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日 임금 회복의 명암, 중소기업이 버텨야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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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회복에도 깊어지는 양극화 가격 전가 한계에 몰린 중소기업 맞춤형 구조조정과 노동자 보호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일본 경제가 30년 넘게 이어진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임금과 물가가 함께 오르는 국면에 들어섰다. 2026년 춘투(春鬪, 봄철 임금협상) 잠정 집계 결과 평균 임금 인상률은 5.26%를 기록하며 3년 연속 5%를 웃돌았다. 반면 2025년 실질임금은 전년 대비 1.3% 감소했다. 이는 임금 상승이 시작됐지만 그 효과가 아직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회복 속도 역시 기업 규모와 업종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대기업은 임금을 인상하면서도 수익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인력 확보 경쟁에도 대응이 가능하다. 반면 중소기업은 임금 인상과 수익성 유지, 인력난 해소를 동시에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같은 기업 간 임금 격차는 고용과 내수, 기업 경쟁력의 향방을 가늠할 중요한 신호로 떠오르고 있다.
임금 회복에도 깊어지는 기업 간 격차
오랫동안 일본 경제의 대표적인 과제는 노동시장이 완전고용에 가까운 상황에서도 임금이 좀처럼 오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2017년 실업률은 2.5%까지 하락했지만, 명목 시간당 임금 상승률은 0.8%에 머물렀다. 낮은 물가상승 기대와 생산성 부진, 제한적인 노동 이동, 저임금 비정규직 확대가 임금 상승을 제약한 결과다. 최근 들어서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노동력 부족이 심화되면서 일본은행도 정책금리를 1%까지 인상했다. 기업들은 더 이상 낮은 임금과 납품단가, 저금리를 전제로 경영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였다. 이는 시장 기능이 정상화되는 과정인 동시에 디플레이션 체제에서 생존해 온 기업들의 경쟁력을 다시 평가하는 계기로도 작용한다.
긍정적인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올해 4월 실질임금은 전년 동월 대비1.9% 증가하며 4개월 연속 상승했고, 정규 급여는 3.4% 늘었다. 정규직 기본급도 4개월 연속 3% 이상 올랐다. 이는 엔화 약세와 수출 중심의 성장에서 벗어나 가계 구매력을 기반으로 한 회복 가능성이 커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됐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춘투는 대기업과 조직률이 높은 노조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만큼 소규모 소매업과 지역 서비스업, 가족기업,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중소기업은 최저임금 인상과 원가 상승, 금리 부담이 동시에 커지는 상황에서 대기업처럼 임금을 올리기 쉽지 않다. 따라서 일본의 임금 회복이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질지는 강한 노조나 수출 경쟁력이 없는 중소기업까지 기본급 인상 흐름이 확산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중소기업의 발목을 잡는 가격 결정력
일본에서 중소기업은 전체 기업의 99.7%, 전체 고용의 69.7%를 차지한다. 이들은 대기업 제조업의 공급망을 뒷받침하는 부품업체를 비롯해 지역 물류와 보건·사회복지 서비스, 소매업 등 경제 전반을 떠받치는 기반이다. 그러나 임금 인상 부담을 감당할 여력은 충분하지 않다. 무엇보다 인건비 상승분을 판매가격에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제약으로 꼽힌다.
2025년 일본 중소기업백서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노동소득분배율은 이미 80%에 육박했다. 이는 기업이 창출한 부가가치 대부분이 인건비로 지급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매출 확대나 생산성 향상 없이 임금만 올리면 수익성과 투자 여력이 함께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부담은 현장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일본상공회의소(JCCI)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35.5%는 경영 여건이 개선되지 않았음에도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이른바 '방어적 임금 인상'을 실시했다. 반면 인건비 상승분은 판매가격에 절반 정도만 반영되는 데 그쳐 원가를 충분히 전가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은 임금 인상을 강조하면서도 협력업체의 납품단가 인상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소비자는 가격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공공조달 역시 최저가 중심의 계약 관행이 유지되면서 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이 중소기업에 집중되는 구조다.
