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TV vs. 디즈니 ‘블랙아웃’ 뒤 진실, 미디어 권력 전쟁의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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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가치 사수 나선 디즈니
유튜브TV “이용자 피해” 호소
미디어-플랫폼 주도권 전쟁 신호탄

1,00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TV가 월트디즈니 산하 주요 채널 송출을 중단하면서 플랫폼과 전통 방송의 권력 전쟁을 본격화했다. 업계에서는 미디어 시장의 권력이 그간 방송사가 독점해 온 ‘편성권’에서 검색과 추천 중심의 ‘유통권’으로 옮겨 갔다는 진단과 함께 시장 질서의 축이 유튜브 쪽으로 기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유튜브가 자랑하는 개방형 구조 속 검증 시스템의 부족은 허위 정보 확산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제시하며 자유와 신뢰 사이 균형점을 묻고 있다.
“케이블TV 시대 종언 상징” 평가
4일(이하 현지시각)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자정부터 유튜브TV에서 디즈니 계열 채널의 송출이 전면 중단됐다. 양측이 협상 마감 시한까지 프로그램 사용료에 합의하지 못한 데 따른 결과다. 유튜브TV는 이날 공지를 통해 “오늘부터 디즈니 프로그램은 제공되지 않는다”며 “ABC, ESPN 등 주요 채널에 대한 실시간 방송과 녹화분(DVR)이 시청이 불가하다”고 명시했다. 차단 대상은 ABC, ESPN 외에도 FX,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18개 채널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미식축구(NFL)와 프로농구(NBA) 등 인기 리그 중계까지 멈추면서 시청자들의 불만이 쇄도했다.
양사는 협상을 계속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복구 시점에 대해선 구체적 일정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논의의 쟁점은 유튜브TV가 자사 유료 서비스를 위한 콘텐츠 조달에 ‘얼마를, 어떤 조건으로 지불할 것인가’로 압축되는 양상이다. 유튜브TV는 “디즈니가 가격 인상을 관철하기 위해 블랙아웃을 협상 카드로 사용했다”면서 “그 부담은 고스란히 이용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디즈니는 자사의 채널 가치에 상응하는 요율을 관철하겠다는 입장이다. 디즈니 측 대리인은 “유튜브TV가 업계 표준을 훼손할 만큼 낮은 가격을 고집했다”고 맞받아쳤다.
업계에서는 유튜브TV가 다소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유튜브TV가 컴캐스트나 차터 같은 전통 케이블 사업자보다 규모가 한참 작음에도 이들 업체에 준하는 요율을 고집한다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대형 플랫폼일수록 소규모 사업자가 지불하는 수준보다 낮은 프로그램 사용료로 협상하려는 경향을 보이는데, 유튜브TV는 이러한 협상 우위를 실제 요율에 반영하려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유튜브TV는 지난 8월에도 폭스, NBC유니버설 등 다수의 뉴스 채널과 콘텐츠 사용료 관련 갈등을 겪은 바 있다. 당시 폭스는 “구글이 시장 상황에 맞지 않는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 같은 비판 여론에도 유튜브TV 측이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일각에서는 콘텐츠 사용 요율뿐 아니라 번들 구성, 채널 배치 권한, 애플리케이션(앱 ) 내 통합 방식 등 세부 조건이 핵심 쟁점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CNBC 보도에 의하면 디즈니는 디즈니+와 훌루, ESPN+를 묶은 번들을 추가 비용 없이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유튜브TV 측은 이들 서비스를 자사 서비스 안에서 ‘앱 이동 없이’ 바로 보게 하는 통합을 역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소비자 접점과 구독, 결제, 시청 이력 등 데이터를 누가 소유하고 통제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음을 의미한다.

분산형 권력으로 이동하는 미디어 시장
현재 유튜브TV 가입자는 약 1,000만 명으로 미국 최대 케이블 사업자 컴캐스트(1분기 기준 2,980만 명)와 비교해 3분의 1 수준이다. 그럼에도 유튜브TV가 협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배경에는 유튜브 플랫폼 특유의 ‘유통 권력’이 자리한다. 이는 이번 디즈니와의 갈등에서 유튜브TV가 사태 장기화 시 모든 구독자에서 월 20달러 크레딧을 공언한 데서 확인할 수 있다. 가입자 절대수에서 열세여도 가격과 채널 묶음,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통합 설계하는 플랫폼의 교섭력으로 전통 사업자와의 비대칭 구도를 만든 것이다.
