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중국 천하’, 독주 속 커지는 수익성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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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L 점유율 40% 돌파, 중국 업체 7곳 글로벌 톱10 진입 전기차·ESS 양축 성장 기반으로 글로벌 공급망 영향력 확대 공급 확대 이면 저마진 구조 심화, 산업 재편 가능성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 점유율 72.6%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우위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의 전폭적인 산업 육성 정책을 기반으로 생산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양축으로 규모의 경제를 구축한 결과다. 다만 공격적인 증설과 저가 경쟁이 이어지면서 점유율 확대와 수익성 악화가 공존하는 구조도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중국, 글로벌 점유율 72.6%
6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5월 글로벌 순수전기차(EV)·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하이브리드차(HEV) 탑재 배터리 총 사용량은 469.2기가와트시(GWh)로 전년 동기 대비 16.3% 증가했다. 시장 성장을 주도한 것은 중국 업체들이다. 중국 배터리 공룡 CATL(닝더스다이)은 전년 대비 22.9% 늘어난 188.4GWh를 기록하며 글로벌 1위를 지켰다. 이로써 CATL의 독자 글로벌 점유율은 지난해 38.0%에서 올해 40.2%로 40% 벽을 돌파했다.
완성차와 배터리를 수직 계열화해 추격하던 2위 BYD는 중국 내수 시장의 소비 침체에 발목이 잡혔다. BYD의 1~5월 탑재량은 67.6GWh로 전년 대비 단 0.4% 성장에 그치며 부침을 겪었다. 이에 따라 시장 점유율 역시 기존 16.7%에서 14.4%로 후퇴하며, CATL과의 격차가 벌어졌다. 그럼에도 두 공룡 기업의 합산 점유율은 54.6%에 달해 전 세계 배터리 기축 자산의 절반 이상을 중국 2대 기업이 장악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이어 중국의 CALB(5.1%·4위)와 고천하이테크(4.6%·5위), 이브에너지(3.3%·7위) 등이 다년간 수율 튜닝을 바탕으로 각각 35%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반면 한국 업체들은 성장세가 꺾이거나 역성장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7.3% 증가한 41.0GWh의 사용량으로 3위에 올랐다. 사용량 자체는 늘었으나, 전체 시장의 가파른 성장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점유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 9.5%에서 올해 8.7%로 낮아졌다. 일부 고객사의 전기차 판매 확대가 사용량 증가를 이끌었지만, 중국 업체들의 빠른 성장세와 완성차 업체별 수요 변동성이 겹치며 제한적인 점유율 확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6위 SK온은 15.8GWh의 사용량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 감소하면서 점유율은 4.2%에서 3.4%로 축소됐다. 이는 상위 10대 기업 중 가장 높은 역성장으로, 북미와 유럽 주요 고객사의 전기차 판매 둔화, 일부 모델의 생산 조정 영향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일찌감치 미국 공급망에 안주해 온 일본 파나소닉은 주요 고객사인 테슬라의 차종별 판매 흐름 변화 영향으로 8.5% 줄어든 15.1GWh의 사용량을 기록하며 8위를 차지했다. 결과적으로 상위 10개 중 중국 업체들은 총 7개 포함됐으며 이들의 점유율은 72.6%로 전년 동기 대비 2.1%포인트 상승했다.
新 국가표준에 따른 배터리 업계 성장 전망
시장에서는 중국 정부의 '신(新) 국가표준' 시행으로 업계의 기술력이 진화하고 있는 만큼, 배터리 수요 확대로 중국 동력 배터리 업계의 펀더멘털 또한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자동차유통협회 승용차시장정보연석분회에 따르면 올해 5월 신에너지 승용차 침투율(보급률)은 62.9%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5월 전기차 소매 판매는 95만 대로 전년 대비 7%, 전월 대비로는 12% 증가했다. 단기적으로 내수 판매는 압박을 받고 있으나 차량당 배터리 용량 증가 추세는 지속되는 모습이다.
전기차 수출 역시 기대를 초과하는 성과를 이끌어내고 있다. 5월 수출은 44만6,000대로 전년 대비 110% 증가, 전월 대비 4% 늘었으며, 연간 기준으로는 수출 규모가 두 배 수준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유럽 9개국의 5월 합계 판매는 30만5,000대로 전년 대비 33%, 전월 대비 6% 증가했으며, 연간 성장률은 35% 이상으로 예상된다. 특히 동력 배터리 수요는 여전히 강하며, 연간 20~25%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에너지 저장 수요 역시 강세를 보이고 있다. 1분기 출하량은 216GWh로 전년 대비 두 배 증가했다. 글로벌 수요는 약 1,150GWh로 상향 조정됐고, 전년 대비 증가율은 70~80%로 예상된다. 7월에는 5~10% 성장, 연간 기준으로는 35~4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CATL은 전기차 배터리 다음 시장인 ESS에서도 빠르게 앞서가고 있다. 올해 1분기 전 세계 신규 ESS 설치량은 35.89GWh로 전년 동기 대비 176% 증가했다. 미국에서는 가스발전소 건설 지연으로 태양광과 ESS를 결합한 프로젝트가 확대되고 있고, 유럽은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에너지 저장 인프라 투자를 늘리고 있다. 중동도 탈석유를 준비하며 ESS를 사들이고 있다. CATL는 2030년까지 ESS 사업 비중을 현재 25%에서 50%로 끌어올릴 계획으로, 이를 위해 30억 위안(약 6,760억원) 규모의 ESS 전용 테스트센터를 설립한 상태다.
