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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은 사치” 여권조차 없는 일본인 80%, 30년 장기 침체가 키운 ‘여행 기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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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9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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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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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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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 노동과 엔저가 가로막은 일본인의 출국길
그사이 외국인 관광객과 소비는 사상 최대 기록
엔저 특수 키울 고부가 관광·지역 분산 전략 시급

세계 관광객이 일본으로 몰려드는 사이 일본인의 해외여행은 장기 침체에 빠졌다. 지난해 일본을 찾은 외국인은 4,268만 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해외로 나간 일본인은 1,473만 명에 그쳤고, 여권 보유율도 18.5%에 불과했다. 장시간 노동과 경직된 휴가 문화가 장거리 여행을 제약했고, 언어 장벽과 실질임금 부진, 기록적인 엔저가 해외 이동의 문턱을 더욱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여권 발급비 인하에도 살아나지 않는 해외여행 수요

11일 여행 업계에 따르면 올해 일본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 사상 처음 1,000만 명을 넘어설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한국을 찾는 일본인은 그 절반인 400만 명에도 크게 못 미칠 전망이다. 가까운 이웃 국가 사이의 관광 교류가 한쪽으로 크게 기울어진 배경에는 일본인들이 여행 자체를 꺼리게 된 구조적 변화가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여권 발급 수수료를 1만 엔(약 8만8,950원) 아래로 대폭 낮췄다. 일본인의 해외여행을 되살리기 위한 조치지만, 수수료 인하만으로 일본인의 발길을 해외로 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인의 ‘여행 이탈’이 엔화 약세와 물가 상승으로 생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수십 년 동안 누적된 장기 추세기 때문이다.

일본 외무성 여권 통계를 토대로 산출한 2025년 일본인의 여권 보유율은 18.5%에 그쳤다. 일본인 6명 가운데 5명가량이 유효한 여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셈이다. 한국과 영국 약 60%, 미국 50%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 일본인의 해외 출국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 관광시장이 빠르게 회복하는 흐름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일본 대형 여행사 JTB의 해외여행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한국과 대만의 출국자 수는 모두 2019년의 99% 수준까지 회복된 반면 일본은 64.8%에 그쳤다. 팬데믹 이후 항공 공급과 여행 심리가 회복된 뒤에도 일본만 유독 더딘 흐름을 보인 것이다.

직장 눈치부터 언어 불안까지, 해외여행 위축 고착

여기엔 일본의 장시간 노동과 휴가 사용 문화가 크게 작용했다. 유급휴가는 보장돼 있지만 동료에게 업무 부담을 준다는 의식 때문에 장기간 연속 휴가를 사용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직장인이 많다. 휴가도 주요 명절인 '오봉(8월 15일 전후)'과 연말연시 등 특정 시기에 집중되는 만큼, 국민 대부분이 동시에 움직이면서 숙박비와 교통비가 급등하고 관광지는 혼잡해진다. 유럽처럼 1~2주 동안 휴가를 사용해 장거리 여행을 떠나는 문화가 자리 잡기 어려운 구조다.

외국어와 낯선 환경에 대한 심리적 장벽도 높다. 일본인들은 여권을 만들고 항공권과 숙소를 예약하며 현지 교통과 결제 방식을 알아보는 과정을 번거롭게 느끼는 경향이 강하다. 지난해 일본 여행사 레이와트래블이 18~29세 4,127명을 조사한 결과, 해외여행 미경험층은 비용과 언어, 질병, 치안 등 거의 모든 항목에서 높은 불안을 나타냈다. 해외여행 감소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부모 세대의 경험이 자녀 세대로 충분히 전해지지 않는 악순환도 나타난다.

