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재부터 요식업·뷰티까지" 美 시장 파고드는 中 브랜드, 현지화·마케팅 고도화에 초점 맞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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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기업' 색채 지운 팝마트, 美 시장 매출 껑충 뛰어 中 요식업 브랜드도 현지화 전략 앞세워 美 공략 가속화 뷰티 브랜드들은 스토리텔링·SNS 마케팅 적극 활용

중국 브랜드들이 미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내수 시장의 공급 과잉과 출혈 경쟁 문제가 나날이 심화하는 가운데, 새로운 성장 활로를 찾기 위해 서방국의 문을 적극적으로 두드리는 모습이다. 이들 기업은 미국 소비자의 취향과 특유의 문화를 고려한 현지화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는 추세이며, 고유한 세계관을 앞세운 스토리텔링과 소셜미디어(SNS)·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을 결합한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있다.
팝마트의 美 시장 성장세
1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대형 아트토이 기업 팝마트의 올해 1분기 미국 시장 매출은 직전 분기 대비 55~60% 급성장했다. 오프라인 매장 수는 2023년 미국에 첫 상설 매장을 연 뒤 불과 3년 만에 37개까지 늘었고, 수십 개의 자판기형 ‘로보샵(Robo Shop)’도 구축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외형 성장의 배경으로 팝마트의 정교한 ‘글로벌 브랜딩 전략’을 꼽는다.
팝마트는 미국 시장에서 자사를 중국 제조 기업이 아닌 ‘글로벌 라이프스타일·IP 기업’으로 포지셔닝했다. 이는 장기화하는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 브랜드에 대한 정치적 거부감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이에 더해 팝마트는 디즈니·해리포터 등 서구권 대형 IP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지난해 뉴욕 메이시스 추수감사절 퍼레이드에 라부부·스컬판다를 비롯한 자체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등 현지 문화와의 접점을 확대했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의 캐시 차오 이사는 “팝마트는 자사가 중국 기업이라는 점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며 “소비자를 끌어당기는 것은 결국 매력적인 IP와 제품 자체”라고 평가했다.
中 신식 차 브랜드 '질주'
이러한 흐름은 미국 현지 요식업계에서도 두드러진다. 특히 중국 기업들의 존재감이 부각되는 곳은 헤이티, 미쉐, 티펄스, 루이싱커피 등이 진출한 ‘신식 차(茶)’ 시장이다. 헤이티는 2023년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미국 1호점을 연 뒤 뉴욕, 캘리포니아, 텍사스 등으로 빠르게 영업망을 넓히고 있다. 현재 미국 내 헤이티 매장은 40곳 이상이다. 티펄스도 뉴욕을 중심으로 매장을 확대 중이며, 미쉐도 할리우드 TCL 차이니스 시어터 인근에 미국 1호점을 연 뒤 출점을 이어가는 추세다. 중국 현지에서 스타벅스보다 많은 매장을 보유한 루이싱커피 역시 맨해튼 곳곳에 지점을 늘리고 있다.
시장 공략법에는 브랜드별로 차이가 있다. 헤이티는 세련된 매장 디자인과 과일·치즈티 등 프리미엄 메뉴를 앞세워 핵심 상권을 공략한다. 미국 매장에서 판매되는 주요 음료 가격은 4~8달러(약 5,650~1만1,300원) 수준이다. 반면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미쉐는 레모네이드를 약 2달러(약 2,830원), 과일차를 5달러(약 7,060원) 안팎에 판매하며 대학가 및 청년층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티펄스는 재스민·오스만투스 등 차 자체의 풍미를 강조한 메뉴와 프리미엄 원재료를 앞세워 차별화를 시도 중이며, 루이싱커피는 ‘디지털 효율성’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본토에서 정착시킨 앱 주문·매장 픽업 중심의 운영 모델을 미국에도 적용해 주문 대기 시간과 인건비를 줄이고, 소형 매장을 도심 직장인 및 학생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 집중 배치하는 전략이다.
