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 교육의 종말] 개발자 양성 붐 ‘후폭풍’, AI 에이전트가 삼킨 인도 IT 산업
입력
수정
600만 명 고용한 인도 IT 산업 ‘쇼크’ AI 에이전트 확산, 인력 중심 외주 공식 붕괴 채용 축소와 수익성 압박이 부른 글로벌 인력 재편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세계 정보기술(IT) 서비스 산업의 인력 중심 성장 공식을 허물고 있다. 약 600만 명을 고용한 인도 IT 업계는 채용 축소와 감원, 수익성 악화가 겹치며 30여 년간 구축한 아웃소싱 신화의 퇴조를 맞았다. 미국과 한국에서도 저연차 개발자와 기술 지원 인력을 중심으로 고용 한파가 확산하면서 청년층의 취업 사다리가 좁아지고 있다. 소프트웨어 수요는 이어지지만 초급 노동을 대량 공급해 온 취업 공식은 수명을 다하는 모양새다.
600만 고용사다리 균열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인도 주요 IT 기업 인포시스와 위프로의 3월 기준 직원 수는 2023년보다 5~6% 줄었다. 인도 5대 IT 기업인 타타컨설턴시서비스(TCS)·인포시스·위프로·HCL테크·테크마힌드라의 2026회계연도 전체 인력도 6,981명 줄었다. 전년 1만2,718명을 순증원했던 흐름이 1년 만에 역전됐다. 이 중 업계 1위 TCS의 3월 말 임직원은 58만4,519명으로 1년 전보다 2만3,460명 감소했다. 코딩 등 업무 상당 부분을 생성형 AI가 대체하기 시작한 영향이다.
인도 IT 서비스 산업은 1990년대 경제 자유화 이후 저렴한 고학력 노동력과 영어 구사 능력을 앞세워 급성장했다. 미국 직원이 퇴근하면 인도 개발자가 업무를 이어받아 다음 날 아침 결과물을 넘기는 24시간 개발 체계도 경쟁력이 됐다. 인도에서 IT 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7%가량을 차지하고 약 6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핵심 산업이다. 이 과정에서 수백만 명을 중산층으로 끌어올리는 고용 사다리 역할을 했다.
AI가 뒤집은 성장 공식
인도 IT 업계가 내세운 성장 공식은 단순했다. 해외 고객과 계약이 증가하면 엔지니어에 대한 수요도 늘어난다는 것이었다. 특히 관리형 서비스(Managed Services)는 안정적이고 반복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핵심 사업이었다. 하지만 AI가 이 공식을 뒤집어 놨다. AI는 코드 작성, 시스템 모니터링, 고객 응대, 데이터 분석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이는 곧 인력 중심 구조의 수익 모델을 압박한다는 의미다.
지난 2월 앤트로픽이 공개한 '클로드 오퍼스 4.6'과 '코워크'는 대규모 코드베이스 탐색, 코드 검토, 오류 수정, 장시간 작업 수행 기능을 강화했다. 개발자가 지시를 내린 뒤 여러 작업을 병렬로 진행하는 에이전트 팀 기능도 도입됐다. 인도 외주업체가 수십 명에게 나눠 맡기던 작업 묶음이 소수의 숙련자와 AI 에이전트 조합으로 압축될 여지가 커진 것이다. IT 서비스 업체 퍼시스턴트시스템스의 최고경영자(CEO)는 “과거에는 매출과 인력 규모가 선형적인 관계였지만 이제 그 관계가 깨질 것”이라며 “AI를 이용하면 더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형 성장 뒤 고용 절벽
실제 인도 IT 업계의 고용 속도는 외형 성장과 엇갈리고 있다. 인도소프트웨어서비스기업협회(NASSCOM·나스콤)에 따르면, 2026회계연도 인도 기술산업 매출은 3,150억 달러(약 445조원)로, 전년보다 6.1% 늘었지만, 2027회계연도 상반기 순고용 증가분은 7만 명에도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의 9만5,000명보다 26% 이상 줄어드는 수치다.
고객사의 비용 집행도 달라졌다. 인도 벤처캐피털(VC) Z47과 오픈AI, 컨설팅 업체 지노브가 공동으로 조사한 보고서를 보면, AI를 성숙하게 활용하는 기업의 무려 90%가 일부 업무처리 아웃소싱(Business Process Outsourcing, BPO) 지출을 줄였다. 계약 기준이 투입 인원과 시간에서 처리 건수, 해결률, 매출 기여도 같은 성과 지표로 이동하면 외주업체가 인력을 늘려 청구액을 키우던 '인력 중심(Man-hour)' 관행도 설 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인도 IT 기업의 저숙련 코딩·테스트 인력 수요가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AI 도입으로 기존 사업 매출이 압축되고 고객의 기술 예산이 AI 분야에 집중되면서 범용 유지·보수 계약의 성장세도 둔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포시스·HCL테크·위프로는 매출의 약 95%를 기존 고객사에서 확보하고 있지만, 이미 AI 전문 기업이 특정 업무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장기 고객 기반도 방어 비용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코워크 쇼크’에 니프티 IT지수 19.5% 폭락
이 같은 수익 기반의 균열은 올해 초 인도 자본시장의 투매로 표출됐다. 지난 1월 말 앤트로픽이 AI 에이전트 ‘클로드 코워크’에서 사용할 수 있는 플러그인 11개를 공개하면서다. 이후 인도 니프티 IT지수는 2월 한 달간 19.5% 폭락해 최악의 월간 수익률을 기록했다. 2008년 9월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월간 하락률이다. 같은 기간 상장 IT 기업의 시가총액에서는 5조7,000억 루피(약 84조4,740억원)가 증발했다.
