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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마이너스 예금금리, 소비 효과와 금융 신뢰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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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9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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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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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되지 않은 정보는 거칠기 마련입니다. 파편화된 정보를 정리해 사회 현장을 부드럽고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수정

소비 확대와 금융 신뢰 약화의 공존 
국가별 금융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정책 효과
금융 신뢰를 지키는 정교한 통화정책 설계 필요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은행 예금은 자본주의 금융시스템을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인 계약이다. 예금자가 자산을 맡기면 은행은 이자를 지급하고, 이렇게 모인 자금은 기업과 가계에 대출돼 금융중개의 기반이 된다. 이 같은 구조는 은행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유지돼 왔다. 그러나 마이너스 예금금리는 이러한 전통적인 계약 관계에 변화를 일으켰다. 가장 안전한 자산을 맡기는 공간이 오히려 돈의 가치를 줄이는 곳으로 인식되면서 은행에 대한 신뢰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러한 신뢰가 약화되면 자금은 은행을 통한 금융중개보다 다른 자산이나 계좌로 이동하게 되고, 금융시스템의 자금 순환 기능도 약화될 수 있다.

예금의 기능을 바꾸는 마이너스 금리

기존 통화정책 이론은 마이너스 금리도 일반적인 금리 인하와 같은 원리로 작동한다고 설명한다. 저축 수익률이 낮아지면 가계는 소비를 늘리거나 위험자산으로 자금을 옮기고, 이는 총수요를 확대해 경기 회복을 뒷받침한다는 논리다. 표준 경제모형도 금리가 0%라는 수준 자체에는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는다. 금리를 5%에서 4.5%로 낮추는 것과 0%에서 -0.5%로 인하하는 것도 같은 정책 전달 경로로 본다.

하지만 현실의 예금은 일반적인 금융상품과 성격이 다르다. 예금계좌는 급여를 받고 생활비를 지급하며 비상자금을 보관하는 가계 금융의 중심이다. 단순한 자산 운용 수단을 넘어 일상적인 금융활동을 떠받치는 기반이자 오랜 기간 쌓인 신뢰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마이너스 예금금리는 일반적인 저금리 정책과 같은 방식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은행이 예금을 보관하는 대가로 비용을 부담하는 곳으로 인식되면 저축은 안전한 선택보다 손실을 감수하는 행위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따라서 마이너스 예금금리의 효과를 단기적인 소비 증가만으로 평가해서는 곤란하다. 자금 이동과 함께 은행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면 예금을 신용 공급으로 연결하는 금융중개 기능도 함께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 마이너스 예금금리는 2021년 말 개인의 약 3분의 1과 전체 예금의 약 3분의 2까지 확대됐다.

덴마크가 남긴 마이너스 금리의 교훈

덴마크는 마이너스 예금금리가 가계에 적용됐을 때 나타나는 정책 효과와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 사례다. 2019년 한 은행이 75만 덴마크크로네(약 1억7,096만원)를 초과하는 개인 예금에 연 -0.75%의 금리를 적용한 이후 대부분의 은행이 마이너스 예금금리를 도입했고, 일부는 적용 기준을 10만 덴마크크로네(약 2,280만원)까지 낮췄다. 초고액 자산가를 넘어 주택 매각대금이나 상속 자금을 일시적으로 보유한 일반 가계까지 영향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은행계좌는 잔액을 관리하고 분산해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됐다.

정책 변화는 가계의 자금 이동으로 이어졌다. 마이너스 금리 적용 대상 가계는 평균 110만 덴마크크로네(약 2억5,075만원)였던 예금 잔액을 약 9만 덴마크크로네(약 2,052만원) 줄였다. 감소한 예금의 약 3분의 1은 주식과 연금계좌 등 다른 금융자산으로 이동했고, 나머지 상당 부분은 소비로 이어졌다. 해당 가계의 연간 소비도 평균 4만 덴마크크로네(약 912만원)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거시경제적으로는 2020년 민간소비를 0.5~1% 확대하는 효과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같이 예금에 머물던 자금이 소비와 투자로 이동한 점은 마이너스 예금금리의 가장 뚜렷한 성과로 꼽힌다.

