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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카야 줄파산" 술 덜 마시는 日, 얇아진 지갑·노미니케이션 퇴조·소비 트렌드 변화 '3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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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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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이자카야 폐업 급증, 술 마시는 사람 줄었는데 비용만 뛰어
가계 실질 구매력 약화·가격 인상 흐름 속 주류 수요 급감
"굳이 술 없어도 된다" 젊은 층 중심으로 음주 문화도 변화

일본의 대표적인 술집 '이자카야'가 줄줄이 파산하고 있다. 재료비, 임대료, 공공요금 등 비용 부담이 대폭 커진 가운데, 가계 구매력 약화·주류 소비 감소로 가격 인상과 매출 확대에 제동이 걸린 결과다. 여기에 직장 술자리 문화 '노미니케이션(飲む(마시다)+Communication)'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건강과 개인 시간을 중시하는 소비 성향이 확산하면서 이자카야를 떠받쳐 온 전통적인 수요 기반 자체도 흔들리는 추세다.

이자카야 설 자리 잃어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일본 신용조사업체 도쿄상공리서치(TSR) 집계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본 이자카야 운영 업체 파산 건수는 118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89년 이후 상반기 기준 최대치다. TSR은 파산 업체의 90% 이상은 직원이 10명 미만인 영세 사업자였다고 설명하고, 올해 연간 기준 이자카야 파산 건수 역시 역대 최대 수준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자카야 줄파산의 대표적 원인으로는 비용 상승이 꼽힌다. 원재료 가격, 공공요금, 임대료 등이 동시에 상향곡선을 그리는 가운데, 손님 이탈을 우려해 판매가에 비용 상승분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 영세 업체들이 궁지에 몰렸다는 진단이다. 여기에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의 식료품 소비세 인하 정책도 이자카야 업계에는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카이치 내각은 내년 4월부터 2년간 식료품 소비세율을 현행 8%에서 1%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수립한 상태다. 이 같은 구상이 현실화할 경우, 이자카야를 찾는 대신 슈퍼마켓에서 조리된 음식을 사서 집에서 술을 마시는 소비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日 주류 소비량 하향곡선

주류 소비 감소 현상 역시 치명적 악재로 꼽힌다. 일본 국세청에 따르면, 2024회계연도 일본의 주류 판매·소비량은 773만2,368킬로리터(㎘)였다. 이는 전년보다 1.1%, 2014년 대비 7.2% 줄어든 수준이다. 이러한 흐름은 지난해 가계 통계에서도 확인됐다. 일본 총무성 가계조사 결과 해당 기간 2인 이상 가구의 주류 지출액은 명목 기준 전년보다 1.0% 증가했지만, 물가 상승을 반영한 실질 기준으로는 2.1% 감소했다. 이는 같은 해 전체 소비지출이 실질 기준 0.9%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음주 인구 자체도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일본 후생노동성 국민생활기초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일본의 20세 이상 인구 9,065만 명 가운데 매일 술을 마신 사람은 1,327만 명(14.6%)에 그쳤다. 같은 조사에서 ‘마시지 않는다·마실 수 없다’고 답한 사람은 3,291만 명, ‘거의 마시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은 1,682만 명이었다. 시장 규모 역시 성장세를 유지하기 어려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시장조사업체 야노경제연구소는 2025 회계연도 일본 주류 시장 규모(제조사 출하액 기준)가 전년 대비 2.6%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4 회계연도까지는 판매가 인상 등의 영향으로 확대 흐름이 유지됐지만, 2025 회계연도부터는 시장 축소가 가시화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지갑 닫는 日 가계

이 같은 상황이 연출된 배경에는 가계의 구매력 약화가 자리하고 있다. 일본은 오랜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물가·임금 동반 상승 국면에 들어섰지만, 가계가 체감하는 실질소득의 회복 속도는 아직 더딘 실정이다. 식품, 에너지 등 필수재 가격이 뛰면서 가계의 소비 여력이 위축된 것이다. 실제 일본의 엥겔계수(가계지출 가운데 식비가 차지하는 비중)는 지난해 12월 기준 30.7%까지 올라 25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처럼 필수재에 더 많은 돈을 써야 하는 상황에서는 소비량과 빈도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주류 등의 품목이 자연스럽게 지출 뒷순위로 밀리게 된다.

