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벤치마킹은 먼 길" 지방 국립대 '등록금 0원' 카드 꺼낸 정부, 사립대 형평성 논란·교육 경쟁력 강화까지 과제 산적
입력
수정
교육부, 비수도권 국립대 대상 등록금 전액 지원 정책 추진 사립대 중심으로 형평성 논란 불거져, 실효성 의문도 "유럽식 모델 따라 하긴 어렵다" 韓 대학의 본질적 한계

정부가 지방 국립대로 진학하는 모든 신입생의 등록금을 전액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지방 국립대의 비용적 이점을 강조해 수도권 대학으로 쏠린 진학 수요를 분산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등록금 지원만으로는 △취업·정주 여건 미흡 △교육·연구 경쟁력 부족 △재정난 △형식적 산학협력 체계 등 지방대가 안고 있는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지방 국립대 지원 구상
19일 정부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5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30개 지방 국립대 학생에게 ‘지역균형장학금’을 지급해 등록금을 사실상 전액 지원하는 방안을 공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방 국립대 학생 상당수가 이미 (소득연계형 등) 국가장학금을 받고 있어, 1,000억원 정도의 추가 재원이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향후 지방 국립대생 1~4학년 모두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게 될 경우 연간 4,000억원가량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교육부는 예산 당국과의 협의를 거쳐 이달 말 중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는 지방 국립대의 진학 유인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의 2024~2025 대학교육 통계 자료집을 살펴보면, 지난해 지방 국공립대의 연평균 등록금은 396만6,000원으로 수도권 사립대(807만1,000원)의 49% 수준이었다. 문제는 지방 국립대 진학 시 분명한 비용적 이점이 존재함에도 불구, 학생들이 대학 평판과 취업률 등의 이유로 수도권 대학을 선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한 학계 관계자는 "현재 지방 국공립대의 등록금 구조는 수도권 대학 선호 현상과 청년 유출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지만, 등록금이 사실상 ‘0원’이 되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며 "수도권 대학 진학으로 인해 발생하는 등록금 및 주거비 부담까지 고려하면, 무상 등록금은 비수도권 국립대 선택을 유도하는 실질적인 유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짚었다.
대학가 긴장감 고조
사립대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정부 계획에 대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지방 사립대 또한 국립대와 마찬가지로 신입생 미달 문제를 겪고 있는 상황에, 국립대에만 막대한 국고 지원이 집중되는 것은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는 성명서를 내고 “‘지역 균형 장학금’을 추진하는 것이 지역 중심의 인재 양성 체제 강화를 위한 것이라면 지역 사립대학에도 동일한 잣대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전의 한남대학교 등 일부 사립대는 신입생 유출과 중도 이탈률 폭증을 우려하며 추경 예산을 취소하고 운영비를 감축하는 등 비상 체제에 돌입하기도 했다.
국·공립대 교수들은 등록금 지원에 대한 환영 의사를 밝히면서도, 과거 ‘반값 등록금’ 정책의 재현 가능성을 우려 중이다. 반값 등록금은 학생·학부모의 등록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추진된 정책이지만, 결국 재정적 책임을 대학에 전가하며 재정 자율성을 훼손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와 관련해 전국국공립대학교수노동조합은 “무상교육을 이유로 국립대에 대한 일반재정지원을 축소하거나 대학의 자체 장학금과 기존 재원을 무상 등록금 재원으로 돌리도록 해서는 안 된다”며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은 사라졌지만 대학의 교육과 연구는 가난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자금 투입만으로 문제 해결 어려워
단순 등록금 면제만으로는 지방대를 둘러싼 구조적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방대가 신입생 모집난을 겪는 원인은 △우수 교수진 확보의 어려움 △수도권 대학과의 교육·연구 인프라 격차 △지역 내 양질의 일자리 부족 △미흡한 정주 여건 등 복합적이라는 진단이다. 이와 관련해 한 대학 정책 연구자는 "학생들이 등록금 지원을 받기 위해 지방대에 진학했다가 졸업 이후 다시 수도권으로 이동한다면, 균형 발전이라는 정부의 본래 의도는 흐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한국처럼 대학 진학률이 높은 사회에서는 단순히 대학 진학 비용을 낮추는 것만으로 지역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한계는 정부가 지난 30년간 지역대학을 상대로 펼쳐 온 정책들에서도 확인된다. 정부는 2012년 국가장학금 도입으로 학생 개인에 대한 지원을 확대했고, 2023년부터는 ‘글로컬대학30’ 사업을 앞세워 지역대학에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와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업 등을 통해 거점국립대의 교육 역량을 끌어올리는 정책도 시행 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에도 지방대의 학생 모집난은 계속되고 있다. 2025학년도 전국 4년제 대학의 추가 모집 인원 1만1,226명 중 약 87%는 지방대에 집중됐고, 경북·전북·전남에서는 추가 모집 인원만 각각 1,000명을 넘어섰다.
