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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밍 넘어 ‘실물 세계’ 발 들인 넷플릭스, 굿즈·게임·체험으로 이어지는 IP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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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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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벗어나 오프라인 접점 구축
라이선스 굿즈 등 실물 라인업 확대
게임·쇼핑·상품 생태계 동시 연결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넷플릭스 하우스'/사진=넷플릭스

세계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가 오프라인 체험 공간과 굿즈, 그리고 게임으로 이어지는 지식재산권(IP) 확장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한시적 팝업 스토어에 국한했던 체험형 공간을 상설화한 데 이어, 굿즈 사업 확대를 위한 파트너 협업에도 한창이다. 이는 플랫폼 내부 시청을 오프라인 체류와 상품 구매 등으로 이어지게 해 소비자들의 시간과 관심을 붙잡아두려는 시도로 읽힌다. 그간 스트리밍 내부 성과에 의존하던 것에서 벗어나 영상·공간·상품·게임이 맞물린 다층의 수익 모델을 구축하려는 넷플릭스의 의도 또한 선명해지는 양상이다. 

오프라인 체험·소비 수요 겨냥

19일(이하 현지시각) AFP통신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교외에 첫 테마파크 ‘넷플릭스 하우스’를 지난 12일 개장했다. 세계 최대 쇼핑몰 가운데 하나인 킹오브프러시아몰 내부에 약 10만 제곱피트 규모로 조성된 해당 테마파크는 단순한 기념품 매장을 넘어 식음료, 체험, 공연, 상영을 아우르는 복합 엔터테인먼트 거점으로 설계됐다. 그간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팝업 전시와 한시적 체험관을 열어 온 넷플릭스는 필라델피아 상설 거점을 마련하며 그동안의 실험을 하나의 독립 사업으로 승격시켰다. 

넷플릭스는 펜실베이니아주에 이어 오는 12월 20일 텍사스주 댈러스에 두 번째 체험 공간을 열고, 2027년에는 라스베이거스 진출도 예고했다. 이는 미국 주요 소비 도시의 쇼핑몰·관광지와 결합한 상설 공간을 단계적으로 늘려가면서 구독료 기반 스트리밍 사업에 집중됐던 성장 서사를 오프라인 소비와 체험 중심의 이야기로 바꾸려는 시도로 읽힌다. 그간 가입자 증가세 둔화와 제작비 상승, 경쟁 플랫폼 난립으로 수익성이 압박받던 상황에서 소비자와의 현실 세계 접점을 늘려 신사업 축을 세우려던 넷플릭스의 움직임이 실체를 갖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넷플릭스가 플랫폼 사업자에서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의 변신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마리안 리 넷플릭스 마케팅최고책임자(CMO) 역시 “300여 개 도시에서 진행한 팝업 이벤트 운영을 통해 우리만의 영구적인 공간이 있다면 훨씬 더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며 “(넷플릭스 하우스가)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언제든 방문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까지 미국 외 확장 계획은 없는 상태”라면서도 “해외 진출은 다른 방식의 접근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오프라인 공간 확장과 맞물려 넷플릭스가 본격적으로 손대기 시작한 영역은 굿즈 사업이다. 넷플릭스는 2019년 정식 소비재 사업부를 출범시키고, 2021년에는 자체 온라인 상점을 열면서 이전까지 파트너 브랜드와의 단발성 제휴에 머물던 상품 사업을 또 하나의 비즈니스 축으로 끌어올렸다. 최근에는 완구 업체 ‘재즈웨어스’와 협업 계약을 맺고 놀이세트, 탈것, 의상 등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행보는 브랜드 신뢰를 바탕으로 장기 팬덤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의미한 시도로 평가된다. 

'넷플릭스샵'에서 판매 중인 '케이팝 데몬 헌터스' 주인공 의상/사진=넷플릭스

단일 성과에서 장기적 프랜차이즈 자산으로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전 세계적 열풍은 이러한 넷플릭스의 굿즈 사업이 본격화하는 신호탄이 됐다. 넷플릭스는 1억 달러(약 1,460억원)에 이르는 제작비를 전액 투자하며 배급권과 IP 등 작품을 둘러싼 일체의 권리를 자사에 묶어뒀다. 이는 스트리밍 시청 시간과 신규 구독자 증가는 물론 이후 수년간 이어질 상품화와 2차·3차 파생 사업까지도 모두 넷플릭스에 귀속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맥락에서 케데헌의 흥행은 넷플릭스가 그동안 준비해 온 굿즈·소비재 전략을 실제 매출과 사업 확장으로 연결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가장 먼저 넷플릭스는 케데헌의 넓은 팬층과 캐릭터 중심 세계관에 주목해 완구 대기업 ‘마텔’, ‘해즈브로’와 손잡고 인형, 피규어, 보드게임 등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였다. 마텔은 영화 속 주요 인물들의 의상과 소품을 정밀하게 재현한 인형 시리즈를 내놓고, 해즈브로는 작품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전략형 보드게임과 카드게임을 출시하는 식이다. 넷플릭스는 이와 동시에 작품 주인공들이 착용한 의상을 그대로 재현해 자체 온라인 상점 및 한정판 팝업 스토어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이 스토리와 캐릭터를 직접 플레이 경험으로 확장하도록 돕는다는 구상이다. 