중국 배터리 산업이 단기간에 세계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부의 전폭적인 산업 육성 정책이 자리한다. 중국 정부는 2009년부터 전기차 보급 확대와 함께 배터리 제조기업에 대한 직접 보조금, 연구개발(R&D) 지원, 세제 감면, 정책금융, 공장 부지 제공 등 전방위적인 산업 육성 정책을 병행했다. 특히 지방정부까지 생산설비 투자와 공장 유치를 경쟁적으로 지원하면서 CATL과 BYD를 비롯한 주요 배터리 기업들은 대규모 생산능력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었다. 여기에 전기차 구매보조금 정책도 자국 배터리 산업을 키우는 역할을 했다. 중국은 일정 기간 보조금 지급 대상 차량을 자국 배터리 공급망과 연계해 운용하면서 배터리 업체들에 안정적인 내수 시장을 제공했다. 이후 막대한 생산량이 축적되면서 제조원가가 빠르게 하락했고, 규모의 경제와 학습효과가 더해져 글로벌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성장 이면의 수익성 압박
그러나 급격한 공급 확대는 시장 성장을 촉진하는 한편 수익성 부담도 함께 키운다. 일례로 이브에너지는 지난해 매출이 614억7,000만 위안(약 13조8,590억원)으로 전년 대비 26.4%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41억3,000만 위안(약 9,310억원)으로 1.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출하는 증가했으나 가격 경쟁이 심해지면서 이익은 크게 늘지 못한 것이다. 수익성 양극화도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CATL은 가격 경쟁의 한복판에서도 독자적인 규모의 경제와 ESS 사업 확대를 앞세워 비교적 높은 수익성을 방어하고 있다. 지난해 CATL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42.3% 증가한 722억 위안(약 16조2,700억원)에 달했고, ESS 사업의 매출총이익률은 26.7%로 전기차 배터리 부문을 웃돌았다. 해외 매출총이익률 역시 31.4%로 중국 내수보다 높다.
반면 BYD는 전기차와 배터리를 모두 자체 생산하는 수직계열화 구조를 갖췄음에도, 중국 내 전기차 가격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지난해 순이익이 2021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BYD의 작년 순이익은 약 20% 줄어든 326억 위안(약 7조3,500억원) 수준에 그쳤다. 판매량 확대에도 보조금 축소, 내수 둔화, 경쟁사들의 공격적 할인 공세가 맞물리며 수익성이 훼손된 것이다. 이렇듯 현시점 중국 배터리 산업의 주소는 ‘점유율 압도’와 ‘수익성 압박’이 공존하는 구조로 요약된다. CATL처럼 원가 절감 능력, 해외 고객망, ESS 포트폴리오를 모두 확보한 선두 기업은 가격 경쟁 속에서도 이익을 방어할 수 있지만, 중하위권 업체들은 출하량을 늘릴수록 단가 하락 부담도 함께 떠안는 구도다.
이에 따라 업계 재편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내수 시장의 가격 경쟁을 피해 유럽, 동남아시아, 중동 등 해외 생산·판매 거점을 확대하고 있지만, 해외 시장 역시 각국의 통상 장벽과 현지화 요구가 높아지고 있어 단기간에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현재 CATL은 헝가리·독일 공장에 이어 스페인 신규 공장을 추진하며 유럽 공급망을 넓히고 있고, BYD도 해외 완성차 공장과 배터리 공급망을 동시에 확장하고 있으나, 이러한 투자는 초기 비용 부담이 큰 만큼 중소형 배터리 업체에는 오히려 재무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중국 배터리 업계의 점유율 확대가 과거 메모리 반도체식 ‘승자독식’으로 귀결될지, 스마트폰식 ‘저마진 경쟁’으로 고착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같은 대규모 설비투자와 원가 경쟁력을 버틴 소수 기업이 경쟁자를 밀어내며 초과이익을 확보했지만,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출하량을 크게 늘리고도 치열한 가격 경쟁 탓에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나타났다. 배터리 시장도 비슷한 갈림길에 서 있다는 평가다. 중국 정부가 올해 초 BYD, 고천하이테크 등 주요 업체를 불러 과잉 증설과 무질서한 가격 경쟁을 자제하라고 요구한 것 역시, 압도적인 점유율 이면에 수익성 훼손 리스크가 이미 정책 당국의 관리 대상에 올랐음을 방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