인구 감소는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더 가중시킨다. 올해 6월 기준 일본 인구는 약 1억2천285만 명으로 줄었고, 2025회계연도 유효구인배율은 약 1.2배를 기록했다. 이처럼 노동력 자체가 감소한 가운데 임금과 근로 여건이 더 나은 대기업으로 구직자가 몰리면서 중소기업의 인력 확보 부담은 갈수록 가중된다. 이러한 노동력 이동은 생산성이 높은 기업으로 자원이 재배분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불가피한 측면도 지닌다. 그러나 시장 지배력이 강한 거래 상대방이 가격 인상을 제약하면,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도 시장에서 버티기 어렵다. 지역사회에 필요한 서비스가 적정한 보상을 받지 못해 시장에서 사라지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는 경제 전반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지역 경제의 활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기업별 맞춤 지원이 필요한 이유
물론 생산성이 낮은 기업의 시장 퇴출은 불가피하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까지 일률적으로 지원하면 부실 경영이 장기화되고 재정 부담만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디지털 기술 도입과 사업 구조조정, 기업 간 통합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근로자 1인당 부가가치를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산업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 그러나 구조조정을 시장 기능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일본의 디플레이션 체제는 협력업체의 낮은 수익성과 억눌린 납품단가를 바탕으로 유지돼 왔다. 이런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지원만 중단하면 경쟁력이 낮은 기업보다 자금 여력이 부족하거나 거래 조건이 불리한 기업이 먼저 시장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
정책의 초점은 기업의 경쟁력과 경영 여건에 맞는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데 맞춰져야 한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는 디지털 전환과 설비 투자, 직업훈련 등을 지원하되 성과와 연계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근로자 1인당 생산성 향상과 매출 증가, 기본급 인상 등 객관적인 성과가 확인되는 경우에 한해 지원을 이어가는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거래 조건이 불리한 기업에는 원가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수적이다. 대기업은 협력업체의 임금 인상 비용 반영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공조달에서도 최저임금이나 에너지 가격 변동에 따라 계약금액을 자동 조정하는 제도 도입이 요구된다. 반면 사업모델의 경쟁력을 잃은 기업은 질서 있는 시장 퇴출을 지원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회복의 조건
일본이 디플레이션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서는 기업 지원과 함께 노동자의 원활한 이동을 뒷받침하는 제도도 갖춰져야 한다. 전직 기간의 소득 지원과 주거·교통비 지원을 확대하는 동시에, 고령층과 소규모 사업장에서 축적한 실무 경험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자격 인증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또한 지역사회에 필요한 서비스가 유지될 수 있도록 공공서비스 공급 체계를 점검하는 한편, 필수 서비스에 대한 적정한 보상 기준 수립 역시 병행되어야 할 과제다.
핵심은 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을 사회가 어떻게 나눠 부담할 것인지다. 이를 위해 소비자는 가격 조정을 일정 부분 수용하고, 대기업은 공정한 거래를 통해 협력업체의 부담을 분담해야 한다. 공공성이 큰 분야는 정부가 지원하고, 기업 역시 투자와 이익 조정을 통해 책임을 함께 나눌 필요가 있다. 이러한 변화는 물가 상승과 일부 기업의 시장 퇴출을 수반할 수 있지만, 저임금과 낮은 수익성에 의존해 온 기존 경제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과정이다.
임금 인상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지역 간 격차가 확대된다면 임금 상승은 지속되기 어렵다. 비용이 합리적으로 가격에 반영되는 시장 환경을 조성하고 생산성 향상에 기반한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한편,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동자를 충분히 보호하는 제도를 함께 구축해야 한다. 일본의 디플레이션 탈출은 임금 인상 자체가 아니라 이러한 전환을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는 데 달려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Japan Wage Growth Is Forcing a Choice About Which Firms Survive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