 미국은 중국의 우주굴기를 막기 위해 ‘울프 수정법’을 법제화하면서 NASA가 정부 자금으로 중국 정부나 기업과 협력하지 못하도록 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여러 우주 개발 사업에서 중국을 배제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중국이 스스로 재사용 발사체 기술을 개발하는 등 미국을 빠르게 추격하면서 이런 지연 조치가 힘을 잃고 있다. 실제 CSF가 진단한 중국의 우주 산업 발전 속도는 아폴로 시대, ISS 시대, 뉴 스페이스 시대라는 무대를 동시에 달려나가는 것과 동일하다. 달, 지구 저궤도, 위성 통신 등에서 가공할 속도로 발전하며 세계 우주 질서를 재편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동맹국이 지금 대응하지 않으면 2030년대 초, 달과 지구 저궤도 등 우주 질서가 중국 주도로 바뀔 수 있다는 경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