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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매출 축소에도 흑자 행진? 폐점·감원이 만든 착시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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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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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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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단가 변화에 흑자 전환 사례 속출
업계 내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 잇따라
관광객 소비 행태 변화에 ‘미래 축소’

국내 면세업계가 3분기 들어 일제히 수익성 개선을 알리며 ‘반전 신호’를 보냈다. 매출은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지만, 영업이익은 구조조정과 중국 보따리상 의존도 축소의 결과로 점진적 개선세를 보였다. 다만 최대 타깃으로 분류되는 중국 MZ세대 관광객의 소비 트렌드가 명품·대량 구매에서 로드숍·가성비 매장으로 이동하면서 면세점은 더 이상 관광 소비의 중심 채널이 아닌 다수 선택지 가운데 하나로 밀려난 모습이다. 

다이공 의존 줄이자 실적 회복 열렸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의 올해 3분기 매출은 7,2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 줄었다. 올해 누적 매출은 2조295억원으로 17.1%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401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외형이 후퇴하는 가운데 이익이 유지되는 구조가 드러나는 대목으로, 비용 구조 손질과 수익성 중심 전략이 이번 분기 성과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 모양새다. 매출 규모만 여전히 회복 폭이 제한적이지만, 손익 분기점 자체가 낮아졌다는 점에서 체질 전환 효과가 뚜렷하다는 평가다. 

이 같은 흐름은 롯데면세점이 그동안 과도하게 의존해 온 중국 보따리상, 이른바 ‘다이궁’과 결별한 것과도 맞물린다. 그간 롯데면세점은 소수의 다이궁을 중심으로 대량 결제가 이뤄지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높은 송객 수수료와 각종 리베이트가 수반되는 방식이 일상적으로 운영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매출 총액이 늘어날수록 수익성은 출혈적으로 악화하는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다이궁 비중을 줄이고 개별 관광객과 온라인 채널, 해외점 매출 비중을 확대한 전략이 뚜렷하게 작동했다. 온라인 면세점 매출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이고, 해외점 매출도 견조하게 늘면서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했다.

롯데면세점 외 다른 면세점들도 같은 방향으로 체질을 전환한 흐름을 보였다. 현대면세점은 7월 말 동대문점 철수 이후 매출이 2.5% 감소한 2,225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 13억원으로 개선되며 흑자 전환을 이뤘다. 호텔신라 면세 부문의 경우 3분기 매출이 8,496억원으로 소폭 늘었고 영업손실이 104억원으로 축소됐다. 신세계면세점 역시 매출 5,388억원으로 전년 대비 14.2% 성장했고, 영업손실이 56억원으로 줄어든 수치를 내놨다. 면세 매출 특성상 변동성이 크다는 한계는 있지만, 공시 숫자만 놓고 보면 매출 확대 전략에서 이익 중심 구조로 이동하는 흐름이 동시에 확인된다.

면세업계는 이 같은 흐름이 4분기에도 이어져 실적 개선세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내외국인 고객 유치 활동 강화와 온라인 매출 활성화를 통해 3개 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고 자평하며 “시내 면세점 인프라를 강화하고, 온·오프라인 프로모션을 확대해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는 동시에 효율적인 운영과 마케팅 강화로 매출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장 회복 아닌 비용 절감의 회복

시장 일각에서는 면세점들의 이번 실적 개선을 두고 지난 1~2년 동안 진행된 구조조정 효과가 재무제표에 본격 반영되기 시작한 결과라는 해석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팬데믹 이전처럼 시내 대형 점포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다이궁 물량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수익성 방어가 어렵다는 현실이 드러난 만큼 업계 전략의 초점도 ‘규모 경쟁’에서 ‘적자 점포 정리와 비용 축소’로 완전히 이동했다는 진단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주요 면세점 4곳은 합산 2,77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더 이상 외형 성장만으로 위기를 돌파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희망퇴직과 인력 감축, 점포 폐점이 동시에 추진된 지난 1년이 이번 분기 손익 개선의 토대를 마련했다. 신라면세점은 지난 5월 만 40세 이상 또는 근속 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대규모 희망퇴직을 진행하면서 고연차 인건비를 대폭 축소하는 선택을 했다. 롯데·신세계·현대면세점도 연이어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가동해 인력 구조를 슬림화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맞췄다. 이에 따라 면세점 4사의 인건비 부담은 팬데믹 직후와 비교해 눈에 띄게 낮아졌다. 

점포 단위 구조조정도 수익성 회복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호텔신라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DF1 권역 사업권을 반납하는 결정을 내렸고, 이 과정에서 1,900억원 규모 위약금 부담을 감수하는 대신 연간 5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되는 적자 요인을 정리하는 쪽을 택했다. 신세계면세점은 부산점 운영 법인을 청산하고 백화점 지하 면세 공간을 패션·캐릭터·팝업 매장으로 전환했고, 현대면세점은 동대문점 폐점과 무역센터점 면적 축소를 동시에 진행했다. 롯데면세점도 명동 본점을 비롯한 주요 점포의 영업 면적을 줄이는 방식으로 고정비를 덜어내며 더 이상 매장 수 확대를 성장 전략의 중심에 두지 않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면세 산업이 과거의 확장 산업 단계에서 비용과 리스크 관리에 무게를 두는 방어 산업 단계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향후 무비자 제도를 활용한 중국 단체관광객과 외국인 개별 관광객 수요가 어느 정도 수준으로 회복되더라도, 최근 수년간 축소한 인력과 점포를 예전처럼 늘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 때문에 면세업계 실적 개선도 당분간 구조조정 효과와 수요 회복이 겹쳐지는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시장 전반의 시각이다. 

‘확장 산업’에서 ‘방어 산업’으로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의 소비 행태 변화도 면세업계가 방어적 운영 기조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최근 외국인 방문객 자체는 증가세를 보이지만, 그들이 지갑을 여는 장소와 품목은 기존 면세점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 MZ세대가 주도하는 개별 자유여행 흐름이 확산되면서 대량 구매가 아닌 ‘실용·저가·검증된 품질’ 중심의 매장이 선호 대상으로 부상했다. 면세업계는 무비자 시행 이후 단기 반등을 기대하면서도, 이러한 소비 패턴 변화가 장기적으로 성장을 제한하는 구조적 변수라는 점은 부인하지 않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행태 변화는 통계로도 드러난다. 한국면세점협회에 의하면 지난 7월 기준 면세점 매출은 9,20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8.6% 감소했고, 1인당 구매 금액은 35만6,521원까지 떨어졌다. 코로나19 시기인 2021년에 1인당 263만원에 달했던 평균 구매액이 7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된 것이다. 면세점협회는 “과거 면세점 매출을 떠받쳤던 다이궁 중심의 대량 구매가 급감했고, 대신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채널이 로드숍·가성비 매장 중심으로 재편된 데 따른 변화”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는 면세업계에 작지 않은 파급력을 불러왔다. 중국 MZ세대 여행자들은 백화점·면세점에서 고가 브랜드를 구매하던 이전 세대와 달리 실제 한국인이 사용하는 생활용품·화장품·간식 등을 ‘소셜미디어(SNS) 인증 기반 소비’ 형태로 찾는다. 올리브영, 다이소, 무신사 등 이른바 ‘올다무’ 매장들은 이미 관광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고, 여기에 중국 다이궁들조차 면세점이 아니라 한국 내 로드숍에서 직접 구매한 사진·영수증을 첨부해 되파는 흐름이 형성됐다. 그 결과 면세점의 가격 경쟁력·구색 경쟁력은 더욱 빠르게 약화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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