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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르기니 카드까지 꺼냈다” ‘10만 명 감원’ 칼 빼든 폭스바겐, 독일 공장도 줄줄이 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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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8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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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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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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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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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명 감원·공장 폐쇄로 구조조정 확대
선박 사업부·스포츠 자산 정리하며 현금 확보
핵심 브랜드 활용 방안도 다시 부상

독일 자동차 산업의 상징인 폭스바겐이 창사 이후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에 나섰다. 전 세계 직원 10만 명 감원과 공장 폐쇄를 잇따라 추진하는 데 이어 선박 엔진 사업부와 스포츠 자산 매각, 프리미엄 브랜드 활용 방안까지 검토하며 전방위적인 체질 개선에 착수한 모습이다. 판매 부진과 수익성 악화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그룹의 상징적인 자산까지 구조조정 대상으로 거론될 만큼 폭스바겐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강도 구조조정·체질개선 선언

2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오는 9일 그룹 감독이사회에 전 세계 직원 65만7,000명 가운데 10만 명을 감원하고 공장 4곳을 추가 폐쇄하는 내용의 구조조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이는 2024년 노조와 합의한 구조조정안보다 규모가 크게 확대된 것으로, 당시 폭스바겐은 독일 내 일자리 3만5,000개를 줄이고 공장 2곳의 자동차 생산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구조조정이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자동차 산업 역사에서도 손꼽히는 대규모 구조조정이 될 전망이다. 과거 제너럴모터스(GM)가 1990년대 약 7만4,000명을 감원했고, IBM이 1993년 6만 명을 줄였던 사례와 비교해도 훨씬 큰 규모다.

폭스바겐이 대대적인 인력 감축에 나선 것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판매량이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은 토요타에 이어 글로벌 자동차 생산 2위 타이틀을 자랑하는 공룡이지만, 속으론 오랫동안 곪아 왔다. 2019년 1,100만 대에 이르던 글로벌 신차 판매량은 지난해 900만 대 수준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53.5%나 줄었고, 영업이익률은 2.8%에 불과해 차를 팔아도 거의 남지 않는 수준이다. 판매량은 현대차그룹이 턱밑까지 쫓아왔고, 영업이익은 현대차그룹에 이미 역전당했다. 올해 사정도 녹록지 않다. 폭스바겐그룹의 올해 1분기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4% 감소했다. 특히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선 14.8%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폭스바겐은 자사 독일 드레스덴(Dresden) 공장을 폐쇄하는 등 설비까지 축소하고 있다. 하노버(Hannover), 츠비카우(Zwickau), 엠덴(Emden), 네카줄름(Neckarsulm) 공장들도 추가 폐쇄 검토 대상으로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이들 공장이 현재 생산 중인 모델의 수명 주기가 끝나는 시점에 맞춰 단계적으로 가동이 중단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아울러 폭스바겐그룹의 주요 생산 기지 중 하나인 오스나브뤼크(Osnabrück) 공장도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비핵심 자산 정리에도 속도

비핵심 사업부 매각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폭스바겐은 미국 사모펀드(PEF) 베인캐피털과 선박 엔진 사업부 에버렌스(Everllence·옛 MAN에너지솔루션) 지분 51%를 매각하는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 거래는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기업가치는 145억 유로(약 25조6,300억원)로 평가됐다. 폭스바겐은 이번 거래를 통해 74억 유로(약 13조원)를 확보하는 대신 나머지 49% 지분은 계속 보유해 향후 기업가치 상승에 따른 이익도 노릴 계획이다.