여기에 주류 가격 상승세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일본 주요 주류업체들이 원재료, 물류비, 에너지 비용 상승 등을 근거로 잇달아 가격을 올리면서 주류 소비 심리가 악화한 것이다. 일례로 기린맥주는 지난해 4월부터 ‘기린 이치방시보리’, ‘탄레이 그린라벨’, ‘혼기린’ 등 맥주류와 ‘효케쓰’ 등 일부 레디 투 드링크(RTD, 여러 재료를 섞어 제조하는 혼합음료 또는 혼합주를 간편히 마실 수 있도록 한 상품) 제품의 생산자 가격을 인상했다. 산토리 역시 같은 날부터 ‘더 프리미엄 몰츠’, ‘산토리 나마비루’, ‘긴무기’를 비롯한 RTD와 국산 와인 등의 가격을 상향 조정했다.

'술자리 회식' 반감 확산

술자리 자체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과거부터 노미니케이션이라는 용어가 흔히 쓰여 왔다. 이는 회사 직원들이 술자리에서 업무 시간에는 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나누며 조직 내부의 관계를 유지하는 개념이다. 한 시장 전문가는 "일본에서는 노미니케이션 문화로 인해 술자리가 사실상 업무의 연장선으로 취급되는 일이 흔했다"며 "일본의 전통적인 음주 문화는 직장 중심으로 형성됐으며, 특히 이자카야는 후배 직원과 상사가 퇴근 후 어울리는 대표적인 장소로 인식돼 왔다"고 짚었다.

문제는 최근의 젊은 직장인들에게는 이 같은 술자리의 효용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일본 인력 서비스 기업 리크루트가 지난해 수도권, 간사이권, 도카이권의 직장인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36.3%는 ‘신경을 써야 해서 편하게 있을 수 없다’는 이유로 직장 술자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인다’는 응답은 29.2%, ‘개인 시간이 줄어든다’는 응답은 28.5%였다. '술에 취하는 것' 자체에 대한 반감도 확산하는 추세다. 지난해 일본 음주과학진흥협회와 규슈대 연구진 등이 전국의 기업 근로자 7,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취객의 소음과 민폐 행동'이 직장 술자리의 최대 스트레스 요인으로 꼽혔다. 과거에는 술자리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취급되던 행동이 명백한 무례로 인식되기 시작한 셈이다.

표1. 일본 청년층의 음주 인식 변화 요인

변화 요인주요 내용
직장 문화 변화술자리를 조직 관계 형성의 장보다 업무의 연장으로 인식
스트레스 증가상사와 동료를 신경 쓰고, 취객의 소음·민폐 행동까지 감수해야 한다는 반감 확산
개인 시간 중시퇴근 후 술자리보다 개인 생활과 휴식을 우선
웰빙 확산건강·체중·수면 관리를 위해 음주를 줄이거나 피하는 생활 방식 정착
비만치료제 이용GLP-1 계열 약물이 음주 욕구와 알코올 갈망을 낮출 가능성 제기
자료: 출처: 리크루트, 일본 음주과학진흥협회·규슈대, JAMA 정신의학

청년층 생활 트렌드 변화

건강, 체중 관리, 수면의 질 등을 중시하는 웰빙 트렌드 역시 주류 소비 감소세를 견인했다. 금주가 특정한 건강 문제나 신념에 따른 선택이 아닌 자연스러운 생활 양식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최근 빠르게 이용자가 늘고 있는 비만치료제 역시 변수다.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 마운자로의 주성분인 티르제파타이드 등 GLP-1 계열 약물이 음주 욕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의사협회 저널 JAMA 정신의학(JAMA Psychiatry)을 통해 발표된 초기 임상 시험 결과를 살펴보면,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여받은 알코올 사용 장애가 있는 성인 48명은 위약군보다 음주량과 알코올에 대한 갈망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주류업계에서는 비만치료제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례로 아쓰시 가쓰키 아사히그룹홀딩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비만치료제가 주류 수요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아직 그런 영향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젊은 세대의 음주 감소에는 건강 우려보다 게임, 동영상 스트리밍, 소셜미디어(SNS) 같은 디지털 엔터테인먼트의 확산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진단이다. 아쓰시 CEO는 과거에는 술이 사람들의 즐거움과 여가에서 훨씬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지난 10년 동안 소비자가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급격히 늘며 술의 ‘여가 시장 점유율’ 자체가 낮아졌다고 짚었다. 소비자의 여가 시간을 차지하는 모든 콘텐츠가 사실상 술의 경쟁재로 부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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