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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 교육의 종말] “세 살부터 AI 필수” UAE의 AI 교육 속도전, ‘코딩 선행’ 덫에 빠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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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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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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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이후 성장동력 선점, UAE의 AI 의무교육
고등수학 배우기 전 코딩·데이터 분석 전면 배치
원리 이해 막히고 학습 격차 확대될 수도

아랍에미리트(UAE)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인공지능(AI)을 의무교육에 편입하며 국가 차원의 인재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석유 이후의 성장동력을 선점하려는 전략이지만, 기초학력이 취약한 학생들에게 수학적 토대 없이 코딩과 데이터 분석을 앞세울 경우 학습 격차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생성형 AI가 코드 작성까지 대체하는 상황에서 조기 코딩 교육은 기술 활용력을 키우지 못한 채 예제 모방만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29조원대 사교육비를 쏟고도 문제 해결력이 OECD 평균을 밑도는 한국의 사례는 UAE의 교육 속도전에 묵직한 경고를 던진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AI 수업 의무화

10일(현지시간) UAE 교육부에 따르면 UAE는 영유아기부터 대학원 과정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AI 교육 체계를 구축해 자국을 기술 초강대국으로 만들기 위한 야심찬 행보를 보이고 있다. UAE 정부는 지난해 5월부터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든 공립학교에서 AI 수업을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3~4세 아동들도 자연스럽게 AI 개념을 접하기 시작했다. UAE 교육부는 학생들이 빠르게 진화하는 디지털 세계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필수 AI 지식과 기술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UAE 교육부가 개발한 '국가 AI 교육과정 프레임워크'는 전 과정을 3개 학습 영역과 7개 축, 3개 교육 단계로 구분했다. 초기 단계에서는 개념 인식과 윤리적 책임을 다루고, 상급 단계에서는 AI 시스템의 설계·평가·검증과 현실 적용을 요구한다.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학생 AI 역량 체계를 준거로 삼아 비판적 사고와 문제 해결, 윤리적 판단을 교과 목표에 포함했다.

코딩·데이터 분석 결합한 AI 인재 사다리

예를 들어 유치원에서는 동화나 놀이를 통해 AI의 기초 개념을 접하고,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중학생까지는 코딩 학습과 데이터 분석, 음성비서 등 실생활 AI 활용 사례와 윤리 문제를 학습한다. 고등학교 과정에서는 머신러닝(ML), 인공신경망과 같은 심화 주제와 함께 챗봇 만들기, 데이터셋 분석 등 프로젝트형 과제를 수행하며 대학이나 기술 분야 진로로 이어질 수 있는 실전 능력을 쌓는다.

실제로 UAE 공립학교 10세 학생들은 프로그래밍 기초뿐만 아니라 딥페이크나 해킹 방지 기술, AI 생성 이미지 판별법 등을 학습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8월 개교한 ‘GEMS 연구 및 혁신 학교’ 등에서는 5~6세 아이들이 코딩과 로봇 제어 알고리즘을 배우며 성인 수준의 데이터 과학 및 로봇공학 기술을 습득하는 과정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간 UAE 는 2017년 세계 최초로 AI 담당 장관을 임명하고 AI 연구 및 스타트업에 대규모 투자를 해오는 등 오랫동안 기반을 다져왔다. AI 필수 교육 결정도 이러한 국가 혁신 전략의 연장선으로, 교육 분야에 미래 기술을 전면 통합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 UAE는 ‘국가 AI 전략 2031’을 토대로 행정과 의료, 교통, 에너지, 금융 전반에 AI를 투입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향후 2년 동안 연방정부 업무와 서비스, 운영 절차의 50%를 에이전틱 AI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목표까지 제시했다. 현재 미국과 UAE가 아부다비에 추진하는 AI 데이터센터 단지는 최종 전력용량이 5기가와트(GW)에 달한다. 첨단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행정 자동화, 교육과정을 하나의 국가 산업정책으로 묶는 구도다.

초등 코딩 앞에 놓인 고교 수학 장벽

다만 전문가들은 AI 교육과 코딩 교육을 동일한 개념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블록코딩과 조건문은 고교 수학을 배우기 전에도 익힐 수 있으나, AI 모델을 직접 설계하고 데이터 연산과 학습 과정을 이해하려면 사정이 달라진다. 데이터를 다루려면 행렬을 알아야 하고, 입력값과 출력값을 설계하려면 함수 개념이 필요하다. AI 모델의 오차를 줄이는 과정에는 미분이 쓰이며 지수·로그함수와 확률·통계도 뒤따른다. 인수분해조차 배우지 않은 초등학생이 이런 원리를 전제로 한 코드를 직접 짜고 수정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 목소리다.

스탠퍼드대의 대표적인 머신러닝 강좌 'CS229'가 확률론과 다변수 미적분, 선형대수를 선수 요건으로 제시한 것도 이 때문이며, 구글의 머신러닝 집중과정도 대수학, 선형대수, 통계학을 필수 기반으로 제시하고 고급 과정에서 미적분을 권고한다. 행렬 연산으로 데이터를 표현하고 함수로 입력과 출력을 연결하며 확률분포와 미분으로 오차를 줄이는 현대 AI의 작동 원리가 이 학문층 위에 놓여 있어서다. 이런 수학을 배우지 않은 초등학생에게 AI 코드를 먼저 가르치면 일부만 원리를 따라가고, 나머지는 예제를 베껴 입력하는 데 그치기 쉽다.

