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중 구조로 차별화 시도" 임상서 재차 효능 입증한 일라이 릴리 레타트루타이트, 부작용 한계 딛고 시장 판도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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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라이 릴리, 레타트루타이드 임상 시험에서 꾸준히 치료 효능 확인 GLP-1·GIP·글루카곤 3중 작용 구조로 체중 감량 효과 극대화 소화 기능 장애 등 부작용 명확, 추가 임상서 연구·개선 필요

비만 및 당뇨병 치료제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들고 있다. 일라이 릴리(이하 릴리)의 차세대 3중 작용 치료제 레타트루타이드(Retatrutide)가 임상 시험에서 재차 유의미한 효능을 입증한 것이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레타트루타이드가 수년 전부터 임상 시험을 반복하며 뛰어난 결과를 내 온 만큼, 향후 부작용 등의 문제 개선을 거쳐 관련 시장 판도를 바꿀 핵심 변수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레타트루타이드의 임상 성과
8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을 비롯한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릴리는 지난 3월 제2형 당뇨병을 앓고 있는 성인 930명을 대상으로 40주간 진행한 레타트루타이드의 임상 3상 시험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을 4mg, 9mg, 12mg 투여군과 위약군으로 무작위 배정했으며, 레타트루타이드를 투여한 참가자들은 40주 만에 체중을 평균 11.5%, 최대 16.8% 감량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는 위약군의 감량 폭(2.6%)을 훌쩍 웃도는 수치다. 혈당 조절 지표인 당화혈색소(HbA1c) 역시 명확한 개선 흐름을 보였다. 투여군의 평균 당화혈색소 하락 폭은 1.7~1.9%P로 위약군(0.8%P 감소)의 두 배 이상이었다.
이러한 레타트루타이드의 효능은 지난 수년간 임상 시험을 통해 반복적으로 입증돼 왔다. 2023년 미국 버지니아 커먼웰스 대학 간질환-대사건강 연구소의 아룬 사니얄 박사 연구팀이 비만 성인 9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시험에서는 레타트루타이드가 지방간 치료에 활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연구 대상에게 무작위로 레타트루타이드 8mg 또는 12mg을 8개월 동안 투여하면서 지방간 수치의 변화를 추적했고, 그 결과 저용량 그룹은 지방간 수치가 평균 81.7%, 고용량 그룹은 86% 감소했다. 아울러 고용량 그룹은 8개월 후 체중이 28%, 저용량 그룹은 24% 감량됐다.
지난해 발표된 2상 하위연구에서는 체성분 개선이라는 강점이 확인되기도 했다. 해당 연구는 미국 내 42개 기관에서 진행된 다기관 무작위 이중맹검 시험의 일부로, 이중에너지 X선 흡수계측법(DXA)으로 피험자의 총 체지방량 변화를 정량적으로 분석해 지방과 근육 간 비율 변화를 추적했다. 그 결과 위약군의 총 체지방 감소율이 4.5%에 그친 반면, 레타트루타이드 투약군은 4mg에서 15.2%, 8mg에서 26.1%, 12mg에서 23.2%의 체지방이 줄었다. 이처럼 지방 감소가 체중 감소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는 것은 체중 감소와 함께 발생할 수 있는 근육 손실 위험을 최소화했다는 의미다.
글루카곤 더해진 3중 작용 구조
레타트루타이드는 릴리의 마운자로 및 젭바운드 계열 약물과 마찬가지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과 위 억제 폴리펩티드(GIP)를 표적함과 동시에, 글루카곤 수용체까지 겨냥하는 3중 작용 치료제다. 이 중 GLP-1은 음식 섭취 후 장에서 분비되는 인크레틴 호르몬으로, 약물을 통해 수용체를 활성화하면 뇌의 포만감 신호가 강화되며 음식이 위에 오래 머물게 된다. 식사량이 감소하고 공복감이 줄어드는 셈이다. 아울러 혈당이 높을 때만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혈당 조절에도 기여한다. 이는 기존 비만 치료제의 핵심 작용 기전과 동일하다.
GIP는 식사 후 분비되는 또 다른 인크레틴 호르몬이다. GIP 수용체가 활성화되면 췌장의 인슐린 분비 능력이 강화되며, 지방 대사와 인슐린 감수성도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릴리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레타트루타이드는 GIP 수용체에 가장 강한 활성을 보이도록 설계됐다. 이러한 구조를 통해 혈당 조절 효과를 높이고, GLP-1 관련 위장관 부작용을 일부 완화했다는 설명이다.
글루카곤은 일반적으로 혈당을 높이는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지만, 레타트루타이드 설계에서는 다른 역할을 수행한다. 글루카곤 수용체가 활성화되면 간과 지방 조직에서 에너지 소비가 증가해 지방 분해가 촉진되고 신체가 더 많은 칼로리를 소모하게 된다. 기존 GLP-1 계열 치료제가 '덜 먹게 만드는 약'이라면, 글루카곤 수용체까지 겨냥한 레타트루타이드는 '지방을 더 많이 태우는 기능'을 추가로 갖춘 셈이다. 식욕 억제와 혈당 조절, 에너지 소비 증가라는 세 경로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체중 감소 효과가 증폭되는 방식이다.

부작용 개선 여지 남아 있어
전문가들은 레타트루타이드가 비만·당뇨병 치료제 시장의 판도를 상당 부분 바꿔놓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규제 당국의 승인이 떨어지고, 부작용과 관련한 문제가 개선되면 시장 입지가 빠르게 굳혀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현재 임상에서 가장 일관적으로 확인되는 부작용은 소화기 이상이다. 2023년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에 실린 비만 대상 레타트루타이드 2상 임상에서는 구역, 설사, 구토, 변비 등 위장관 이상 반응이 가장 흔한 부작용으로 거론됐으며, 용량이 높을수록 문제가 심했다. 지난해 3월 릴리가 공개한 트라이엄프-4 3상 임상에서도 68주의 투약 기간 구역 부작용을 겪은 비중은 9mg군 38.1%, 12mg군 43.2%로 나타났다. 설사는 각각 34.7%, 33.1%, 변비는 21.8%, 25.0%, 구토는 20.4%, 20.9%였다. 대부분은 기존 GLP-1 계열에서 관찰되는 부작용과 유사한 양상이었다.
심장 관련 신호도 관찰됐다.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의 2023년 임상에서는 위장관 이상뿐만 아니라 레타트루타이드 투여군에서 심박수가 용량 의존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 같은 문제는 24주 차에 정점을 찍은 뒤 36주와 48주에는 감소했다. 다만 연구진은 글루카곤과 GLP-1이 심장에 양성 변시성·양성 변력성 효과를 낼 수 있으나, 증가 폭 자체는 기존 GLP-1 수용체 작용제에서 보고된 수준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심장마비나 심각한 심혈관 사건의 증가도 보고되지 않았다.
이상감각도 레타트루타이드의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거론된다. 지난해 12월 공개된 트라이엄프-4 3상 임상 결과에서 이상감각은 9mg군 8.8%, 12mg군 20.9%에서 확인됐다. 위약군은 0.7%였다. 이상감각은 피부가 저리거나 타는 듯한 느낌, 접촉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증상 등을 뜻한다. 릴리는 이상감각 부작용이 발생한 대부분의 사례가 경증이었고, 투약 중단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부작용들은 올해 예정돼 있는 추가 3상 임상 시험들을 통해 면밀히 추적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