獨 주립대학 운영 모델
일각에서는 정부의 구상이 독일 등 유럽권 국가들의 공립대학 모델과 유사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독일의 주립대학은 학부와 대부분의 석사 과정에서 일반 등록금을 받지 않는다. 학생이 부담하는 비용은 학생 복지, 교통권 등에 사용되는 학기분담금이 대부분이다. 대신 이들 대학은 입학 이후 학생들에게 엄격한 학업 수준과 학위 취득 요건을 요구한다. 일례로 RWTH아헨대의 경우 필수과목 시험에 떨어진 학생에게 두 차례 재응시 기회를 주되, 최종 시험에서도 탈락할 시 아예 해당 과목을 ‘영구 불합격’ 처리해 해당 학위 과정을 계속할 수 없도록 조치한다. 졸업논문 역시 한정된 재응시 기회를 놓치면 학위가 주어지지 않는다.
독일식 모델을 떠받치는 또 다른 축은 산학협력이다. 독일 대학은 축적한 연구 성과를 실제 산업 현장에 적극적으로 이전하는 편이다. 대학의 연구 역량이 기업의 기술 개발 수요와 직접 연결되는 구조다. 2024년 독일 대학이 유치한 외부 연구비 가운데 기업에서 나온 자금은 17억 유로(약 2조7,540억원)에 달했다. 대학과 기업 사이를 연결하는 중간 연구 기관도 발달해 있다. 프라운호퍼연구협회가 대표적이다. 프라운호퍼는 연간 30억 유로(약 4조8,600억원) 규모의 계약 연구를 수행하며 대학의 기초·응용 연구를 기업이 실제 활용할 수 있는 기술로 발전시킨다.
표1. 한국과 독일의 대학 운영 모델 차이
| 비교 항목 | 독일 | 한국 |
|---|---|---|
| 학사 관리 | 엄격한 학사 관리와 졸업 요건 | 충원율이 대학 평가와 연결돼 엄격한 기준 적용 어려움 |
| 대학 재정 | 정부 지원, 기업 연구비, 계약 연구 등으로 재원 확보 | 학생 감소로 절대적인 교육·연구 투자 여력 약화 |
| 산학협력 | 기업 수요를 기반으로 연구비와 기술 이전이 이뤄짐 | 정부 재정지원 사업 중심으로 과제가 형성되는 경우가 많음 |
| 운영 결과 | 교육·연구의 질을 중심으로 대학 경쟁력 유지 | 근본적인 교육·연구 역량 저하 가능성 |
'내실' 부족한 韓 대학
반면 한국 대학가의 경우 이 같은 모델이 작동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가장 큰 차이는 교육의 질이다. 한국 정부는 오랫동안 대학의 신입생·재학생 충원율을 대학 평가 체계의 주요 지표로 내세워 왔다. 학생 수 자체가 대학의 평가 및 생존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이상, 이미 입학한 학생을 엄격한 학사관리로 걸러내며 학위의 질을 유지하는 방식을 채택하기는 쉽지 않다. 재정 구조 역시 문제다. 지방대 상당수는 이미 학생 수 감소로 교육·연구에 추가 투자를 단행할 여력이 없다. 대학의 연구비, 시설 투자, 교수 처우 등에 대한 지원 없이 등록금만을 무상화할 시, 교육·연구 역량이 정체된 채 외형적인 학생 수만을 유지하는 부실 대학이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산학협력 체계가 작동하는 방식도 독일과는 다르다. 독일식 모델에서는 교수와 연구팀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 연구 프로젝트와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높은 연구 수준 자체가 대학의 신뢰도를 제고하고, 그 신뢰가 다시 기업의 연구 수요로 연결되는 선순환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산학협력 과제가 정부 재정지원 사업을 통해 만들어지는 일이 잦으며, 기업이 대학·교수의 참여 자체를 프로젝트의 전문성과 신뢰도를 강조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교수의 이름과 소속 대학이 일종의 ‘인증’처럼 소비되고, 실제 연구 성과는 부차적으로 밀리는 구조다. 이 같은 환경에서는 산학협력 건수가 늘어나더라도 대학의 연구 경쟁력이 유의미하게 성장하기는 사실상 어렵다.