케데헌을 둘러싼 숫자는 IP의 파급 효과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한국경제연구원에 의하면 케데헌 흥행에 따른 △소비재 수출 증진 효과 △외국인 관광객 유치 효과 △산업 연관 효과는 총 3조7,425억원 규모로 추산됐다. 특히 스토리의 원천이 된 한국에는 경제 전반에 걸쳐 1조 5,244억원의 생산유발효과와 6,811억원의 부가가치유발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약 845개의 신규 일자리가 직·간접적으로 생겨나기도 했다. 이는 온라인 콘텐츠가 오프라인 산업 생태계의 성장에 얼마나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지를 극명히 보여준다. 

넷플릭스는 케데헌의 최초 기획 단계부터 글로벌 완구사와의 협업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콘텐츠 한 편의 성공을 목표로 하는 것을 넘어 처음부터 의상, 피규어, 컬렉터블 굿즈까지 확장될 ‘프랜차이즈 패키지’로 설계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크린에서 출발한 세계관이 전 세계 오프라인 매장과 소비자들의 방 안으로 옮겨가는 과정 전체를 하나의 수익 동선으로 설계하고, 이 동선을 통제할 수 있는 IP 권리를 확보함으로써 스트리밍 의존도를 낮춘다는 게 넷플릭스의 최종 전략이다. 

영상·게임·상품 유기적으로 연결

오리지널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게임은 이 같은 전략을 가장 직설적으로 반영하는 영역이다. 넷플릭스는 2021년 이용자의 시간을 더 깊게 붙잡기 위한 수단으로 게임에 눈을 돌렸다. 처음에는 모바일용 인디게임을 위주로 실험했지만, 2023년 에픽게임즈 개발 부문 부사장을 전격 영입하면서 게임을 핵심 포트폴리오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 과정에서 넷플릭스는 키즈 타깃, 멀티플레이 파티, 서사 중심, 메인스트림이라는 네 가지 카테고리를 정하고, 자사 오리지널 콘텐츠의 세계관을 어떻게 게임 안에 녹여낼지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흥행은 넷플릭스 IP 전략의 분수령으로 작용했다. 해당 작품은 공개 후 불과 4주 만에 16억 시간의 시청시간을 기록하며 각종 체험관과 굿즈, 브랜드 협업으로 이어졌다. 이를 통해 넷플릭스는 소비자들의 이목을 끈 콘텐츠 한 편이 게임과 상품, 이벤트를 포함한 거대한 수익 사슬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넷플릭스는 상표 출원 시점과 사업 계획을 연동하고, 일부 작품은 방영 이전부터 게임·굿즈·콜라보 브랜드 전개까지 염두에 두고 설계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앞서 언급한 케데헌이 대표적 사례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시리즈를 단순히 보는 콘텐츠로 남겨두지 않고, 이용자가 직접 스토리를 조작하고 체험하는 인터랙티브 매체로 확장하려 한다. 기존 미디어 가치사슬이 제작과 배급, 소비에 머물렀다면, 넷플릭스는 제작에서 경험과 소유로, 이어 재순환 소비로 이어지는 새로운 경로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게임은 이 과정에서 경험 단계의 핵심, 쇼핑과 굿즈는 소유 단계의 핵심에 위치한다. 오징어 게임 이후 본격화한 게임 실험과 케데헌 같은 신작을 둘러싼 굿즈 판매 계획은 서로 다른 별개의 시도가 아니라 하나의 IP 다층화 모델 위에 놓인 장기 계획의 일부였던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확장이 자칫 브랜드 정체성을 흐리게 만들 것이라는 비판 또한 제기된다. 게임과 쇼핑 같은 실물 브랜드가 콘텐츠와 느슨하게만 연결될 경우, 이용자 입장에서는 기업에 대한 인상이 모호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반대로 서사와 캐릭터, 세계관이 게임과 상품, 공간 경험에 유기적으로 녹아들면, 시청에서 체험과 소유로 이어지는 일관된 경험 축이 만들어진다. 넷플릭스가 스스로를 “스토리를 다루는 가장 큰 회사”로 정의하면서도 자사의 히트작을 게임·쇼핑·체험 공간으로 확장하는 시도를 게을리하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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