표1. 일본인의 해외여행 제약 요인

구분핵심 내용주요 근거
휴가 사용 제약동료의 업무 부담을 우려해 장기간 연속 휴가 사용을 꺼리는 직장 문화유급휴가가 보장돼도 1~2주 장거리 여행 문화 정착에 제약
휴가철 집중오봉·연말연시에 이동 수요가 몰리며 국내 숙박비·교통비 상승과 관광지 혼잡 발생특정 시기 집중형 휴가 구조가 해외여행 수요를 약화
심리적 장벽외국어와 치안, 질병, 현지 교통·결제 방식 등에 대한 불안18~29세 4,127명 조사에서 해외여행 미경험층의 불안이 전 항목에서 높게 나타남
경험 단절해외여행 감소가 장기화하면서 부모 세대의 경험이 자녀 세대로 충분히 전승되지 못함해외여행 경험 부족이 심리적 진입장벽 재생산
여행비 부담항공권·숙박비·식비 상승과 엔저가 겹치며 해외여행 비용 급등해외여행 1회당 평균 비용 33만4,100엔(약 297만원), 전년 대비 6.2% 상승
가계 지불 능력 저하소득 증가율을 웃도는 여행비 상승으로 해외여행 계획 축소JTB 조사에서 78.9%가 해외여행 계획이 없다고 응답
해외여행 기피 사유여행비와 가계 여력, 엔저가 수요 위축을 주도여행비 과다 33.6%, 가계 여유 부족 26.4%, 엔저 24.4%
자료: 레이와트래블, JTB 등

일본 가계 덮친 엔저 충격

무엇보다 일본인의 해외여행 수요를 누르는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비용이다. JTB가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8.9%는 해외여행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여행비가 너무 비싸다’가 33.6%로 가장 많았고, ‘가계에 여유가 없다’ 26.4%, ‘엔저’ 24.4%가 뒤를 이었다. 문화적 선호보다 가계의 지불 능력이 먼저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JTB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일본인 해외여행 1회당 평균 비용은 33만4,100엔(약 297만원)으로 추산된다. 전년보다 6.2% 오른 금액이다. 항공권과 현지 숙박비, 식비가 동시에 상승한 상황에서 엔화 환산 비용까지 불어났다. 국내에서 엔화로 임금을 받는 일본인에게 해외여행은 소득 증가 속도보다 가격 상승 속도가 빠른 소비 항목이 됐다.

환율은 올해 들어 부담을 더 키웠다. 엔화는 지난 6월 말 달러당 162엔, 7월 말에는 164엔 안팎까지 하락했다. 물가를 반영한 엔화의 실질실효환율도 1970년대 초 이후 최저권에 놓여 있다. 기록적인 엔저의 배경에는 일본 경제의 생산성 정체가 자리 잡고 있다. 일본생산성본부에 따르면 2024년 일본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구매력평가 기준 60.1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28위였다. 취업자 1인당 생산성은 9만8,344달러로 29위였으며 주요 7국(G7)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실질 노동생산성 증가율도 마이너스 0.6%로 떨어졌다.

낮은 생산성은 임금 상승 여력을 약화시키고, 내수 부진은 재정 지출 의존도를 높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일본의 일반정부 총부채가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203%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자 지출은 2025년 GDP의 1.5%에서 2031년 약 두 배로 증가하고, 고령화에 따른 보건·장기요양 지출도 2040년까지 GDP 대비 1.6%포인트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다카이치의 370조 엔 성장 승부수, 엔저·국채금리 동반 압박

이런 상황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2040회계연도까지 민관 합계 370조 엔(약 3,291조3,720억원) 이상의 투자를 유도하는 성장 구상을 제시했다. 감세와 재정 투입으로 수요를 끌어올리겠다는 구상도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달 9일 2.9%까지 상승하는 등 재정 확대에 따른 국채 공급 부담과 이자비용 급증 우려가 채권시장 전반을 압박하고 있다. 일본은행(BOJ)의 정책금리가 1%에 도달한 상황에서 대규모 재정 확대가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되지 못하면 국채 금리와 엔화에 대한 압박이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

엔화 가치가 40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추락하자 미국도 일본의 환율 방어전에 가세했지만, 개입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미국과 일본은 지난달 31일 8조4,500억 엔(약 75조1,740억원)을 투입해 엔화 매수에 나섰다. 미국이 엔화 가치 방어를 위해 시장에 개입한 것은 1998년 이후 처음이었다. 그러나 개입 효과는 열흘도 지나지 않아 상당 부분 약화됐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도 엔화 매도를 유발하는 기초 여건이 달라지지 않으면서 환율은 다시 상승 압력을 받은 것이다.

