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극장산업 침체 속 CGI홀딩스 매각 장기화 우려, '11번가 사례' 재현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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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증시 상장 실패로 드래그얼롱 행사 OTT 약진에 극장산업 매출 감소세 전환 4억 달러 이상 우선제안권 구조도 부담

글로벌 극장 산업의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CJ CGV의 아시아 통합 지주회사인 CGI홀딩스의 경영권 매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투자 심리 위축과 시장 불확실성 속에서 4억 달러(약 5,800억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기준으로 우선제안권이 적용되는 구조적 제약까지 맞물리면서 적절한 원매자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2년간 드래그얼롱(동반매도요구권) 행사 후 2년간 매각이 표류했던 11번가 사례처럼, CGI홀딩스 매각 작업도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CGI홀딩스 지분 100% 전량 매각 돌입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CGI홀딩스의 매각이 장기간 표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극장 산업의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단기간에 인수자를 찾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CGI홀딩스는 CJ CGV의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 사업을 총괄하는 아시아 통합 지주회사로, 지난달 15일 2대 주주이자 재무적투자자(FI)인 MBK파트너스와 미래에셋증권PE 컨소시엄은 CGI홀딩스의 경영권 강제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매각 대상은 CGI홀딩스 지분 100% 전량으로, 대주주인 CJ CGV의 지분 82.42%가 포함됐다.
앞서 2019년 MBK파트너스와 미래에셋증권PE는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 IPO) 성격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CGI홀딩스 지분 28.57%를 3,335억원에 취득했다. 당시 계약에는 2023년 6월까지 CGI홀딩스를 기업가치 2조원 이상으로 평가받아 홍콩증시에 상장한다는 조건이 포함됐다. 상장 실패 시 CJ CGV가 일정 수익률(IRR)을 보장해 지분을 되사주거나(콜옵션), FI가 최대주주 지분까지 합해 제3자에게 매각할 수 있는, 이른바 드래그얼롱 권리가 함께 설계됐다. FI가 안정적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역할이었다.
하지만 CGI홀딩스의 상장은 끝내 무산됐다. 홍콩증시 상장을 위해서는 2개년 연속 흑자를 내야 하는데, CGI홀딩스는 지난해 24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이는 2023년 당기순손실 193억원에서 51억원 늘어난 규모로, 2022년 100억원 당기순손실을 포함해 3년 연속 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CJ CGV는 지난해 7월 CGI홀딩스 상장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FI 보유 지분 중 8.7%를 1,263억원에 재매입하고 드래그얼롱 행사 시점을 올해 7월로 연장했지만, 이후 MBK파트너스와 미래에셋증권PE 컨소시엄의 남은 지분(17.58%) 인수는 포기했다.
동남아 유통 기업 중심으로 원매자 탐색
최근 매각 주관사인 모건스탠리는 동남아시아 유통 기업 등 전략적 투자자(SI)를 중심으로 원매자 탐색에 착수했다. CGI홀딩스가 CJ CGV의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영화관 사업을 통합 관리하는 지주사인 만큼, 현지 시장 이해도가 높은 유통 기업이 잠재적 인수자로 거론된다. 다만 글로벌 극장산업의 침체는 경영권 매각의 변수로 꼽힌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 확대와 경기 침체로 관객 수가 줄면서 성장성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전 세계 영화관 티켓 매출은 전년 대비 9% 감소하며 회복세가 꺾였다.
매각가 역시 시장의 기대치와 간극이 존재한다. 업계에 따르면 CGI홀딩스의 매각가는 4억 달러를 넘어야 한다. 이는 CJ CGV가 FI의 드래그얼롱 통보 이전에 전체 지분가치를 4억 달러로 책정해 우선제안권(ROFO)을 행사한 데 따른 것이다. 계약상 FI는 ROFO 가격 이상으로만 매각할 수 있다. FI 입장에서도 4억 달러 이상을 목표로 할 수밖에 없다. 만약 4억 달러 미만에서 거래가 성사될 경우, FI가 보유한 잔여 지분 17.58%의 가치는 970억원 수준에 불과해 초기 투자 원금 2,073억원을 회수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재무 구조만 놓고 보면 충분히 매력적인 매물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CGI홀딩스의 자산 규모는 1분기 기준 9,693억원으로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만 6,68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드래그얼롱을 통해 확보된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감안하면 실질 기업가치가 장부가보다 높게 재평가될 여지가 있다. 동남아시아 콘텐츠 시장의 성장세와 인구 구조 변화로, 장기적으로는 극장 산업이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도 매력으로 꼽힌다. 실제로 일부 인수 후보군은 극장에 콘텐츠·리테일을 결합한 새로운 사업 모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년간 표류한 11번가 매각 사례와 유사
업계에서는 CGI홀딩스의 매각 난도가 상당히 높은 만큼, 11번가처럼 매각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데 전망이 일치했다. SK스퀘어 자회사였던 11번가는 2021년 기업공개(IPO) 준비에 착수했지만, 코로나19 엔데믹 전환과 고금리, 증시 부진 등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상장예비심사도 청구하지 못했다. 당초 FI와 맺은 조건에 따라 2023년 9월까지 상장을 끝내야 했지만, 기한을 넘기며 상장 계획은 사실상 무산됐다. 2023년 FI 보유 지분의 콜옵션 행사 시점이 도래했으나 SK스퀘어는 가격 산정에 따른 배임 논란을 우려해 행사하지 않았고, 이후 FI는 드래그얼롱 조항을 발동해 제3자 매각을 추진해 왔다.
지난 2년간 원매자 확보에 실패하며 표류했던 11번가 매각 작업은 지난달 29일 모회사인 SK플래닛이 지분 100%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마무리됐다. 투자자들은 지분 인수 대가로 총 4,673억원을 연내 회수할 예정이다. 그동안 받은 배당금을 포함하면 투자 원금 5,000억원 이상을 확보하는 셈이다. 이번 인수는 형식상 SK플래닛이 주체지만 자금 대부분은 사실상 SK스퀘어가 부담하는 구조다. 인수 대금은 SK스퀘어 증자와 SK플래닛 내부 자금 이전을 활용해 마련할 계획이다. 결과적으로 제3자 매각이 좌초된 상황에서 SK그룹이 내부적으로 7년 전에 받은 투자 원리금 부담을 떠안은 셈이다.
이 거래로 11번가는 SK플래닛의 100% 자회사이자 SK스퀘어의 손자회사 체제로 재편됐다. SK스퀘어 측은 OK캐쉬백 등 기존 멤버십 플랫폼과의 결합을 통해 시너지를 만들어낸다는 계획이지만, 업계에서는 전망이 밝지 않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이미 쿠팡을 중심으로 양극화된 데다, 11번가가 수년째 실적 부진과 경쟁력 저하를 겪어온 만큼 단기간 내 손익 개선은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결국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SK스퀘어가 수천억원 규모의 현금 투입을 이어갈 수밖에 없어 재무 부담 확대와 연결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