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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컬쳐] 박사 인재 활용의 걸림돌, 학계 중심 평가와 폐쇄적 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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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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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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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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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 인력 산업계 진출 확대, 대학 평가는 학계 중심 
명문대 중심 채용 확대로 인재 선발 폭 축소 
박사 인재 활용 위한 기업 채용체계 개편 필요

본 연구 기사는 글로벌 교육 전문지 The EduTimes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duTime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duTimes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박사학위 취득자의 진로가 학계에서 산업계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2023년 졸업 당시 취업이 결정된 박사학위 취득자 가운데 47%가 기업에 입사한 반면, 학계에 진출한 비중은 34%에 그쳤다. 이 같은 흐름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대학은 여전히 교수직이나 박사후연구원(포닥·Post Doctor), 연구기관 진출을 박사과정의 주요 성과로 평가하는 경향이 강하다. 기업의 채용 방식도 박사 인력의 산업계 진출 확대와는 엇박자를 내고 있다. 다양한 대학에서 연구 인재를 발굴하기보다 일부 명문대 출신을 중심으로 채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어서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대기업의 26%가 일부 대학을 중심으로 인재를 채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사 인력의 주요 취업처가 산업계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기업의 채용 대상은 오히려 좁아지고 있는 셈이다.

잘못된 기준으로 성과 평가하는 대학원

이러한 불일치는 박사 인력을 양성하는 대학에서부터 나타난다. 연구 중심 대학의 박사과정은 오랫동안 학생이 교수나 연구자로 진출하는 것을 주요 성과로 여겨왔다. 교수진의 지도와 학과 평가, 연구비 지원도 이러한 기준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박사학위 취득자가 계속 늘어나는 동안 정년트랙 교수 채용은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학계가 배출 인력을 모두 수용하기 힘든 구조가 굳어졌다. 대학들도 달라진 취업시장에 대응해 비학계 진출을 위한 이력서 작성이나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교수나 연구직 진출을 우선시하는 평가 기준이 그대로인 만큼 근본적인 변화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취업 지원 프로그램은 늘었지만 박사과정이 지향하는 진로는 여전히 학계에 무게가 실려 있는 것이다.

최근 박사학위 취득자의 진로에서도 이러한 한계가 드러난다. 2023~2024년 과학·공학 분야 대부분에서 졸업 당시 취업이 확정된 박사학위 취득자의 비중은 낮아진 반면, 포닥으로 진출한 비중은 높아졌다. 이는 개인의 의욕이나 진로 선택만의 문제라기보다 교수와 연구직을 중심으로 인재를 양성하고 평가해 온 학계의 구조와도 맞닿아 있다. 학계의 폐쇄적인 채용 구조도 이러한 흐름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박사학위 수여 대학을 대상으로 교수 채용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전체 대학의 약 20%가 미국 교수직의 80%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교수직이 소수 대학 출신에게 집중되는 구조가 학계 내부에 자리 잡고 있음을 뒷받침한다. 대학 스스로 출신 학교와 학계 진출을 중시하는 상황에서는 박사과정과 다양한 산업계 진로를 연결하려는 움직임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주: 미국의 신규 박사 취업자 가운데 포닥을 제외하면 산업계로 진출한 비중이 가장 높았다.

출신 대학부터 보는 기업

대학의 학계 중심적인 인재 양성이 문제의 한 축이라면, 다른 한편에는 기업의 채용 방식이 있다. 박사급 인재의 취업 문제는 흔히 대학의 준비 부족이나 지원자의 역량 전달 미흡, 취업 지원 서비스의 한계에서 원인을 찾는다. 그러나 기업의 실제 채용 과정을 살펴보면 지원자나 대학만의 문제로 보기는 힘들다. 박사급 인재의 연구 성과와 전문성을 살피기보다 출신 대학을 기준으로 지원자를 선별하는 기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5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일부 대학을 중심으로 채용한다고 답한 비율은 26%로 2022년 17%보다 9%포인트 높아졌다. 폭넓게 인재를 채용하던 기업들도 지원자를 빠르고 적은 비용으로 선별하기 위해 학위와 출신 대학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추세다. 과거 학위보다 개인의 역량을 보고 채용한다고 강조했던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도 관련 문구를 삭제하고 현재 약 20개 대학을 중심으로 집중 채용 행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채용 방식에서는 박사학위 취득자가 오랜 연구를 통해 쌓은 전문성이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 수백 명의 지원자를 검토해야 하는 채용 담당자가 개별 지원자의 논문까지 일일이 살펴보기 힘든 만큼 출신 대학이나 학과가 사실상 선별 기준으로 작용한다. 이 과정에서 재료과학이나 노동경제학 분야에서 5년간 새로운 연구 방법을 개발한 박사학위 취득자도 학부 졸업자와 비슷한 기준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결국 박사학위의 핵심인 연구의 깊이는 가려지고 출신 대학의 명성이 채용 결과에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주: 기업이 일부 대학에서만 인재를 채용하는 비중은 17%에서 26%로 늘면서 출신 대학을 기준으로 지원자를 가려내는 경향도 강해졌다.

