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살리려다 재정 압박” 日 식료품 소비세 1%로 인하 추진, 세수 공백·복원 후폭풍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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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다카이치 내각, 식료품 소비세 1%로 낮춘다 나날이 불어나는 日 재정 지출, 세수 공백 해소 방안도 불분명 향후 세율 복원 시 후폭풍 발생 전망, 산업계 기대도 '미지근'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이 식료품 소비세율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 생활필수품 가격 상승으로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약화하고 민간 소비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식비 부담을 줄여 내수 회복 동력을 증진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러한 다카이치 내각의 계획이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본 정부 재정이 이미 막대한 지출 압박에 짓눌리고 있는 데다, 감세에 따른 세수 공백을 메울 구체적인 대책도 아직 제시되지 않은 탓이다. 이에 더해 한시 감세가 종료된 후 닥쳐올 정치적 역풍 역시 리스크 요인으로 거론된다.
日 정부의 소비세율 인하 계획
21일 일본 현지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다카이치 내각은 현재 8%인 식료품 소비세율을 2년 한시로 1%까지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는 지난 2월 중의원(하원) 선거 당시 다카이치 총리가 내놓은 공약의 이행을 위한 조치다. 애초 다카이치 총리는 식료품 소비세율의 한시 면제를 약속했지만, 시중 마트 등의 계산대 전산시스템(POS)상 한계로 인해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대다수 시스템이 소비세를 0%로 설정하는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탓이다. 이와 관련해 요미우리신문은 지난달 “업계 쪽에서 식료품 세율을 0%로 하는 시스템 개조에는 최대 1년, 1%로 하면 반년 정도면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출했다”고 전한 바 있다. 결국 다카이치 내각은 기존 약속을 지키지 못하더라도 보다 신속하게 소비세를 낮추는 방향을 택한 셈이다.
일본 정부가 식료품 소비세 인하를 서두르는 배경에는 장기간 누적된 생활비 부담 및 민간 소비 위축 흐름이 자리 잡고 있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지난 5월 일본 전국 소비자물가지수는 113.5(2020년 연평균=100)를 기록했다. 2020년 대비 물가가 13.5% 뛰었다는 의미다. 같은 달 일본의 2인 이상 가구가 지출한 월평균 소비지출은 명목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지만, 물가 변동을 제외한 실질 기준으로는 0.4% 감소했다. 지출액 자체는 늘었지만, 실제 구매한 상품과 서비스의 양은 전년보다 줄어든 셈이다. 일본 정치권은 식료품 소비세를 낮춰 가계가 즉각적인 가격 인하 효과를 체감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외식·의류·여행과 같은 선택적 소비를 촉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2019년 소비세 인상 이후 나타났던 경기 위축 흐름도 감세론에 힘을 싣고 있다. 아베 신조 내각이 소비세율을 8%에서 10%로 올린 직후인 2019년 10~12월,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직전 분기인 7~9월보다 1.6% 감소했다. 같은 기간 민간 최종소비지출도 2.9% 줄었다. 이러한 성장 둔화에는 태풍과 수출 부진 등 여타 악재도 영향을 미쳤지만, 일본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소비세 인상이 가계의 구매를 앞당긴 뒤 소비 급감을 초래해 경기 회복에 제동을 걸었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에 더해 선거 공약을 이행해야 한다는 정치적 압박도 감세 정책 추진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다카이치 내각이 소비세 인하 공약을 철회할 경우, 고물가 대응에 소극적이라는 국민적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는 2028년 참의원(상원) 선거의 이정표로 꼽히는 내년 봄 지방선거에서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日 재정 상황 '빨간불'
문제는 소비세 인하 결정이 일본 정부 재정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 2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일본과의 연례 협의 종료 후 발표한 성명에서 “일본 당국은 소비세 인하를 피해야 한다”며 “대상을 특정하지 않은 감세는 재정 여력을 잠식하고 리스크를 키운다”고 경고한 바 있다. IMF가 핵심적인 위험 요인으로 지목한 것은 이자 부담이었다. 일본은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매우 높은 국가 중 하나다. 지금까지는 장기간 이어진 초저금리 국면 덕분에 이자 비용을 감당할 수 있었지만, 향후 일본은행의 금리 정상화 기조가 지속될 시 만기가 돌아온 국채를 이전보다 높은 금리로 다시 발행해야 한다. IMF는 이러한 차환으로 인해 2031년 일본 공공부채 이자 지급액이 지난해의 두 배 수준까지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복지 지출 증가세도 재정 여력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일본의 2026회계연도 사회보장 관계 예산은 39조1,000억 엔(약 354조6,370억원)으로 전년 대비 7,600억 엔(약 6조8,930억원) 늘었다. 이 가운데 인구 고령화에 따른 자연 증가분만 4,800억 엔(약 4조3,54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최근 들어 부각된 방위비 확대 흐름도 재정 운용 부담을 키우고 있다. 일본의 2026회계연도 방위비는 8조9,843억 엔(약 81조4,880억원)으로 전체 일반회계 예산의 7.3%를 차지했다. 일본 정부는 2027회계연도까지 방위 관련 지출을 GDP 대비 2%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이를 넘어 GDP 대비 3.5% 수준까지 지출을 확대할 것을 요구 중이다.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일본 정부는 수조 엔 규모의 추가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
소비세 인하 이후 발생하는 세수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도 불분명하다. 일본 싱크탱크 다이와종합연구소는 식료품 소비세율을 8%에서 1%로 낮출 경우 연간 세수가 4조4,000억 엔(약 39조9,080억원) 급감하는 반면, 국내총생산 증가 효과는 3,000억 엔(약 2조7,210억원)에 그칠 것으로 추산했다. 감세에 따른 경기 부양 효과만으로 세수 감소분을 보전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다카이치 총리는 적자국채 추가 발행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대체 재원은 제시되지 않았다.

리스크는 크고 효과는 의문
한시 감세라는 정책 설계 자체도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남길 것으로 전망된다. 다카이치 내각은 내년부터 식료품 소비세율을 낮추고, 2년 뒤 현행 8%로 복원함과 동시에 소득 수준에 따라 지원액을 달리하는 급부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2년간 낮은 세율에 익숙해진 소비자 입장에서는 세율 복원이 단순한 감세 종료가 아니라 식료품 가격이 다시 오르는 사실상의 증세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감세 종료 시점에 임금 상승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거나, 식료품 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국민 반발은 더욱 거세질 수 있다.
이러한 상황 속 야당은 세율 복원을 ‘생활비 증세’로 규정하며 감세 연장이나 영구화를 요구할 확률이 높으며, 집권 여당 내부에서도 선거를 앞둔 의원들을 중심으로 복원 연기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당초 한시 조치였던 감세가 정치적 압력에 밀려 반복적으로 연장되면 연간 수조 엔 규모의 세수 공백이 사실상 고착화하게 된다. 결국 다카이치 내각은 세율을 복원하면 민생 부담이 커지고, 감세를 유지하면 재정 리스크가 확대되는 '사면초가'의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셈이다.
이에 더해 해당 감세안은 현지 산업계에도 유의미한 정책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월 시장조사업체 데이코쿠데이터뱅크가 일본 제조·서비스·소매업 등 1,546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세 감세가 자사 경영에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답한 기업은 48.2%에 달했다. 감세 대상이 식료품 등에 국한될 경우 해당하지 않는 업종은 직접적인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한 기업은 25.7%에 그쳤으며, 부정적 영향이 클 것이라는 답변 비중은 9.3%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