게다가 UAE 학생들의 기초학력은 전 학년 AI 교육을 감당하기에 아직 불안하다. OECD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022에서 수학 기초숙달도인 2수준 이상에 도달한 UAE 학생은 51%였다. OECD 평균은 69%다. 읽기는 52%로 평균 74%를 밑돌았고, 과학도 55%에 그쳐 평균 76%와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15세 학생의 절반가량은 기본적인 수학적 표현과 중간 길이 문장의 중심 내용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아키텍트 시대’에 ‘코더’ 키우는 韓

한국의 사례는 AI 교육의 속도전이 어떤 비용을 남기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생성형 AI는 이미 복잡한 코드를 몇 초 만에 만들고 오류까지 찾아낸다. 개발 현장에서 요구하는 역할도 코드를 직접 입력하는 ‘코더’에서 AI를 활용해 전체 시스템을 설계하는 ‘아키텍트’로 옮겨가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사교육 시장은 아직도 정반대 방향으로 달리고 있다. 서울시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서울 강남·서초·노원구와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코딩·로봇 학원은 2022년 90곳에서 지난해 125곳으로 39% 늘었다. 주 2시간 수업료가 교구비를 제외하고도 월 60만원에 달하는 곳이 생겼고, 수강 연령은 유치원생까지 내려갔다.

학원가의 팽창에는 교육정책이 만든 불안도 작용했다. 정부가 AI 중점학교와 교육과정 확대 방침을 잇달아 내놨지만, 학년별 교육 내용과 수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면서 학부모의 정보 공백이 커졌다. 그 틈을 파고든 학원들은 “AI를 잘 쓰려면 코딩부터 배워야 한다”며 파이썬(Python) 선행반과 로봇 제작 수업을 권했다. 고교학점제에서 AI 기초와 데이터과학을 수강하려면 코딩을 미리 배워야 하고, 관련 프로젝트가 학교생활기록부 차별화에도 유리하다는 홍보도 뒤따랐다. AI 리터러시는 학부모가 성과를 확인하기 어렵지만 코딩은 화면에 결과물이 바로 나타난다. 불확실한 미래를 눈에 보이는 자격증과 경진대회 실적으로 바꿔 파는 사교육의 전형적인 영업 방식이다.

하지만 코딩 문법 암기의 교육적 수명은 빠르게 짧아지고 있다. 신종호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AI 시대에 필요한 역량으로 문제를 작은 단위로 나누고 패턴을 찾아 해결책을 설계하는 컴퓨팅 사고력을 꼽았다. 문제를 스스로 정의하는 능력, AI에 적절한 질문을 던지는 비판적 사고, 결과의 오류를 검증하는 판단력과 협업 역량도 함께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파이썬과 C언어의 문법을 외우는 교육은 AI가 코드를 대신 작성하는 현실과 갈수록 멀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표1. 한국 교육 투입과 문제 해결 역량의 간극

구분시점핵심 지표결과 및 비교
학생 창의적 사고력PISA 2022최상위 수준 비율 46%OECD 평균 27%를 19%포인트 상회
성인 적응적 문제 해결력국제성인역량조사1수준 이하 비율 37%불확정 현실 문제에 대한 대응 역량 취약
성인 적응적 문제 해결력국제성인역량조사최고 수준 비율 1%학생기의 높은 성취가 성인 역량으로 이어지지 못함
초·중·고교 사교육비2024년총 29조2,000억원역대 최대치 기록
사교육 참여율2024년80%학생 10명 중 8명 참여
초·중·고교 사교육비2025년총 27조5,000억원학생 수 감소 등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축소
참여 학생 월평균 사교육비2025년60만4,000원역대 최고치 경신
교육 투입 대비 성인 역량2026년정보처리 역량 OECD 평균 하회높은 교육비 지출과 성인 문제 해결력 사이의 간극 지속
자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PISA 2022 창의적 사고력 평가, 국제성인역량조사, OECD 2026 한국경제보고서, 교육부·통계청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종합

고비용·저효율 늪에 빠진 韓 교육

이 같은 코딩 선행 열풍의 뿌리에는 한국 교육을 지배해 온 정답형 경쟁이 놓여 있다. 학생이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해법을 설계하기보다는 출제자가 정한 답을 빠르게 찾아내는 훈련에 익숙해진 탓이다. 한국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교육적 효용을 따지기 전에 입시 반영 여부부터 확인하고, 주변 학생이 배우기 시작하면 뒤처질 수 있다는 불안에 휩싸인다. AI 교육이 파이썬 선행학습과 자격증 취득, 경진대회 준비로 수렴되는 현상도 이런 경쟁 구조의 산물이다.

통계에서도 이러한 한계가 확인된다. 한국 학생들은 PISA 2022 창의적 사고력 평가에서 최상위 수준에 도달한 비율이 46%로 OECD 평균 27%를 크게 웃돌았다. 반면 OECD 국제성인역량조사에서는 한국 성인의 37%가 적응적 문제 해결력 1수준 이하에 머물렀고, 최고 수준에 도달한 비율은 1%에 불과했다. 학교에서 제시한 과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현실의 복합적인 문제를 규정하고 필요한 정보를 선별해 해법을 설계하는 역량은 성인기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막대한 교육비 지출도 이러한 간극을 해소하지 못했다. 한국의 초·중·고교 사교육비는 2024년 29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참여율은 80%에 달했다. 2025년에는 전체 학생 수 감소 등의 영향으로 총액이 27조5,000억원으로 줄었지만 사교육 참여 학생의 월평균 지출액은 60만4,000원으로 다시 최고치를 경신했다. OECD도 2026년 한국경제보고서에서 한국이 교육과 사교육에 상당한 자원을 투입하고 있음에도 성인의 정보처리 역량은 회원국 평균을 밑돈다고 지적했다. 많이 배우고 오래 공부하는 체계가 높은 교육비에 상응하는 문제 해결력을 보장하지 못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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