공개된 플러그인은 복잡한 소프트웨어 제품도 아니었다. 여러 업무를 어떤 순서로 처리해야 하는지 적은 지침과 AI 도구를 묶은 형태였다. 하지만 이는 인도 업체들이 수익을 올리던 영역과 상당 부분 겹쳤다. 애플리케이션 개발과 유지보수, 회계 지원, 법률 조사, 고객 응대, 각종 자료 정리가 대표적이다. 해외 고객사는 자체 AI 에이전트를 구축하기만 하면 인도에 수십 명씩 배치하던 외주팀의 규모를 줄일 수 있다.
표1. 미국 소프트웨어·IT 업계의 AI발 감원 및 고용 재편
| 구분 | 핵심 지표 | 주요 내용 |
|---|---|---|
| 기술업종 감원 | 14만9,023명 | 2026년 1~7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67% 증가 |
| AI 명시 감원 | 11만2,713명 | 기업이 AI를 감원 사유로 제시한 인원 |
| 오라클 | 2만1,000명 | 2026회계연도 전체 직원의 13% 감축 |
| 메타 | 8,000명 | 2026년 5월 인력 감축 |
| MS | 8,750명 | 미국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시행 |
| 청년층 고용 | 13% 감소 | AI 노출도가 높은 직군의 22~25세 고용 변화 |
| 연령별 격차 | 22~27세 8% 감소 | 28세 이상 컴퓨터·수학 직군 고용은 0.8% 증가 |
| 고숙련 수요 | 데이터과학자 33.5% 증가 | 2024~2034년 정보보안 분석가 28.5%, 소프트웨어 개발자 15.8% 증가 전망 |
AI 투자 광풍 뒤 美 고용 칼바람
인도 IT 업계의 사업 기반을 흔든 AI 자동화는 미국 소프트웨어·IT서비스 기업의 인력 운용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미국 전직 지원 업체 챌린저·그레이앤드크리스마스(CG&C)에 따르면 올해 1~7월 기술업종이 발표한 감원은 14만9,023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67% 늘었다. 같은 기간 미국 전체 감원 발표가 41% 줄었는데도 기술 업종은 전체의 31%를 차지했다. 기업이 AI를 감원 사유로 제시한 인원도 11만2,713명에 달했다. 개발 프로젝트와 고객 지원, 시스템 운영에 많은 직원을 배치해 온 기업들이 인력 재편의 중심에 섰다.
AI 인프라를 직접 공급하는 기업도 인건비를 줄이고 있다. 미 경제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오라클은 2026회계연도에 전체 직원의 13%에 해당하는 2만1,000명을 감축한 데 이어 추가 감원 계획을 마련했다. 오라클의 클라우드 인프라 매출은 77%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AI 인프라에 투입한 자금은 557억 달러(약 79조원)에 달했다. 메타도 지난 5월 직원 8,000명을 줄였고, 마이크로소프트(MS)는 미국 직원 8,75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AI와 데이터센터 투자비가 급증하면서 인건비를 줄여 현금을 확보하는 흐름도 거세지고 있다.
감원 충격은 특히 기업 조직의 맨 아래에 집중되고 있다. 스탠퍼드 디지털경제연구소(SDEI)가 미국 급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소프트웨어 개발 등 AI 노출도가 높은 직군에서 22~25세 고용은 2022년 말 이후 상대적으로 13% 감소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 집계에서도 22~27세 컴퓨터·수학 직군 고용은 8% 줄었지만 28세 이상은 0.8% 증가했다. 신입 개발자가 맡아온 코드 수정과 테스트, 기술 지원, 인프라 모니터링을 AI가 처리하면서 기업들은 결과물을 검증할 수 있는 경력자 위주로 조직을 꾸리고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이 2024~2034년 데이터과학자 고용은 33.5%, 정보보안 분석가는 28.5%,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15.8%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 만큼 신규 수요도 고숙련 직군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코드 노동의 가치 하락
한국의 고용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국가데이터처 경제활동인구 마이크로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지난 2월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0만5,000명 줄어 2013년 산업분류 개편 이후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정보통신업 취업자도 4만2,000명 감소했고, 20대 취업자는 16만3,000명 줄어 월간 통계 작성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건설업 부진과 기저효과도 영향을 미쳤지만, 한국노동연구원 분석에서는 AI를 도입한 기업의 15~29세 고용이 2023년부터 정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코드 작성과 오류 탐지, 고객 문의 대응이 AI로 이동하면서 시스템통합(SI)과 IT서비스 업체도 신규 채용을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코딩 교육의 존립 근거를 흔들고 있다. 프로그래밍 언어와 프레임워크 사용법을 익히면 개발자로 취업할 수 있다는 기대는 대규모 신입 채용을 전제로 성립했다. AI는 그 전제를 무너뜨리고 코드 작성 능력의 희소성까지 떨어뜨렸다. 앞으로 기업이 요구하는 역량은 문제 정의와 시스템 설계, 데이터 해석, 보안, AI가 생성한 결과물의 검증 능력으로 압축될 가능성이 크다. 코딩 교육 이수만으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던 취업 공식이 수명을 다하고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