그러나 정책 효과와 함께 부작용도 드러났다. 대규모 현금 인출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은행과 정책에 대한 가계의 거부감은 뚜렷하게 커졌다. 설문조사에서도 사람들은 같은 폭의 금리 인상보다 금리가 0% 아래로 내려가는 상황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했다. 손실회피 성향과 은행에 대한 불공정하다는 인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결국 마이너스 예금금리는 소비 확대에는 일정한 효과를 거뒀지만, 은행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는 부담도 함께 남겼다. 한편 덴마크 크로네는 유럽환율메커니즘(ERM II)을 통해 유로화와 긴밀하게 연동돼 있어 해외로 자금을 옮길 유인이 크지 않았다. 그 결과 자금은 해외보다 소비와 연금, 투자펀드 등 국내 부문으로 흘러갔다.

주: 마이너스 예금금리 적용 이후 덴마크 가계의 예금은 큰 폭으로 감소한 반면 추정 소비는 증가했다.

저금리가 만든 일본 가계의 선택

일본은 덴마크와 다른 방식으로 마이너스 금리의 영향을 받았다. 일본은행(BOJ)은 2016년부터 2024년 3월까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유지했지만, 일반 가계 예금에는 이를 직접 적용하지 않았다. 대신 보통예금 금리는 2023년 기준 0.001% 수준에 머물렀고, 물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예금의 실질수익률은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명목상 안전자산인 예금이 구매력을 지켜주지 못하는 상황이 장기간 이어진 것이다.

이 같은 환경은 일본 가계의 자산 구성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2024회계연도 말 기준 현금과 예금은 가계 금융자산의 50.7%를 차지한 반면 주식은 12.5%, 투자신탁은 6.1%에 머물렀다. 이를 단순히 보수적인 투자 성향으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은행은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곳으로는 신뢰받았지만, 자산을 불리는 수단으로는 선택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가계는 낮은 수익률을 감수하면서도 예금을 유지했고, 은행 역시 안정적인 예금 기반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일부 가계는 해외 투자로 눈을 돌렸다. 이른바 '와타나베 부인'으로 불리는 일본 개인투자자들은 외환증거금(FX) 거래를 크게 늘렸으며, 2022년 개인 FX 거래 규모는 명목 기준 1경 엔(약 91,751조원)을 넘어섰다. 국내 저금리 환경이 가계를 해외 자산과 외환시장으로 이끈 셈이다. 다만 해외 투자 확대는 새로운 위험도 함께 키웠다. 엔화 약세 국면에서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강세로 돌아서면 손실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 결국 저금리 정책은 위험의 일부를 은행에서 가계로 옮기는 결과를 낳았다.

정책의 핵심은 금융 신뢰를 지키는 일

덴마크 사례는 마이너스 예금금리가 자금 이동과 소비 확대를 이끌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가 은행의 금융중개 기능 강화나 경제 전반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약해지면 단기적인 정책 효과도 오래 지속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책 효과는 자금의 생산적 배분과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 유지 여부를 함께 평가하는 접근이 요구된다.

우선 통화정책은 가계의 기본적인 유동성을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생활비와 비상자금 등 거래성 예금에는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가계가 임대료와 세금, 질병, 실직 등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망은 유지돼야 한다. 고액 예금에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더라도 기준은 일반적인 생애주기에 필요한 자금 규모보다 높게 설정하고, 예측 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일관되게 운영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지급결제 기능을 보호하면서 정책 효과를 필요한 범위에서 발휘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은행도 역할을 재정립할 시점이다. 금융기관에는 저금리 환경에 맞는 자산관리와 투자 상담 기능의 확대가 요구된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구매력 하락과 투자 위험을 충분히 설명하고, 여유 자금이 저비용 분산투자 상품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레버리지 투자나 외환 투자처럼 위험이 큰 상품은 위험 수준을 명확하게 안내해 투자자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마이너스 예금금리는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활용하는 비상 대응 수단으로 접근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예금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소비와 생산적 투자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투기적 거래나 해외 위험자산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함께 존재한다. 은행에 대한 신뢰가 약화될수록 금융중개 기능도 함께 위축되기 마련이다. 결국 정책의 성패는 금융 신뢰를 유지하면서 자금을 생산적인 분야로 연결했는지에 달려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When Negative Deposit Rates Break the Bank Habit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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