이러한 비대칭의 근원은 소비자들의 시청 행태가 과거 ‘편성 시간’에서 ‘검색·온디맨드’로 이동한 데 있다. 이는 다시 말해 TV로 대표되는 전통 미디어가 특정 시간과 장소에 묶인 매체로 쇠락한 반면, 유튜브는 개인 영상 미디어 중심의 거대한 라이브러리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다수 대 다수’의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이 일반화되고, 의제 설정의 권력 역시 방송사에서 개인과 커뮤니티로 이전했다. 시청의 중심축이 TV 편성표를 지나 검색 가능한 아카이브로 옮겨가고, 그 아카이브를 쥔 생태계(유튜브)와 이를 기반으로 하는 패키지(유튜브TV)의 협상력은 가입자 총량 이상의 효과를 발휘하는 구조다.
기술 및 서비스 구조에서도 유튜브는 전통 미디어와 다른 환경에 놓여 있다. 유튜브는 엄밀한 기준에서 방송 편성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 ‘영상 저장 플랫폼’이다. 이러한 정체성은 다시보기(VOD)나 1분 미만의 짧은 영상 ‘숏폼’ 소비를 표준화하고, 시청자마다 다른 시간과 맥락에서 콘텐츠를 끌어오는 경험을 강화한다. 과거 전통 방송의 강점이던 편성과 채널 브랜드가 시청자들의 경험과 플랫폼 추천 앞에서 영향력을 잃자, 유통 인터페이스를 장악한 플랫폼의 가치는 개별 콘텐츠 단품의 합보다 빠르게 커지는 양상이다.
이 때문에 업계는 유튜브TV와 디즈니의 갈등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면서도 종국에는 디즈니가 상대 의견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데 전망이 일치했다. 미디어 시장의 권력은 이미 ‘누가 더 많은 채널을 쥐었는가’가 아니라 ‘누가 시청 시간을 조직하고 이동시키는가’에 따라 이동했다는 판단에서다. 전통 방송의 쇠퇴 속에서 1인·소규모 제작자-플랫폼-실시간 패키지로 이어지는 권력 사슬이 굳어질수록 유튜브의 협상력은 가입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게 업계 전반의 시각이다.
신뢰의 위기, 불가피한 진통기
다만 이러한 개방형 구조 속 정보 검증 시스템의 미비는 유튜브 생태계의 한계로 지적된다. 누구나 영상을 제작하고 유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튜브는 표현의 자유를 현실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듣지만, 동시에 사실 확인이 부족한 정보의 확산 통로로 악용된다는 비판 또한 피하지 못하고 있다. 구독과 조회수 등이 채널 영향력의 기준이 되면서 자극적 콘텐츠가 쏟아지고, 검증의 주체가 없는 탓에 마치 거짓된 정보도 사실처럼 소비된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댓글과 같은 커뮤니티 기능은 소위 ‘가짜뉴스’를 더 빠르고 넓게 확산하는 증폭기가 된다.
이는 다시 ‘정보 민주화의 그림자’라는 냉소적인 시각을 낳는다. 김홍열 덕성여대 교수는 “유튜브는 소수 권력으로부터 미디어를 해방시켰지만, 그 대신 자본에 종속되는 구조를 만들어냈다”면서 “이제는 누가 정보를 만들고, 누가 책임질 것인가의 질문을 던져야 하는 시점”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유튜브는 전 세계에서 월간 약 38억 명의 이용자를 자랑할 정도로 대부분 정보의 첫 관문이 됐다. 하지만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선호에 따라 정보를 걸러내는 구조는 ‘사실보다 취향이 앞서는 뉴스 소비’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진다. 개방성이 확대될수록 허위 정보가 퍼질 가능성도 커지는 셈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이러한 혼란이 정보 권력의 재정립기에 불가피한 과정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과거 TV와 신문 등 초대형 미디어가 통제하던 정보의 흐름이 개인에게 분산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필터링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김 교수는 “디지털 리터러시야말로 새로운 민주주의의 핵심 자격”이라며 “정보의 자유가 보장되려면, 스스로 걸러낼 수 있는 시민 역량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유튜브 중심의 미디어 생태계에 주어진 과제는 ‘표현의 자유’와 ‘정보의 신뢰’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일로 좁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