박사 취업 지원의 한계

기업의 채용 방식에서 문제가 나타나고 있지만, 그동안 해법은 대학의 취업 지원을 강화하는 데 집중됐다. 박사학위 취득자를 대상으로 멘토링을 확대하고 산업계 진로 정보를 제공하거나 기업과의 교류를 늘리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지원은 학생의 진로 탐색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기업의 선발 기준까지 바꾸지는 못한다. 기업이 연구 역량을 살펴보기도 전에 출신 대학을 기준으로 지원자를 걸러낸다면 이력서 작성이나 취업 교육을 강화해도 실제 채용 기회 확대로 이어지는 데 한계가 있다.

박사과정의 연구가 산업계 수요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분야에 맞춰 연구해야 박사급 인재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산업계에 진출한 박사 인력의 처우를 보면 연구 역량 자체가 문제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 주요 과학 전문지가 포닥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산업계 종사자는 전체 응답자의 약 7%에 불과했지만 이 가운데 약 25%는 연간 8만~11만 달러(약 1억1,302만~1억5,540만원)를 받았다. 같은 소득 구간에 해당하는 학계 종사자는 5%에 그쳤다. 산업계에 진입한 박사 인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보상을 받는다는 점에서 문제의 초점은 전문성 자체보다 채용 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기업에 진입하는 과정에서는 연구 역량에 대한 체계적인 평가보다 개인적 인맥이나 직무와의 적합성, 출신 대학의 인지도가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모든 기업 직무에 박사 수준의 전문성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깊이 있는 연구 경험이 필요하지 않은 직무라면 그에 맞는 역량을 기준으로 인재를 선발하면 된다. 그러나 박사학위와 출신 대학을 지원자 선별에 활용하면서 정작 학위가 보여주는 연구 전문성을 평가하지 않는다면 박사급 인재를 채용하는 의미도 퇴색할 수밖에 없다.

박사 인재 활용 위한 기업 내부 개편

박사급 인재의 취업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채용 단계뿐 아니라 입사 이후 이들을 활용하는 기업 내부의 구조도 달라져야 한다. 박사 인력을 일반 대졸 신입사원과 같은 직무에 배치하기보다 입사 직후부터 연구 경험과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다. 연구개발(R&D) 순환근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관리직으로 전환하지 않아도 성장할 수 있는 기술 전문직 경력 체계를 마련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전문지식을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내 과학자문 직무도 대안으로 꼽힌다.

일부 대형 기술기업과 제약회사는 이미 이와 유사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박사 인력은 일반 신입사원 육성 과정에 배치된 경우보다 장기 근속과 승진에서 더 나은 성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사 인력을 더 많이 채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들의 전문성을 실제 업무와 연결할 수 있는 조직 체계를 갖춘 결과다. 기업의 변화가 이뤄지려면 정책적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 이를 위해 박사급 인재 활용을 기업의 연구 인력 투자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산학 연계 프로그램에 대한 정부 지원과 기업 내 연구 펠로십에 대한 세제 혜택 등이 대표적인 방안이다. 기업이 박사 인력을 얼마나 채용했는지뿐 아니라 채용 이후 어떤 업무에 활용하는지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박사학위 취득자의 산업계 진출은 이미 학계 진출을 넘어섰다. 그럼에도 기업이 일부 대학을 중심으로 인재를 선별하고 박사급 전문성을 활용할 내부 체계를 갖추지 못한다면 인력 수요와 공급 사이의 간극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를 해소하려면 기업이 출신 대학 중심의 채용에서 벗어나 연구 역량을 제대로 평가하고 이를 실제 업무와 경력 개발로 연결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Why Companies Are Failing to Hire PhD Talent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duTime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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