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 Home
  • 반도체
  • “독일도 증설 경쟁 출사표” 반도체 패권전 새 국면, 다시 시작된 치킨게임

“독일도 증설 경쟁 출사표” 반도체 패권전 새 국면, 다시 시작된 치킨게임

Picture

Member for

1 year 8 months
Real name
김민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수정

한국·독일·일본 등 반도체 생산기지 확대 경쟁
용인 지연 속 광주 메가 클러스터 속도전 본격화 
국가 단위 치킨게임 심화, 공급과잉 리스크도 병존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국가 주도의 생산능력 확보 경쟁으로 재편되고 있다. 독일과 일본이 정부 지원을 앞세워 생산기지 확대에 나선 가운데, 한국도 초대형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에 더욱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이는 압도적인 생산능력을 선제적으로 구축해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고 후발주자의 대규모 투자 유인을 낮추는 전략이지만, 대규모 증설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경우 공급과잉과 업황 급변에 따른 부담 역시 동시에 안고 있다.

인피니언, 50억 유로 투자 신규 공장 조기 완공

6일(이하 현지시간) 독일 매체 빌트에 따르면 독일 반도체 기업 인피니언테크놀로지스(이하 인피니언)는 최근 작센 주 드레스덴에 세계 최대급 스마트 파워 팹을 조기 가동했다. 이번 투자는 인피니언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투자 프로젝트이자 독일 내 최대 첨단산업 투자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인피니언의 스마트 파워 팹은 총 50억 유로(약 8조7,200억원)가 투입된 프로젝트로, 독일 정부의 최종 승인 아래 유럽반도체법(European Chips Act)과 IPCEI ME/CT(Important Project of Common European Interest)를 통해 10억 유로(약 1조7,400억원)의 공공 지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새롭게 문을 연 스마트 파워 팹은 전력반도체와 아날로그·혼합신호 반도체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 시설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반도체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장치, 전기차,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oftware Defined Vehicle), 풍력·태양광 발전 시스템, 스마트 전력망 등 미래 산업 전반에 활용된다.

인피니언의 스마트 파워 팹은 생산 시스템 전반에 AI와 디지털 전환 기술을 적극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인피니언은 공장 설계 단계부터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을 활용해 건물 구조와 생산장비 배치를 최적화했다. 또한 생산 공정 승인과 품질 검증 과정에도 AI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특히 오스트리아 필라흐(Villach) 공장과 '원 버추얼 팹(One Virtual Fab)' 체계를 구축해 공정과 제품 인증 절차를 크게 단축했다. 이를 통해 시장 수요 변화에 따라 생산 능력을 과거보다 최대 2배 빠르게 확대할 수 있게 됐으며, 급증하는 AI 반도체 시장 수요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스마트 파워 팹은 지속가능한 반도체 제조 측면에서도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인피니언은 최신 생산 기술과 에너지 최적화 공정을 적용해 공장의 환경 영향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생산 공정에서 천연가스를 사용하지 않으며, 수처리 시설과 폐쇄형 순환 시스템을 구축해 사용된 물의 약 90%를 재활용한다. 이를 통해 물 사용량을 크게 줄이는 동시에 에너지 사용량의 최대 45%를 회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독일 정부는 이번 투자가 독일의 국가 경쟁력과 유럽 반도체 자립 역량을 높이는 중요한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인피니언의 새로운 공장은 독일이 여전히 첨단 제조업의 중심지임을 보여주는 강력한 메시지"라며 "드레스덴 생산능력 확대는 유럽의 기술 주권과 핵심 공급망 회복력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르스텐 빌트베르거 독일 디지털전환·정부현대화부 장관도 "전기차와 풍력발전기, 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의 핵심 부품이 바로 이곳에서 생산된다"며 "독일이 첨단기술 혁신을 신속하게 실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가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 415만㎡에 조성 중인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사진=용인시

용인 클러스터 지연, 공급망 전략 차질

인피니언의 스마트 파워 팹 가동은 국가 단위로 재편된 반도체 패권 전쟁의 일환이다. 글로벌 전력반도체 시장은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 급증과 재생에너지, 전기차 확산 등 에너지 전환 흐름을 타고 높은 성장기에 진입했다. 서버와 통신 기지국용 고성능 전력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면서 인프라 전반을 축으로 한 패권 경쟁이 격렬해지는 흐름이다. 특히 최근 반도체 투자는 기업의 독자 판단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대만 TSMC는 미국, 일본, 독일, 중국 등 해외 거점에서 각국 정부 보조금을 확보해 공장 건설을 진행하고 있으며, 보조금은 토지·건설·장비·운영비 일부를 뒷받침하는 방식으로 집행되고 있다.