저금리 엔화를 빌려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도 계속되고 있다.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을 서두르면 국채 이자 부담과 내수 위축 위험이 커지고, 인상을 주저하면 해외 고금리 자산으로 향하는 자금 이동이 이어진다. 다카이치 내각의 감세·재정 확대가 국채 신뢰를 훼손할 경우 엔화와 일본 국채가 동반 매도되는 ‘일본 매도’가 재연될 수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엔화 매수 공조에 나서면서 BOJ에는 금리 인상을, 일본 정부에는 재정 건전성 회복을 요구하는 배경이다. 생산성 개선과 잠재성장률 회복이 뒤따르지 않으면 미국의 지원도 엔화 약세 추세를 되돌리지 못한 채 급락 속도를 늦추는 임시 방어선에 그칠 공산이 크다.

엔저 특수 살려 관광산업 더 키워야

장기화한 엔저는 일본 관광시장의 수요 방향도 뒤집었다. 일본 가계에는 해외여행 비용을 끌어올리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외국인에게는 일본의 숙박·외식·쇼핑 가격을 낮추는 할인 요인이 됐다. 엔저가 국민의 해외 구매력을 깎는 동안 외국인의 일본 내 구매력은 커진 것이다. 실제 지난해 방일 외국인의 여행 소비액은 9조4,549억 엔(약 84조1,100억원)으로 전년보다 16.4% 증가했다. 1인당 지출액도 22만9,000엔(약 203만원)을 기록했다. 일본 재무성 국제수지 집계상 여행수지 흑자는 사상 최대인 6조3,400억 엔(약 56조3,890억원)에 달했다.

현시점 일본으로서는 엔저를 관광 수입 확대의 계기로 전환하는 선택이 불가피하다. 제조업의 국내 고용 흡수력이 약해지고 지방 인구 감소가 상권을 위축시키는 상황에서 관광은 숙박과 음식, 운송, 유통 전반에 수요를 공급하는 알짜 산업이다. 일본 정부가 추산한 관광 연관 업종 취업자는 900만 명에 달한다. 기술과 금융 등 고부가가치 업종의 고용이 대도시와 전문 인력에 집중되는 만큼, 관광은 외화 수입과 전국 단위의 일자리를 함께 확보할 현실적인 성장축이다.

일본 정부가 지난 3월 확정한 제5차 관광입국 추진 기본계획에서 2030년 방일 외국인 6,000만 명, 여행 소비액 15조 엔(약 133조4,520억원)을 목표로 제시한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 소비액 15조 엔이 실현되면 관련 경제 파급효과는 30조 엔(약 266조9,04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외국인이 일본을 값싼 여행지로 소비하고 떠나는 구도가 굳어지면 엔저의 경제적 효과도 제한될 수 있다. 여기에 숙박과 미식, 의료, 문화 체험, 복합리조트를 묶어 체류 기간과 1인당 지출액을 늘릴 경우 관광산업의 부가가치는 더욱 커진다. 오버투어리즘에 따른 주민 불편도 관광객 억제보다 교통망 확충과 예약제, 관광세, 지역 분산 정책으로 풀어야 한다. 어렵게 유입된 외국인 수요를 밀어내면 지역 상권과 고용이 먼저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남은 과제는 대도시에 몰린 관광객과 소비를 소도시로 보내는 일이다. 지난해 방일 외국인의 누적 숙박일수는 1억7,786만 박에 달했지만 도쿄·오사카·교토·홋카이도 네 지역이 전체의 64.8%를 차지했다. 관광객이 몰린 대도시는 혼잡과 숙박비 급등에 시달리고, 인구가 빠진 지방은 상권 침체와 일자리 감소를 겪고 있다. 지방 공항과 철도, 숙박시설, 다국어 결제망을 확충하면 대도시의 혼잡 비용을 지역의 소득으로 돌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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