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세 매서운데" 구조조정發 노사 갈등에 신음하는 독일 車 업계, 日 전례 참고한 공동 대응론 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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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완성차 업계 구조조정 릴레이, 노조 측 반발 거세져 유럽서 나날이 덩치 불리는 中 전기차, 노사 갈등은 '치명타' 유사 위기 직면한 日, 산업 생태계 차원 협력으로 활로 모색

독일 완성차 시장의 노사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공세 속 현지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하며 대규모 구조조정 필요성이 대두된 가운데, 노조가 이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산업 구조 전환이 지연되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시장에서는 유럽 완성차 업계가 단순히 개별 기업 단위로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것을 넘어 일본처럼 산업계 차원의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독일 완성차 업계의 위기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각) 독일 dpa통신은 독일 최대 산별 노조 IG메탈 소속 메르세데스-벤츠 근로자 수만 명이 이날 독일 전역에서 사 측 긴축안에 반발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이는 앞서 메르세데스-벤츠가 독일 내 근로자 10만8,000명 중 9만 명이 이달 받기로 했던 연례 특별 급여 전환금 지급을 내년으로 미루겠다고 통보한 데 따른 조치다. IG메탈에 따르면 해당 시위에 참여한 인원은 3만3,000명 이상이며, 장기간에 걸친 추가 행동까지 예고됐다.
이러한 구조조정발(發) 노사 갈등은 독일 완성차 업계 전반에서 관찰되고 있다. 지난달 26일 독일 매체 매니저매거진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폭스바겐그룹은 최근 최대 10만 명의 직원을 감축하고 독일 공장 네 곳을 폐쇄하는 구조조정 계획을 수립했다. 이는 세계 자동차 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감원으로, 현실화할 시 독일에서 근무하는 폭스바겐 직원 3명 중 1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아울러 핵심 브랜드인 폭스바겐 승용 부문의 별도 법인 분리도 검토 대상이 됐으며, 현재 150종에 달하는 차종 수를 100종 미만으로 축소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이는 급속도로 악화하는 실적을 고려한 고육지책이다. 2019년 1,100만 대에 이르던 폭스바겐의 글로벌 신차 판매량은 지난해 900만 대 수준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3.5% 급감했고, 영업이익률은 2.8%에 불과했다. 사실상 차를 팔아도 거의 마진이 남지 않는 상황인 셈이다. 다만 폭스바겐 노조 협의회와 IG메탈은 “만약 이 계획이 강행된다면 이를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이러한 위기에도 사 측에 대한 강경 대응을 선언했다. 구조조정안은 오는 9일 폭스바겐 감독이사회에서 논의 후 확정될 예정이다.
中 전기차, 유럽 시장 잠식 가속
시장에서는 독일 노동계의 이러한 대응 방식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유럽 자동차 시장이 중국산 차량에 잠식당하며 위기에 빠져 있는 만큼, 추가적인 노사 갈등은 독이 될 뿐이라는 진단이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의 5월 신차 판매 통계에 따르면 유럽 주요 31개국 내 중국계 주요 자동차 업체 5곳의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65% 증가한 13만8,410대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중국계 브랜드의 유럽 신차 시장 점유율은 11.4%까지 상승했다. 집계 대상 업체는 비야디(BYD), 상하이자동차그룹, 저장지리홀딩그룹, 체리자동차, 리프모터다.
유럽연합(EU)은 중국산 전기차의 공세를 막기 위해 이미 규제 장벽을 세운 상태다. 중국 정부의 과도한 보조금 지급 등을 문제 삼으며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35.3% 추가 관세를 부과한 것이 대표적이다. 다만 중국 업체들은 여전히 유럽 시장 공략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이는 EU 역내 각국의 전기차 보조금 부활 기조 때문이다. 독일은 2023년 말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했지만, 올해 1월부터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구매자에게 최대 6,000유로(약 350만원)를 지원하는 제도를 다시 도입했다. 스웨덴도 폐지했던 저소득층 대상 전기차 지원을 재개했고, 이탈리아 역시 지원 규모를 확대했다. 관세 장벽에 부딪힌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일정 부분 유지할 수 있는 완충 장치가 마련된 셈이다.
중국 업체들은 관세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현지 생산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리프모터는 스페인 내 스텔란티스 공장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조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체리자동차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옛 닛산 조나 프랑카 공장을 활용해 스페인 EV모터스와 함께 ‘에브로’ 브랜드 차량 생산에 나섰으며, 가동률이 떨어진 닛산의 영국 선덜랜드 공장에서 차량을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BYD도 헝가리 세게드 공장을 유럽 판매용 전기차의 핵심 생산 거점으로 삼았다.

日, 위기 공동 대응 기조 뚜렷
일각에서는 유럽 완성차 업계가 일본의 전례를 참고해 위기 극복 전략을 재편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자동차 산업은 오랜 기간 하이브리드차·내연기관차의 품질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유지해 왔지만, 최근의 전기차 전환 국면에서는 중국 업체들의 공세에 밀려 빠르게 입지가 약화하고 있다. BYD 등이 전기차 생태계 전반을 수직계열화하며 가격 경쟁력과 출시 속도를 끌어올리자, 완성차 조립 역량을 최대 무기로 삼던 일본 기업들이 힘을 잃은 것이다.
이에 일본 자동차 업계는 개별 기업 차원의 대응만으로는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일본자동차공업협회(JAMA)를 중심으로 협력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JAMA는 최근 미래 전략 보고서 ‘JAMA Vision 2035’를 통해 전기차, 차량용 소프트웨어, 반도체, 배터리 등 차세대 자동차 산업의 기반 기술 확보를 공동 과제로 제시했다. 차체 설계 및 브랜드 경쟁에서는 각자의 자리를 지키되,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기초 인프라와 핵심 부품 영역에서는 비용을 나눠 부담하겠다는 구상이다.
경영 통합 사례도 등장했다. 일본의 대표 트럭 업체인 히노자동차와 미쓰비시후소는 올해 중 관련 절차를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경영 통합에 최종 합의했다. 엔진 기술과 조립 경쟁력이 경쟁력을 좌우하던 기존 상용차 산업의 문법이 무너지자, 전기트럭, 수소트럭, 자율주행 상용차 등을 개발하기 위한 공동 투자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새 통합 회사는 직원 수만 4만 명이 넘는 대형 상용차 그룹으로 재편될 전망이며, 히노의 모회사인 토요타와 미쓰비시후소의 모회사인 독일 다임러트럭의 참여도 계획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