대형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메모리 기업이 투자지 선정 과정에서 보조금, 인허가 속도, 전력 단가, 용수 안정성을 핵심 변수로 삼는 흐름도 뚜렷해졌다. 일본은 TSMC의 구마모토 유치를 통해 이 흐름을 적극 활용했다. 일본 정부는 TSMC 제2공장에 최대 7,320억 엔(약 6조9,000억원) 규모 보조금을 승인했고, 현지에서는 첨단 공정 유치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대만 기업의 해외 증설이 비용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도 있지만, 일본 정부는 비용보다 공급망 내재화와 자국 산업 생태계 복원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한국도 이 게임에 뛰어들려 하고 있지만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다. 정부가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속도를 대폭 끌어올리겠다고 밝혔으나, 정치권의 ‘호남 이전론’에 발목이 잡히면서 경기 남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 그나마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의 일반산업단지에 들어서는 SK하이닉스 반도체 팹은 지난해 2월 첫 삽을 뜬 이래 골조를 드러냈지만, 삼성전자 반도체 팹이 들어설 이동읍과 남사읍 국가산단은 여전히 토지보상이 지지부진하다. 용인시에 따르면, 국가산단 전체 면적 및 금액의 45% 정도만 협의 보상이 끝난 상태다. 토지주들이 보상금액 조정을 요구하며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조속재결 신청’을 올린 비율도 35%에 달한다.

토목공사를 위한 시공사 선정도 순연되고 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3조원 규모에 달하는 부지 조성 공사 업체 선정을 위한 턴키(설계·시공 일괄 입찰) 공고가 발주돼 시공사 선정을 목전에 둬야 하지만, LH가 발주할 예정인 공고는 반년째 나오지 않고 있다. LH는 지난해 12월 10일 관련 설명회를 열고 올해 초 입찰공고를 낼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6월 말까지 공고가 나오지 않으면서 상반기 발주는 사실상 무산됐다.

입찰이 지연되는 배경으로는 LH의 수장 공백이 꼽힌다. LH는 지난해 10월 이한준 전 사장이 사임한 이후 8개월 넘게 사장 자리가 비어 있다. 여기에 올해 초 직무대행을 맡아온 부사장까지 사임하면서 현재는 이른바 '대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대규모 국가산단 조성공사 입찰처럼 최종 결재가 필요한 사안에서 의사결정이 늦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부지 조성공사 입찰이 지연되면서 기존 일정에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입찰공고가 나오더라도 공고 기간과 서류 검토, 사업자 선정 절차 등을 거치려면 실제 착공까지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 용인시 안팎에서는 공고 이후에도 사업자 선정까지 최소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초격차 유지 전략, 생산량이 좌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지지부진하자 이재명 정부는 '3대 메가 프로젝트'가 발표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최대 핵심 사업의 부지를 결정하는 등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청와대에 따르면 6일 정부는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를 광주 군공항 부지에 짓기로 확정했다.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는 3대 메가 프로젝트의 핵심 사업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광주에 800조원을 들여 팹을 각각 2기씩 총 4기 건설하는 게 골자다. 그 외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87조원, 기타 스마트 가전 및 에너지 등 8조원을 합해 총 896조원을 투입한다. 우리나라 올해 예산(782조원)을 웃도는 규모다.

3대 메가 프로젝트는 국가 균형발전 기조에 따라 비(非)수도권 첨단산업 육성을 목표로 △서남권 896조원 △충청권 392조원 △영남권 312조원 규모의 기업 투자를 전제로 한다. 충청권은 반도체 156조원과 AI 데이터센터 150조원, 기타 디스플레이·배터리·바이오 등 86조원을 투입키로 했고, 영남권은 AI 데이터센터 146조원, 피지컬AI 13조원, 기타 자동차·조선·우주항공·에너지 등 111조원 등을 투자한다. 여기에 용인·평택 등 수도권 투자액까지 합하면 총 규모는 4,700조원에 달한다. 이 대통령은 6일 열린 메가프로젝트 민간 합동 점검회의에서 글로벌 AI 경쟁에 대해 "누가 얼마나 더 빨리 선점하느냐, 누가 더 빠르냐로 결판이 나는 것 같다. 그야말로 오직 속도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속도전을 거듭 강조하는 것은 반도체 산업의 경쟁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생산능력이 시장 지배력으로 직결되는 대표적인 산업이다. 공장을 먼저 확보한 기업은 대량생산을 통해 제조원가를 낮추고, 가격 협상력과 공급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고객사 역시 수년 단위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생산 여력과 안정성을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이 때문에 선도 기업들은 수요가 정점에 이른 뒤 설비를 늘리는 방식을 선택하지 않고, 수요가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전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을 택한다. 후발주자가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동안 선도 기업은 이미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어서다. 뒤늦게 시장에 진입한 기업은 높은 투자비를 회수하기도 전에 공급과잉과 가격 하락을 마주할 가능성이 크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서 수차례 반복된 치킨게임도 같은 원리로 전개됐다.

다만 대규모 증설 전략은 높은 불확실성을 동반한다. 반도체 산업은 공급과잉이 발생하면 가격 조정 폭이 매우 크게 나타나는 특성이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나 AI 투자 사이클 변화로 수요 증가세가 예상보다 약해질 경우 새롭게 늘어난 생산능력이 오히려 기업 실적을 압박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대규모 설비투자가 동시에 진행되는 현재 국면에서는 투자 회수 기간이 길어지고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한 경제 전문가는 "반도체 치킨게임은 승자가 시장을 가져가는 구조지만 공급과잉이 현실화하면 선두 기업도 가격 급락을 피하기 어렵다"며 "특히 한국처럼 반도체가 수출과 제조업 투자의 핵심 축을 담당하는 국가는 업황 변화가 투자와 고용, 수출, 세수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최악의 경우 국가 경제 전체가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Picture

Member for

1 year 8 months
Real name
김민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