에버렌스는 선박용 대형 엔진과 발전 설비를 생산하는 세계적인 업체다. 최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대형 발전 설비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업가치가 크게 뛰었다. 실제 매각 과정에서는 베인캐피털 외에도 EQT와 CVC캐피털파트너스 등이 인수전에 뛰어들며 경쟁을 벌였고, 최종적으로 당초 시장 예상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가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스포츠 마케팅 축소 움직임도 감지된다. 현재 폭스바겐은 계열사 아우디와 포르쉐를 통해 보유한 바이에른 뮌헨(8.3%)과 슈투트가르트(10.4%) 지분을 처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폭스바겐은 2009년 9,000만 유로(약 1,590억원)를 들여 바이에른 뮌헨 지분을 매입했고, 2023년에는 4,500만 유로(약 795억원)를 투자해 슈투트가르트 주주로 합류했다. 독일 축구계를 대표하는 후원 기업인 만큼 두 구단 지분 매각은 상징성이 적지 않다.

후원 규모도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폭스바겐은 독일 축구대표팀을 비롯해 분데스리가 여러 구단을 후원하며 매년 1억 유로(약 1,770억원) 이상을 스포츠 마케팅에 집행해 왔다. 그러나 대규모 구조조정이 추진되면서 광고·후원 예산 전반도 재검토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비용 절감을 위해 장기간 이어온 스포츠 후원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람보르기니 우라칸 STO/사진=람보르기니

폭스바겐 자문단, 두카티 매각·람보르기니 상장 제안

구조조정의 칼끝은 그룹 프리미엄 브랜드로도 향하고 있다. FT에 따르면 폭스바겐 자문단은 최근 모터사이클 브랜드 두카티의 매각 또는 슈퍼카 브랜드 람보르기니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안을 다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논의는 폭스바겐이 에버렌스 지분을 매각한 이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업계에서는 폭스바겐 자문단이 에버렌스 매각에서 예상보다 높은 가격이 형성된 점을 근거로, 두카티와 람보르기니 카드를 다시 꺼내든 것으로 보고 있다.

폭스바겐은 지난 1998년 아우디를 통해 람보르기니를 1억1,000만 달러(약 1,698억원)에, 2012년에는 두카티를 9억900만 달러(약 1조4,000억원)에 각각 사들였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현재 람보르기니의 기업가치를 220억 달러(약 34조원) 이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람보르기니는 지난해 미국 정부의 관세 부담에도 8억8,800만 달러(약 1조3,700억원)의 순이익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폭스바겐이 두카티와 람보르기니 카드를 검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폭스바겐은 2017년 디젤게이트(배기가스 저감장치 조작) 사태 이후 전동화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투자은행(IB) 에버코어를 자문사로 선정하고 두카티 매각을 추진했다. 당시 베인캐피털과 PAI파트너스, 폴라리스, 인베스트인더스트리얼, 베네통 가문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됐으며, 시장에서는 기업가치를 13억~15억 유로(약 2조2,900억~2조6,500억원) 수준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독일 노조와 감독이사회 노동자 대표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히면서 매각 절차는 최종 중단됐다.

람보르기니 역시 여러 차례 자본 조달 수단으로 거론됐다. 2022년 포르쉐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마친 이후 시장에서는 람보르기니 상장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폭스바겐은 브랜드의 높은 수익성과 상징성을 고려해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앞서 2020년에도 폭스바겐은 람보르기니의 향방을 검토했으나 감독이사회는 브랜드를 그룹 내에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2021년에는 스위스 퀀텀그룹 AG와 영국 투자회사 센리쿠스자산운용 컨소시엄이 람보르기니를 75억 유로(약 13조원)에 인수하겠다는 제안서를 폭스바겐에 제출했지만, 당시 폭스바겐은 "람보르기니는 매각 대상이 아니다"라며 이를 거절하기도 했다.

다만 현시점에서는 매각 성사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유럽 자동차 업계 전반이 전기차 수요 둔화와 중국 업체들의 공세, 미국 관세 부담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한 상황에서 대규모 인수에 나설 전략적 투자자(SI)나 재무적 투자자(FI)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람보르기니처럼 기업가치가 수십조원으로 평가되는 자산은 인수 후보가 극히 제한적인 만큼, 시장에서는 실제 매각보다는 자금 조달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한 카드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게다가 독일 노조와 감독이사회 노동자 대표들이 과거에도 자산 매각을 강하게 반대했던 만큼, 이번에도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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