표1. 중국 기업들의 미국 시장 현지화 전략
| 기업 | 현지화 전략 |
|---|---|
| 팝마트 | 중국 기업 이미지를 최소화하고 글로벌 IP·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포지셔닝, 서구권 IP 및 현지 문화행사 활용 |
| 헤이티 | 세련된 매장과 프리미엄 메뉴를 앞세워 핵심 상권 공략 |
| 미쉐 | 저가 메뉴를 기반으로 대학가와 청년층 공략 |
| 티펄스 | 차의 풍미와 프리미엄 원재료로 차별화 |
| 루이싱커피 | 앱 기반 주문·픽업 시스템, 소형 매장 중심으로 운영 효율화 |
| 월리스 | 미국 소비자 입맛에 맞춰 재료와 간을 조정하고 저가 전략 병행 |
| 하이디라오 | 영어 이용 안내, 메뉴 조정 등 서비스 재설계 |
요식업 브랜드도 현지화 박차
패스트푸드 체인들의 공세도 거세다. 중국에서 2만 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는 대표 패스트푸드 브랜드 월리스는 지난해 캘리포니아 월넛에 미국 1호점을 열고, 올해 말까지 미국에서 10개 매장을 추가 오픈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지 입맛에 맞춘 메뉴 수정도 이뤄졌다. 미국 월리스에서 판매되는 샌드위치는 양상추 대신 미국 소비자에게 익숙한 피클이 들어가며, 간도 더 짜게 조정됐다. 가격 경쟁력도 명확하다. 월리스 월넛 매장에서는 치킨샌드위치 3개를 10달러(약 1만4,130원)에 판매한다. 이는 유사 메뉴 개당 가격이 6달러(약 8,480원) 안팎인 현지 경쟁 브랜드보다 대폭 낮은 수준이다. 중국 최대 훠궈 체인 하이디라오 역시 2013년 미국에 처음 진출한 이후 시행착오를 거쳐 다시 외형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어로 훠궈 이용법을 자세히 안내하고, 육수의 매운맛을 낮추거나 소고기 메뉴를 늘리며 서비스를 재설계하는 양상이다.
중국 기업이 이처럼 현지화 전략을 속속 강화하고 나선 배경에는 미국 시장의 높아진 진입 장벽이 있다. 중국 브랜드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지나간 2023년부터 미국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지만, 당시에는 브랜드 인지도 부족과 현지 소비자와의 취향 차이 등으로 안착 여부가 불투명했다. 여기에 2024년 대선을 전후해 미·중 관계가 다시 악화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고율 관세와 대중국 제재를 예고하면서 중국 기업 입장이 짊어져야 할 정치·비용 리스크가 한층 커졌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해에는 관세 부담이 현실화하며 미국 판매를 중단하거나 물량을 다른 시장으로 돌리는 중국 기업들이 급증하기도 했다.
中 내수 시장, 출혈 경쟁 심화
문제는 중국 요식업체들이 미국 시장에서 섣불리 발을 뺄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중국 내수 시장의 공급 과잉 구조가 기업들을 압박 중이기 때문이다. 중국 본토에서는 부동산 장기 침체와 소비 심리 위축으로 외식 수요 성장세가 둔화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요식업체 수가 나날이 증가하며,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가격을 계속 낮춰야 하는 출혈 경쟁 국면에 직면했다. 중국 외식업 투자회사 토마토캐피털의 밥 칭 창업자에 따르면 중국의 인구 대비 식음료 매장 수는 미국의 약 3배에 달하며, 새로 문을 연 식당 가운데 절반가량은 1년 안에 폐업한다. 특히 진입 장벽이 낮은 차음료 시장에서는 음료 한 잔을 1달러(약 1,400원) 미만에 판매하거나 온라인 주문 제품을 무료로 제공하는 등 치열한 가격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 중국 기업들이 발견한 '살길'이 해외 시장에서의 현지화 서비스다. 상기 사례들에서 알 수 있듯, 최근 미국에 진출하는 중국 소비재·외식 브랜드들은 ‘중국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전면에 드러내지 않는다. 중국 본사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이식하는 대신 제품, 메뉴, 매장 디자인 등을 미국 소비자에게 익숙한 형태로 바꿔 현지 브랜드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략이다. 한 시장 전문가는 "미·중 갈등과 경제적 디커플링 논의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현지화는 소비자 취향을 맞추는 차원을 넘어 ‘중국 브랜드 리스크’를 낮추는 핵심 열쇠가 됐다"며 "외국계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가 현지화에 실패해 줄줄이 철수하던 과거와는 정반대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C-뷰티 마케팅 문법
중국 브랜드들은 현지화와 함께 스토리텔링 마케팅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C-뷰티 업체들을 중심으로 제품의 기능·가격보다 브랜드가 전달할 미학·세계관을 먼저 강조하는 홍보 전략이 빠르게 확산하는 양상이다. 일례로 마오거핑은 중국 전통 미학을 현대적인 메이크업과 결합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했고, 화시즈는 동양적 미의식과 전통 공예를 제품 디자인과 패키지에 반영해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했다. 플라워노즈 역시 동화·판타지 소설을 연상케 하는 화려한 패키지를 앞세워 제품 자체보다 ‘브랜드 경험’을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이미지는 SNS와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해 해외 소비자들에게 퍼져 나갔다. 중국 브랜드들은 틱톡 등 숏폼 플랫폼 콘텐츠를 통해 제품을 노출한 뒤, 쇼피·라자다·틱톡숍 등에서 곧바로 구매가 이뤄지도록 연결하는 경우가 많다. 틱톡 역시 중국 판매자를 대상으로 통관, 보관, 배송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전자상거래 모델을 도입해 중국 업체들이 해외에 자체 유통망을 마련하지 않고도 소비자에게 직접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SNS상의 '입소문'이 곧장 판매량 증가로 연결되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여기에 쉬인,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이 구축해 둔 물류 인프라까지 결합하면서 시장 테스트에서 판매 확대까지 걸리는 시간도 크게 단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